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1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10화(29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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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황궁 탈환
마파두부를 먹기 전에, 청운은 먼저 그 냄새부터 음미해 보았다.
그러자 코가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 초피의 향이 느껴졌다.
기름을 두를 때부터 초피를 잔뜩 넣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위에 뿌린 대파처럼 보이는 것은 잎마늘이다. 그것이 향초와 함께 마파두부의 향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보통은 구하기 쉬운 산초가루와 간마늘을 사용하는데, 아주 제대로 만든 사천식 마파두부구려. 게다가 양념이 탈 정도로 강한 불로 빠르게 익혀 줘서 맛과 향을 동시에 잡아 주었어. 아무래도 대협은 실력 있는 숙수에게 요리를 배웠나 보구려.”
산초와 초피는 열매만 놓고 보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그렇지만 초피의 맛은 맵다기보다는 얼얼하다.
마파두부 이외에도 사천요리에 특히 많이 들어가는 향신료라고 할 수 있었다.
케인첼은 제면(製麺) 스킬을 전수해 준 적운의 얼굴을 떠올리며 씨익 웃었다.
“네. 국수를 만드는 실력이라면 중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분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럴 것 같았소. 라유나 두반장 같은 것은 서대륙 출신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조미료지. 그것을 이렇게 능숙하게 다루다니. 게다가 이 고소한 냄새…….”
설명을 늘어놓던 청운은 결국 참지 못하고 숟가락을 움직였다.
잎마늘을 듬뿍 뿌려 녹색과 적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마파두부를 듬뿍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
그리고 청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마파두부를 계속해서 퍼먹기 시작했다.
라유와 초피가 잔뜩 들어가서인지 비 오듯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너무나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통조림이 텅 비어서야 겨우 먹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독고천이 눈을 부릅뜨고는 물었다.
“어이, 중늙은이. 그게 그렇게 맛있나? 무슨 말이라도 해 봐라.”
“후우……. 이것 참, 도대체 무어라고 해야 할지……. 얼마 전에 먹었던 감자가 듬뿍 들어간 탕 요리도 분명 맛있긴 했네. 그렇지만 그건 이국의 음식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어. 그래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 않았나.”
“그런데 그 마파두부는 다르다는 건가.”
“맞네. 원래부터 마파두부는 청초육사와 함께 중원인에게 있어 가장 익숙한 음식이지 않은가. 이거라면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걸세.”
서방대륙 출신이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중원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고기가 잔뜩 들어가지 않았나. 이래서야 고기를 먹지 않는 승려들은 도저히 입에 대지 못할 거네.”
그러자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하지만 무언가 착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군요. 그건 고기가 아닙니다.”
“뭐, 뭐라고!?”
“중앙 대륙에는 겉모습은 인간과 몹시 닮았지만 고기는 물론 달걀조차 입에 대지 못하는 엘프라는 종족이 있습니다.”
“……허어, 엘프라면 분명 귀가 길쭉하면서 그림에서 튀어나온 것 같이 아름다운 선남선녀들 아니오. 그런데 그들이 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거요?”
“예. 단순히 종교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애초에 몸에서 거부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들을 위해 요리할 때는 이렇게 콩으로 만든 고기를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콩 고기 마파두부’였다.
청운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소스에 파묻혀 있는 고기를 반으로 갈라 보았다.
그러자 다진 고기답지 않게 진한 육즙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분명 뛰어난 실력을 지닌 숙수는 콩으로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고 들었소. 허나 이토록 진한 육즙과 감칠맛은 콩만으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것 아니오?”
“그건 말입니다. 익힌 양파에 버섯과 견과류를 볶아서 콩 고기에 섞어 주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어떻습니까. 고기보다 더 진짜 고기 같죠?”
그러자 청운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마파두부 통조림에는 엘프에게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렇기에 그토록 가슴을 울리는 맛이 났던 것이다.
“허허……. 이거라면 승려들도 웃으며 먹을 수 있겠소. 아무래도 늙은이가 괜한 것을 트집 잡은 것 같구려.”
게다가 콩 고기를 제외하면 중원에서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요리다.
이거라면 대량 생산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지만, 요리라면 몰라도 통조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야장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하루에 이런 강철 통을 수백 개는 만들 수 있어야 됩니다.”
