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0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04화(2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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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읏……!’
브릴리언트 로드를 발동하면 최적의 검로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스킬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공간 자체를 인식하는 능력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삼 일이 멀다 하고 게이트와 게이트를 넘나들었다.
그렇기에 케인첼은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시야의 저편에 걸려 있던 구름이 어느새 머리 위로 다가오고.
0.1초도 되지 않아 주위의 경관이 휙휙 바뀐다.
그리고 어느새 눈앞에서 사라졌던 왕적삼의 뒤통수가 보였다.
“……이건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걸음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군요.”
“맞습니다. 그것이 축지법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음. 약간 어지러운 정도네요.”
왕적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 축지법을 경험해 본 이들은 대부분 격심한 공간 왜곡을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진다.
그런데 약간 어지러운 정도에서 끝난다니.
“아무래도 공간에 관련된 무공이라도 익히셨나 보군요.”
“비슷해요. 하여간 본신의 마나를 사용하지도 않고, 자연지물과 인공물의 배치를 통해 이런 일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하하, 별말씀을. 이런 것보다 아까 만드셨던 요리가 훨씬 엄청납니다. 도대체 그 육편은 무슨 고기로 만든 겁니까? 씹는 순간 뽀득하면서 안에 담긴 즙이 흘러나오는데, 먹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그 매콤한 맛은 진짜…….”
“아, 그거요? 고르곤이라고 석화의 저주를 거는 몬스터가 있는데. 녀석의 고기로 만든 초리소라는 요리예요.”
“……그러니까 그게 마물의 고기라는 말입니까?”
“마음에 드시면 몇 덩어리 챙겨 드릴까요.”
“오오, 그 귀한 것을……!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영단은 없었습니까?”
처음 겪어 보는 신선한 반응이었다.
신대륙에서도 굶어 죽기 전까지는 몬스터 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다.
그런데 저렇게 좋아하다니.
아무래도 몬스터의 개체수가 극단적으로 적다 보니 영약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영단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몬스터는 아니라서요.”
그러자 한발 늦게 뒤따라온 마이아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아무래도 실제로 드래곤 하트를 보유하고 있는 입장에서 결코 유쾌한 대화가 아닌 모양이다.
“흥, 더러운 인간 놈들 좋은 건 알아 가지고. 본체로 돌아갈 필요 없이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잠자코 있었더니 도저히 못 들어 주겠네. 느긋하게 수다나 떨 시간 있으면 빨랑빨랑 가자고.”
마이아의 정체가 고룡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왕적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두 분 모두 공간 멀미를 하지 않는 것 같으니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뒤만 잘 따라오시면 됩니다.”
한 걸음에 무려 100리.
브리타니아식으로 말하면 4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전혀 엉뚱한 곳에 도착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그렇게 일행은 왕적삼의 발걸음을 따라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축지법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만큼 공간 왜곡을 건너뛰는 것이 신체에 주는 부담이 크다는 뜻이었다.
“후……. 그럼 여기서 5분간 휴식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일만 리나 이동했군요. 이대로만 가면 저녁은 곤륜에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
“하하핫. 그런데 아까 전에 물어보고 싶다던 것이 뭡니까? 어차피 시간이 남으니 지금 듣고 싶습니다.”
“그건 말이죠……. 잠시 이걸 봐주시겠어요?”
케인첼은 목에 걸고 있던 머리 장식을 꺼내 왕적삼의 손 위에 올려 주었다.
그리고 적운과의 만남부터 시작해 찰나의 순간 동안 겪었던 놀라운 체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크흑……. 그것 참…….”
왕적삼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케인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딸 상아에게 머리 장식을 건네주기로 약속했다는 부분에서는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했다.
“……그럼 귀인께서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륙을 건너오신 겁니까?”
“네. 일단은 마이아 님의 호위도 겸하고 있지만요.”
“그런데 분명 귀인이 만나야 할 낭자가 상아라고 하셨지요? 묘하게 낯이 익은 이름인데…….”
상아는 중원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 항아(姮娥)의 다른 칭호로, 아주 흔한 이름이었다.
“뭐, 동명이인만 수만 명은 있을 테니 금방 찾기는 힘들 테지만요.”
여차하면 마이아에게 부탁해서 초 광범위 추적 마법이라도 써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왕적삼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렇지만 산시성 중화루의 부숙수를 아버지로 둔 상아 아가씨는 한 명뿐이겠지요.”
“……!? 설마 상아와 만난 적이 있는 건가요?”
