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0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02화(28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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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수호……. 아니, 호위 무사라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면 마늘을 볶는 데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날 수 있지.”
갑자기 들려온 미성에 왕적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누군가가 자신의 옆에 서 있었던 것이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얼핏 보이는 윤곽만으로도 대단한 미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죄송하지만 소저께서는 귀인과 무슨 관계이신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본룡 말이지? 마이아라고 해. 일단은 에델바이스 상회의 상단주 대행을 맡고 있지.”
마이아는 미리 입을 맞춘 대로 케인첼과의 관계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왕적삼은 무안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에델바이스 상회라……. 죄송하지만 견문이 좁아서인지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그렇지만 여기서 산을 하나 넘으면 한성이라고 커다란 표국(鏢局)이 나옵니다. 거기까지만 가면 서대륙에서 온 다른 상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마이아의 말투가 이상한 것을 문화의 차이 때문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인간.”
“예?”
“분명 행상인이라고 했었지?”
“그렇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아니, 역시 상인이 되려면 체력이 좋아야 되는구나 싶어서. 지스타드는 요리할 생각에 정신이 없어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지만 내 눈은 못 속이지.”
그러자 왕적삼의 볼을 타고 식은땀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혹시 반로환동한 고수십니까?”
“이히히. 뭐, 비슷해. 일단은 배부터 채우고 마저 이야기해 보자고.”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이 감도는 사이.
어느새 케인첼 앞에 있는 냄비 위에는 각종 채소가 숨이 죽을 정도로 익어 가고 있었다.
케인첼은 몸을 돌려 붉은 과육을 잘게 자르기 시작했다. 아르곤에서 챙겨 온 마지막 토마토였다.
몬스터 고기라면 비축해 둔 것이 제법 많이 남아 있다.
그렇지만 이제 신선한 채소 같은 것은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똑같은 감자라 해도 환경이 바뀌면 맛이 달라진다.
앞으로는 그에 어울리는 새로운 레시피가 필요해질 것이다.
‘기본적인 것은 적운 스승님에게 배웠지만, 여전히 부족해. 아무래도 실력 있는 숙수의 요리를 잔뜩 먹어 봐야겠어.’
그렇지만 우선은 눈앞에 있는 요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치이익-!
다진 토마토를 함께 넣고 볶아 주면 다른 야채들이 눌러붙는 것을 막아 준다.
케인첼은 냄비 안에서 야채들이 물러지는 동안 고르곤 초리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적삼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마이아가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호오, 그게 고르곤으로 만든 소시지구나. 킁킁……. 매콤한 고추가 더해진 훈연 향이 굉장히 매력적인데?”
마이아는 한동안 담백한 맛의 밀푀유 나베만 먹어야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잃어버렸던 미각이 대부분 회복되어 다소 자극적인 요리의 맛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몇 백 년 만에 미식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이다.
“지금이라면 저 끓고 있는 야채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기왕이면 제대로 만든 요리를 먹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을 겁니다.”
“……크, 크흠. 그러니까 마치 본룡이 조르는 것 같잖아.”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 후, 본격적으로 스튜를 끓이기 시작했다.
“초리소는 적당히 한 입 크기로 잘라 준 다음에, 5분 정도 기름을 빼 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질겨지거든요.”
채소와 초리소를 약한 불에서 천천히 끓여 주면 그 안에 담긴 맛이 배어 나온다.
그럼 이제 맛을 더해 줄 향신료를 넣어 줄 차례였다.
“원래는 훈연한 파프리카를 빻아서 넣어 주는 것이 최고인데, 없으니 불에 구워서 향만 내줄 겁니다. 그럼 드디어 가장 중요한 재료인 감자가 등장할 차례군요.”
케인첼은 껍질을 벗겨 찬물에 잠시 담가 둔 감자에 칼집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덩어리씩 부러뜨려서 떼어 낸다.
크기도 모양도 일정하지 않고 제각각이다. 평소의 케인첼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래야 스튜가 더 걸쭉해지거든요.”
감자 손질이 끝나면 냄비에 칠리와 월계수 잎을 넣어 준다.
그리고 다른 재료가 안 보일 정도로 그 위에 감자를 쌓아 준 후, 살짝 볶으면서 타임을 뜯어서 넣어 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향이 강한 고르곤 초리소가 다른 재료들과 함께 어우러지게 된다.
거기에 새콤달콤한 레드와인 식초를 약간 넣어 준다.
