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1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12화(29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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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소모된 오러를 보충하기 위해 육포를 우물거렸다. 효율이 좋아진 것인지 단숨에 힘이 넘치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그것도 할 수 있겠는데?’
“제면……!”
오러의 덩어리를 몇 번 어루만지자 수백 가닥의 극세면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전부가 쫄면이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
‘……된다! 영약 삼사탕 한 그릇 먹었다고 아주 날아다니는구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오러의 실이 몸을 휘감자 금의위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갑자기 움직임이 봉쇄되었다고?! 도, 도대체 무슨 사술을 쓴 것이냐!”
“지금 당장 이걸 풀지 못할까!”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며 방금 막 황궁에 도착한 왕적삼을 불렀다.
“왕 대인. 죄송하지만, 가지고 계신 통조림을 적당히 데워서 묶여 있는 금의위들에게 나눠 주시겠습니까.”
“하하! 그 정도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요! 그런데 지금부터 황궁으로 돌입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그 전에 문을 막고 있는 기문진을 해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황궁에는 남명을 둘러싸고 있는 결계보다 수십 배는 강한 녀석이 걸려 있다.
그것을 제대로 해제하지 않고서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왕적삼과 동행하게 된 것이다.
그때, 누군가의 기척을 감지한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무래도 아직 상대해야 할 문지기가 남아 있는 모양이군요.”
“네? 무슨…….”
원래부터 황궁을 지키고 있던 병력은 대부분 독고천을 상대하기 위해 북문에 가 있을 것이다.
전원이 초절정 고수로 이루어진 반천련은 대명제국의 황제라 해도 위기를 느낄 정도였으니까.
그렇지만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분명 이곳에 남아 황궁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온다……!’
굳게 닫혀 있던 황궁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무복을 입은 장년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제멋대로 뻗어 있는 머리가 마치 방금 전까지 낮잠이라도 자다 나온 것 같이 보인다.
그렇지만 허술해 보이는 것은 겉모습뿐이었다.
한 걸음 가까워질 때마다 목덜미에 칼날이라도 닿은 것처럼 따끔거린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후 케인첼의 감각은 매우 예민해졌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것이 눈앞에 있는 남자가 위험하다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하아암……. 고작 세 명이 침입한 것 가지고 달기 소저와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다니. 후딱 처리하고 마저 차를 마시러 가야겠군.”
아무래도 방금 전까지 황녀 달기와 함께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남자의 강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엄청난 경쟁을 뚫고 황녀의 옆자리를 차지한 것이니까.
남자의 얼굴을 본 무당제일검 청운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사, 사군악?! 자네가 어째서 여기에……!”
그러자 청운을 알아본 사군악의 입술이 부드럽게 말려 올라갔다.
“오오, 이게 몇 년 만인가 청운. 주름이 많이 늘었어.”
“……자네야말로 어째 볼 때마다 젊어지는 것 같구먼.”
멀리서 보면 오랜만에 친우와 재회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청운이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언제라도 빼어 들 수 있도록 허리에 찬 검 자루를 쥐고 있는 오른손.
게다가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입술은 잔뜩 경직되어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무당제일검이라 불리는 청운이 저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그때, 신경망에 접속해 있던 청운의 목소리가 케인첼의 귀에 전해졌다.
“들리시오, 대협?”
“잘 들립니다.”
“설마 이곳에서 뇌전검제(雷電劍帝) 사군악을 만날 줄은 몰랐구려. 잘 들으시오. 저자는 무지하게 강하오. 반천련 고수들 중에 사군악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암흑마제 독고천 공자뿐일 것이오.”
“……그렇게 강한가요?”
“수백만 강호인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삼황오제 중에서 사군악은 두 번째로 강하오.”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별호로 짐작해 보건대 사군악이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뇌전. 즉, 번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상대해 보지 못한 타입이었다.
“십 년 전. 사군악은 일격에 천이 넘는 마교인을 산 채로 구워 버렸소. 덕분에 단숨에 정사대전을 끝낼 수 있었지. 그런데 그 뇌전이 이제 노부를 향할 거라 생각하니 솔직히 말해 두렵다오.”
케인첼은 긴장과 흥분이 반반씩 섞인 시선으로 사군악을 바라보았다.
잔주름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 기껏해야 20대 후반 정도나 되었을까.
