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15)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15화(30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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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가 몸 안에 숨겨 두었던 나머지 꼬리 여덟 개가 마치 꽃망울처럼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귀가 따가울 정도로 수많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여기는 황궁 아닌가요? 제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죠?”
“달기 네 이년……! 감히 빙옥검후 이소화를 속이고도 무사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냐!”
“뭐, 뭐양! 내 몸이 북슬북슬한 털 뭉치로 변했엉?!”
“아아……, 맛있어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맛있는 국수를 만들 수 있는 건가요?”
아무래도 구미호의 꼬리에 깃들어 있던 팔선녀의 의식이 깨어난 것 같았다.
‘요리에 담긴 적운의 마음이 구미호의 내면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덕분인가. 그런데 어째서 8성급 요리가 만들어진 거지……?’
지금까지 케인첼이 만든 8성급 요리는 ‘행복을 부르는 비프스튜’뿐이었다.
그것을 이용해 브리타니아에 남아 있던 칠죄종의 저주를 완전히 풀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그때의 기적이 재현될 줄이야.
‘……대를 이어 전해진 마음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요리를 통해 꽃폈기 때문인가.’
그것 말고는 딱히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계섬월! 왜 자꾸 가까이 오는 거야?! 저리 가란 말이야! 엄청 기분 나쁘니까!”
“누군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팔선녀는 이제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목소리는 꼬리털의 진동을 통해 케인첼의 귀에 전해지고 있었다.
만약 입에서 나오는 소리였다면 제대로 알아들을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꼬리 하나가 길어지더니 찰싹하고 다른 꼬리들을 내리쳤다.
“다들 잠시만 조용히 하고 있어 봐. 이래서야 도저히 대화가 안 될 것 같잖아. 아무래도 저기 있는 잘생긴 대협이 우리를 구해 준 것 같으니, 설명을 들어 보자.”
“동의.”
“나도 그러는 게 좋아 보여. 그건 그렇고 자꾸 들러붙지 말라고 했지!”
“같은 엉덩이에 붙어 있는데 어떻게 붙지 말라는 거야? 불만 있으면 알아서 떨어지든가!”
“……그러니까 조용히 하라고!”
팔선녀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진채봉의 활약 덕분에 겨우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케인첼은 최대한 간단하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팔선녀는 숨 쉬는 것도 잊고 케인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대협이 만든 요리 때문에 저희들이 잠에서 깨어났다는 건가요?”
“아마 그럴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것 같군요.”
“아…….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우선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나간 후 마저 하도록 하시죠. 슬슬 황궁을 떠났던 금의위가 돌아올 시간입니다.”
구미호의 본체를 차지하고 있던 상아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게 맞춰 꼬리들이 파닥거린다.
‘우선 암흑마제 독고천과 합류해서 황궁을 빠져나가야겠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케인첼은 총 아홉 명의 의식이 깃들어 있는 구미호의 몸을 안아 들고는 그대로 황궁의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 * *
황궁 탈환에 성공한 케인첼과 독고천은 예정대로 근처에 있는 동굴에서 재회했다.
무사히 합류한 반천련 고수들의 얼굴을 본 왕적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대인! 무사하셨군요!”
“오, 그대는 왕적삼 대협 아니오! 설마하니 암흑마제 독고천에게 목숨을 빚지게 될 줄은 몰랐구려. 그건 그렇고 혹시 그 뭐냐……. 통조림이라는 것을 좀 더 얻어먹을 수 있겠소? 그것 참 맛있더이다.”
“죄송하지만 그건 좀…….”
그의 말을 빌리자면, 구미호에게 홀린 고수들의 회복은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다고 한다.
그렇지만 매개체라고 할 수 있는 구미호를 없앴다. 머지않아 전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독고천은 팔짱을 끼고 케인첼을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저년을 데리고 온 것인지 이유를 들을 수 있겠나.”
“음, 그건 설명하자면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요.”
“말해라.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
독고천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만약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칼이라도 꺼내 들 기세였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강호무림 전체를 멸망시킬 뻔한 적을 눈앞에 두고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게다가 마치 도발이라도 하듯 여우 귀와 꼬리를 드러내 놓고 있지 않은가.
그때 구미호의 꼬리 중 하나가 튀어나왔다.