신맛이 강하지 않아 여러 요리에 두루 쓰이는 조미료인데, 감미로운 향이 식욕을 돋워 준다.
“화력을 높여서 신맛을 날려 준 다음, 재료가 전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해 주고 뚜껑을 닫지 않은 채로 끓여 주는 거죠.”
온갖 야채와 향신료가 어우러져 만들어 낸 그윽한 냄새가 풍기자 마이아의 입가가 축축해졌다.
“크, 크흠. 밀푀유 나베도 맛있었지만 이건 더하잖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야?”
“이제 끝이에요. 스튜는 국물이 졸아서 식재료의 맛이 전부 우러나올 때까지 끓여 줘야 맛있거든요. 대충 40분 정도만 푹 끓여 주면 완성입니다.”
케인첼은 마이아에게 설명을 하며, 다른 냄비에도 스튜를 끓이기 시작했다.
포박되어 있는 관군들도 먹어야 하기에 적어도 200인분은 만들어야 한다.
스튜가 끓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자 기절해 있던 병사들이 눈을 떴다.
“으, 으음……. 어디서 구수한 냄새가…….”
“어? 내가 왜 여기에 묶여 있는 거지?”
“……젠장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 모습을 본 왕적삼이 경악한 것처럼 눈을 부릅떴다.
“귀, 귀인! 정말 관군들이 정신을 차렸습니다! 아아, 이건 기적이라고밖에는…….”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완성된 요리를 입에 대지 않으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 겁니다.”
“하아……. 그런데 이런 대단한 요리를 제가 먹어도 되는지…….”
“그러려고 이렇게 잔뜩 만들고 있는 건데요. 대신 식사를 끝내면 관군들에게 먹이는 것을 도와주시겠습니까.”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요.”
“아, 마침 스튜가 딱 먹기 좋을 정도로 끓었네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케인첼이 손짓을 하자 자루에 국자를 붙인 프라가라흐가 냄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이기어검?!”
설마 완성된 스튜를 뜨는 데 어검술을 사용할 줄이야.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무사들이 봤다간 그대로 뒤로 자빠질 정도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왕적삼은 긴장한 표정으로 나무로 만든 숟가락을 들었다. 어디서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항상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스튜를 듬뿍 떠서 입으로 가져가자.
국자로 이기어검을 사용하는 것 정도는 이 스튜의 맛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
선명한 붉은색의 스튜에서는 고기와 채소, 그리고 각종 향신료가 어우러진 매콤하면서 감미로운 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왕적삼은 행상인이다. 각지를 돌아다니며 유명하다는 객잔은 대부분 가 본 적이 있었다.
특히 이 근방은 탕 요리가 유명하다. 푹 삶고, 푹 찌고, 푹 고아서 국물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요리는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각종 양념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농후한 냄새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소시지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그럼 우선 이 초리소라는 것부터 먹어 보겠습니다.”
매콤하면서 묘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걸쭉한 국물과 함께 초리소를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뽀득-
씹는 순간 그 안에 담겨 있는 진한 육즙이 단숨에 터져 나왔다.
데치기 전에 제대로 기름을 빼 주어서인지 탱글거리는 탄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보통 초리소는 훈제하고 말리다 보면 푸석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케인첼은 고르곤의 질긴 내장을 사용해서 초리소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탄력이 엄청나다.
게다가 말려서 훈제한 고추를 듬뿍 넣어서인지 몬스터 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수많은 소시지 중에서 초리소를 선택한 것은 그래서였다.
“하아, 하아……. 후우…….”
매콤한 스튜를 먹자 왕적삼의 얼굴에서 비 오듯 땀이 쏟아졌다.
“……사천요리처럼 혀가 아릴 정도도 아니고, 딱 기분 좋을 정도로 맵군요.”
명나라에서는 유독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다.
잘 갠 고춧가루에 향신료를 섞어 뜨거운 기름에 우려내는 라유(辣油)가 가장 인기 있는 조미료 중 하나일 정도였다.
케인첼은 스튜를 원래 라오스식보다 조금 더 맵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매콤하면서 농후한 고르곤 초리소의 맛이 왕적삼의 마음에 쏙 든 것 같았다.
왕적삼은 이번에는 푹 고아서 부드럽게 변한 야채를 듬뿍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입안으로 퍼져 나가는 각종 식재료의 맛이 응축된 걸쭉한 수프의 맛.
