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0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01화(28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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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무리 봐도 관군(官軍)으로 보이는 남자들이었다. 입고 있는 것은 제식을 통일한 군복이었으며, 들고 있는 무기 또한 시퍼렇게 날이 서 있다.
관군은 대부분 병부(兵府) 소속으로 지방의 치안을 유지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어째서 어촌 주민들을 학살하고 있단 말인가.
“■■■■■■■■■■―――!”
관군들이 무어라 외쳐 댔지만 명나라 말을 모르는 케인첼의 귀에는 그저 의미 없는 비명으로 들릴 뿐이었다.
케인첼은 마음속으로 비숍을 불렀다.
그러자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처음 접하는 명나라의 언어가 대륙 공용어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석된 비명은 결코 유쾌한 내용이 아니었다.
“사, 살려 줘! 우리는 아무 죄도 짓지 않았…….”
“그 입 닥치고, 죽어라 이 반역자 놈들!”
“으, 으아아악……!”
케인첼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관군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노인을 향해 창을 휘두르고 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라고는 녹슬고 낡은 농기구뿐. 저런 것으로 어찌 반역을 저지른단 말인가.
강제로 케인첼의 신경망에 접속한 마이아가 이죽거렸다.
― 나라만 달라져도 가치관이 달라지는데, 여긴 동대륙이잖아. 이곳에선 저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어. 어쩌면 진짜 반역자일지도 모르고.
‘……그래서 일단 잡아서 족쳐 보려고요. 게다가 저런 걸 보고 모른 척하면 자유 기사의 맹세가 뭐가 됩니까.’
약자를 수호하고 정의와 선을 수행하며 악과 불의를 타파한다.
양성소 시절부터 지겹게 들었던 기사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관군들의 상태를 잘 보세요.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초점 없는 눈동자를 한 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지 않습니까. 저건 명백하게 색욕의 저주에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마이아가 히죽 웃었다.
―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거기까지 파악한 건가. 역시 그래야 내 수호자지. 역시 널 선택한 것이 정답이었어. 자, 그럼 뒤를 부탁할게.
마이아와의 연결이 끊긴 것을 확인한 케인첼은 단숨에 진각을 밟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케인첼의 양손에서 수십 가닥의 파스타 면이 뿜어져 나왔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쏘아진 라쟈냐가 창을 휘두르고 있던 관군의 양팔과 다리를 휘감았다.
그는 결국 제대로 된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야 했다.
바로 옆에 있던 관군은 동료가 완전히 제압당한 것도 모르고 낫을 들고 있는 노인을 찌르려고 했다.
“죽어라, 반역자!”
퍽!
그렇지만 관군은 케인첼의 손날에 목덜미를 가격당해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두 명이나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 모습에 다른 관군들이 비명을 질렀다.
“저, 저놈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몰라! 그냥 죽여! 그러면 달기 님께서 나를 봐 주실 거야!”
“오오, 달기시여! 어쩜 그리도 아름다우실까!”
“소인은 멀리서 한 번 바라본 것만으로 그대에게 반했나이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이라도 웃으면서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인으로 변한 구미호의 이름이 달기인 것 같았다. 자세한 것은 직접 관군을 잡아서 듣기로 했다.
‘그런데 멀리서 한 번 본 것만으로 이렇게 변한 건가. 황제가 홀린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네.’
어쩌면 구미호는 아스모데우스 본인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된 것일지도 몰랐다.
어촌 마을을 습격한 관군의 수는 대략 서른 명 정도였다.
게다가 들고 있는 무기에 흐릿하나마 신묘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
처음 보는 형태였지만 어렵지 않게 그것이 오러 소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전원이 소드 나이트 이상이라는 건가.’
게다가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도 창을 다루는 손놀림에 거침이 없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훈련받은 상태라는 뜻이다.
그렇게 얻은 힘을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는 노인이나 어린아이를 상대로 사용하다니.