“혹시 독고천 오라버니세요? 와아,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어떻게 하나도 안 변하셨을까.”
“이 목소리……. 설마 요연이냐?”
“예. 심요연이에요.”
“……맙소사.”
심요연은 마교 태상장로의 손녀딸로 독고천과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한다.
독고천은 머리에 손을 올리며 중얼거렸다.
“행방불명된 이후에 엄청나게 찾아다녔건만. 설마 구미호와 한 몸이 되어 있었을 줄은…….”
“저도 있습니다, 소교주님. 이런 모습으로 찾아뵙게 되어 면목 없습니다.”
“……설마 거기에 백능파까지 있단 말이오?!”
팔선녀는 정, 사를 막론하고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여덟 명의 여류 고수를 말한다.
그중 몇 명은 마교 소교주인 독고천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어쩐지 반천련에 여성 고수가 거의 없다 했더니 싹을 미리 제거해 둔 건가.’
왕적삼이 구미호의 맥을 짚어 보고는 경악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 정말로 몸 하나에 각기 다른 내공이 여덟 개나 섞여 있습니다! 이거 만약 달기가 무공을 쓸 줄 알았으면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재앙이 일어났을 겁니다…….”
“……그건 참으로 다행이로군. 그런데 상황이 굉장히 난처하게 되었다. 구미호를 살려 두었다간 분명 이번과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죽이자니 같은 몸을 공유하고 있는 팔선녀의 목숨까지 사라지게 된다.
“뭐, 결론은 한 가지인가.”
아홉 명을 살리기 위해 강호무림 전체를 위험하게 할 수는 없었다.
독고천은 입술을 깨물며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케인첼이 구미호와 독고천의 사이에 섰다. 마치 구미호를 보호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큭……. 누군 좋아서 이러는 줄 아나? 요연은 본좌에게 있어서 딸과도 같은 존재란 말이다!”
독고천의 목소리는 억지로 울음이라도 참고 있는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그는 사라진 심요연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그러다 황실 탈환이라는 대업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수색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런데 설마 이런 최악의 형태로 재회하게 될 줄이야.
독고천은 피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허나 구미호와 한 몸이 된 이상 죽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예. 구미호를 이대로 풀어놓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어째서 본좌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지!”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남겨 둔 채, 구미호의 목숨을 빼앗았다간 평생 후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마 구미호와 한 몸이 된 요연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단 말인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
독고천은 박살 낼 기세로 케인첼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놀란 것은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왕적삼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귀인의 요리가 대단하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하나가 된 구미호와 팔선녀를 원래대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물리적으로라……. 잠시만 이걸 봐주시죠.”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잠들어 있는 자동인형의 이름을 불렀다.
“아수라, 잠시만 나와 봐.”
그러자 이차원 주머니의 입구가 열리며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끼리리리릭-!
“예, 셰프. 무엇을 도와드립니까?”
“주머니 안에서 인간이……? 아니, 저건 인형이로군.”
“중부 대륙에는 말입니다. 인간을 쏙 빼닮은 인형을 만드는 것을 숙원으로 삼은 이들이 있습니다. 거기에 혼이 깃들어 있는 꼬리를 잘라 이식하면 온전히 자신의 몸을 가질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래 봐야 인형 아닌가? 그걸 살아 있다고 할 수 있겠나.”
“인형의 몸은 임시방편일 뿐이에요. 연금술사 중에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것을 숙원으로 하는 이들도 있거든요. 그들이 가진 지식을 이용하면 겉모습만이나마 인간과 똑같은 몸을 만들 수 있습니다.”
“……허허, 강시조차 시체가 있어야 하거늘.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믿고 맡겨 주세요. 책임지고 심요연 낭자에게 몸을 되찾아 주겠습니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는 아스톨포뿐만 아니라, 비숍의 협력 또한 필요하다.
‘괜찮을까, 비숍?’
― 크큭. 물론이다. 구미호의 꼬리에 깃든 인간의 영혼이라. 이것 참 말도 안 되는 실험체를 손에…….
‘야! 상아 낭자의 영혼에 허튼짓을 했다가는 젤리로는 평생 피쉬 앤드 칩스만 만들 거야.’