아무리 마나가 풍부한 동대륙이라 해도 저토록 젊은 나이에 그 정도로 방대한 오러를 모을 수는 없다.
“설마 반로환동이라도 한 건가요?”
이런 곳에서 정해진 인간의 수명을 벗어난 초월자와 마주하게 될 줄이야.
“다행히 그건 아니오. 드넓은 강호무림인 중에 가장 초월자에 가까운 사람이긴 하지만 아직은 인간이오.”
“그럼 저 겉모습은 어떻게 된 거죠?”
“사군악은 뇌우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소. 그것을 이용해 노화를 늦추고 있는 것이오.”
실제로는 일흔이 넘은 노인이라고 한다.
청운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사군악에게 다가갔다.
“사군악. 자네는 그저 구미호에게 홀린 것일 뿐이네. 그래, 잠시만 기다려 주게나. 케인첼 대협이 만든 마파두부를 먹으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 걸세.”
그러자 사군악의 입술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본인이 홀렸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그, 그럼 무엇이 문젠가!”
“달기 소저는 평생 강해지는 것에 모든 것을 바쳐 온 본인에게 살아갈 의미를 만들어 주었지. 미안하지만 청운. 자네가 그녀의 적이라면 지금부터 죽이도록 하겠다.”
협상은 실패했다. 청운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황궁을 지키고 있던 금의위 대부분은 독고천을 상대하기 위해 북문으로 떠났다.
설마 적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질 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하겠는가.
그렇지만 그것도 길어 봐야 앞으로 일각 정도다.
황궁의 결계가 파괴된 것을 깨닫고는 금세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 전에 황궁을 탈환해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인 셈이다.
“……설마 십 년 전에 은거한 사군악이 여색에 빠져서 나타날 줄은 몰랐네. 허나 걱정하지 마시오. 노부가 동귀어진(同歸於盡)의 각오로 이 자리를 사수하겠소. 대협은 지금 바로 황궁 내부로 침입해서 황녀를 상대해 주시오.”
청운은 목숨을 건 자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초연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혼자 들어갔다간 황궁 내부의 결계를 뚫지 못하고 자멸할 겁니다.”
“그, 그럼 어쩌란 말인가!”
“제게 비책이 있습니다.”
“비, 비책이라고?!”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영약 삼사탕을 먹은 후, 몇 배로 강해진 어떤 요리 스킬의 이름이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 * *
파지직-!
쿠르르르릉-!
뇌전검제 사군악의 몸에서 자그마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전기 수준이었던 것이 내공을 주입하자 순식간에 번개 폭풍으로 변했다.
크라켄의 전격 공격이 작은 불씨라면 저건 대삼림을 불태우는 불꽃이다.
그제야 어째서 상대가 철제 방어구를 입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저 벼락을 방출해서 이 주위를 통째로 초토화시킬 생각이군. 황궁은 결계가 지켜 준다 이건가. 쳇, 이럴 줄 알았으면 크라켄 구이를 챙겨 올 걸 그랬네.’
전신을 라텍스로 바꿔 주는 크라켄 구이가 있었다면 한결 수월하게 뇌전검제를 상대할 수 있었으리라.
그렇지만 후회해 봐야 이미 늦은 일이었다.
케인첼은 더 고민하는 대신에 일단 뒤로 물러났다.
전신에 벼락을 두르고 있는 사군악을 상대로 근접전을 할 이유가 없었다.
‘아쉽지만 초급 금강불괴로는 저것을 막을 수 없지. 그렇다면…….’
상대는 지금까지 만났던 그 누구보다 강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결코 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럼 지금부터 달기 낭자와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대가를 받아 내도록 하지. 간다, 낙뢰(落雷)――!!!”
콰르르르릉-!
그와 동시에 케인첼이 있던 장소로 수십 발의 벼락이 내리꽂혔다. 거기에 직격당한 나무는 한순간에 까맣게 탄 숯 덩어리로 변했다.
스치기라도 했다가는 단숨에 전투 불능에 빠질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 담긴 공격이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브릴리언트 로드가 보여 준 단 하나의 검로를 따라 움직여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회피했으니까.
“이, 인간의 몸으로 낙뢰를 피했다고?!”
벼락은 인간의 몸이 낼 수 있는 속도를 아득하게 뛰어넘은 공격 수단이다.
