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9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91화(27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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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게르마 크라쉬
막혀 있던 무언가가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아브힘의 전신에서 오러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끈적거리면서 이곳저곳에 달라붙는다.
“……오러가 마치 녹인 치즈처럼 변하다니…….”
그것은 케인첼 역시 몇 번이나 겪어 본 현상이었다.
“그건 오러 블레이드, 아니 오크식으로 말하자면 미스틱 아츠예요.”
아브힘은 도저히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제가 벽을 돌파한 겁니까?”
“그건 확실해 보이는군요. 능숙하게 다루려면 연습을 좀 해야 할 것 같지만요.”
그동안 아무리 검을 휘두르고 몬스터를 베어도 도달할 수 없었던 경지.
어째서 제임스 밴 잭슨과의 싸움을 앞두고 오러 블레이드를 각성한 것일까.
아브힘은 등에 차고 있던 대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끈적끈적한 오러가 검날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러 블레이드는 사용자의 심상에 따라 수많은 형태로 나타난다.
전투를 즐기는 오크는 대부분 물리력을 강화시키는 타입을 얻는다.
그런데 아브힘이 각성한 오러 블레이드는 오히려 발터 카이텔과 닮아 있었다.
아브힘은 떨리는 목소리로 방금 전에 자신의 몸에 벌어진 일을 설명해 주었다.
“……어쩌면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겠군요. 아직 마무리 단계가 남아 있어서, 테스트 직전까지 까망베르 치즈 저장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부족이 몰살된 후, 처음으로 전사가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셰프와 만나지도, 이렇게 일족을 구할 요리를 배우지도 못했을 겁니다.”
애초에 해답은 아브힘의 마음속에 들어 있었다.
그저 자신의 손으로 일족을 몰살시켰다는 죄책감이 그것을 가리고 있었을 뿐.
자신을 받아들이자 그가 평생 동안 갈고닦은 검술이 빛을 발했다.
케인첼은 이상할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저 요리 제조법을 몇 가지 알려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제멋대로 소드 마스터가 될 줄이야.
“분명 카리브 족장님도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아브힘은 히죽 웃으며 케인첼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분명 곧 있을 탈환전에서 제임스를 쓰러트린다면 더욱 기뻐하시겠지요. 그럼 테스트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소드 마스터가 된 아브힘을 시험해 본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새롭게 얻은 오러 블레이드의 능력을 확인해 보아야 했다.
그렇게 수많은 오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을 뽑아 든 케인첼과 아브힘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그럼 먼저 가도록 하죠.”
더블 부스터를 이용해 전신의 속도를 한계까지 끌어올린 케인첼이 진각을 밟았다.
그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모여 있는 오크 중에서 채 다섯도 되지 않았다.
아브힘은 이를 악물었다. 1차전 때는 바로 저 스킬에 제대로 대응조차 해 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에게는 새롭게 얻은 미스틱 아츠가 있었다.
“이번에는 전처럼 쉽게 지지 않을 겁니다, 그란 그레이.”
아브힘의 전신에서 끈적거리는 오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결국 두 사람의 대련은 서로가 제대로 된 유효타를 넣지 못하고 5분 가까이 계속되었다.
결국 두 사람의 대련은 무승부로 끝났다. 여기서 더 싸워 봐야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허억, 헉, 흐윽……. 역시 엄청나게 정교한 테크닉이군요. 미스틱 아츠까지 각성했는데도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미스틱 아츠는 어떻습니까?”
케인첼 또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무리 이기어검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고전할 줄이야.
그만큼 아브힘의 오러 블레이드는 대인전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완전 대박인데요. 그거라면 어떤 강자를 상대로도 쉽게 지지 않을 겁니다. 괜찮으시면 이름을 지어 드릴까요?”
“그래 주신다면 영광입니다.”
케인첼은 아브힘에게 새롭게 각성한 오러 블레이드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을 말해 주었다.
“치즈 퐁듀.”
“예? 치즈 퐁듀 말입니까? 하핫, 그것 참 마음에 드는 스킬명이군요.”
그렇게 새롭게 소드 마스터가 된 아브힘을 마지막으로 오크 별동대 선별이 막을 내렸다.
* * *
해오름 부족에게 가기 위해서는 햄프셔 동쪽에 있는 협곡을 통과해야 한다. 제임스 밴 잭슨은 이미 그곳에 망루를 비롯한 다수의 방어 체계를 구축해 둔 상태였다.
