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9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98화(28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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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의 입술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용인에 가깝게 변한 신체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 브레스.
그것은 소드 마스터라 해도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상대는 전력을 다해 방어해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모든 공격을 자신의 몸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설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그런 건가. 그렇다면 실로 얼간이로군. 그래 봐야 잠시 후면 모두 죽을 텐데 말이야. 크하하하!”
그렇지만 그의 눈은 아주 찰나의 시간이 지난 후, 경악으로 물들었다.
화염 브레스가 케인첼의 몸에 작렬하기 직전.
그것보다 아주 약간 빠르게 케인첼의 왼손에서 엄청난 냉기가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화염 브레스와 셔벗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열기와 냉기의 충돌로 인해 엄청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항구 도시 특유의 습한 공기가 수증기가 된 것이다.
마그마로 변한 대지가 한순간에 딱딱하게 굳어지고. 나무에 붙은 불씨가 사그라진다.
숨을 들이마신 것만으로 주위를 불지옥으로 바꿔 버린 능력은 레드 드래곤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그것을 반쯤 상쇄시킨 셔벗의 위력 또한 실로 대단하기 그지없었다.
‘식재료를 급속 냉동시키기 위해 냉기를 집중시키는 연습을 해 두길 정말 잘했군.’
화염 브레스를 막아선 것은 단순히 무모하기만 한 행동이 아니었다.
알리오 올리오로 불길을 집중시키고, 셔벗으로 반감시킨다.
남은 것은 97%가 넘은 화염 저항력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다.
케인첼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왼손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지금 당장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보기 흉한 흉터가 남을 부상이었다.
그렇지만 손에 입은 화상은 셰프에게 있어 일종의 훈장이나 마찬가지 아니던가.
고든에게 스테이크 굽는 법을 배우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어제처럼 생생했지만 벌써 5년 가까이 지난 일이었다.
‘그때는 화염 저항력을 올리면 드래곤의 브레스라도 막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그게 정말 현실이 되었구나.’
전부 그동안 만들었던 수많은 요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운도 좋았다.
만약 마커스가 다른 드래곤의 인자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막아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맹독 브레스였으면 어찌 살아남았다 해도 일대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을 것이다.
“드래곤의 브레스라는 것도 별 거 아니네.”
사실 조금 많이 뜨겁긴 했다.
화염 저항력이 조금만 낮았어도 잘 구워진 미디움 웰던 스테이크가 되었겠지.
“어, 어떻게……?! 그 열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케인첼은 대답하는 대신 얼마 남지 않은 오러를 양쪽 다리와 허리에 욱여넣었다.
상대는 수많은 몬스터의 인자를 지닌 남자다.
제임스가 그랬던 것처럼 하이 트롤의 재생력 역시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생되지 못할 정도로 벤다.
‘음……. 화염 브레스를 막아 낸 대가로 8할에 가까운 오러가 사라졌군. 최대한 빨리 제압해야 한다!’
그때 젤리를 통해 정신이 이어져 있던 가웨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오, 정말 상대의 생각이 마치 바로 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리는군. 하여간 말인데. 역시 후배가 드래곤 브레스까지 막았는데 이쪽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뒤는 내게 맡기라고.”
그와 동시에 가웨인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오러의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몸이 되는 것마저 각오한 채.
가웨인의 오러 블레이드 십인십색 중에서 최강의 일격인 경천동지(驚天動地)가 발동했다.
거기에 신체의 속도를 끌어 올리는 질풍신뢰(疾風迅雷)가 더해진다.
가웨인의 눈이 새빨갛게 변했다. 한계 이상으로 끌어 쓴 오러로 인해 안구의 실핏줄이 터진 것이다.
마치 천지가 울부짖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한 방에 태산마저 무너트릴 연격이 마커스의 몸에 작렬했다.
콰릉-! 쿠르릉!
쿠콰쾅-!
거기에 담긴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마커스의 몸이 저 멀리로 튕겨 나갔다.
“컥……!”
물수제비처럼 날아가게 된 마커스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수많은 몬스터의 장점만을 모아 만들어진 ‘몬스터 로드.’ 그런데 이렇게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샌드백이 될 줄이야.
그나마 전신을 감싸고 있는 드래곤의 갑각 덕분에 치명상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만약 방금 전과 같은 연격이 또 한 번 덮친다면 확실하게 죽는다.
