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0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06화(29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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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영약을 요리하다
독고천은 갑자기 변한 상대의 분위기에 자세를 고쳐 잡았다.
색목인이 등에 차고 있던 검이 갑자기 여러 개로 나눠지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검술이라. 과연 그쪽도 비장의 한 수는 숨겨 두었단 뜻이로군요. 허나, 초식 몇 개 막았다고 벌써부터 암흑마신공을 완전히 파훼한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되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독고천의 얼굴에서는 어느새 여유가 사라져 있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드넓은 강호무림 안에서도 상위 백 위 안에 들 정도의 실력자.
독고천은 섣불리 상대에게 접근하기보다 경공을 이용해 거리를 벌리며 외쳤다.
“게다가 이렇게 뻔한 함정을 파두다니요. 본좌의 눈을 무슨 옹이구멍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어느새 그의 두 눈동자는 완전히 검게 물들어 마치 마족같이 변해 있었다.
암흑마신공을 수련하며 얻은 내공은 근력뿐만이 아니라 다른 능력까지 상승시켜 준다.
그것은 케인첼이 깔아 둔 극세면의 존재까지 알아차릴 정도였다.
“마치 검강을 녹여 실로 만든 것 같군요. 허나, 이 정도로 본좌의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소이다!”
반말과 존대, 하대가 섞인 말투였다. 독고천의 정신 상태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암흑봉익장(暗黑鳳翼掌).
또다시 독고천의 양손에서 검은 날개의 형태를 한 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콰콰쾅-!
그것은 단숨에 주위의 빛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도 부족한지 미궁 벽까지 초토화시켰다.
케인첼은 입맛을 다시며 깔아 두었던 극세면을 회수했다.
독고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는 로엔그린과 동급, 아니 그 이상이었다.
성체가 된 드래곤과도 맞서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쳇, 무슨 모르가나와 엘리자베스 님을 합쳐 둔 것 같네.”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오러.
‘저것이 영약의 힘인가. 이거 볼수록 탐나는데?’
케인첼은 전신의 근육에 한계까지 오러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가까스로 독고천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케인첼의 속도가 몇 배로 빨라지자, 독고천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듀렌달이 일곱 갈래로 갈라지며, 유성으로 변한 프라가라흐까지 쏘아진다.
그 모든 공격이 더블 부스터로 인해 몇 배로 가속되어 있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오러를 쥐어짜서 만들어 낸 케인첼 최강의 일격이었다.
“뭣?!”
그렇지만 독고천 역시 수많은 강자를 쓰러트리고 암흑마제라는 별호를 손에 넣은 남자. 경악은 찰나에 불과했다.
독고천은 지금 펼쳐진 공격이 케인첼의 전력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이것만 막아 낼 수 있으면 전투는 그의 승리로 돌아갈 것이다.
“피하기는 늦다, 그렇다면……!”
독고천이 발을 구르자 검은 연기가 그의 몸을 휘감았다.
전신의 내공을 전부 방어에 돌리는 암흑방탄기(暗黑返彈氣)였다.
그 방어력은 소림사의 장문인이 펼친 나한십팔권이라 해도 간단히 막아 낼 정도.
거기에 역근경과 세수경으로 단련한 신체가 더해진다. 그렇게 모든 공격을 포기한, 금강불괴와도 같은 극강의 방어가 완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한 호흡에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에 달할지도 모르는 검의 폭풍이 독고천을 덮쳤다.
암흑방탄기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케인첼의 공격을 물어뜯었다.
그렇지만 도합 열 넷의 검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콰직-!
그렇게 절대로 깨질 것 같지 않았던 암흑방탄기에 금이 갔고. 이내 산산이 부서졌다.
독고천의 눈동자에 경악이 서린 것도 잠시.
그는 케인첼이 가지고 있는 모든 내공을 소모한 것을 알아차리고는 씨익 웃었다.
“엄청난 위력의 무공이지만 그걸 뒷받침해 줄 내공이 부족하군. 허나 그것 또한 실력의 일부지. 하하! 오랜만에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끝내도록 하겠소이다.”
자신이 질 가능성은 단 한 줌도 없다고 확신한, 너무나 오만한 말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공을 전부 써 버린 상태에서 암흑대멸겁을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
독고천은 검의 폭풍이 만들어 낸 먼지구름이 걷히는 것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듯 몸을 날렸다.
