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07)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07화(29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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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구운 파프리카와 칠리에서 우러난 매콤하면서 얼큰한 국물이 자꾸만 퍼먹게 된다.
케인첼은 정신없이 스튜를 퍼먹는 독고천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야 당연히 중원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아주 귀한 영약이 들어가서 그렇죠.”
독고천은 그제야 납득이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하여간 푹 익어서 나긋나긋하게 변한 양파도 같이 먹어 보세요. 그럼 더 맛있을 겁니다.”
초리소 감자 스튜는 투스카나 연합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침 메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얼큰하면서 진한 맛이 산초나 마라 등의 향신료에 익숙한 중원 사람의 입맛에 정확하게 들어맞은 것이다.
독고천은 국물을 흠뻑 빨아들인 양파를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양파 특유의 알싸한 단맛과 스튜의 감칠맛이 하나로 녹아들어 혀끝에 환상적인 여운을 남기고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무수한 고기와 채소의 감칠맛이 담겨 있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정말이군. 묘하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맛이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감자는 씹을 필요도 없이 포슬거리며 부서진다.
결국 독고천은 접시가 텅 비어서야 아쉬움 섞인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 * *
“……후우.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그럼 지금부터 방금 먹은 영약의 효과를 시험해 보도록 하마.”
“여기에는 달기가 없는데 어떻게 시험해 보신다는 거죠?”
독고천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꼭 당사자가 있어야만 애정을 시험할 수 있는가. 이런 식이면 아주 간단히 할 수 있다. 어허, 보아라! 저 하늘에 달기의 모친께서 날아가고 있도다!”
“…….”
케인첼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독고천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런 식으로 사랑의 주박에서 풀려난 것을 확인할 줄이야.
그러자 독고천이 한쪽 입술을 일그러트렸다.
“크흐흐. 이제 황녀에 대한 애정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군. 아주 다행이다.”
“……뭐, 확실히 구미호에게 홀린 사람이 그런 식으로 상대를 조롱할 수는 없겠네요.”
“정말 본좌가 먹은 것이 아주 귀한 영약이 맞구나. 그런데 효과는 둘째 치고 마치 식재료의 모든 맛이 국물에 녹아든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탕을 끓였기에 그럴 수가 있지.”
독고천은 여행을 다닐 때도 전속 숙수를 데리고 다닐 정도로 입맛이 까다로웠다.
먹는 것은 대부분 화려하고 기름진 요리들뿐.
그런데 몇 가지 야채와 고기 조금으로 끓인 소박한 요리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뺏길 줄이야.
딱히 숨길 생각이 없었던 케인첼은 사실대로 대답해 주었다.
“그건 말이에요. 중화요리의 기법 중에서 가장 배우기 난해하다는 증(蒸)이란 것이 있습니다. 식재료의 종류와 주위의 온도에 따라 익히는 시간을 조절해 주는 거죠.”
물론 그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숙수는 드넓은 중원 땅에도 거의 없다.
다리가 달린 것이라면 의자와 식탁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식재료가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자신 있어 하는 식재료 몇 가지의 이상적인 익힘 정도만 숙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 감자는 포슬포슬하고, 고기는 뽀득거렸던 것이 그 증이란 기법을 이용해서 그런 건가. 그것 참 신기한 일이군. 본좌는 종종 대령숙수가 만든 음식을 먹곤 하는데, 그것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야 저는 스튜에 들어간 모든 재료에 그걸 해 줬거든요.”
독고천은 평생 무공만을 익히며 살아왔다. 요리라고는 그 간단하다는 청경채 볶음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케인첼이 말한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냄비 안에 한데 섞인 수많은 식재료를 제각기 다르게 가열해서 익혀 주었다는 뜻이로군.”
“그런 셈이죠.”
“세상에……. 그건 냄비 안에 든 모든 식재료의 상태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아닌가. 그런 기적을 요리를 통해 구현해 낼 줄이야…….”
그 순간 독고천의 뇌리에 번개처럼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단전을 냄비로! 거기에 모인 여러 종류의 내공을 식재료로 생각하면 아주 간단하게 답이 나오는 일이지 않은가! ……하하, 하하하. 설마 음식을 먹다가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될 줄이야.”
독고천은 마교의 교주에게만 전해져 내려오는 암흑마신공을 10성까지 익혔다.
그것을 이용하려면 지금까지 섭취한 수많은 영약과 내단에 담긴 내공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저 단전에 담아 두기만 했을 뿐 다룰 수 있는 것은 그중에 5할도 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결국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그것을 얻게 될 줄이야.
독고천은 갑자기 케인첼을 향해 두 손을 모아 쥐고 고개를 숙였다.
