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1화(31/318)
————– 31/203 ————–
@
‘단순히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드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코스 요리에 어울리도록 서로 간의 시너지를 고려해서······.’
케인첼의 머릿속에 수많은 레시피가 떠올랐다.
과연 지금 있는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요리가 무엇일까.
‘살이 통통하게 오른 오리와 견과류가 잔뜩 있으니 그것을 메인으로 하고, 샐러드를 곁들이는 거야. 과일을 데커레이션한 디저트 정도면 마무리로 훌륭하지.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질그릇을 구워 수프까지 끓일 수 있겠지만······.’
아쉬움은 다음 서바이벌 훈련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머지않아 황색 기사 단원들과 이곳에서 일주일간 지내게 될 테니까.
나머지 메뉴의 요리법은 어렵지 않게 정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메인이었다.
‘오븐이 없으니 꼬챙이에 끼워 바로 불에 굽는 정도가 한계야. 그래서는 재미가 없단 말이야.’
조금 더 끝내주는 요리법이 없을까?
기왕 플레이팅을 쓸 거라면 조금 더 상대를 깜짝 놀라게 해줄 수 있는 것으로.
‘······제대로 된 도구는 없지만 최대한 맛있게 구워지면서도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놀라움을 줄 수 있는······.’
어째서인지 자신이 만든 버터 감자를 맛있게 먹던 아벨의 얼굴이 떠올랐다.
“버터 감자? 잠깐······, 분명 감자를 진흙으로 감싼 후 구웠잖아!”
그때도 별다른 도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감자의 겉에 진흙을 바른 후 모닥불의 열기를 이용해 익혔다.
그런데 맛이 끝내줬다.
완성된 요리 또한 4성급.
같은 방법으로 고기도 구울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야, 그것만으로 부족해······. 아직 조리의 영역이야. 요리가 되려면 무언가가 더 필요해.”
우선 강에서 진흙부터 구하기로 했다.
종종 몸을 움직이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했는데. 그것을 노린 것이다.
서바이벌 훈련 교장 안에는 제법 큰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곳에 도착한 케인첼은 잠시 주위를 살폈다.
‘요리에 써 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
수많은 꽃들이 달빛을 받으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어, 연꽃이네. 분명 뿌리는 식용으로 쓰고 꽃과 잎은 해열 효과가 있던가?”
케인첼의 눈이 반짝였다.
오리구이에 저 향을 더할 수 있다면 아주 멋질 것 같았다.
순간 아주 그럴듯한 요리법이 떠올랐다.
‘오리의 뱃속에 연꽃과 연근을 넣고 연잎으로 싸는 거야. 그리고 그 위에 진흙을 바르고 땅을 파서 묻은 후 그 위에 불을 지피면······.’
감자나 고구마 같은 것을 모닥불에 구워 먹는 것은 예전부터 자주 하던 일이었다.
그런 식으로 오리를 구워낸다면 어떻게 될까?
‘땅속에 묻고 굽는 것이라 내용물을 확인 할 수 없는 것이 문제야. 오븐에 굽는 것보다 훨씬 섬세한 불 조절이 필요해. 하지만 내게는 폴른 스타가 있잖아? 분명 아주 잘 구울 수 있을 거야.’
역시 애매할 때는 폴른 스타였다.
진흙을 모아 돌아오던 중 운이 좋게도 벌집까지 하나 딸 수 있었다.
흥분한 케인첼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꾸, 꿀이다! 이걸 굽기 전에 오리의 껍질에 바르는 거야! 그럼 껍질은 더욱 바삭 거릴 테고, 속살은 아주 촉촉하게 바뀌지. 상상만 해도 정말 끝내주는 요리가 탄생 할 것 같은데? 어쩌면 브릴리언트 로드의 슬롯을 하나 채울 수 있을 지도 몰라.’
야생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기존에 없었던 요리.
등급만 잘 나와 준다면 5성급 창작요리라는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레시피가 정해졌다.
케인첼은 바로 식칼을 쥐고 요리를 시작했다.
‘우선 오리의 목을 잘라 거꾸로 메달아 놓고 피를 빼야 해. 그러지 않으면 몸에 피가 고여 비린내가 나거든.’
그 사이 다른 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숲에서 구해온 몇 가지 견과류와 올리브를 불에 구워 기름을 짜 냈다.
이것을 이용해 샐러드를 만들 예정이었다.
디저트로는 꽃사과, 산딸기, 산수유, 버찌 등 갓 딴 신선한 야생 과일을 데커레이션 하기로 했다.
모든 준비를 끝낸 케인첼은 식칼을 들고 메인 요리가 될 오리를 바라보았다.
털을 벗긴 후 연근과 연꽃과 함께 바질을 몇 개 따서 넣어 준다.
쌉쌀한 맛으로 고기의 느끼함을 줄여 주는 향신료.
따로 꿀을 바를 도구가 없었기에 손에 묻혀 전체적으로 펴 발랐다.
