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9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92화(27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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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갑작스런 적의 등장으로 당황한 제임스의 옆을 스치듯 지나쳤다.
“잠시 실례.”
그러자 제임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큭, 오크 따위가 감히 제임스 님을 무시해?!”
“미안하지만 내가 인기가 너무 좋아서 말이야. 그쪽이랑은 조금 이따가 상대해 줄게.”
궁 기사의 오러 보우에 꿰뚫린 와이번 몇 마리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활은 위력이 발리스타보다 약하지만 정확한 조준 사격이 가능하다.
게다가 오러 보우를 사용할 수 있으면 부족한 파괴력이 채워진다.
게다가 조금만 숙달된다면 엄청난 연사까지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장거리전에 있어서 단점이 없는 무기. 창공을 누비는 와이번 라이더에게 있어서는 천적 중의 천적이다.
제임스가 그들을 최후방에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더 이상 궁 기사가 오러 보우를 사용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우선 그들을 처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아브힘……!”
케인첼이 신호를 주자 뒤따라오던 아브힘이 제임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디를 보느냐 제임스……! 네놈의 상대는 이쪽이다!”
제임스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와이번 라이더는 둘째치고서라도, 지상 병력을 두 명이나 통과시키다니.
아무래도 곤장 몇 대로는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어라? 이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는……. 설마 썩은 음식을 좋다고 일족에게 먹여서 전염병에 걸리게 만든 얼간이 오크는 아니겠지? 뭐야, 용케도 살아 있었군. 당연히 자결이라도 했을 줄 알았더니.”
“요즘 인간은 개처럼 짖는군.”
“뭐, 뭐라고!?”
“개소리 말라는 뜻이다.”
아브힘은 제임스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카리브와 만나 으스러진 심장 부족이 전멸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그때 저질렀던 실책을 만회할 순간이었다.
“그럼 보여 주도록 하지! 이것이 바로 위대한 셰프가 이름 지어 준 나의 미스틱 아츠, 치즈 퐁듀다!”
그러자 아브힘의 몸에서 끈적거리는 오러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갑자기 상대의 오러가 주위를 뒤덮자 제임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전체 영토의 2/3가 무법 지대인 합중국 아르곤에서 최강의 자리에 오른 남자였다.
“호오, 설마 소드 마스터가 된 건가. 게다가 제법 특이한 오러 블레이드로군. 그래 봤자. 오크 따위는 이 제임스 님의 적수가 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제임스의 불릿 타임은 아주 드문 타입의 오러 블레이드였다.
그것이 발동하는 순간 일정 범위의 시간이 마치 멈춘 것처럼 느려진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것조차 부족한 찰나의 시간에 수십 번 이상의 연속 공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다수의 검날을 실체화시키는 양파 검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기술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일격에 전신이 다진 고기로 변한다.
그 순간 제임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야? 왜 불릿 타입이 발동하지 않는 거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제임스의 전신에 충만해 있던 오러가 끈적거리는 녹은 치즈처럼 변했다.
그것이 신체 능력을 강화시켜 주기는커녕 오히려 움직임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오러를 거둬야 했다.
“이, 이래서야 오러를 쓰지 못하는 버러지들과 마찬가지 아닌가……! 젠장,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그 순간 아브힘이 무지막지한 기세로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보았느냐! 지금 이 순간, 네놈의 오러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치즈 퐁듀로 변했다! 자, 그럼 개싸움을 시작해 보도록 하지!”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면 신체 능력은 명백하게 오크가 위다.
“킥, 설마 오러를 봉인하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참으로 우문이군.”
제임스는 양손으로 검을 쥐고 아브힘이 휘두른 도끼를 쳐 냈다.
가가가각-!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참격이 아브힘의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차례차례 복부, 손목, 쇄골에서 피가 튀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제임스는 강했다. 그렇지만 아브힘 또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게르마 크라쉬!”
목이 터져라 워 크라이를 내뱉으며 도끼가 아닌 주먹을 휘두른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기세로 내지른 주먹이 제임스의 명치에 작렬했다.
결국 제임스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커허억……!”
그곳은 제대로 맞으면 한동안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급소다.
게다가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기에 얇은 가죽 갑옷이 보호구의 전부였다.
내장이 찢어지는 것 같은 충격. 소드 마스터가 된 이후로 이런 고통을 느껴 본 적이 있었던가.
제임스는 붉게 물든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가, 감히 오크 따위가!”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두 소드 마스터. 그들의 개싸움은 그 뒤로도 약 일 분간 이어졌다.
* * *
케인첼은 목숨을 걸고 제임스를 상대하고 있는 아브힘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상대방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 오러 블레이드를 봉쇄하는 ‘치즈 퐁듀.’
그것이 발동하는 동안은 아무리 강한 오러 블레이드의 소유자라 해도 초급 검술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설마 상대방의 능력을 낮추는 타입이 존재할 줄이야.’
처음 당했을 때는 케인첼조차 당황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지닌 오러 블레이드였다.
오크족 주술사는 상대를 저주해서 약화시키는 사술을 사용한다.
어쩌면 아브힘에게 검술과 요리 말고도 다른 재능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치즈 퐁듀에 당하고도 제임스는 여전히 강했다. 그렇지만 궁 기사들을 제압할 시간 정도는 벌어 줄 것이다.
‘제임스와 싸우고 싶다고 한 것도 아브힘 본인이고 말이지.’
궁 기사들은 갑자기 오크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자 당황해서 비명을 질렀다.
“도대체 다른 기사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왜 오크가 저기서 튀어나와!?”