무림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중한 인사인 포권지례였다.
“고맙소, 케인첼 대협. 본좌는 지금까지 운기조식을 통해 흡수한 자연지기와 영약을 통해 얻은 내공, 그리고 격체전공(隔體傳功)으로 전수받은 내공을 전부 냄비에 집어넣고 그저 암흑마신공의 불길로 끓이기만 했다. 최고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식재료마다 다른 가열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다.”
‘대협이라…….’
독고천이 부르는 칭호가 갑자기 존칭으로 바뀌었다. 말투는 여전히 거만했지만 묘하게 친근하게 들렸다.
“암흑마신공은 극성으로 익히면 전설 속에서나 내려오는 환골탈태와 반로환동이 가능한 무공이다. 대협이 해 준 이야기를 듣고 거기까지 이어진 길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반천련에서 해야 할 일이 다 끝나면 한동안 폐관 수련을 해야겠어. 이 정도면 천년설삼과 천년하수오가 아깝지 않을 기연이로다.”
“그러니까 초리소 감자 스튜가 마음에 드셨다는 거죠?”
“큭, 크하하! 이토록 큰 깨달음을 줘 놓고서도 마지막까지 요리 타령이라니!”
결국 독고천은 배를 잡고 한동안 바닥을 굴러다녀야 했다.
“크흐흐……. 열중하면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 점이 정말 남 같지가 않군. 마음에 들어. 혹시나 마교에 귀의할 생각은 없나. 대협만 원한다면 본교의 수호대주 자리를 맡기고 싶은데 말이다. 무공도 고강하고, 요리 실력까지 좋으니 꼭 본좌의 옆에 있어 주었으면 싶은데.”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제가 브리타니아의 귀족이라서 말입니다. 머지않아 본국으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아, 그랬지. 중원어가 너무 능숙한 바람에 잠시 서역 출신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어.”
독고천은 아쉬운 표정으로 케인첼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내공이 조금 부족한 것을 제외하면 엄청난 검술 실력을 가진 남자였다.
만약 영약을 먹어서 내공이 자신과 비슷해진다면 과연 필승을 장담할 수 있을까?
“물론 본좌와 동급의 내공을 얻으려면 공청석유를 물처럼 퍼마셔야겠지만 말이지. 게다가 본좌는 앞으로 더더욱 강해질 것이다. 하핫핫!”
당연한 말이지만,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전에 저장된 내공을 전부 소화시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암흑마신공의 극성에 도달한다.
전부 해서 10년은 족히 걸릴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 후엔 진정으로 마교를 이끌 교주의 자리에 앉을 수 있으리라.
게다가 그때는 더 이상 40대의 반쯤 벗겨진 머리와 주름진 얼굴을 가진 장년의 사내가 아니다.
분명 최전성기 때의 강한 육체로 새로이 태어날 것이다.
케인첼은 기뻐하는 독고천에게 다이달로스의 미궁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독고천은 껄껄 웃으며 가슴을 두들겼다.
“그러면 케인첼 대협, 달기에게 당한 녀석들을 부탁하도록 하지.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도록 해라. 그럼 본좌는 바로 마교로 가서 약조한 영약을 가지고 오도록 하마.”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흑마제를 구하는 것으로 천 년 묵은 영약을 두 개나 얻을 수 있었다. 엄청난 수확이었다.
지금 다이달로스의 미궁에 갇혀 있는 것은 강호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정파와 사파의 거두들.
대부분 숨겨 둔 영약 한 뿌리쯤은 가지고 있을 이들이었다.
냄비에 하나 가득 들어 있는 초리소 감자 스튜. 이것을 얼마나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을까.
* * *
다이달로스는 만들어진 지 정확히 24시간 만에 그 임무를 다하고 소멸했다.
곤륜파의 문지기이자 독군자라는 별호로 더 유명한 백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 구미호에게 홀려서 뛰쳐나간 사람들이 전부 돌아왔네?!”
백호의 앞에는 무당제일검 청운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평생 검술만을 수련해 온 남자가 여자 때문에 대의를 배신하게 된 것이다. 만약 황녀의 정체가 구미호라는 것을 몰랐다면 그대로 자결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청운은 케인첼에게 스스럼없이 고개를 숙일 수 있었다.
“정말 고맙소, 케인첼 대협. 덕분에 지조를 잃지 않고 끝낼 수 있었소.”
청운은 그런 말을 하며 허리춤에 묶어 둔 보따리를 꺼내 들었다.
단단히 묶었는데도 좋은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약조했던 대로 무당파의 보물 태허무령단이오. 온갖 귀한 영초로 만들어서 몸에 아주 좋은 물건이라오.”
“감사합니다.”
