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1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16화(30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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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지금까지처럼 영원히
케인첼 반 지스타드가 신대륙으로 떠난 지 어느새 일 년이 지났다.
같이 동행했던 가웨인은 벌써 몇 개월 전에 귀환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케인첼에게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시련의 탑의 주인이자, 브리타니아 남부를 수호하고 있는 엘리자베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웨인은 풀밭에 앉아 느긋하게 과자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흐암……. 날씨 참 좋다. 누님도 그렇게 똥 마려운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마들렌이나 드시는 게 어떻습니까?”
“으으, 이 비글 같은 자식이! 지금부터 어디를 어떻게 때려야 아픈지 실험이라도 해 볼까?”
“……한 번만 봐주십쇼. 농담 아니고, 누님이 때리면 진짜 아프지 말입니다.”
“하여간 내가 분명 무슨 일이 있어도 꼬맹이랑 같이 돌아오라고 했지?”
“그, 그게 말씀드렸다시피 동대륙이 위험하다고 해서 마그누스 님이랑 같이 갔다니까요?!”
“그걸 누가 믿을 것 같아? 분명 일거리 잔뜩 맡겨 놓고 혼자 놀다가 심심해져서 돌아왔겠지!”
“아, 정말 아니라니까요?! 어휴, 이래서 노처녀 히스테리는……. 하여간 이쪽도 피해잡니다! 저만 쏙 빼 놓고 날아갔다니까요! 그래서 브리타니아로 돌아오느라 얼마나 고생한지 아십니까?!”
“……피해자아? 거기에 노처녀……!? 뚫린 입이라고 내뱉으면 전부 말이 되는 줄 아냐, 이 치누새끼가!”
“끄, 끄아아악! 항복……! 기브 업! 거, 거기는 그런 식으로 접히는 부분이 아닙……! 으아아아악!”
가웨인의 목이 움직여서는 안 될 부분까지 접히려는 순간이었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내려왔다.
한계까지 마력을 소모한 바람에 반인반룡의 모습으로 변한 마이아와 케인첼이었다.
“지금 막 동대륙에서 돌아왔습니다. 너무 늦었죠?”
“꼬, 꼬맹아?!”
“……잘 왔다, 후배. 정확히 오 초만 늦었어도 데우스 님의 만찬에 초대받을 뻔했지 뭐야.”
마이아는 계속된 장거리 비행이 피곤했던지 나른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마도 한동안 지스타드 영지의 깊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을까.
엘리자베는 감동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스타드도 아니고, 브리튼도 아니고 바로 나를 만나러 오다니……. 역시 꼬맹이는…….”
“그냥 전해 줄 물건이 있어서 들렀을 뿐인데요.”
“……전해 줄 물건? 으하, 으하하하! 부끄럽게시리……. 안 그래도 마침 왼손 약지가 허전했는데 정말 잘됐다 야! 하여간 이런 일이 있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 분위기 좋은 식당이라도 예약해 뒀을 텐데…….”
“……엘리자베스 님.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분명 오해입니다.”
케인첼은 그런 말을 하며,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강선 태백이 만든 무기 두 자루를 꺼냈다.
레이피어가 떠오를 정도로 얇은 검신을 지닌 세검과 투박한 태도였다.
“결혼반지가 아니잖아? 쳇…….”
엘리자베스는 무엇이 그리도 아쉬운지 혀를 차며 케인첼이 내민 세검을 받아 들었다.
그런데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기가 심상치 않았다.
미스랄로 만든 검이라 해도 이토록 신성한 빛을 발하지는 못 한다.
“……그런데 꼬맹아. 도대체 이 검은 뭐야? 이 정도면 성검……. 아니, 신검이라고 불러도 되겠는데?”
“별의 조각이라 불리는 금속으로 만든 검이라서 그래요. 악을 베는 검 프라가라흐와는 자매라고 할 수 있죠.”
“그, 그래? 이걸 나한테 준다고? 이 정도면 최고의 예물……. 아니, 선물이네. 아하, 아하하!”
“아 참, 엘리자베스 님과 어울릴 이름을 생각해 봤는데요. 클리버(Cleaver) 정도면 어떨까요?”
“클로버? 아, 나 그거 정말 좋아해. 분명 잎이 네 개 달려 있으면 행운이고, 세 개면 행복이었지?”
“아뇨. 클로버가 아니라 클리버입니다. 고기 썰 때 쓰는 푸주칼이요.”
“……아, 그러셔.”
클리버는 사각형의 날을 가진 식칼의 한 종류로, 주로 굵은 물건을 잘라 낼 때 사용한다.
