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93)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93화(27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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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과 아브힘이 후방에서 제임스를 상대하고 있는 사이.
동부 협곡 전방에서는 와이번 라이더를 격추시키기 위한 제임스 부대의 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좁고 긴 협곡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비병이라 해도 일렬로 날아갈 수밖에 없다.
당연히 고정된 과녁을 쏘는 것처럼 간단히 맞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예상은 아주 간단히 빗나갔다.
“으어어어!”
“젠장! 뭐가 저렇게 빨라!”
“도대체 왜 맞지 않는 거야?!”
맞지 않는다. 아니, 스치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치 어디에서 공격이 날아오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눈치 빠른 지휘관이 사건의 진상을 깨닫고 탄식했다.
“서, 설마……. 발리스타의 위치가 전부 노출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분명 매일같이 위치를 바꾸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렇지만 이미 열 기가 넘는 와이번 라이더가 그들의 머리 위를 통과한 상태였다.
더 이상 눈을 뜨고 적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분노한 제임스 밴 잭슨의 손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니까.
“지금부터는 단 한 마리도 더 보내지 않는다는 각오로 움직여라! 목숨을 걸고 고지를 사수하는 것이다!”
“궤도 변경! 변경!”
그렇지만 병사들은 아쉽게도 지휘관이 내린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이런, 그쪽에는 원한이 없지만 일단은 지원군이라서 말이지. 타고 있는 것만 살짝 박살 낼 테니까 너무 격렬하게 움직이지 말라고.”
쿠구구구궁……!
건들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이 발리스타에 작렬했다.
들고 있던 검을 가볍게 휘두른 것뿐인데, 번개라도 치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진 것이다.
브리타니아의 칠 대 미덕 중 최강자라 불리는 남자다운 모습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무력 앞에 주위에 있던 병사 한 명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소, 소드 마스터라고?!”
오크 중에 저토록 강한 검사가 있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병사들의 얼굴에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불길약탈자 부족의 대전사 카락의 무기는 분명 도끼였다. 그럼 저 오크는 누구란 말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살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랬다가는 이곳에 있는 병사들 전원이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을 것이다.
가웨인은 무엇이 그리도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쩌업. 이 멋진 모습을 후배나 레이디 세다니엘이 봐야 하는 건데. 요즘 들어 망가지기만 했잖아.”
가웨인의 목소리는 의태의 패널티로 돼지 울음소리로 들린다.
그렇지만 그 정도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떠들어 댔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카락과 함께 최대한 다수의 발리스타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고정식이라 해도 병사 몇 명이 달라붙으면 어느 정도 궤도를 바꿀 수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기껏 만들어 놓은 최고의 침투로가 사라진다.
그것을 막는 것이 가웨인과 카락 담당이었다.
뒤에서 발리스타와 그 옆에 있는 병사까지 한 방에 날려 버린 카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탑승해 있는 병사를 죽이지 않았는지 묻고 싶군. 괜히 살려 두었다가 미처 부수지 못한 발리스타를 쏘기라도 하면 동족이 위험해지지 않나.”
“꾸에에엑!”
“독순술 정도는 할 줄 안다. 내 얼굴을 보고 말하면 된다.”
가웨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작 말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은가.
“……요즘 오크는 독순술도 할 줄 알고 대단하구먼. 왜 죽이지 않았냐고? 대답은 간단해. 저들은 내 적이 아니야. 악마 대공의 에이전트를 쓰러트리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그러자 카락의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묘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과연. 너무 감쪽같아서 잊고 있었는데, 네놈은 인간이었지. 게다가 브리타니아의 소드 마스터. 칼부림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인데 이렇게 함께 싸우다니 참으로 신기하군.”
“뭐 그리 드문 일은 아니야. 칠죄종 전쟁 때도 적국과 손을 잡은 적이 있었으니까. 물론 브리타니아에서 파괴 행각을 벌인 대가는 철저하게 받아 낼 생각이지만 말이야.”
“크큭. 그건 올 탈무스께서도 약속하신 일이다. 걱정하지 마라. 오크는 인간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때는 적이었던 두 남자.
그들은 서로에게 등을 맡기고 같은 목적을 위해 검과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지이잉-!
불릿 타임이 발동하자 제임스 밴 잭슨을 둘러싼 공간의 시간이 정지했다.
아니, 그렇게 느껴질 정도로 아주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제임스 한 명뿐이다.
“……이상하군. 보통 불릿 타임에 당한 상대는 검을 휘두르려는 자세로 멈춘다. 그런데 어째서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고 있는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설마 죽음의 공포 앞에서 미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렇지만 상대의 움직임은 확실히 느려졌다. 이제부터 불릿 타임의 지속 시간이 끝나는 5초간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으리라.
분명 그래야 했다.
케인첼은 정지한 시간이 덮치는 순간,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비숍을 불렀다.
‘……정신 가속이다 비숍!’
― 오우!
그러자 케인첼의 정신이 천 배의 속도로 주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는 제임스 밴 잭슨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제임스는 모든 것이 정지해 있는 세계에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속도는 통상의 약 서른 배.
신경망이 연결되어 있는 비숍이 없었으면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 그런데 파트너. 가속한 것은 정신뿐이다. 여전히 상대는 서른 배 더 빠르다. 도대체 어찌 상대할 생각이지?
‘그건 말이야. 이렇게.’
케인첼은 미리 주위에 흩뿌려 두었던 극세면에 수비드를 걸었다.
