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0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00화(28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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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멸망의 위기
케인첼이 등 위에 올라타자, 마그누스의 거체가 하늘로 떠올랐다.
비행이라기보다는 부유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마그누스는 이상할 정도로 서두르고 있었다. 분명 드래곤 로드가 직접 움직여야 할 정도로 급박한 사태라는 것이겠지.
― 동대륙까지의 비행은 대충 72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야. 아 참, 미안하지만 브리타니아에 들릴 여유는 없는데 괜찮지?
대륙을 두 개나 건너는데 3일밖에 걸리지 않다니. 역시 드래곤은 최고의 교통수단이었다.
“원래는 몇 달 정도는 바다 위에서 지냈어야 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본체로 돌아와도 되는 겁니까? 마나의 소모가 엄청날 것 같은데요.”
고룡인 마그누스는 마나를 흡수하는 것만으로 주위의 환경을 변화시킨다. 그 여파는 오스만 제국에 대가뭄을 불러올 정도였다.
물론 악의를 가지고 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오스만에 둥지를 튼 것이다.
그렇기에 케인첼은 부족하나마 요리를 통해 마그누스에게 마나를 공급해 주고 있었다.
― 하루에 7끼씩 먹으면서 비축해 두었지. 밀푀유 나베는 이제 슬슬 물린다고. 그러니까 수호자! 오늘부터는 본룡에게 조금 더 다양한 메뉴를 진상하란 말이다!
“그것 때문에 대륙을 넘어온 건 아니겠죠?”
― 마, 말밥이지! 보, 본룡은 그저 수호룡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아 참 말밥이 당근인 건 알지?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마그누스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그렇다고 거기 담긴 내용까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저건 분명 동대륙에서 일어난 문제가 중앙 대륙에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뜻이야.’
게다가 반쯤 관조자의 위치인 마그누스가 직접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이와 비슷한 일이 15년 전에도 한 번 일어났었지.
“……설마 칠죄종의 계약자라도 나타난 겁니까.”
― 정답.
한 번 입을 열면 반나절은 떠들어 대는 마그누스치고는 너무나 간결한 대답이었다.
그렇지만 거기에 담긴 내용은 실로 엄청났다.
케인첼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역시 수호자가 진짜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 정확하게는 동대륙에 색욕의 왕 아스모데우스(Asmodeus)의 계약자가 나타났어.
“……그런데 칠죄종은 악마라기보다는 반신(反神)에 가깝지 않습니까. 애초에 그 기원이 데우스에게서 떨어져 나온 욕망이기도 하고요. 아바타라면 몰라도 계약자를 둘 수는 없을 텐데요.”
― 맞아. 그들은 다른 악마 대공처럼 직접적으로 계약자를 만들 수 없지. 하지만 아스모데우스는 달라. 원래 칠죄종이었던 릴리스가 소멸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을 뿐이거든. 그녀는 수많은 몽마들을 지배하는 서큐버스 퀸이었어.
“……?!”
설마 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질 줄이야. 거기부터는 케인첼 역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칠죄종 전쟁에서 아스모데우스의 군단은 일찌감치 퇴장했다.
몽마가 가진 최강의 무기인 이성에 대한 유혹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칠 대 미덕 측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애의 소드 마스터 엘리자베스 메타트론.
그녀는 서큐버스와 인간의 혼혈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소드 마스터의 자리에 올랐다.
만약 엘리자베스가 없었다면 대부분이 남자로 이루어진 브리타니아군은 싸워 보지도 못하고 제압당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스모데우스는 엘리자베스를 배척하는 것으로 스스로 천적을 만든 셈이다.
“그래서 동대륙에 둥지를 틀었군요.”
― 맞아. 게다가 자신의 계약자를 이용해서 명의 중추에 숨어들어가 제국 전체를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었어.
“그런 일이 가능한 겁니까?”
명은 동대륙의 통일에 성공한 대제국이다.
그 인구만 해도 수천만에 달하며 무려 백 명이 넘는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여성 소드 마스터 또한 다수 존재한다.
게다가 성적 취향도 아주 다양하다.
아무리 음마의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그들 전부를 유혹할 수는 없다.