전부 구미호와 아스모데우스의 능력이 만들어 낸 비극이었다.
‘어쨌든 최대한 상처를 입히지 않은 채 제압해야 해. 그럼 우선 움직임을 좀 둔하게 만들어 볼까?’
케인첼은 양손으로 듀렌달을 쥐고 한계까지 오러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한순간에 주위의 수증기가 얼어붙어 얼음으로 변할 정도의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깔려 있던 젊은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저 저건 비, 빙백신장?! 설마 대협은 북해빙궁의 고수라도 되십니까?! 허나 조심하십시오! 무림인이라 해도 관군에게 검을 겨누는 것은 중죄입니다!”
남자는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케인첼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최대한 빨리 저놈들을 제압하고 바로 구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위험……! 으, 으악! 뒤를 조심하십시오, 대협!”
안 그래도 케인첼 역시 자신의 뒤를 노리고 달려드는 관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가볍게 몸을 숙여 코앞까지 다가온 창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폭권-!”
그와 동시에 케인첼의 주먹이 관군의 가슴팍을 후려갈겼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관군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끄아아악!”
그리고 그대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철제 갑옷으로도 폭발하는 주먹에서 뿜어져 나오는 충격파를 막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다.
이안이 평생 걸려 만들어 낸 기술이 케인첼의 손에서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분명 이 모습을 보며 엄청나게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한계까지 폴른 스타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자신을 노리는 관군들의 적의가 느껴졌다.
케인첼의 주먹이 적의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관군들의 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퍽, 퍼억, 퍼퍽!
“뭐, 뭐야 낭인 주제에 왜 저렇게 강해?! ……끄, 끄억!”
그렇게 외친 관군은 또다시 날아온 폭권에 얻어맞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후로는 말 그대로 일방적이었다.
관군 대부분이 얼어붙은 갑옷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고.
케인첼은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게다가 애써 찔러 넣은 창은 케인첼의 몸 앞에 떠오른 알리오 올리오의 벽을 뚫지 못했다.
결국 전투가 벌어진 지 채 3분도 지나지 않아 케인첼은 모든 관군을 제압할 수 있었다.
“후우…….”
그렇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근처에는 이미 관군에게 당한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대부분이 즉사였고, 살아남은 이들도 지금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반나절도 버티지 못할 정도의 중상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케인첼에게 고개를 숙였다.
“으, 으윽……. 구, 구해 주셔서…….”
“더 이상 말하지 마십시오. 상처가 터집니다.”
“……그, 그럴 수는…….”
케인첼은 우선 급한 대로 비상식으로 챙겨 온 말린 크라켄을 노인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일단 이거라도 드시고 계세요. 바로 부상을 낫게 할 음식을 만들어 오겠습니다.”
“가, 감사 합…….”
케인첼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한적한 어촌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질 정도다. 분명 명나라 전체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파스타를 이용해 쓰러진 관군들의 몸을 묶은 케인첼은 건물에 깔려 있던 남자에게 다가갔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대협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앞으로 귀인으로 모시게 해 주십시오. 아,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왕적삼이라고 합니다. 이 근처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고 있는 행상인입니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입니다.”
“서, 설마 서대륙에서 오신 분이십니까? 그러고 보니 얼굴이 약간 특이……. 허, 허억, 죄송합니다. 워낙 한어를 잘하시고 빙백신장까지 쓰시기에 영락없이 무림인인 줄 알았습니다.”
‘무림인이라…….’
아무래도 명 제국에는 무사들로만 이루어진 집단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왕적삼과 만난 것은 케인첼에게 있어 큰 행운이었다. 행상인이라면 이 근처의 지리는 물론 정보에도 능통할 것이다.
왕적삼은 검기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관군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다 황후 달기 때문입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자들은 전부 사랑에 눈이 멀어 버립니다. 최근엔 그게 더 심해졌지 뭡니까. 명 제국은 분명 달기 때문에 멸망할 겁니다.”