“암흑대멸…….”
그렇지만 거기에 있는 것은 반쯤 무너진 곤륜파의 외벽뿐이었다.
“……어, 없잖아? 이게 도대체 무슨?!”
방금 전까지 검을 겨뤘던 색목인이 그의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서, 설마……. 방금 전의 일격으로 내공을 전부 소모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갑자기 눈앞에 있던 공간이 일렁이며 커다란 냄비를 앞에 둔 케인첼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것으로 체크 메이트……. 아니, 중원 대륙식으로 말하자면 장군이군요.”
“노, 놈……! 도대체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이냐!”
독고천은 입술을 일그러트리며 케인첼을 향해 암흑봉익장을 날렸다.
그렇지만 또다시 애꿎은 벽만 박살 날 뿐이었다.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며 냄비 안에 수비드로 보존해 놓은 초리소 감자 스튜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플람베의 불꽃을 이용해 데우기 시작했다.
잘 저어서 스튜를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것은 국자인 프라가라흐에게 맡기면 된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죠. 설마 얼마나 강한지도 모를 상대와 싸우는데 도망칠 구석 하나 정도는 만들어 두지 않았을까요.”
“끄으윽! 가, 감히 달기 낭자를 모욕한 것도 모자라, 이제 본좌까지 능멸할 줄이야! 냉큼 여기로 오지 못할까!”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차피 독고천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이곳은 다이달로스의 미궁 안이다.
내부에서의 이동은 물론, 상대를 임의의 공간에 가두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곳은 모든 것이 창조자인 마이아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장소인 것이다.
“끄으으윽……!”
사랑에 눈먼 남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독고천은 결국 다른 연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성을 잃고 케인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대한 내공이 실린 암흑봉익장이 작렬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내리꽂혔음에도 그 파괴력은 용의 포효와 맞먹는다.
그 충격파만으로 지표면에 있는 모든 것들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한순간에 공간이 둘로 갈라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공격 역시 케인첼에게는 닿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지만 그곳에 없다. 마치 오스만 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기루 같은 현상이었다.
‘다만 그것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지.’
물론 다이달로스의 미궁이라고 해서 무적인 것은 아니다.
그저 공간을 이어 붙여 어긋나게 했을 뿐이니까.
빵을 떼어 내서 수프에 찍어 먹는다고 해서 양이 늘어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독고천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결국 케인첼은 아주 여유롭게 스튜를 데울 수 있었다.
그러자 말도 못할 정도로 향긋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향긋한 냄새는 뭐지. 본좌를 유혹해 마지않는구나.”
여러 야채와 고르곤으로 만든 초리소. 그리고 각종 양념이 어우러진 스튜의 향기가 그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었다.
마교의 소공자가 되어 수많은 산해진미를 먹어 왔다. 그런데 이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요리는 무어란 말인가.
그 순간 독고천의 사라졌던 이성이 돌아왔다.
“쿠, 쿨럭……! 본좌는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케인첼은 원하는 대로 상황이 진행되자,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좋았어! 스튜를 먹기 전에는 구미호에게 홀린 것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지. 말하자면 지금은 정확히 반만 제정신으로 돌아온 상태라는 거야. 이것으로 최적의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졌어.’
케인첼은 방금 전까지 싸웠던 상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제 기억나십니까. 암흑마제 독고천 님은 황녀로 변한 구미호에게 홀려서 그녀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가 되어 있었습니다.”
“……?!”
그러자 독고천의 동공이 혼란스럽게 떨리기 시작했다. 멍했던 머리가 맑아지며 방금 전까지 있었던 모든 일이 기억난 것이다.
“젠장! 뭐? 그 불여시 같은 황녀가 감이 본좌를……!”
“그것을 상대하기 위해 반천련에 힘을 실어 주고 계신 것 아닙니까.”
“……맞아 그랬지.”
그러자 독고천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직접 당해 보니 구미호의 홀림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된 것이다.
케인첼은 입술에 침을 바르고, 청산유수와도 같이 이야기를 이어 갔다.
