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화(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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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아! 육수!”
감자 껍질을 깎고 있던 케인첼의 정신을 현실로 돌라오게 만든 것은 끓어 넘치는 닭육수였다.
“정신없이 감자 껍질을 벗기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됐잖아.”
케인첼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신이 만든 작품을 내려다보았다.
조리대 위에 새하얗게 껍질이 벗겨진 감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저장고에서 몰래 가져와 1시간 동안 열심히 손질한 결과였다.
처음 깎은 녀석들은 울퉁불퉁 이상한 모양.
그런데 지금 막 케인첼의 손을 거친 것은 매끈하게 껍질만 벗겨져 있다.
식칼을 잡기 시작한지 1시간도 안 된 초보자로는 생각되지 않는 능숙한 솜씨였다.
“이 정도면 내가 그동안 휘두른 것이 사실 식칼이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케인첼은 3년 동안 죽어라 검을 휘둘러 왔다.
비록 검술 레벨은 조금도 오르지 않았지만.
그의 노력을 증명해주듯 손바닥에 진한 굳은살 자국이 남아 있었다.
“손목을 움직이지 않고 팔 전체를 사용해 칼을 움직였더니 감자가 엄청 잘 깎이더라.”
게다가 칼의 무게중심을 이용하자 더욱 세심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마치 식칼과 한 몸이 된 것 같았어.”
그래서일까.
케인첼의 검술 레벨은 초급 3성까지 올라 있었다.
무아지경에 빠져 감자를 다듬고 있자 추가로 하나 더 오른 것이다.
역대급 재능을 타고났다는 빈센트 폰 스벤이라 해도 불가능한 성장 속도였다.
마치 3년 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것을 보상해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저 식칼을 쥐었을 뿐인데.
그렇지만 갑작스런 성장이 무엇 때문인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요리와 식칼.
분명 두 가지 중 하나가 원인이겠지.
그러기 위해선 닭고기 수프를 완성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했다.
“육수는 잘 우러난 것 같은데. 그럼 마무리를 해 보자.”
케인은 닭고기를 건져내 잘게 찢은 후 남은 육수를 체에 걸렀다.
그리고 손질한 야채와 함께 약한 불에 30분가량 끓이면 완성이었다.
잠시 시간이 남은 사이 한 가지 더 확인해 볼 것이 있었다.
과연 식칼로 올린 검술 레벨이 다른 검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인가.
케인첼은 주방 구석에 놓아둔 연습용 가검을 꺼내 들었다.
날이 없을 뿐 일반 롱소드와 동일하게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그것을 들고 하루에도 수 천 번씩 했던 사선 베기를 해 보았다.
서억-
검은 깔끔하게 케인첼이 노렸던 곳을 베고 지나갔다.
비록 완벽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술이라도 취한 것처럼 휘청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었다.
그저 검술 레벨이 두 단계 올랐을 뿐인데 이 정도로 바뀔 줄이야.
“후우······.”
케인첼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검을 원래 있던 곳에 놓아두었다.
이것으로 검술 레벨이 다른 검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럼 남은 것은 요리가 완성되면 알 수 있겠지.”
식칼을 사용했기에 레벨이 오른 것이라면 앞으로 식칼을 들고 훈련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요리 때문에 레벨이 오른 것이라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사이 닭고기 수프가 완성되었다.
케인첼은 조마경을 벗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았다.
·········.
······.
“요리를 완성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네.”
그런 말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식칼로 감자 껍질을 깎자 검술 레벨이 3성이 되었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만 못한 기본 능력치는 그대로였다.
케인첼은 입맛을 다셨다.
역시 정답은 식칼이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안 교관에게 가서 앞으로 훈련을 받을 때 식칼을 사용하겠다는 허락을 구해야 했다.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겠지만 조롱거리가 되는 것은 익숙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나도 레벨이 오르잖아.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한 달 뒤에 있을 스테이터스 갱신까지 과연 얼마나 레벨을 더 올릴 수 있을까.
그때였다. 주방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어, 주방 안에 누가 있나?”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진한 술 냄새가 풍겼다.
몰래 요리를 하고 있던 케인첼의 입장에선 들켜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케인첼은 연습용 칼만 챙겨 식료품 저장고 안으로 몸을 숨기기로 했다.