특히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감자는 씹을 필요도 없이 포슬포슬 부서진다.
부드러운 감자에 매콤하면서 고기의 감칠맛이 듬뿍 배어 있는 국물을 묻혀 먹는 것 또한 최고였다.
특히나 알싸한 양파는 오래 익혀 단맛이 강해져 있었다. 숨이 죽어 아삭함은 사라졌지만 특유의 풍미는 그대로였다.
정신없이 스튜를 퍼먹고 있는 것은 마이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명나라인의 입맛에 맞춰 만들어서인지 그녀의 혀에는 조금 심하게 자극적이었던 모양이다.
“으엑……. 이거 너무 맵잖아…….”
마이아는 스튜를 단숨에 들이켜고는 참지 못하고 물을 찾아 주위를 뛰어다녔다.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매운맛은 원래 혀가 아니라 피부로 느끼는 통각의 일종입니다. 그래서 입맛이 없을 때는 매운 음식이 최고죠.”
“……그거 진짜야. 분명 엄청 매운데,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된다. 으윽, 혀, 혀가…….”
결국 마이아는 혀를 내밀고 헥헥 대면서도 스튜를 먹어 댔다.
제대로 된 매운맛을 즐기고 나니, 담백한 밀푀유 나베는 한동안 먹지 못할 것 같았다.
“후, 후아…….”
결국 왕적삼은 듬뿍 담은 스튜를 두 그릇이나 먹어 치웠고.
마이아는 그 옆에서 냄비 채로 들고 퍼먹게 되었다. 그만큼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러다 결국 냄비 바닥이 드러나는 것과 동시에 뒤로 쓰러지고야 말았다.
“……으, 죽을 것 같아……. 그런데 이거 마나가 제법 많이 회복되었는데? 이 정도면 급한 대로 미니 브레스 정도는 아슬아슬하게 한 방 정도 날릴 수 있겠어. 역시 지스타드가 만든 요리가 최고라니까.”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케인첼은 여운을 즐기고 있는 왕적삼에게 손짓을 했다.
냄비 안에는 어느새 완성된 초리소 감자 스튜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걸 묶여 있는 관군들에게 먹여야 됩니다. 뭐, 상황을 보니 억지로 입에 넣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케인첼의 말대로 관군들 또한 지금 당장 스튜가 먹고 싶어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가장 선두에 묶여 있던 관군이 중얼거렸다.
“도대체 왜 여기서 이렇게 포박당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미칠 듯이 맛있을 것 같은 요리부터 먹고 생각해 봐야겠군.”
케인첼은 다리의 결박만을 남겨 둔 채 상반신을 자유롭게 풀어 주었다.
이미 초리소 감자 스튜의 포로가 된 관군들은 도망칠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접시를 받아 들고는 그저 퍼먹을 뿐이다.
“우오오오! 이, 이거 도대체 뭐야!? 엄청 맛있잖아!?”
“개인적으로 조금 더 매운 게 취향이지만 그래도 죽여주는데?! 젠장 한 그릇 더 줘!”
오랜만에 기사 양성소 시절이 떠오르는 배식 시간이었다.
결국 관군들의 식사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 입천장이 데이는 것 정도는 문제 될 것 없다는 것처럼 허겁지겁 먹어 댔으니까.
식사를 마친 관군들의 눈동자에는 아까 전과 같은 광기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화, 황녀님께서 바란다고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다니……. 그게 말이…….”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으, 으아아아악! 내가, 내가……!”
분노의 저주에 걸려 난동을 피웠던 이들과는 명백하게 다른 반응이었다.
아스모데우스의 능력은 그저 이성을 반하게 만들어 어떤 명령에도 따르게 만드는 것.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니라 해도.
학살을 자행한 기억은 죽을 때까지 그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었다.
관군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왕적삼은 어째서인지 피가 나올 정도로 강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저주가 풀렸는데도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역시 대명제국을 위해서는 황녀를 없애는 것만이…….”
왕적삼은 갑자기 케인첼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것처럼 입을 열었다.
“……귀인. 나머지 사정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저는 사실 행상인이 아닙니다.”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마이아가 이죽거렸다.
“그럴 줄 알았어. 그만한 오러를 체내에 숨겨 두고 행상인이라니.”
이 두 사람이야말로 대명제국을 구해 줄 영웅이다. 그렇게 확신한 왕적삼은 결국 숨기고 있던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