“저 또한 반천련의 협력자입니다. 황녀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황궁을 해방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 독고천 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반천련이라. 그래, 생각났다. 땡중 자식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긴 하지만, 강호무림이 멸망한다면 본좌가 지배할 장소도 사라지지. 그래서 협력하기로 했을 뿐이다. 착각하지 마라 색목인……. 그런데 뭐라고 부르면 되나.”
“케인첼 반 지스타드라고 합니다.”
“아, 그래, 케인첼. 덕분에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감사를 표하도록 하지. 만약 마교에 올 일이 있으면 극빈으로 모시도록 하겠다.”
“죄송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 독고천 님이 제정신을 차린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금방 다시 구미호에게 홀린 상태로 돌아가겠죠.”
“뭐, 뭣이?!”
케인첼은 냄비를 기울여 보글거리며 끓고 있는 초리소 감자 스튜를 보여 주었다.
“그렇지만 이걸 먹으면 주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허허허.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안 그래도 시장하던 참이었다. 그럼 그 탕 요리를 한 그릇 얻어먹도록 하지.”
“물론이죠. 단, 적당한 대가를 주신다면 말이지만요.”
“으하하! 본좌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암흑마제 독고천이다! 마교의 소교주란 말이다! 금화라면 궤짝으로 가져다주도록 하지.”
“죄송하지만 이 안에는 아주 귀한 영약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천금을 주고서도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자 독고천은 초조한 것처럼 몸을 배배 꼬았다.
냄새를 맡는 것으로 이 정도 효과니, 접시에 가득 담아 먹으면 분명 매혹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 요리인지는 모르지만, 황실을 통째로 삼킨 황녀의 사술에서 벗어날 영약인 것이다.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다는 말도 충분히 납득이 갔다.
“……그렇다면 천년설삼을 한 뿌리 주도록 하지. 어떤가. 그것 역시 제대로 복용하면 일 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얻을 수 있는 영약이다. 그 탕 요리에 뭐가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충분히 동등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만.”
“흠.”
케인첼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긴 것처럼 눈을 감았다.
그러자 독고천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감히 마교의 소교주와 흥정을 하려고 하다니. 그렇지만 지금 배가 고픈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젠장. 알았다. 천년하수오도 하나 주도록 하마. 젠장, 마교에도 이제 몇 뿌리 남지 않은 보물인데…….”
낚았다!
케인첼은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려는 것을 참기 위해 허벅지를 마구 꼬집어야 했다.
마이아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중원에서 나는 영약 중에는 만 년 묵은 것이 최고라고 한다. 거기에는 드래곤 하트에 달하는 엄청난 마나가 담겨 있다.
그렇지만 말이 만 년이지 그 정도 되는 영약을 찾으려면 역사서를 뒤져 보는 편이 빠를 정도다.
대부분 등장과 함께 강호무림 전체에 피바람이 휘몰아쳤으니까.
그렇다는 것은 천년설삼이나, 천년하수오 정도면 지금 마교가 가진 최고 등급의 영약이라는 소리다.
‘물론 하나쯤은 만 년 묵은 영약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까지 달라는 것은 너무 염치가 없잖아?’
애초에 스튜에 들어간 영약이라고 해 봐야 고르곤 고기뿐이다.
일단은 그것도 영약은 영약이니까.
“그래서 음식값은 언제 주실 거죠?”
독고천은 초리소 감자 스튜가 가득 든 스튜를 받아 들고는 이를 갈았다.
“설마 본좌가 무전취식이나 하는 파락호로 보이나. 걱정 마라. 이 영약의 대가는 확실히 치르도록 할 테니. 허나 만약 이것을 먹고도 달기의 매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면 각오해라.”
케인첼이 고개를 끄덕이자 독고천은 나무로 된 숟가락을 움켜쥐었다.
영약이고 뭐고, 지금은 눈앞에 있는 이 탕 요리가 먹고 싶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이토록 향긋한 냄새가 풍긴단 말인가.
독고천은 대량으로 들어간 양파를 피해 먼저 국물과 고기만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후룩-
“이, 이건……!?”
“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도대체 이 무수한 채소의 향이 응축되어 있으면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이 고기의 감칠맛은 뭐지?! 게다가 씹는 순간 뽀득한 식감과 함께 그 안에 담고 있는 육즙을 입안 가득 토해 놓고 있어……. 이보게나, 케인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나!”
게다가 초리소 감자 스튜의 대단함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