잠시 후 완고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주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고든 셰프아니야? 오늘은 분명 쉬는 날이라고 했는데.’
요리를 하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손에 싸구려 럼주병이 들려 있었다.
아마도 안주로 쓸 음식이라도 찾으러 온 모양이다.
고든은 조리대 위에 있는 닭고기 수프를 발견하곤 함박웃음을 지었다.
“누가 빌어먹을 닭고기로 수프를 만들어 놨군. 어디 보자. 감자에 양파, 당근······. 의외로 제대로 재료를 갖춰서 만들었구만. 게다가 이 향기. 로즈마리와 바질인가?”
순간 케인첼은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단순히 음식의 냄새를 맡은 것만으로 들어간 향신료가 무엇인지 전부 알아낸 것이다.
놀라운 능력이었다.
양성소의 주방을 담당하고 있는 셰프 ‘고든 램볼튼’.
요리하는 모습보단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모습을 더 자주 봤었는데.
그랬던 고든이 저런 능력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고든은 냄비를 열어 케인첼이 만든 닭고기 수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떤 정신 나간 머저리가 이런 식으로 감자껍질을 벗겨! 먹을 수 있는 부위보다 버린 부분이 더 많겠다! 어? 또 이건 그럭저럭 제대로 잘랐군. 뭐지,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검술 레벨이 오르는 바람에 감자끼리 수준의 차이가 생긴 모양이었다.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인지 낯짝을 보고 싶군. 음······. 그래도 술 깨는 데는 그럭저럭 쓸 만하겠어.”
고든은 그런 말을 하며 냄비채로 수프를 퍼먹기 시작했다.
그리곤 마치 요리 대회의 심사위원이라도 된 것처럼 평가의 말을 늘어놓았다.
“육수를 제대로 우려냈군. 약간 간이 세긴 하지만 그만큼 향초의 풍미가 좋아. 확실히 요령을 부리지 않고 레시피대로 만든 음식이다. 겉보기엔 어설퍼 보여도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야. 조리 점수는 4······. 아니 5점을 주도록 하지.”
고든은 배가 고팠던 것인지 냄비 가득 끓여둔 수프를 전부 비웠다.
야채 건더기 하나 남기지 않고 아주 깔끔하게.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묘한 만족감이 느껴졌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저렇게 맛있게 먹어 주다니.
‘의외로 요리라는 것도 제법 할 만한데. 가끔 심심하면 해 봐도 괜찮을······.’
띠링-
그때 한동안 조용했던 조마경이 또 다시 울기 시작했다.
무언가 상태창에 변화가 왔다는 뜻이었다.
‘서, 설마!’
[손님이 당신의 요리에 만족해합니다.] [요리 레벨이 생성되었습니다!] [높은 미식 레벨을 보유한 셰프에게 요리를 평가를 받아 경험치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리 레벨이 올랐습니다!]“······!”
케인첼은 순간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막기 위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애초에 조마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소유자의 무력뿐이다.
그런데 요리 레벨이라니······.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놀라움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조마경은 고장이라도 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알리고 있었다.
[불을 사용한 요리를 완성했습니다!] [화염 저항력이 소폭 상승합니다(+0.1%)]······.
···.
[향초를 사용한 요리를 완성했습니다!] [맹독 저항력이 소폭 상승합니다(+0.1%)]“잠깐만, 저항력이라고!?”
이번에는 케인첼이 알고 있는 단어였다.
저항력은 말 그대로 무언가에 대한 내성을 뜻하는 단어였다.
그렇지만 보통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능력이기도 했다.
혈통으로 타고나거나 정령의 가호를 얻어야만 획득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
케인첼의 기억대로라면 100여명이 넘는 기사 후보생 중에서 무언가에 대한 내성을 지닌 이는 빈센트가 유일했다.
대를 이어 검을 다룬 집안답게 ‘절단 내성’을 가지고 있다고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그런데 요리를 만드는 것으로 그것을 획득했단 말인가?
게다가 화염 내성과 맹독 내성은 보통은 이종족인 드워프나 엘프의 전유물이었다.
비록 0.1%밖엔 오르지 않았지만 만약 이것이 요리를 할 때마다 올라 중첩이 된다면······.
