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33)
요리하는 소드마스터-33화(3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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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시아 렉카아드 백작은 답답했다. 미스랄급 용병 지크프리드의 추적 능력은 대단하다. 머지않아 후울의 실마리를 찾아 낼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가능하다면 단 하루라도 일찍 프렐리아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녀가 깊은 잠에 빠져든 지 10년. 너무나 긴 세월이었다.
“짐승 같은 놈들······.”
그렉시아는 이를 갈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편지를 찢기 시작했다.
전부 다른 귀족들이 보낸 청혼장.
프렐리아는 에델바이스 상회의 주인이자 엄청난 부를 가진 웰라이드 백작의 하나 뿐인 딸이다.
그녀와 결혼 할 수만 있으면 그 모든 것이 손에 들어온다.
그래서일까.
꽃다발을 든 귀족들이 매일같이 저택을 방문했다.
급기야 그들은 이렇게 청혼장까지 보냈다.
거기에는 프렐리아의 외모를 찬양하는 온갖 미사여구가 적혀 있었다.
그렇지만 그렉시아에겐 전부 저주 섞인 욕설처럼 보일 뿐.
그렉시아는 다른 사람들이 프렐리아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었다.
백치 프렐리아.
젠장, 너무나 착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내 딸을 그런 식으로 부르다니······.
결국 그렉시아는 참지 못하고 편지지를 불에 태웠다.
그리고 의자에 몸을 뉘였다. 겨우 몇 장의 편지를 읽었을 뿐인데 10년은 늙은 기분이다.
똑똑.
“백작님. 브래드입니다.”
“······들어와라.”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노집사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어릿광대 후울 수색에 대한 중간보고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흐음. 아직 큰 단서는 찾지 못한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우선 후울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용병들을 찾아냈습니다.”
그렉시아는 턱을 어루만지며 노집사 브래드의 보고를 경청했다.
의외로 수사는 제법 진척되어 있었다.
노점상 연맹이 고용한 용병에게 포위된 후울이 엄청난 검술을 사용해 탈출했다는 것.
그리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관문에서 후울이 탄 것으로 보이는 마차가 목격 되었다는 것.
그 외에도 몇 가지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어릿광대 후울이 검술까지 잘 할 줄은 몰랐군.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관문에서 목격 되었다는 것은 이곳 시티즌이 아닌 다른 곳에 산다는 뜻이군.”
“예. 지크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현재 시티즌을 중심으로 반나절 안에 갈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수색을 하고 있습니다.”
“상업지구 웰린과, 공업지대 크롤트라 정도겠군.”
“예. 그런데 그 두 곳이 워낙 넓다보니······. 시간과 예산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노집사 브래드는 고개를 조아렸다.
상인에게 돈을 달라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있는 그렉시아는 상인이 아니라, 아버지였다.
프렐리아를 낫게 하기 위해서라면 웃으며 에델바이스 상회 전부를 포기하리라.
그렉시아는 금화가 가득 담긴 주머니를 내밀었다.
“이 정도면 이번 달은 충분할 거야.”
“너, 너무 많습니다.”
“돈이란 언제든 필요한 일이 생기는 법이다. 젠장, 그때 사 골드를 주고 아예 후울을 상회 소속으로 만들어 버렸어야 했어······.”
그렉시아는 요즘 들어 일당 4골드를 제시하는 후울이 등장하는 꿈까지 꾸곤 했다.
그때마다 어찌나 식은땀이 흐르던지.
“그래도 역시 지크가 일 하나는 참 잘 하는군. 그런데 베르테스를 찾은 일화를 말하지 않던가?”
“예. 참 재미있는 친구더군요.”
베르테스는 젊은 극작가 괴테가 쓴 소설의 주인공이다.
친구의 아내인 샤를로테를 사랑한 청년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는 내용.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베르테스를 만나고 싶다는 의뢰를 받은 지크는 아주 간단하게 그것을 해결했다.