협곡에서는 시야가 제한되고, 여유 공간이 부족하다. 와이번 라이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동성을 활용하기 어려운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비병(飛兵) 대장을 맡은 로이텐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가슴을 두들겼다.
“저희들은 와이번 라이더 중에서도 특별히 선별된 정예 중의 정예입니다. 저 정도 병력은 단숨에 돌파해 보이겠습니다.”
“그 전에 우선 간단하게 정찰부터 해 보죠.”
아무리 와이번 라이더가 하늘을 날 수 있다 해도 적군에는 대공 공격이 가능한 시설이 있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 발리스타.
그것도 땅에 완전히 고정되어 보통 쇠뇌보다 몇 배나 큰 것을 발사하는 특제품이었다.
그런 고정형 발리스타가 무려 오십 대 가까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협곡으로 들어갔다간 그대로 꼬치구이 신세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고정형 발리스타는 위력을 높인 대신 기동성을 포기했지. 설치되어 있는 위치만 알면 돌입 루트를 확보할 수 있을 거야.”
로이텐이 반문했다.
“그렇지만 저기는 하늘에서 보면 협곡에 가려 망루와 발리스타의 위치가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와이번 라이더들의 실력을 믿고 정면 돌파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만.”
“그건 문제없다. 이쪽엔 어디든 갈 수 있는 눈이 있거든.”
그때 어디선가 반투명한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케인첼의 머리 위를 한 바퀴 선회했다.
악마 대공 시트리의 사역 마 오딘이었다.
오딘은 영체로 이루어져 있어 원한다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게 변할 수 있다.
“그럼 해 볼까.”
우선 오딘의 몸에 약간의 젤리를 이식시킨다.
그러자 신경망을 공유하고 있는 비숍을 통해 오딘의 시야가 케인첼의 망막에 새겨졌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반투명한 까마귀를 찾아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게다가 물리적인 충격에 강한 영체. 설령 공격을 받는다 해도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최고의 정찰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신경망의 이중 접속은 정신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남발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럼 부탁할게, 시트리.”
까악-
까마귀 오딘은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울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느새 케인첼의 눈에 협곡에 진을 치고 있는 병력이 들어왔다.
“……좋았어.”
채 30분도 되지 않아 케인첼의 뇌리에 협곡 전체의 지도가 만들어졌다.
초소와 망루의 설치 장소와 발리스타가 있는 곳. 그 외에도 다수의 병력이 모여 있는 위치까지.
그것을 목판 위에 정교하게 그려 내자 로이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케인첼은 나무를 태워 만든 먹으로 그 위에 선을 몇 개 덧붙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최대한 안전한 침투로는 이곳과 여기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고정형 발리스타의 사거리 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곡예에 가까운 비행이 필요하다.
로이텐은 그제야 케인첼이 테스트까지 해 가며 와이번 라이더를 선발한 이유를 깨달았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아니고서는 이 작전을 완수할 수 없는 것이다.
브리핑이 진행될수록 로이텐은 경악한 얼굴로 신음을 흘려야 했다.
도저히 젊은 전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한 지휘였다.
케인첼에게는 브리타니아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쟁에 무려 천 번이나 참전한 경험이 있었다.
그것이 지휘 능력을 몇 배로 끌어올려 준 것이다.
‘시련의 탑은 비록 내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환상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어. 그러니까…….’
그때 느꼈던 절망을 떠올리며 케인첼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에 비하면 이 정도 격차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것으로 브리핑을 마치도록 하지. 마스터 로이텐.”
“예.”
“나와 그린, 카락, 아브힘이 제임스의 병력을 상대하는 동안, 최대한 신속하게 해오름 부족까지 돌파한다. 화물보다 기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작전 결행 직전이 되자 와이번 라이더들은 마지막으로 주머니 안에 든 까망베르 치즈를 확인했다.
이것을 해오름 부족의 구성원들에게 먹이면 된다. 그들 대부분이 햄프셔 동부에 펼쳐져 있는 곡창 지대에서 일하는 노예였다.
그곳에서 나는 보리가 바로 햄프셔 영지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다.
만약 해오름 부족을 잃는다면 제임스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동부 협곡에 철통같은 방어가 이루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잠행이 불가능한 구조의 협곡.