― 인간이라면 그렇겠지. 그렇지만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아주 특별한 존재를 자신의 계약자로 삼았지.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 요호백면금모구미(妖狐白面金毛九尾). 이름 그대로 수많은 얼굴로 변신할 수 있는 구미호야.
“……?!”
구미호는 원래 사람이 되기 위해 젊은 남자의 간을 빼먹으면서 숨어 지내던 요괴였다고 한다.
그 힘은 지나가던 선비나 고승조차 간단하게 퇴치할 수 있을 정도.
그런데 수많은 모습으로 둔갑할 수 있는 고유 능력에 아스모데우스의 힘이 더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 누구라도 반할 미녀로 변한 구미호는 음마의 힘을 이용해 단숨에 황제를 정염의 포로로 만들었지. 그리고 수많은 백성들의 정을 흡수하는 것으로 신조차 홀릴 수 있는 대요괴로 거듭난 거야.
구미호는 인간이 되고자 했던 원래의 목적을 잃고 그저 조금이라도 많은 정을 모으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한다.
― 색욕이 무서운 이유는 거기에 홀린 이들이 자진해서 자신의 영혼을 바친다는 거야. 이미 아스모데우스의 손에 넘어간 영혼만 일만이 넘어. 그리고 그 수는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 이대로 있으면 명은 멸망하고, 그 자리에 거대한 마계의 문이 만들어질 거야.
그리고 그 여파는 바다를 넘어 브리타니아까지 미칠 것이다.
케인첼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외쳤다.
“왜 그걸 이제야 말해 주는 겁니까?!”
― 본룡도 몰랐다고! 설마 구미호에게 홀려서 영혼까지 바치는 얼간이가 그렇게 많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이건 도저히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지금 당장 모든 미덕들에게 연락을…….’
거기까지 생각한 케인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제국은 구미호의 손에 넘어갔다. 그곳에 도착한 이후로는 만나는 모든 것이 적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엘리자베스는 아스모데우스의 천적. 구미호 또한 그녀의 행적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아, 그래서 가웨인 형도 떼어 놓고 저 혼자만 데리고 명으로 가는 거군요.”
― 응? 거기에 미덕이 한 명 더 있었어?
“네?”
케인첼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어째서인지 자신도 데리고 가라고 외치는 가웨인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미 반나절 이상 날아온 상태였다. 지금 와서 데리러 가는 것은 도저히 무리다.
‘뭐, 형님이니까 알아서 오겠지.’
케인첼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구미호의 손아귀에 떨어졌다고 하는 명 제국.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매개체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마계의 문.
그 모든 것이 기다리는 동대륙에 도착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해야 했다.
* * *
예상보다 반나절 정도가 더 지나고서야 케인첼은 동대륙이 보이는 작은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그누스가 무안한지 헛기침을 했다.
― 크, 크흠. 내가 늙었나. 십 년만 젊었어도 이틀이면 충분했을 거리인데 말이야. 하여간 너무 가까이 접근했다가는 본룡의 모습이 노출될 수 있으니 여기서 인간으로 돌아간 다음 적당히 헤엄쳐서 가자고.
“이 정도면 충분히 대단한데요. 설마 나흘도 되지 않아서 대륙을 두 개나 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극찬에 마그누스는 전신이 떨릴 정도로 기뻐했다.
― 으하하! 맞아, 본룡이 좀 대단하지. 암 그렇고말고.
‘좋았어, 이것으로 다음에 급할 때 또 부탁할 수 있겠네.’
케인첼을 섬에 내려 준 마그누스는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변해라】
한마디 말로 세상의 법칙을 비틀어 버리는 용언마법이었다.
어느새 그곳에는 피곤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마치 카락을 보는 것처럼 3m에 가깝게 커진 키와 근육질의 체형. 게다가 입술 사이에는 두꺼운 송곳니까지 삐죽하고 튀어나와 있다.
새하얀 피부만 제외하면 완전히 오크였다.
마그누스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런 아무래도 아르곤에서 만난 오크들의 모습이 조금 강렬했나 보네. 뭐, 적어도 지나가던 행인들에게 시비 걸릴 일은 없을 것 같으니 괜찮지 않을까?”