‘이제 5분 정도 숙성 시키면 끝.’
살짝 숙성시킨 오리고기를 연잎으로 싼 후에 겉에 진흙을 바른다.
그리고 땅을 파서 묻은 후 그 위에 커다란 모닥불을 지폈다.
마지막으로 폴른 스타를 발동시켜 오리고기를 익히기 위한 최적의 온도를 찾기 시작했다.
“아직, 아직이다! 아직 더 센 불이 필요해!”
케인첼은 숲으로 달려가 마른나무를 닥치는 대로 주워왔다. 그것을 넣자 화악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더욱 강해졌다.
“더, 더, 더!”
꿀을 잔뜩 머금고 연잎에 둘러쌓인 오리 고기가 익어 갔다.
그러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냄새가 땅을 뚫고 새어 나왔다.
케인첼은 군침을 삼키며 이상적인 형태로 익은 오리구이를 꺼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여전히 모닥불의 열기가 남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화염 저항력이 30%를 넘은 이후로는 이 정도 열기는 미지근하지도 않았다.
“이게 오리 진흙 구이······?”
케인첼의 손 안에는 질그릇처럼 잘 구워진 진흙 덩어리가 들려 있었다.
이걸 깨트리면 안에 들어 있는 오리 구이를 먹을 수 있다.
진흙을 뚫고 말도 못할 정도로 향기로운 냄새가 풍겼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적어도 4성, 아니 운이 좋으면 5성도 노려 볼만한 창작 요리가 완성 된 것이다.
‘이건 대박이야!’
과연 이것을 먹은 고든이 어떤 평가를 내릴까?
케인첼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주방으로 들어가자 고든이 눈을 감고 졸고 있었다.
깜짝 놀란 케인첼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고든은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말했다.
“······벌써 돌아오다니, 포기인가?”
‘따로 부르러 갈 필요가 없어서 좋긴 한데. 설마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건가?’
저 고지식하고 제멋대로인 셰프가 자신을 기다려 주었다고?
에이, 설마. 분명 저번처럼 술안주로 삼을 음식을 찾고 있었던 것이겠지.
“말씀하신 미션을 모두 풀었습니다.”
“그런가. 그럼 네 요리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냈겠군.”
“예, 셰프. 제가 만든 요리에는 플레이팅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한 그릇의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접시에 담는 방식, 다른 음식과의 조합, 그리고 먹는 순서 까지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케인첼의 대답을 들은 고든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백 점은 아니지만 팔십 점은 되는 대답이다. 그렇지만 네 실력에 대한 평가는 만들어 온 요리를 먹어보고 내리도록 하마.”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케인첼은 야생에서 만든 요리들을 차례대로 식탁 위에 올렸다.
먼저 고든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숲에서 딴 야채로 만든 샐러드였다.
“접시가 없어 연꽃잎을 대신 사용했군. 그럭저럭 괜찮은 센스다. 그런데 이 냄새······. 견과류의 기름을 짜서 뿌렸나?”
“예, 셰프. 최대한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한번 구운 후 사용했습니다.”
“음. 다음으론 디저트인가. 하핫! 작은 나무를 이용해 거기에 여러 가지 나무 열매를 매달았군. 꽃사과, 산딸기, 산수유, 버찌······. 어디 맛을 보도록 할까?”
고든은 버찌를 하나 따서 입에 넣었다.
야생의 맛을 그대로 옮겨온 듯 한 디저트였다.
“최대한 당도가 높은 것들을 골라 사용한 것 같지만 그래도 약간 부족하다. 만약 앞으로 같은 디저트를 만들 생각이라면 설탕에 절여서 사용하도록.”
“예, 셰프.”
여기까지는 합격이란 뜻이었다.
마지막으로 코스의 메인인 연꽃으로 감싸 구운 벌꿀 오리의 차례였다.
연꽃을 풀자 공처럼 생긴 진흙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든의 미간에 주름이 떠올랐다.
“이건 뭐지?”
“메인 요리입니다.”
“저번엔 숯덩이처럼 탄 고기를 주더니 이번엔 불에 구운 진흙을 먹으라는 건가?”
케인첼은 빙긋 웃었다.
아직 준비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평가를 시작하다니 너무 급하잖아.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주머니에서 컴뱃 나이프를 꺼내 손잡이 부분으로 구워진 진흙을 내리쳤다.
몇 번 반복하자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진흙이 깨지며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감미로운 연꽃향과 함께 노릇노릇하게 익은 오리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케인첼은 반쯤 타서 재가 된 연잎과 연꽃을 걷어내고 오리고기만을 꺼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새로운 연잎과 연꽃으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이것으로 한 그릇의 요리가 완성되었다.
“······재미있는 요리군. 오리를 진흙으로 감싸서 구운 건가. 이 향기는 연꽃? 연잎까지 같이 넣어 더욱 진한 향이 배어나오게 했나.”