전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마커스의 뇌리에 죽음의 공포가 떠올랐다.
“젠장, 감히, 감히……!”
분노한 마커스의 몸이 일그러진다 싶더니 양쪽 어깨에서 제2, 제3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죽음의 공포가 그의 몸에 내제된 또 다른 몬스터의 인자를 깨운 것이다.
가웨인은 결국 혀를 차며 마커스와의 거리를 벌려야 했다.
“쳇, 좀 봐달라고. 저건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마수 히드라잖아? 도대체 어떻게 죽이라는 거야?!”
공격할수록 마커스는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그나마 트롤은 몸에서 목을 떼어 내면 죽지만 히드라는 다시 돋아난다.
저래서야 고기 한 점 남기지 않고 일격에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쓰러트릴 수 없다.
“끼에에에에엑! 죽어라아아아아!”
결국 마커스의 눈동자에서 이성이 사라졌다. 극도의 분노가 그를 피에 미친 몬스터로 바꾼 것이다.
경천동지의 연격에 의해 파괴되었던 비늘이 한층 더 선명하게 돋아난다.
그리고 일대의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커스의 몸에 내재된 드래곤과 히드라의 인자가 그의 신체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콰앙!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쏘아진 마커스의 발차기가 가웨인의 어깨에 작렬했다.
오러가 담긴 검으로 막는다고 막았지만, 그것만으로 손목의 뼈가 산산조각 나고, 오른쪽 어깨까지 탈구되었다.
“으힉……!”
가웨인은 겨우 몸을 뒤로 날려 가까스로 마커스의 연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래서야 끝이 없었다.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지닌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도 되지 않는 이상 저것을 쓰러트릴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런 절망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에게는 비슷하게나마 그것을 흉내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에서 얼음에 감싸여 있는 무언가를 꺼냈다.
미리 만들어서 꽁꽁 얼려 둔 튀김이었다.
그것을 플람베의 불꽃을 이용해 순식간에 데워 낸다.
그러자 새빨간 꼬리가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밝은 갈색의 새우튀김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를 떼어 내고 껍질을 벗긴 새우에 빵가루를 입혀 정성스럽게 튀겨 낸 음식이었다.
‘좋아, 먹어 보실까.’
새우튀김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자 바삭바삭한 튀김옷의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거기에 두툼한 속살에서 흘러나오는 신선한 새우의 진한 육즙이 더해졌다.
‘누가 튀겼는지 진짜 맛있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자화자찬을 하며 반쯤 남은 새우튀김을 통째로 입안으로 옮긴다.
그러자 입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는 튀김옷과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새우가 배 속으로 사라져 갔다.
평소에는 남겼을 꼬리까지 전부 먹어 치우자 기분 좋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후우……. 그럼 가 보실까.”
케인첼은 음식을 먹는 것으로 소모한 오러를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전투 중에 아무 때나 음식을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가웨인이 만들어 준 아주 약간의 틈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새우도 마음에 들긴 하지만, 역시 브리타니아인이라면 이거 아니겠어?”
케인첼은 양손으로 듀렌달을 움켜쥐고 양파 검술을 발동시켰다.
거기에 더해 프라가라흐를 이용해 이기어검을 시전한다.
완전히 이형의 생명체로 변한 마커스의 몸. 그것은 어디까지나 악마 대공의 힘인 ‘몬스터 로드’로 인해 유지되고 있다.
그러니 마를 멸하는 프라가라흐라면 분명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케인첼은 먼저 브릴리언트 로드를 이용해 최적의 검로를 찾아냈다.
찬란하게 빛나는 길을 따라 일곱 개로 늘어난 듀렌달의 검날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이용해 상대의 방어를 억지로 비틀어 연다.
‘그럼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동시에 일곱 자루로 늘어난 프라가라흐가 마치 유성이라도 된 것처럼 마커스의 몸을 향해 쏘아졌다.
수많은 몬스터의 인자를 지닌 마커스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아, 안 돼……! 이 공격은……!”
눈앞에 빛나고 있는 찬란한 빛이 악마의 천적이라는 것을.
그렇지만 피하기에는 너무나 늦었다. 그렇기에 상쇄라도 시킬 생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어딜!”
케인첼의 손에서 펼쳐진 양파 검술이 브레스를 머금은 마커스의 목을 베었다.