“세상에……. 설마 이렇게까지 귀인과 인연이 닿아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네 맞습니다. 산시성에서 상아 낭자와 만난 적이 있습니다. 만났다 뿐이겠습니까. 돌림병으로 낭자의 이모님께서 고인이 되시는 바람에 의탁할 곳이 없어 제가 그 신변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케인첼이 경악할 차례였다.
중화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만 수백만 명이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상아의 흔적을 찾을 줄이야. 어쩌면 태을선사는 이것까지 읽고 왕적삼을 안내인으로 보낸 것일지도 몰랐다.
“그럼 상아는 지금…….”
그러자 왕적삼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몸인데 낭자를 돌봐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금의위의 연줄을 통해 황궁의 주방에서 일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대략 3년 전의 일이었다고 한다.
지금 황궁은 완벽하게 구미호의 지배하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기에 상아의 안위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적어도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낭자가 만드는 국수가 정말 일품이었거든요. 입맛이 까다로운 황제 폐하까지 마음에 들어 하셨을 정돕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케인첼은 옥으로 된 머리 장식을 움켜쥐었다.
스승 적운이 마지막으로 남긴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라도 구미호를 쓰러트려야 한다.
그리고 왕적삼이 장담한 것처럼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즈음.
일행은 무사히 곤륜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반천련은 겉으로 보면 산 중턱에 있는 사원처럼 보였다. 강호무림을 대표하는 곤륜파의 본거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다른 문파도 이런가요?”
“아, 이건 곤륜파가 특이한 겁니다. 애초에 신선이 되기 위해 수련을 쌓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파라서 말입니다. 육식을 금하지 않을 뿐이지 하는 일은 승려랑 비슷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빗자루를 들고 돌바닥을 쓸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순간적으로 여자로 착각했을 정도로 곱상한 얼굴과 호리호리한 체형.
말 그대로 백면서생이라는 호칭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남자였다.
“뭐야, 왕가 놈이군. 귀인을 데리러 간다더니 어째서 벌써 돌아온 거지. 아, 설마 실패했나? 크하하! 이래서 도망치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샌님을 보내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건만.”
그렇지만 입에서 튀어나온 말투는 생각 이상으로 거칠었다.
왕적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무슨 말입니까, 백호 대협. 이렇게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백호라 불린 사내의 입술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저 새파랗게 젊은 놈이 달기를 상대할 마지막 조각이라고? 거짓말을 하려면 말이 되게 해야 믿지! 이 백호님을 대신 문지기로 두고 갈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고!”
아무래도 그 전까지 이곳의 문지기는 왕적삼이었던 모양이다.
백호는 케인첼을 보며 이죽거렸다.
“영광으로 생각해라. 이 독군자(毒君子) 백호님께서 네놈의 실력을 시험해 주마.”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독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황한 왕적삼이 외쳤다.
“그러니까 여기는 녹림이 아니지 않습니까! 태을선사께서도 아무 데서나 맹독을 뿜어 대면 안 된다고 했을 텐데요!”
“킥, 도망치는 것밖에 못 하는 반푼이는 저리 가서 있어!”
백호의 한쪽 팔이 기괴한 형태로 뒤틀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포신’의 형태로 변했다.
그의 몸에서 응축된 독기가 마치 포탄처럼 쏘아졌다.
단순히 실력을 시험해 보기 위한 공격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게다가 명백하게 공격 범위 안에 왕적삼은 물론 마이아까지 들어가 있었다.
‘쳇, 신고식도 정말 거창하군.’
분명 녹림이라면 무공을 배운 산적들의 집단이다.
그제야 이곳이 정파와 사파의 연합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케인첼은 순식간에 알리오 올리오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눈앞에 오러로 이루어진 벽이 만들어졌다.
쿠웅-!
결국 백호가 쏜 포탄은 알리오 올리오에 의해 간단하게 가로막혔다.
그러자 백호가 이죽거렸다.
“킥, 제법 고강한 내공이로군. 하지만 본좌의 공격은 그런 식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백호의 말대로였다.
포탄은 마치 물 풍선처럼 벽에 직격한 순간 터지며 그 안에 담긴 독기를 뿜어냈다.
처음 겪어 보는 이질적인 형태의 공격이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독 구름 사이로 걸어가 마음껏 숨을 들이마셨다.
“뭐, 뭣?!”
그러자 당황한 것은 오히려 백호 쪽이었다.
그는 독왕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독공에 관해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하는 강자였다.
게다가 신체를 변화시켜 맹독을 포탄처럼 쏘아 내는 것은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공격 기술이었다.