돌파하려면 적의 몇 배나 되는 병력이 있어야 되는, 천연의 요새인 것이다.
“그렇기에 지상 부대와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로이텐, 젤리의 부착 상태는.”
“완벽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앙트레(Entrée).
그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지상 부대가 출발한 후, 백을 세고 돌입할 수 있도록.”
“옙.”
케인첼은 전장 전체를 눈동자 안에 담기라도 하듯 한 번 훑어보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지상 부대 가라!”
* * *
동부 협곡의 망루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 버니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침투 예상 경로를 계속해서 주시해야 한다.
망루의 수는 많은데 투입할 병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경계를 서야 했다.
눈은 침침하고 들고 있는 창대는 마치 족쇄처럼 느껴진다. 집중력은 바닥난 지 오래였다.
“젠장, 더러운 오크 놈들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야. 먹여 주고 재워 줬으면 고맙게 생각하고 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빌어먹을 놈들…….”
여기서 이러고 있는 이유가 오크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병사는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었다.
그때였다.
녹색 빛이 번쩍인다 싶더니 엄청난 속도로 망루를 향해 달려오는 그림자가 보였다.
“……?!”
병사는 본능적으로 적이 습격했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그렇지만 물컹거리는 무언가가 목을 조르며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우, 우우, 우우웁!”
결국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기절했다.
파스타를 이용해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를 제압한 케인첼은 로이텐에게 상황을 전했다.
“비병 부대는 전원 정해진 루트로 해오름 부족까지 갈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갑자기 멀리 떨어진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로이텐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조금 특별한 주술을 쓴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동부 협곡에는 수십 대가 넘는 발리스타가 설치되어 있다. 그 위를 날아가는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기동성이 떨어지는 고정형은 위치만 정확히 파악한다면 사각을 노릴 수 있다.
케인첼이 말한 위치에 발리스타가 있는 것을 본 로이텐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쇠뇌가 겨냥하고 있는 방향까지 완벽하게 일치했다.
“여기서 위로 간다! 게르마 크라쉬!”
그러자 당황한 것은 발리스타를 조준하고 있던 제임스 군의 병사들이었다.
“저렇게 대놓고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는데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쏴! 쏘라고!”
“그, 그렇지만 정확히 발리스타의 사각을 노리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이 좁은 협곡에서 어떻게 발리스타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거야?!”
“……그게 실제로 일어났.”
“젠장, 비켜! 네놈이 못 쏘면 나라도 쏜다!”
결국 보다 못한 지휘관이 발리스타의 시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쒜에에에엑!
발리스타에서 쏘아진 쇠뇌는 와이번 정도는 단숨에 찢어발길 정도로 강하다.
그렇지만 발사된 수십 발 중에 단 하나도 와이번에게 맞지 않았다.
1차 저지선이 순식간에 뚫리고, 2차, 3차가 돌파되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4차 저지선에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임스 밴 잭슨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방비를 했는데도 막아 내지 못할 줄이야. 쳇, 이번 일은 엄중히 책임을 물어 아주 큰 벌을 내려야겠군. 도대체 어떻게 3차 저지선을 뚫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직접 지휘관을 잡아서 물어보면 되겠지. 궁 기사들은 오러 보우를 준비하라.”
그러자 가벼운 가죽 갑옷을 입은 소드 나이트들이 오와 열을 맞춰 도열했다.
합중국 아르곤의 소드 나이트 중에는 검이 아니라 활을 잡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화살에 오러를 담아 쏘는데, 일격에 거대한 바위를 박살 낼 정도로 위력적이다.
그렇지만 궁 기사는 소드 나이트 중에서도 매우 드물다. 그런 궁 기사를 넷이나 보유하고 있는 제임스가 특별한 경우였다.
제임스는 고르곤의 뿔을 깎아서 만든 활에 오우거의 힘줄을 걸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3차 저지선까지는 어찌 통과한 것 같지만, 과연 햄프셔 영지가 자랑하는 궁 기사단의 공격을 전부 피할 수 있을까? 그럼 준비된 사수부터 발사한다!”
제임스가 신호를 보내자 동시에 네 개의 섬광이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그때였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상대는 따로 있다고.”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제임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기에 있는 것은 짙은 회색의 피부를 한 오크였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가까이 접근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