무게 중심이 앞에 있다 보니 힘을 적게 들이고도 단단한 물건을 절단할 수 있는 것이다.
미칠 듯이 악마들을 도륙하던 엘리자베스에게 딱 어울리는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악마와 상대할 새로운 검을 받자, 가웨인이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후배. 혹시 내 건 없냐?”
“물론 있죠.”
“오오……!”
케인첼은 한쪽에만 날이 달려 있는 태도를 내밀었다.
열 종류의 각기 다른 중급 검술을 사용하는 가웨인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건 이름이 뭐야?”
“후라이팬입니다. 멋있죠?”
“……잠깐만. 그거 팬케이크 구울 때 쓰는 거잖아?!”
그 이름을 듣고 보니 확실히 비슷하게 생기긴 했다. 옆에서 툴툴거리고 있던 엘리자베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폭소했다.
“아하하! 이제 싸울 때마다 내 프라이팬을 받아라! 막 그렇게 외쳐야 되는 건가? 가웨인 너랑 정말 딱 어울린다! 푸, 푸훕. 푸하하하!”
“후, 후배님! 아무리 내가 겉치레를 따지지 않는다곤 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불만이시면 다른 사람 주죠 뭐.”
케인첼이 검을 돌려 달라는 것처럼 손을 내밀자 가웨인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야! 프라이팬이라……. 하하. 진짜 좋은 이름이다. 이제부터 이 몸의 애검은 바로 이 프라이팬이올시다!”
“좋아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프라이팬과 클리버. 앞으로 브리타니아를 대표할 신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일 년 동안 브리타니아를 떠나 있던 케인첼을 위해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악마 대공의 계약자 ‘에이전트’의 출몰 빈도수가 엄청나게 늘었어. 뭐, 그만큼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루고 싶은 소원을 가진 놈들이 많다는 건데.”
“역시 그렇게 되었군요.”
“개중에는 물리력이 통하지 않는 녀석도 있어서 상대하는 데 엄청 고생했지 뭐야.”
엘리자베스는 그런 말을 하며 클리버의 칼날에 볼을 가져다 대고는 마구 비벼 댔다.
“아하핫, 그렇지만 그것도 어제까지라고. 이것만 있으면 그 얄미운 녀석을 아주 콱 그냥.”
그렇지만 신검 몇 자루가 더해진다고 해도 전력상으로는 여전히 악마 쪽이 위였다.
7 VS 71.
숫자만 해도 거의 10배 가까이 차이 나지 않은가.
아무리 초월자의 문턱에 한 발을 디뎠다고 해도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케인첼이 그것에 대해 설명하자 엘리자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아슬란 폐하도 나름대로 대책을 고민하고 있더라. 뭐,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것 같지만 말이야. 그런데 저기 뒤에 숨어 있는 ‘년’은 누구야?”
엘리자베스는 물소를 바라보는 암사자 같은 표정으로 상아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케인첼이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않으면 그대로 물어뜯을 기세였다.
“아. 소개가 늦었네요. 요호백면금모구미이자, 강호무림을 대표하는 여덟 명의 여고수 팔선녀. 그리고 제 요리 스승인 적운의 따님인 상아 소저입니다.”
“……뭔가 설명이 긴 것 같은데.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하나의 몸에 여러 영혼이 깃들어 있다, 뭐 이런 건가?”
“정확하네요.”
케인첼은 간단하게 구미호와의 만남과 그 이용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팔선녀가 곧 소드 마스터의 벽을 넘을 절정 고수라는 말에 엘리자베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는 것은 적어도 삼 년 안에 지스타드 영지는 여덟 명의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게 될 거란 건가.”
“그렇게 되는군요.”
“그 정도면 어떤 영지라 해도……. 아니, 국가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네?”
거기다 지스타드 영지에는 최상급의 무구를 만들 수 있는 드워프와 세계수의 수호자인 엘프까지 있다.
게다가 조건부긴 해도 거기에 수호룡 마그누스의 존재가 더해진다.
비록 능력의 대부분을 마계의 문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해도, 케인첼이 원하면 웃으면서 힘을 빌려줄 것이다.
“후와……. 그 정도면 대륙 통일도 불가능하지는 않겠네.”
“뭐, 셰프가 한 명인데 무턱대고 가게를 확장했다가는 요리의 질이 떨어지잖아요. 우선 내실을 다지는 것부터 해야죠.”
“그게 정답이네. 아하하……! 아 참, 안 그래도 아슬란 폐하가 꼬맹이를 만나면 바로 연락하라고 하더라.”