그렇지만 상대가 나빴다.
케인첼은 혀로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독을 핥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인면지주의 독이로군요. 게다가 특수하게 가공되어 흡입한 상대의 전신을 마비시키기만 할 뿐이네요. 그런데 이거 직격당하면 낮은 확률로 심장이 멈출 수 있어요. 시험용으로는 위험합니다.”
“그, 그걸 어떻게!?”
“제 혀가 조금 예민하거든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인면지주의 독은 아무런 맛도 향도 없다. 그런데 그것을 조금 먹은 것만으로 정체를 완벽하게 간파한 것이다.
“하여간 이 정도면 들어가도 되겠죠?”
“…….”
경악한 표정의 백호가 조용히 자리를 비켜 주었다.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달기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미 그녀에게 반쯤 넘어간 무공 고수들이었다.
‘초리소 감자 스튜를 잔뜩 만들어야겠네.’
백호는 케인첼이 그곳을 떠날 때까지 멍한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자신 있는 독문무공(獨門武功)이 파훼당한 것이 적지 않게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케인첼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맹독 저항력이 조금만 낮았어도 큰일 날 뻔했네. 아직도 손끝이 저릿저릿하잖아?’
강호무림에는 독공을 사용하는 고수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중에 가장 강한 자를 꼽으라면 극살 독을 사용하는 독왕이다.
극살 독.
아무리 고강한 내공을 가지고 있다 해도 정통으로 맞으면 그대로 온몸이 녹아내린다는 무서운 독이었다.
그리고 독왕 또한 구미호에게 홀려 그 수하로 들어갔다고 한다.
케인첼은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 맹독 저항력(91.4%)
‘한동안은 이걸 올리는 데 주력해야겠는걸. 적어도 95%는 되어야 극살 독에 버틸 수 있겠어.’
중원에서는 브리타니아인은 먹지 않는 여러 나물들을 즐겨 먹는다.
그것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다 보면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맹독 저항력도 쉽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케인첼의 시야에 커다란 석탑 앞에 앉아 있는 노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수염을 길게 기른 인자해 보이는 남자였다.
왕적삼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스승님. 말씀하신 귀인을 모셔 왔습니다.”
“허허.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소. 소승은 미천하나마 반천련을 맡고 있는 태을이라고 하오.”
태을선사는 케인첼에게 다가와 포권을 했다.
케인첼은 어설프게 따라 하느니 기사의 예를 갖추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입니다. 반천련의 활동을 돕기 위해서 왔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불만인지 인상을 쓰고 있던 마이아가 툴툴거렸다.
“마이아다. 쳇, 누가 그리 시끄럽게 도움을 청하나 했더니 완전 중늙은이였네.”
“위대한 존재의 조력에 감사하오.”
아무래도 마이아와 태을선사는 구면인 것 같았다. 그것에 대해 묻자 마이아가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구미호 때문에 중원 대륙이 멸망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며 애타게 본룡을 찾더라고. 쳇 신선이 되다 만 중늙은이의 부탁 따위는 들어주고 싶지 않은데. 저놈은 이것으로 공덕을 쌓아서 천계로 올라갈 생각이라고.”
“뭐, 좋게 끝나면 서로 좋은 것 아니겠어요?”
“흥! 지스타드는 사람이 너무 좋단 말이야. 하여간 일이 끝나면 산더미 같은 금은보화를 받아 갈 줄 알아. 그러니까 미리 준비해 두라고.”
“허허, 알겠습니다.”
차라도 한잔 마시며 앞으로의 일을 의논해 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럴 여유는 없을 것 같았다.
바로 그 순간, 반천련의 문지기인 백호의 비명 소리가 곤륜산이 무너져라 울려 퍼졌던 것이다.
“젠장 적습이다! 구미호에게 홀린 고수들이 쳐들어왔다고!”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곤륜에 도착하자마자 전투를 하게 될 줄이야.
그만큼 자신과 마이아의 존재가 적에게 위협이 된다는 뜻이겠지.
“그럼 마이아 님은 여차하면 본체로 돌아가서 그 미니 브레스라는 것을 부탁드릴게요.”
“대신 오늘 저녁은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줘야 한다.”
“물론이죠.”
반천련에 남아 있는 것은 부상자거나, 구미호에게 홀린 이들이 대부분이다.
우선은 쳐들어온 구미호의 수하들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
케인첼은 양손으로 듀렌달과 프라가라흐를 쥐고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곤륜파의 정문에서 싸우고 있는 무공 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