“그거라면 아무 걱정 말게나. 강선(鋼仙) 태백 님께 부탁하면 되네.”
도가 계열 문파인 무당파의 궁극적인 목적은 신선(神仙)이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라도 수행을 쌓아 깨달음을 얻으면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의 극의를 추구하는 것 또한 그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무당파에 속한 가문 중에는, 철을 연마해 농기구를 만드는 것으로 신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중원 최대의 대장장이 집단 철가장이었다.
케인첼의 눈이 빛났다.
철가장의 강선 태백이라면 분명 프라가라흐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
‘어쩌면 본인일 수도 있지.’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천둥도끼를 떠올렸다.
그것을 녹여 여러 자루의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던가.
그렇지만 중원에서는 무기를 만드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고, 반군 도적들이 무장을 하면 반란의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검을 만들 수 있는 장인은 대부분 거대 문파에 몸을 의탁한다.
당연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의뢰는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황궁 탈환에 성공한다면 이 정도 부탁은 들어주지 않을까.
그것에 대해 언급하자 청운의 눈이 활처럼 휘었다.
“무기 제작 의뢰라……. 그거라면 노도도 개인적으로 부탁해 봄세. 애초에 대협이 없었으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조차 불가능하지 않았겠나.”
그렇게 청운의 활약으로 인해 반천련에 철가장 소속 장인들이 합류하게 되었다.
* * *
강선 태백은 잘 벼린 칼날이 떠오를 정도로 날카로운 눈빛의 남자였다.
그런데 거의 백 년 전부터 철가장의 가주를 맡고 있다는 인물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젊었다.
아니, 단순히 젊은 정도가 아니라 어렸다. 많이 봐줘야 열두어 살 정도나 되었을까?
게다가 얼핏 보인 손은 굳은살 하나 없이 매끈했다. 도저히 장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태백은 케인첼을 바라보며 거만한 표정으로 턱을 세웠다.
“그것도 몰라? 당연하지. 노도는 이미 우화등선에 성공한 몸이라서 그렇다! 저기 저 늙은 티 팍팍 내고 있는 청운 자식보다 열 배는 더 살아왔지. 이히히! 그러니까, 알아서 모시도록.”
그러자 게슴츠레한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마이아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뭐야, 지금 본룡 앞에서 나이 자랑하는 거야? 인간의 몸으로 신성을 획득한 것은 그럭저럭 대단한 일이긴 한데. 그래 봐야 반 쪼가리잖아?”
“크, 크흠……. 오래 살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기준이니라.”
거만하기만 하던 태백의 태도가 묘하게 공손해졌다.
아무래도 우화등선한 신선답게 한눈에 마이아의 정체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태백은 최대한 마이아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하여간 네 녀석이 태을선사가 말한 그놈인가. 감히 태백 님을 오라 가라 하다니! 중원의 명운이 달려 있지 않았으면 호통을 쳤을 게야.”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에서 강철로 만든 작은 통을 몇 개 꺼내 태백에게 내밀었다.
“죄송하지만 시일이 워낙 촉박해서요. 이것과 같은 것을 천 개 정도 만들어 주시겠어요. 가능하면 빨리 부탁드리겠습니다.”
“뭐, 청운 자식의 부탁이니 들어주도록 하지. 게다가 그 정도는 아주 쉬운 일이니까. 삼 일……. 아니, 이틀이면 충분할 게야. 것보다 잠시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좀 보여 줄 수 있겠나.”
“아, 프라가라흐 말이군요. 여기 있습니다.”
케인첼은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프라가라흐를 통째로 내밀었다.
“흠…….”
검집을 받아 든 태백은 검을 뽑아 그 날을 확인했다. 그리고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호오, 이 검은…….”
그러자 케인첼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 그래도 바로 이것을 노리고 눈에 잘 띄는 곳에 검을 차고 있었던 것이다.
“신검 프라가라흐라고 합니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알다마다. 이건 스승님이 만든 성운검이다. 수백 년 전에 일어난 대전쟁 때 소실되었다고 들었건만, 설마 다른 대륙으로 가 있었을 줄은 몰랐느니라.”
태백은 입맛을 다시며 프라가라흐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마치 공명이라도 하듯 검날이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설마 이런 곳에서 성운검의 소유자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구나. 이것 또한 신선이 되어서도 떨쳐 내지 못한 인과 연인가.”