분명 1초도 안 되서 새로운 머리가 돋아나겠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결국 프라가라흐의 찬란한 빛이 마커스의 전신에 내리꽂혔다.
“……그아!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하이 트롤과 히드라의 재생력이 합쳐진 덕분에 아주 잠깐이나마 마커스의 몸은 형체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곧 한계를 맞이했다.
수많은 몬스터의 특징이 더해진 이형의 몸이 먼지로 변해 사그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악마 대공 안드라스의 에이전트이자, 몬스터 로드 마커스의 보잘것없는 최후였다.
그렇지만 목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커스는 저주의 말을 남겼다.
“끄익, 끼이익……. 끄헥……. 크헤헤……. 성공이다……. 이것으로……. 내 지휘 범위에 들어와 있는……. 커, 커헉……. 부하들……. 에게 섬멸을 명령……. 오클랜드에 있는……. 길동무로…….”
그와 동시에 오클랜드에 있는 모든 몬스터의 눈이 붉게 변했다.
몬스터 로드 마커스가 최후의 순간에 남긴 스위치가 작동한 것이다.
* * *
오클랜드 성채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병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평선이 까맣게 물들 정도로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이 어딘가를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그 수는 거의 수천에 달했다.
오클랜드에 저토록 많은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었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명백하게 도시를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누군가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일사불란한 모습이었다.
병사는 급하게 성채에 달려 있는 종을 울렸다.
“비상……! 비상이다! 몬스터의 습격이다! 전군은 지금 당장 전투를 준비하라!”
커다란 나무를 몽둥이처럼 들고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가 몬스터 군단의 선봉이었다.
저거로 한 방 후려갈기면 성문 따위는 일격에 박살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그 정도라면 성이라는 이점을 살려 어찌어찌 막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것이었다. 몬스터 중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들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수 또한 제법 많았다.
와이번에 그리폰, 거기에 만티코어까지.
대부분 평생 한 번이나 볼 수 있을까 싶을 희귀종이었다.
놈들이 쥐고 있는 집채만 한 바위를 본 병사들이 탄식을 터트렸다.
“젠장, 저래서야 성이 의미가 없잖아!?”
잠시 후면 하늘에서 비 오듯 바위가 떨어지고. 성채에는 괴력을 지닌 몬스터의 공격이 집중될 것이다.
오클랜스 성을 수비하고 있는 병사들 따위는 한 끼 식사 거리로 전락하겠지.
거기에 성문이 돌파된다면 수많은 마을과 도시 전부가 위험해진다.
그들이 대피할 틈을 벌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늘을 나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대공 공격이 가능한 발리스타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병사들은 대부분 동부 협곡으로 파견을 나가 있었다. 그들이 돌아오려면 적어도 이틀은 걸린다.
그 정도면 오클랜드 전체가 초토화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말 그대로 절망적인 상황.
잠시 후면 몬스터 군단이 오클랜드 성에 도달한다. 목숨을 바쳐 싸워 봐야 아주 잠시 시간을 버는 것조차 할 수 없겠지.
“크흑…….”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튀어나온 녹색 물결이 몬스터 군단을 덮쳤다.
성채에 올라가 있던 병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오크였다.
갑옷과 검, 도끼 등으로 무장한 오크 전사 수백이 몬스터의 물결을 가르고 있었다.
“서, 설마 오크들이 우리를 위해 싸워 준단 말인가……. 도대체 어째서…….”
병사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오크는 고작해야 노예일 뿐이었다. 간혹 강한 힘을 지닌 전사 정도나 카우보이가 되어 이용될 뿐이다.
그런 오크들이 인간을 위해 검과 도끼를 든 것이다.
전사들의 선두에 있던 탈무스가 엄청난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부터 눈앞에 있는 몬스터들을 섬멸한다!”
“오우! 우오! 우오!”
“이건 결코 인간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오크의 독립을 위해 우리가 가진 힘을 아르곤 전역에 보여 주기 위한 일일 뿐이다! 게르마 크라쉬! 검을 들어라 위대한 전사들이여!”
몬스터를 상대하는 오크 전사들의 용맹한 모습을 바라보며.
오클랜드 성채의 병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탈무스의 뒤를 따르고 있던 카락의 도끼에서 폭풍이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