아무리 어디서 공격해 올지를 예측한다고 해도 거기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군악은 그제야 눈앞에 있는 젊은 색목인 또한 초월자를 향해 한 발짝 내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명도 참 기구하군. 설마 아홉 번째가 될 싹을 내 손으로 잘라 내게 될 줄이야. 허나 그것 또한 사랑을 위해서다.”
“……!”
어째서인지 사랑이라는 단어에 케인첼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한 무언가가 찌릿하고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벌꿀색 머리를 한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스타니스 기사 양성소에 입소하고 3년.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레벨은 오르지 않았고, 스테이터스 역시 변하지 않았다.
사실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검술로 세 개의 보리 다발을 동시에 베어 내던 아벨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고 싶었다!
기사가 되어 몰락해 버린 지스타드가를 재건하고 싶다는 것은 그저 핑계일 뿐이었다.
그 일념(一念)을 위해 케인첼은 계속 검을 휘둘렀고.
식칼을 쥔 순간, 인연이 없는 줄 알았던 기연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 지금부터 네가 캡틴이다, 케인첼.
그 순간, 멈춰 있던 케인첼의 시간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브리타니아를 구한 영웅이 되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너를 처음 만났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아벨.’
그것을 전하지 못한 것은 아벨이 하프 엘프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인간과 비교하면 거의 5배 이상의 수명을 지녔으며, 케인첼이 죽은 후에도 수백 년 이상을 살아가야 한다.
남겨진 자의 고독을 알고 있던 케인첼은 결국 가슴속 깊은 곳에 자신의 진심을 숨겨야 했다.
아벨 역시 자신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것을 억지로 눈치채지 못한 척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아벨이 생각나는 거지? 설마…….’
케인첼은 다음 연격을 준비하고 있는 사군악과의 거리를 벌리며 황궁을 바라보았다.
거기에서는 정체불명의 연한 분홍빛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비숍이 경고했다.
― 조심해라, 파트너. 아무래도 초월자에 근접한 뇌전검제를 홀리기 위해 미혼향까지 사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케인첼은 정신을 홀리는 야릇한 향기를 맡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미혼향이라……. 그래도 덕분에 내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네. 이거 구미호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는걸. 물론 그런다고 봐줄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하여간 슬슬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한계다. 서두르도록 해라.
케인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단숨에 진각을 밟았다.
엄청나게 높아진 민첩성에 더블 부스터까지 더해진 상태에서 쏘아진 몸은 섬광이나 마찬가지였다.
순간적으로 형체가 일그러져 보일 정도의 속도로 날아간 케인첼의 몸이 사군악의 코앞에 도달했다.
“이번엔 이쪽에서 가도록 하죠. 피쉬 앤드 칩스……!”
피이이잉-!
그와 동시에 수십 가닥으로 나뉜 검격이 사군악의 전신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낙뢰를 쏘아 대는 것만으로는 삼황오제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아직 느리다!”
순간적으로 사군악의 전신에 스파크가 튄다 싶더니, 잔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그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 속도는 더블 부스터를 사용한 케인첼과 동급…….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렇지만 그 정도 우위로는 각각 일곱 개로 늘어난 프라가라흐와 듀렌달을 전부 막을 수 없었다.
콰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냉기를 머금은 칼날이 사군악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큭, 이까짓 것!”
한쪽 팔을 움직이지 못할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사군악의 기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엇이 그리도 유쾌한지 낮은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큭, 크흐흐흐. 즐겁군. 설마 본인을 이렇게 몰아붙일 강자와 만나게 될 줄이야.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오래 즐기고 싶지만 갑자기 달기의 체향이 그리워져서 말이다. 이만 끝내도록 하지. 지금부터 본인이 어째서 뇌전이라는 별호를 얻게 되었는지 알려 주도록 하마. 그 이유는 말이다.”
사군악의 입에서 ‘뇌신강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는 것과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내공이 터질 듯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천둥 벼락이 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느새 사군악의 몸은 거대한 뇌전에 감싸인 거인으로 변해 있었다.
쿠르르릉-!
번개의 거인이 팔을 뻗자 손가락 끝에서 수십, 아니 수백 발의 낙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속도는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의 무한에 가까웠던 사군악의 내공이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뿐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뇌신강림은 말 그대로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인 기술이었다.
케인첼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비숍……!”
― 오우! 기다리고 있었다, 파트너!
그와 동시에 황실 지붕에 붙여 두었던 끈적거리는 점액질에서 가느다란 촉수가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