케인첼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불과 독을 사용한 공격으론 절대 다치지 않는 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요리를 만들었을 때에는 변하지 않았던 스테이터스가 이제야······.”
그저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고 늘어놓은 고든 셰프의 평가를 들었을 뿐인데.
“······아!”
케인첼은 무언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는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을 먹어주는 이가 있어야 비로소 하나의 ‘요리’로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요리사의 마음가짐을 깨달았습니다.] [요리 레벨이 올랐습니다!]그렇게 케인첼은 요리사의 마음가짐을 얻게 되었다.
3성이 된 요리 레벨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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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국 닭고기 수프를 만들어 놓고 한 입도 먹지 못했네.”
과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얼마나 근접한 결과가 나왔을까.
고든 셰프의 평가대로라면 한참 부족 할 것 같긴 했다.
어쩔 수 없이 케인첼은 기숙사 식당에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메뉴는 이틀이 멀다하고 한 번씩 나오는 피쉬 앤드 칩스와 샐러드였다.
썬 감자와 반죽한 생선을 튀겨서 만든 즉석식이다.
평소라면 맛있게 먹었을 음식이었다.
그런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먹은 이후 케인첼은 이런 음식으로는 만족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케인첼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피쉬 앤드 칩스를 노려보았다.
요리 레벨이 올랐기 때문일까?
이 요리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튀김옷을 너무 대충 입히고 튀겨서 살이 다 밖으로 빠져 나왔잖아. 게다가 어떻게 튀겼기에 이 부분이 하나도 안 익을 수 있지? 설마 지금까지 이런 음식을 먹고 지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확실히 이상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평가하는 고든 셰프의 실력은 엄청났다.
그가 이끄는 주방에서 만들어진 요리가 고작 이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죽에 에일을 좀 섞으면 풍미가 더 좋아졌을 거야. 게다가 이거 도대체 기름을 얼마나 오래 쓴 거야? 튀김 색깔이 새까맣잖아.”
만들어 본 요리가 하나 뿐인 케인첼의 눈에 보이는 문제점만 해도 몇 가지나 되었다.
“흐음······.”
케인첼의 뇌리에 아주 그럴듯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요리를 하는 것으로 검술 레벨과 저항력을 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마침 고든 셰프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그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한 가지 알고 있었다.
“······취사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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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 지원을 해 보고 싶다고?”
“예.”
케인첼의 말을 들은 이안 교관은 미간을 좁혔다.
취사 지원은 말 그대로 취사장에 가서 잡일을 하는 것이었다. 몇 명의 셰프들 만으론 수백 명이 먹을 식사를 전부 만들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식재료 다듬기나 수프 끓이기 같은 간단한 작업은 병사들이 맡게 된다.
“기사 후보생이 취사 지원을 나간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만.”
“기사가 되기 전엔 일반 병사랑 똑같은 취급을 하셔야지 않습니까.”
후보생들이 취사 지원을 면제 받는 것은 일종의 특혜였다.
그것을 스스로 거부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이안 교관은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후······. 경은 루키 클래스에 너무 오래 있었어. 때론 나보다 이곳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밥이나 한다고 해서 무시하는 거면 재고해 주었으면 싶군. 경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이야.”
“알고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취사장에서 일하고 일과는 다른 훈련생들과 똑같이 받아야 한다. 그래도 괜찮겠나?”
“괜찮습니다.”
어차피 새벽에 일어나 혼자 체력단련을 하곤 했다. 그게 취사장에서의 잡일로 바뀌는 것뿐이다.
게다가 취사장에서 일하면 3년 동안 조금도 바뀌지 않았던 레벨을 올릴 수 있으리라.
케인첼의 눈에서 강한 의지를 발견한 이안 교관은 결국 취사 지원을 허락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경이 조금이라도 성장했으면 좋겠군.”
“그럴 겁니다.”
“방금 뭐라고 했지?”
케인첼은 빙긋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음 스테이터스 갱신까지 남은 시간 한 달.
그때 일어날 파란을 기대하며.
스타니스 기사양성소의 열등생 케인첼은 힘차게 이안 교관에게 경례를 했다.
밥이나 한다고 무시하지 마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