“그건 둘째 치고 너무 눈에 띄잖아요! 분명 은밀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으으으음. 그럼 어쩔 수 없군. 마나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다시 한 번 변해라.”
다시 한 번 마그누스의 모습이 변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수많은 미녀를 만나 보았던 케인첼조차 감탄할 정도로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였다.
말 그대로 타오르는 것처럼 선명한 진홍색의 머리카락. 그 밑에 있는 것은 몽롱하게 뜬 황금빛의 눈동자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턱선이었다.
두꺼운 로브를 입고 있는데도,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굴곡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어때, 이 정도면 눈에 안 띄지?”
마치 잘 숙성된 와인처럼 달콤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다른 의미로 주목도가 올라간 것 같긴 하지만, 방금 전보단 그나마 낫네요. 그런데 조금 더 평범한 모습으로는 변할 수 없는 겁니까?”
“왜? 너무 아름다워서 부담 돼? 그렇지만 이 정도는 익숙해져야 할 거야. 아스모데우스의 힘을 얻은 구미호는 아름답다는 단어를 녹여 만든 유리 인형 같은 존재니까.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따로 있긴 한데 수호자의 몸에 위해를 가할 수는 없잖아.”
“…….”
그것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이런 모습에 마그누스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니 앞으로는 편하게 마이아라고 불러.”
“마그누스 바실레이아라는 이름을 줄인 거군요. 알겠습니다.”
마이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입고 있던 로브가 전신을 감쌌다.
케인첼 또한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낡은 가죽 갑옷을 꺼내 입었다.
“그럼 적당히 말을 맞춰 보죠. 이제부터 마이아 님은 에델바이스 상회의 상단주 딸이고, 저는 그 호위 무사가 되는 겁니다.”
“그 정도는 간단하지. 알았어.”
에델바이스 상회는 일 년에 한두 번뿐이긴 하지만 명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 핑계라면 적당히 거래량을 늘리고 싶어 직접 찾아왔다는 식으로 하면 된다.
‘혹시 몰라서 에델바이스 상단패를 챙겨 온 것이 정답이었군.’
애초에 진짜 상단주 딸인 프렐리아와 몸을 공유하는 시트리가 함께였다. 명나라 측에서 증거를 요구하면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다.
케인첼은 마이아를 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먹은 수많은 음식으로 인해 모든 스테이터스가 100이 넘은 상태. 반나절 정도 수영을 하는 것쯤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대충 현지인을 만나면 태풍을 만나서 표류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면 되겠군.’
그러면 에델바이스 상회와 거래를 하는 상인 조합을 통해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안가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병장기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케인첼의 귀에 전해졌다.
모르가나처럼 초감각을 지닌 것은 아니니 정확한 것은 모른다. 그렇지만 무언가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바다에서 나온 케인첼은 눈을 가늘게 뜨고 허리에 차고 있던 검집에서 듀렌달을 꺼냈다.
“아무래도 해적이나 마적에게 습격을 당한 것 같군요.”
그러자 마이아가 손바닥을 흔들어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으응, 미안하지만 본룡은 도와주지는 못할 것 같아. 마나가 완전히 고갈돼서 배고파 죽겠어.”
“일단 대충 상황을 정리한 후에 뭐라도 만들어 드릴게요.”
“그게 정말이야? 와아! 기대하고 있을게!”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명나라 출신 해적이 브리타니아 근해에까지 와서 행패를 부릴 정도였다.
그만큼 명나라의 치안이 엉망이라는 뜻이다.
스승인 적운 역시 해적에게 납치되어 멀고 먼 타향까지 오게 되지 않았던가.
살아남은 어촌 마을 사람들에게 물으면 명나라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겠지.
지금부터 케인첼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명나라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황제와 그 뒤에 있는 구미호다. 정보가 하나라도 더 많이 필요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라도 해적을 소탕해야 한다.
케인첼은 땅을 박차고 단숨에 몸을 날렸다. 그리고 채 1분도 되지 않아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어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
그렇지만 그곳에서 싸우고 있는 것은 해적도 마적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