“설마 마들렌 굽는 법을 마저 알려 달라는 것은 아니겠죠? 그건 조프리 셰프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해 놨을 텐데요.”
“아, 저기 가웨인이 먹고 있는 과자가 바로 폐하께서 만든 거야. 이제 파티시에를 해도 될 정도로 잘 굽는다고 하더라.”
“그럼 어째서…….”
“하여간 찾아가 봐. 적어도 손해 보는 일은 없을 테니까.”
1년 만에 귀환한 케인첼에게 내려진 아슬란 팬드래건의 소환 명령.
케인첼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브리튼으로 이어진 게이트로 향했다.
* * *
브리튼에 도착한 케인첼을 맞아 준 것은 흰 앞치마를 두르고, 과자 반죽을 하고 있던 아슬란이었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 지금 막 동대륙에서 귀환했습니다.”
“허허. 잘 왔소. 경이 자리를 비운 동안 열심히 연습했는데, 어떻소?”
“이제 아주 잘하시는데요.”
아슬란은 부끄러운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눈을 빛냈다.
“그런데 드디어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군. 앞으로 적어도 이백 년은 더 살 수 있겠어.”
“운 좋게 동대륙에서 기연을 만났거든요. 그런데 겉모습은 그대로일 텐데 어떻게 아시는 건가요?”
“짐 또한 한때나마 인간의 몸으로 칠죄종의 아바타를 품었지 않은가. 동족은 동족을 알아보는 법이라네.”
어떤 의미에서 아슬란 또한 초월자라고 할 수 있었다.
아슬란은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른 마들렌 반죽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금일 티타임에는 캐롤라인을 초대할 수 있겠어. 잔뜩 만들었으니 경에게도 한 봉지 주겠네. 공국으로 돌아가서 먹게나.”
“……공국이라뇨?”
“아, 설명이 늦었군. 브리타니아의 황제로서 내리는 마지막 명령이자 부탁일세.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지스타드 영지를 공국으로 독립시키자는 안건이 나왔네. 그리고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지.”
“……!?”
명분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엘 아카드의 존재였다.
브리타니아 북부는 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엘 아카드의 영토였다.
언제가 되었든 분란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지스타드를 공국이라는 형태로 독립시킨다면 적절한 방파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공왕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엘프족의 대표 니뮤에와 협치하는 형태로 부탁하고 싶네만.”
엘프와 드워프. 거기에 드래곤까지.
아슬란은 지스타드 영지가 자신이 품기에는 너무나 커졌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앞으로 대륙은 악마 대공의 계약자와 본격적으로 전쟁을 해야 하네. 이미 짐은 엘 아카드와 갈리아와 동맹을 맺었네. 비스트 후작과 블라드 대공이 아주 기뻐하더군. 그런데 오스만의 술탄이 동맹 제안을 거절하며 이런 말을 하더군. 손을 잡는 것은 친구인 케인첼하고만 하겠다고 말이네.”
“신밧드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거네. 대륙을 지켜 주게나, 지스타드 공왕. 브리타니아는 혈맹국으로서 물심양면으로 돕겠네.”
그런 말을 하며 아슬란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결국 영지를 통째로 넘겨줄 테니, 힘든 일을 맡아 달라는 뜻이었다.
역시나 1차 칠죄종 전쟁을 승리로 이끈 남자다운 단호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혈맹이라고 하면…….”
“그건 독립의 조건일세. 적어도 공왕을 묶어 둘 무언가는 필요하지 않겠나. 브리타니아의 왕족. 적어도 귀족 영애하고는 결혼해 주었으면 싶네. 물론 후처라도 괜찮네.”
“……!?”
“생각해 둔 영애가 없으면 내 아주 적당한 여인을 한 명 알고 있네만. 험험. 뭐, 개인적으로 부탁도 받았고 말이지.”
케인첼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뇨. 있습니다.”
“허허, 있다고?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네만, 짐의 착각이었나. 혹시 괜찮다면 누군지 이름을 들을 수 있겠나.”
케인첼의 대답을 들은 아슬란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게다가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공왕의 반려로 어울리는 이였다.
“그래서 청혼은 했나?”
“지금부터 하러 갈 생각입니다.”
“선물은?”
“……음. 감자라도 좀 구워 가면 될까요?”
“예끼 이 사람아! 안 되겠군. 내무대신은 들으라! 지금부터 브리타니아의 국보가 보관되어 있는 창고의 문을 개방해라!”
아슬란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결혼식을 시키려고 작정한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