― ……그건 사양하고 싶군. 하여간 이것으로 키메라를 인간으로 돌리는 연구가 엄청난 속도로 진척될 것이다. 앞으로 십 년만 더 기다려라, 파트너.
‘십 년? 그러다 다 늙어 죽겠다. 1년.’
― ……4년. 그 이하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알았어. 4년 줄게.’
이것으로 팔선녀는 겉모습이나마 인간의 몸을 얻을 수 있고. 비숍과 아스톨포는 자신의 숙원에 한발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인간의 호문쿨루스를 만든다고 해서 바로 혼을 이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정 연령까지 성장시키려면 적어도 몇 년은 더 필요하다. 그때까지 팔선녀는 어쩔 수 없이 브리타니아에 머무르게 된다.
‘그녀들 전부가 머지않아 소드 마스터가 될 실력자잖아? 분명 앞으로 엄청난 전력이 되어 줄 거야.’
“그럼 이것으로 작별이군요.”
“귀인! 정말 이대로 떠나는 것입니까? 제대로 감사 인사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러지 마시고 제가 끝내주는 기루를 알고 있습니다. 몰래 한 일주일만 같이…….”
아쉬운 것은 케인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비록 팔선녀와 상아의 혼이 깃들어 있다곤 해도 무림 공적인 구미호를 살려 둔 것이다.
그 사실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브리타니아로 돌아가야 한다.
구미호는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은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독고천은 헛기침과 함께 손을 내밀었다.
“마지막까지 대협에게는 도움만 받는구나.”
“이거로 얻어먹은 영약값은 했나 모르겠네요. 그럼 뒷일을 잘 부탁하겠습니다.”
드넓은 중원 제국을 구한 영웅 케인첼 반 지스타드.
독고천은 앞으로 영원히 그 이름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부탁은 본좌가 해야겠지. 요연이를 잘 부탁한다. 꼭 조카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그녀는 엄청난 미인이다.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 초대해라.”
“……아무래도 엄청난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크크큭. 농담이다.”
그때, 남은 영약을 한입에 털어 넣은 마이아가 본체로 돌아갔다.
그녀의 등 위에는 강선 태백이 만든 무기가 담긴 보따리가 놓여 있었다.
살짝 풀어 안을 확인하자 활, 한손 검, 창 등등. 총 여섯 자루의 무기의 모습이 보였다.
“어? 이건 언제 챙겨 오신 거예요?”
― 하핫. 본룡도 놀고만 있던 것이 아니라고. 아 참, 이름은 공백으로 남겨 두었으니 알아서 붙여 달라던데?
“음. 가면서 좋은 것으로 생각해 봐야겠네요.”
― 또 요리 도구 이름 붙이지 마라. 그러다가 받은 사람들 운다.
케인첼은 씨익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동대륙에서 할 일이 모두 끝났다. 이제 브리타니아로 귀환할 시간이었다.
왕적삼은 떠나려는 케인첼에게 부적을 몇 장 내밀었다.
“이걸 이용해서 저와 연락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분명 앞으로도 악마와의 싸움은 계속되겠지요. 혹시라도 반천련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라도 불러 주십시오.”
“그럼 사양 않고 받도록 하죠.”
케인첼은 구미호를 안아 들고 마이아의 등 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순식간에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구미호의 몸을 차지하고 있던 상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저 때문에 이렇게 도망치듯이 떠나는 건가요? 중원을 구해 주셨는데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시고…….”
“아뇨. 그 어떤 보물보다도 값진 것을 받았잖아요.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합니다.”
“어, 어머……!”
어째서인지 여덟 개의 꼬리가 잔뜩 흥분해서는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조금 큰 오해를 한 모양이다.
어느새 밤이 되어 눈앞에 커다란 달이 떠올라 있었다.
마치 달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케인첼은 조용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런데 상아라는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아뇨……. 혹시 아빠에게 들으셨나요? 아, 알려 주세요! 듣고 싶어요!”
“중원에서는 예전부터 달에 향아라는 이름의 여신이 산다고 믿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곳에서 천계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맞아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죠. 향아라는 이름을 다르게 읽은 것이 상아입니다.”
“아…….”
상아는 적운이 돌아오는 것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렇지만 결국 살아 있는 적운을 만나지 못했다.
“제가 만약 스승님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뭐라고요?”
“이번엔 내가 달에서 기다릴 차례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