그리고 태백은 묘하게 그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철가장의 전대 가주. 그러니까 노도의 스승께서는 중원 대륙이 탁기에 오염될 것이라는 것을 천 년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늘에서 떨어진 유성과 혜성의 조각을 이용해 무기를 만드셨지. 그것이 바로 이 성운검이니라.”
그렇지만 평생에 걸쳐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겨우 한 자루의 검뿐이었다고 한다.
태백은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금속 조각 몇 개를 꺼내 내밀었다.
“그리고 스승님은 내게 뒤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천계로 승천하셨느니라. 언젠가 모든 대륙이 마에 물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성운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했지.”
“그럼 이게…….”
“그래. 노도가 천 년 가까이 모은 별의 조각이니라. 생각보다 양이 적지? 물론 지금도 수십 년에 한 번씩은 운석이 떨어지곤 한다. 허나 대부분 신기를 잃고 평범한 돌로 변했다. 그래서 이 정도밖에 모으지 못한 것이다. 후……. 이 정도로는 작은 단검 하나 만들 수 없지 않은가.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모아야…….”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설마 태백이 신선이 되고도 천계로 가지 않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단 말인가.
“……태백 님. 잠시 이것을 봐주시겠습니까.”
“무엇을 말이냐?”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도끼를 꺼냈다.
“거인족의 왕을 죽였다는 신기를 녹여 만든 도끼인데요. 아무래도 방금 전에 말씀하셨던 별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것 같아서요.”
“오, 오오! 마, 맞다! 서, 설마! 살아생전 이렇게 많은 원석을 보게 될 줄은……!”
인간사에 반쯤 해탈한 신선 태백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강렬한 열망이 맺혔다.
“저는 그걸 녹여서 무기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장인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는 분이 없을까요.”
“아, 알다마다. 바로 이렇게 가까이에 있지 않은가! 이히힛! 이 정도면 적어도 무기를 여섯 자루는 만들 수 있겠어! 그래 자네만 괜찮으면 노도에게 맡겨 보지 않겠나. 아주 번쩍번쩍하게 만들어 주지.”
케인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왜, 무슨 불만이라도 있나? 중원 대륙……. 아니 모든 대륙을 통틀어 노도보다 성운 무기를 잘 만들 수 있는 야장은 없느니라. 그건 스승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도다.”
“그게 아니라 급하게 오느라 의뢰비를 준비해 오지 않았거든요. 신기라고 불릴 무기를 만들어 주시는데 적어도 황금 일백 관은 드려야지 않겠어요.”
그러자 태백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나! 돈은 필요 없느니라! 그러니까 그저 성운 무기를 만들 수 있게만 해 다오……. 다른 부가 재료는 노도의 것을 사용하도록 할 테니 별의 조각만 제공해 주면 되느니라!”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히히! 엄청난 기연을 만났는데 그 똥 씹은 표정은 무어냐. 좀 더 기뻐해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무당제일검 청운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설마 저 괴팍한 성격의 태백이 이런 식으로 애원하듯 매달릴 줄이야.
“허허, 못 다한 비원이 남아서 승천하지 못하고 계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그것이 이루어질 줄은 몰랐구려…….”
태백은 쓰게 웃었다.
“통조림을 만드는 것에 이틀. 그리고 여섯 자루의 성운 무기를 만드는 데 보름 정도가 걸리니라. 그 후엔 작별이다, 청운. 정말 지겨운 인연이었다.”
청운의 눈시울이 잔뜩 붉어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가 무당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태백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친구가 되어 같이 놀게 되었다. 그러다 태백이 우화등선한 노인이라는 것을 알고 어찌나 놀랐던가.
그렇지만 지난 60년 동안, 두 사람이 친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 길고 길었던 인연이 드디어 끝나 가는 것이다.
“……가시기 전에 장기라도 한판 어떻소이까.”
“장기라.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 말을 하며 태백은 철가장의 장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 불을 붙여라. 그리고 태백 님께서 만드는 최후, 최고의 걸작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자, 천 개의 마파두부 통조림이 완성되었다.
이제 여섯 자루의 성운 무기가 완성되는 동안 황궁을 탈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