케인첼은 왕적삼의 다리에 난 상처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래도 건물에 깔리면서 부상을 당한 것 같았다.
“음, 잠시만요. 아무래도 자세한 사정을 듣기 전에 부상을 치료할 약선 요리부터 만들어야 할 것 같군요.”
“……약선 요리? 그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잃어버린 체력을 회복시키고 어느 정도 상처를 낫게 해 주는 음식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상하게 변한 관군을 원래대로 돌릴 영약일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왕적삼의 눈동자에 경악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면 절대 믿지 못할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수십 명의 관군을 순식간에 제압한 초절정 고수였다.
“그, 그런 요리가 존재한다니……. 서, 설마 귀인은 신선이신 겁니까?”
“그저 소드하는 요리 마스……. 아니, 그냥 비슷한 거라고 해 두죠. 일단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요리를 시작하도록 하죠.”
“아, 알겠습니다.”
왕적삼은 식은땀을 흘렸다.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사람과 만난 것일지도 몰랐다.
* * *
부상을 입은 이들은 물론, 구미호에게 홀린 관군들에게까지 먹여야 한다.
그렇다면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있는 스튜가 적격이었다.
케인첼은 우선 이차원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식재료를 확인해 보았다.
조미료나 감자야 항상 넉넉하게 가지고 다녔지만 고기가 없었다.
“이래서는 비프스튜는 만들 수 없겠네. 이럴 줄 알았으면 자이언트 샌드 웜 고기를 넉넉하게 챙겨 오는 건데.”
설마 이렇게 바로 동대륙으로 오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한동안 엄청난 먹성을 지닌 고룡과 함께 다녀야 한다. 아무래도 오늘 안에 시장에라도 가서 식재료를 보충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일단은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에게 요리를 대접해야 한다.
‘그나마 고르곤으로 만든 초리소라도 있어서 다행이군. 그럼 투스카나 식 초리소 감자 스튜를 끓여 볼까.’
초리소는 투스카나에서 주로 먹는 소시지의 일종이다.
말려서 훈제한 고추를 넣기 때문에 진한 붉은색과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케인첼이 이차원 주머니에서 각종 향신료와 함께 초리소를 꺼내자 왕적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귀인(貴人)은 참으로 신기한 주술을 쓸 줄 아시는군요.”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부상자 중에는 치명상을 입은 이들도 많았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한다.
“후, 그럼 시작해 볼까.”
케인첼은 간이 조리대에 파프리카와 마늘을 올리고 채를 썰기 시작했다.
훈제 파프리카를 넣으면 스튜의 향이 더 좋아지겠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불에 그슬려서 향을 내 봐야겠군.’
다음으로는 스튜에 넣을 양파와 감자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어야 한다.
양파 검술을 이용하면 수백 명이 먹을 식재료라 해도 순식간에 손질할 수 있다.
‘좋아, 아주 완벽하게 멋져.’
각종 채소의 준비가 끝나자 케인첼은 커다란 냄비에 올리브유를 넣고 뜨겁게 달궈 주었다.
그리고 마늘을 넣고 달궈 주자 고소하면서 향긋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케인첼이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왕적삼은 이제는 언제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표정이었다.
그는 수많은 성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행상인이었다.
상승 무공을 익혔답시고 으스대는 고수들의 실력을 볼 기회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렇기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수십 명의 관군을 상대로 스친 상처 하나 없이 이기는 것은 천하 백대 고수라 해도 힘든 일이다.
게다가 정신 나간 관군을 원래대로 돌릴 요리까지 만들 수 있다니.
“설마 귀인께서는 정말로 우화등선한 신선이신 것은…….”
“그러니까 아니라니까요. 제가 그렇게 늙어 보입니까.”
“……그럼 도대체…….”
어쩌면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야말로, 이 미쳐 버린 명 제국을 정상으로 돌려 줄 영웅일지도 몰랐다.
“꿀꺽…….”
왕적삼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