그것은 소림의 대환단, 마교의 마령기화단에 버금가는 영약이었다.
무인이라면 누구라도 탐낼 물건.
그렇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그것을 가로챌 정도로 안면몰수인 사람은 없었다.
케인첼이 없었다면 황녀의 명에 따라 반천련과 싸웠을 것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중원의 멸망뿐이다.
목숨을 구해 준 것보다 더한 것을 해 준 셈이다.
그 대가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싼 것이었다.
그때, 뒤에 줄을 서 있던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민이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줬다.
“험험. 끝나셨으면 다음은 제 차례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은 잠시 뒤에 하도록 하시지요.”
“이런……. 노부가 너무 시간을 끌었구려. 미안하오.”
“아닙니다. 하아, 대협이 없었으면 저는 평생 죽은 처가 묻혀 있는 장소를 향해서 고개를 숙이고 지내야 했을 겁니다. 주박을 풀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남궁민은 케인첼에게 작은 난초가 하나 심어져 있는 화분을 내밀었다.
“이건 구엽자지선란이라는 영초인데, 전서구에게 먹이면 하룻밤에 천 리를 간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케인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보라색 꽃이 피어 있는 난초를 바라보았다.
아주 작은 열매가 맺혀 있었는데, 그 향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향긋했다.
‘이건 잘 키워서 열매만 따서 조미료로 써도 되겠는걸.’
자세한 것은 미식 스킬로 분석해 봐야겠지만, 충분히 요리에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때 하루 전에 마교로 떠났던 독고천이 담장을 넘어 날아왔다.
그러자 마교 소속 고수 몇 명이 무릎을 꿇었다.
독고천은 케인첼을 향해 짊어지고 있던 봇짐을 던지며 중얼거렸다.
“다들 쪼잔하게 별 같잖은 것을 가지고 왔군.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영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아, 약속했던 물건이군요. 지금 바로 훑어봐도 될까요.”
“그러라고 가져온 거 아닌가.”
케인첼이 봇짐을 풀자 주위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저, 저것은?!”
“맙소사……! 천년설삼 아닙니까! 설마 저 귀한 것을……!”
“역시 암흑마제. 정말 통이 크구려.”
그렇지만 봇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그것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마치 갓 캐낸 것처럼 보존이 잘 되어 있는 커다란 하수오 두 뿌리.
독고천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천년하수오는 본좌가 먹었던 마령기화단의 재료로 사용했다고 하더군. 대신 대충 팔백 년쯤 묵은 놈으로 두 뿌리 골라 왔다. 그 정도면 충분히 천년하수오 대용은 될 거다.”
영초가 얼마나 묵었는지 구분하는 것은 오랜 숙련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케인첼에게는 미식 스킬이 있었다.
하수오의 작은 뿌리를 조금 잘라 맛을 보자 케인첼의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천년하수오]‘어? 이거 대박이잖아? 둘 다 팔백 년이 아니라 온전하게 천 년 묵은 하수오네? 이런 걸 몰랐을 리는 없고, 아까 전에 정말 많이 고마웠나 보다.’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기에 일단 받아 두기로 했다.
케인첼은 산더미처럼 쌓이는 영약과 영초를 보며 환호성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그런데 대부분 풀이나 약초, 아니면 열매 같은 것이었다.
‘뭐, 이게 정상이긴 하지. 그래도 요리를 하려면 적어도 고기 비슷한 것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곰 가죽을 뒤집어쓴 남자가 무려 삼 장에 달하는 커다란 뱀을 가지고 왔다.
그는 가슴을 쭈욱 펴고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녹림에서 우연히 토벌에 성공한 백년독각사요. 독공자 자식이 간간히 독을 빼서 처먹은 것 빼면 손도 대지 않고 잘 키운 놈이지. 그래도 살은 토실토실하게 올랐으니 아마 찾아보면 내단도 나올 거요. 그럼 이거로 약속은 지켰수다.”
“감사합니다. 녹림왕.”
녹림왕은 문 옆에 서 있는 백호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속삭였다.
“젠장, 오리 구이에 고량주라도 한잔하러 가자. 저걸 내가 어떻게 키운 놈인데……. 크흑…….”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수는 없기에 약속대로 주긴 했다. 그렇지만 정말 심하게 아까웠던 모양이다.
케인첼은 슬슬 모인 요리 재료들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뱀인가……. 분명 고기 맛이 닭고기랑 비슷했었지? 그럼 이것으로 만들 요리는…….’
그리고 브릴리언트 로드를 발동시키자 수십 가지가 넘는 레시피가 눈앞에 떠올랐다.
‘……그래, 바로 이게 있었지.’
드디어 힘들게 모은 영약으로 요리를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