그렇지만 역시나 훈련받은 기사답게 어느새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잠시 와이번 라이더들이 지나갈 때까지 어울려 주도록 하지.”
“큭, 설마 혼자서 네 명을 동시에 상대할 생각이냐? 우리가 궁 기사라고 무시하나 본데, 활만 잘 쏘는 것이 아니라 활‘도’ 잘 쏘는 거거든?”
“아, 그러셔?”
그 직후 가장 앞에 있던 기사의 칼날이 몰아쳐 들어왔다.
궁 기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공격이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검을 뽑을 필요도 없다는 것처럼 왼 손바닥으로 검면을 받아넘겼다.
‘오크족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서는 최대한 양측의 피해를 줄여야 해. 그렇다면 그걸 써 보도록 할까.’
천천히 심호흡을 하자 케인첼을 중심으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전신에 퍼져 있던 오러가 오른팔로 모이는가 싶더니,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폭권爆拳.”
퍼어어어어어억-!
이안의 성명절기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이 케인첼의 손에서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끄억!”
궁 기사는 마치 내장이 으깨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거품을 문 채로 기절했다.
케인첼은 주먹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직 힘의 배분이 미숙하네. 제대로 들어갔으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기절했을 거야. 아무래도 더 연습을 해야겠어.’
소드 마스터끼리의 싸움은 오러 블레이드 대결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그렇지만 세상은 넓고, 아브힘 같은 타입이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케인첼은 검술뿐 아니라 체술 역시 더욱 연마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궁 기사들은 쉴 틈도 없이 칼을 휘둘러 댔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여유롭게 피한 후, 상대의 북부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번째 궁 기사가 각혈하며 쓰러졌다. 이번에는 바로 옆에 있는 녀석의 낭심을 걷어찼다.
“……!”
급소를 공격당해서인지 궁 기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눈을 뒤집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궁 기사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고함을 질렀다.
“젠장, 뭐야?! 뭐가 저렇게 강해!?”
퍽.
그것으로 끝이었다.
케인첼은 천천히 몰아쉬었던 숨을 내뱉었다. 아무리 궁 기사라 해도 그들은 전원 오러 소드를 사용할 수 있는 소드 나이트다.
그런데 한 호흡에 한 명. 전부 해서 1분도 되지 않아 쓰러트릴 줄이야.
시련의 탑에 들어가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제 어디 가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은 안 듣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간을 벌기 위해 제임스와 싸우고 있던 아브힘과 합류했다.
그렇지만 아브힘은 전신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치즈 퐁듀로 제임스의 오러를 완전히 억누를 수 있는 시간이 채 1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던 것이다.
미스틱 아츠를 얻었다고 해도 제임스를 쓰러트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브힘의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 심장에 검을 박아 넣으려던 제임스가 입맛을 다셨다.
“쳇, 밥만 축내는 버러지 같은 기사 놈들……. 고작 1분도 버티지 못하는 건가.”
“그, 그란 그레이……. 며, 면목…….”
아쉽게도 제임스의 오러를 완전히 억누르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다.
“아닙니다, 시간을 벌어 주신 덕분에 무사히 후방에 있던 궁 기사를 전부 처리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제임스의 오러 블레이드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고요.”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정말 다…….”
결국 아브힘은 눈을 뜬 채로 기절했다. 케인첼은 듀렌달을 뽑아 들며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제임스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방금 전에 뭐라고 했더라. 조금 뒤에 상대해 준다고 했지? 그대로 돌려주도록 하마. 네놈을 죽여 그 뼈를 잘근잘근 씹어 먹으면서 느긋하게 저 괴상한 오러 블레이드 쓰는 놈을 죽이도록 하지. 흐흐, 참으로 기대되는군.”
케인첼이 전투 준비를 마친 것을 본 제임스는 손아귀에 쥔 검을 치켜들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허를 찌르는 양동을 할 줄이야. 가축 치고는 제법 괜찮은 전략이었다. 물론 최후의 승자는 이 몸이 될 테지만 말이지.”
아무래도 그에게 오크는 한 마리의 가축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양이다.
제임스는 케인첼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그럼 소드 마스터 간에도 격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 주도록 하마. 선공 정도는 양보하지. 덤벼라, 가축.”
케인첼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고는 그대로 진각을 밟아 제임스의 코앞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그대로 전력을 다한 주먹을 때려 박았다.
콰아아아앙-!
오러와 오러가 맞부딪치며 대지가 파열하는 것 같은 폭음이 울려 퍼졌다. 일순간에 제임스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뭐? 주먹에 오러를 담았다고? 도, 도대체 무슨 짓을…….”
그는 아브힘이 일족 중에서 가장 강한 대전사라고 생각했다. 회색 피부의 오크 따위는 식사를 마친 후에 입가심으로 먹는 디저트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브힘은 저놈에 비하면 어린아이나 마찬가지.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왔단 말인가.
그렇지만 제임스 또한 합중국 아르곤에서 두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그저 처음 보는 공격 방식에 당황했을 뿐이다.
제임스는 어느새 반수 이상 동부 협곡을 빠져나간 와이번 라이더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아무래도 후딱 저 가축을 도륙한 뒤에 해오름 부족에 가 봐야겠군. 미안하지만 느긋하게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지금부터 죽여 주마, 불릿 타임.”
그와 동시에 케인첼에게도 익숙한 감각이 찾아왔다. 시간이 무한하게 늘어나면서 잔상조차 생기지 않을 정도로 제임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미안하지만 나도 그거랑 비슷한 거 쓸 줄 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