고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오리고기를 바라보았다.
겉 표면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무언가를 발라서 구웠군. 물엿? 아니, 이건 꿀인가. 이러면 껍질은 더욱 바삭거리고 속살은 촉촉해지지. 그럼 맛을 보도록 하지.”
고든은 오리의 다리를 뜯어 덥석 베어 물었다.
그러자 기름이 쫙 빠져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오리 고기의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고든의 눈이 커졌다.
“······진흙에 넣고 구웠을 뿐인데 이 풍미는 뭐지? 마치 오븐에서 구운 것처럼 육즙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단순히 구운 고기라고는 믿어 지지 않은 이 맛. 연꽃과 연잎의 향기가 그대로 배여 있어 조금도 느끼하지 않군. 게다가 이 꿀을 발라 구운 껍질은 그것만 먹어도 좋을 정도야. 이런 요리가 있다는 것은 들어 본 적 없다.”
‘당연하지, 내 창작 요리니까.’
케인첼은 고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평가를 들으며 조마경을 어루만졌다.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저 오리구이는 분명······.
[5성급 요리 ‘와일드 덕’이 완성 되었습니다.] [손님이 당신의 요리에 경악 합니다.]·········.
······.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 센스가 ‘브릴리언트 로드’ 스킬에 녹아들었습니다.] [브릴리언트 로드 : 2/5]‘······좋았어! 그런데 조마경 써있는 대로면 고든 셰프가 엄청 놀랐다는 건데. 설마, 저 표정이?’
고든은 여전히 무언가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오리 고기를 먹고 있었다.
‘그냥 원래 저런 얼굴이었나. 그런데 계속 먹고 있네?’
평소라면 맛만 조금 보는 정도로 평가를 끝냈을 고든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오리 구이가 절반 이상 사라져 있다.
‘······저건 내 요리가 맛있다는 뜻이잖아!’
수십 마디 말을 들은 것보다도 벅찬 감동이 몰려왔다.
시식을 마친 고든이 입을 열었다.
“오리 구이가 그럭저럭 먹을만 하군. 오븐을 쓸 수 없는 야생에서 진흙을 이용해 구워낸 점이 좋았다. 다른 메뉴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어. 다만 아직 플레이팅을 하는 요령이 부족해. 이건 지식보단 감각의 영역이지.”
고든은 팔짱을 끼고 플레이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리 구이는 통째로 내 놓기 보단 미리 껍질과 살을 분리해서 세팅 해 놓는 편이 좋았을 거다. 진흙을 깨는 퍼포먼스를 하고 싶은 거라면 그 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 된다. 그리고 샐러드는······.”
전부 고든이 수십 년 동안 스스로 터득한 플레이팅의 노하우였다.
케인첼은 단어 하나라도 놓칠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을 최우선으로 여기라는 것이다. 아무리 형태가 중요하다 해도 음식의 본질은 맛이니까.”
“감사합니다, 셰프.”
“아직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잔뜩 있지만. 이 정도면 너에게 귀빈 대접을 맡겨도 되겠군.”
케인첼은 흥분으로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조마경으로 향했다.
[요리를 장식하는 센스가 매우 뛰어납니다.] [장식 레벨이 생성 되었습니다.]·········.
······.
[높은 장식 레벨을 가진 셰프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5성급 창작 요리에 이어 이번엔 장식 레벨이 생성 되었다.
게다가 고든에게 가르침을 받은 덕에 단숨에 2성까지 오른 것은 덤이었다.
케인첼이 만든 요리를 전부 먹은 고든은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밤이 늦었군. 그만 돌아가서 쉬도록 해라. 귀빈 대접 때도 이 정도 요리면 적어도 창피를 당하는 일은 없을 거야.”
케인첼은 허리를 숙여 고든에게 감사를 전했다.
역시 고든과의 만남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큰 기연이었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케인첼이 떠나고, 주방에 혼자 남은 고든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저, 오리 고기······. 도대체 정체가 뭐지? 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게 식칼을 쥔지 삼 개월 된 신참이 만든 요리라고?”
고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
그의 요리 실력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알고 싶었다.
@
주방을 나온 케인첼은 벽에 기댄 채 조마경을 꺼냈다.
그리고 오늘 얻은 수확들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새로운 5성급 창작 요리를 개발했다.
그 결과 브릴리언트 로드의 슬롯을 하나 채울 수 있었다.
거기에 요리, 미식, 다도에 이어 장식 레벨이 생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마경은 무언가를 알리고 있었다.
“그럼 드디어 중급 검술이 등장할 차례군.”
케인첼은 입술을 핥으며 조마경에 떠올라 있는 메시지를 읽기 시작했다.
[초급 검술이 승급 가능한 상태입니다.] [스킬트리를 선택해 주세요.]“······스킬트리?”
조마경에는 난생 처음 보는 단어가 떠올라 있었다.
프렐리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