기본적인 요령은 모르가나를 상대했을 때와 똑같다. 다만 그때와는 달리 실제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수비드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케인첼이 음식으로 여기는 것뿐.
그와 동시에 제임스가 들고 있는 검이 극세면에 작렬했다.
끄가가가가각-!
그리고 경악에 찬 제임스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이게 도, 도대체 뭐야. 어째서 이렇게 하늘거리는 것을 벨 수 없는 거지……?”
특수하게 제작된 실 같은 것도 아니다. 아니, 애초에 오우거의 심줄조차 단칼에 베어 내는 것이 오러다.
아주 천천히 나풀거리면서 떨어지는 것만 봐도 얼마나 무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뚫을 수 없었다.
제임스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연격을 때려 넣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불릿 타임의 제한 시간을 절반 넘게 사용하고서야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신의 공격으로는 상대에게 생채기 하나 입힐 수 없다.
게다가 케인첼의 등에서 튀어나온 일곱 자루의 프라가라흐가 제임스의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충분히 위협적이다.
“불릿 타임의 지속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고! 그런데 어떻게 저런 반응 속도가 나오는 거야?!”
거기에 오러까지 실린 공격이 한낱 밀가루로 된 극세면을 베지 못하고 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땅이 갈라지는 것으로 보아 충격파는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허공에 뿌린 극세면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앞으로 몇 초는 더 지난 후의 일이다.
이래서야 끝이 없다. 결국 제임스는 불릿 타임을 해제해야 했다. 그러자 아무리 공격해도 뚫을 수 없었던 무적의 방어막이 후두둑 하고 떨어졌다.
“크윽……!”
그제야 제임스는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라면 일격조차 제대로 막아 낼 수 없을 아주 짧은 지속 시간을 지닌 방어막이다.
그렇지만 5초의 시간을 서른 배로 늘리는 불릿 타임에게는 천적이 된 것이다.
케인첼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제임스가 1초만 더 난격을 이어 갔다면 오러가 바닥났을 것이다.
수천 가닥의 극세면 전체에 수비드를 거는 것은 오러 소모가 엄청났다.
‘앞으로는 상대의 공격을 한 번 막는 정도로나 쓸 수 있겠군.’
그렇지만 오러 블레이드까지 완전히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는 무궁무진했다.
제임스는 뿌득,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고작 불릿 타임을 봉쇄한 정도로 이겼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설마 노예 따위가 내 전력을 끌어낼 줄이야.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다!”
그와 동시에 제임스의 검에서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베었을 뿐이다. 그런데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충격파가 어마어마했다.
쿠구구구궁-!
진행 경로에 놓인 사물을 모조리 분쇄하고, 협곡마저 사선으로 갈라 버린다.
공기가 일그러지고, 대지가 터져 나갔다.
검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지형마저 바뀌었을 정도였다.
불릿 타임이 시간마저 멈출 정도로 빠른 쾌검이라면, 지금의 일격은 엄청난 힘이 담긴 초강검이다.
섣불리 막으려다가는 충격파에 휩쓸려 몸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케인첼은 본능적으로 브릴리언트 로드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제임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검로가 빛의 형태로 망막에 새겨졌다.
‘이건 지금 내 움직임으로는 따라갈 수 없어……. 그렇다면, 더블 부스터……!’
전신에서 오러가 폭발하듯 휘몰아쳤다. 그리고 단숨에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케인첼은 발밑을 스치고 지나가는 충격파에 질린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가웨인의 경천동지보다도 강력한 공격이었다.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면 어째서 지금까지는 불릿 타임만을 사용한 것일까.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끄아아아악!”
오히려 공격한 제임스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세히 보니 검을 쥐고 있던 그의 왼쪽 어깨 근육이 완전히 파열되어 있었다.
한계 이상으로 욱여넣은 오러 덕분에 엄청난 파괴력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 여파로 자신의 몸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임스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최강의 오러 블레이드라고 생각했던 불릿 타임이 완벽하게 막혔다.
그것이 그의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혔다.
“감히 오크 따위가! 이 제임스 님을……!”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엄청난 공격이 이어졌다.
중단의 수평 베기에서 이어진 상단 내려 베기. 거기에서 바로 이어지는 사선 베기가 엄청난 충격파를 뿜어낸다.
한 방 한 방이 일격 필살급의 공격이 계속되었다. 그때마다 제임스의 몸에서 피가 튀고 뼈가 박살 난다.
저것을 정면에서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결국 케인첼 또한 최강의 일격을 준비했다.
알리오 올리오로 제임스가 뿜어내는 충격파를 상쇄시키며 이기어검을 발동시킨다.
그러자 케인첼의 등 뒤에 떠 있던 프라가라흐가 새하얀 궤적을 남기며 쏘아졌다.
챙, 채챙, 채애애앵!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단숨에 진각을 밟으며 제임스의 옆으로 파고들었다.
“칵, 끽, 끄으윽!”
제임스는 도저히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전신은 피로 물들어 있었으며 이미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조차 없어 보였다.
노예로만 여겨 왔던 오크에게 그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기술이 봉쇄되었다.
그때 느낀 굴욕과 좌절. 그것이 제임스를 분노에 몸을 맡긴 광전사로 만들었다.
“마무리는 이거다!”
케인첼은 양손으로 듀렌달을 쥐고 양파 검술을 발동시켰다.
동시에 일곱 개로 늘어난 칼날이 제임스의 어깨를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