먼저 ‘베르테스’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를 찾았다.
그리고 돈으로 고용한 미인에게 ‘샤를로테’라는 이름을 대게 한 후 접근을 시킨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두 사람을 사랑에 빠트린다.
그때 본인이 나타나 샤를로테의 남편임을 주장한다.
그렇게 그저 소설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았을 뿐인 베르테스는 평생 안고 갈 상처를 얻게 되었다.
“이야기속의 베르테스를 현실에 구현해 내는 것에 일 년이 걸렸지. 못해도 그보다는 빨리 찾지 않겠나. 후울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니까.”
“예, 열심히 찾겠습니다.”
쾅쾅쾅!
누군가가 집무실 문을 엄청난 기세로 두들겼다.
저택의 관리인들은 모두 대를 이어 백작을 모신 가신. 이런 무례를 저지를 이유는 하나뿐이다.
“무슨 일인가.”
“배, 백작님. 후, 후울입니다!”
“흐음. 지크가 무언가 단서를 찾았나보군. 그건 브래드에게 먼저 보고하라고 했을 텐데.”
“그게 아니라. 후울 본인이!”
“뭐라고?”
그렉시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신고 있던 슬리퍼가 벗겨진 것도 모른 채 저택의 대문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진한 삐에로 분장을 하고 펑퍼짐한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너, 너, 너!”
백작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어릿광대 후울.
그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허리에 손을 둘렀다.
절도마저 느껴질 정도로 너무 완벽한 예법.
후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혹시 앵코르 공연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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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은 고민했다.
눈앞에 있는 어릿광대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그는 상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수많은 이들과 만났다.
후울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프렐리아가 인질이었다. 상회 전체를 내 달라고 해도 그럴 수밖에 없다.
협상이란 카드 게임과 마찬가지다. 자신이 들고 있는 패를 최대한 숨기고 상대가 가진 것을 읽어야 한다.
그렉시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었다.
“왜 갑자기 찾아왔나.”
어릿광대 후울 분장을 한 케인첼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폴른 스타를 이용해 상대의 적의를 확인했다.
케인첼은 입술을 핥았다.
다행히 자신에 대한 적의는 없었다.
그렇지만 백작의 가슴에는 누군지 모를 상대에 대한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저 분노가 내게 향하지 않으려면 말 한마디를 하는 것에도 주의해야 해.’
이곳이 호랑이 굴이 될지 보물선이 될지는 지금부터의 협상에 달려 있다.
상대는 거대 상회의 주인.
섣부른 거짓말을 했다간 되레 상황이 악화 될 가능성이 있다.
케인첼은 사실만을 말하기로 정하고 입을 열었다.
“프렐리아 영애께서 제가 만든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먹고 맛있다며 웃은 모습이 생각나서 말입니다. 어릿광대는 손님의 미소를 먹고 살아가는 이들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그렉시아가 껄껄 웃었다.
“하핫! 그래, 프렐리아가 정말 예쁘긴 하지.”
물론 저 이유 하나만으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프렐리아가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먹자 ‘오러 소드’가 생성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슬롯 두 개는 채우지 못한 상태.
다시 한 번 프렐리아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오러 소드를 사용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기사가 될 자격을 손에 넣는다는 뜻.
‘백작이랑 연을 만들어 둬서 나쁠 것은 없어.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렉시아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렉시아 또한 케인첼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완벽한 협력을 얻기 위해선 자신이 가진 패를 전부 보여주어야 한다.
상인으로서는 절대 하면 안 될 행동.
그렇지만 그렉시아는 아버지로서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내 딸은 나태의 저주에 걸려있네.”
케인첼은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식으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 갈 줄이야.
‘그만큼 내가 중요하다는 뜻이야.’
“벨페고르의 저주 말씀이군요.”
“알고 있으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그래, 프렐리아는 십년 전 나태의 왕 벨페고르에게 저주를 받았네.”
그렉시아는 아득한 눈빛으로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너무나 참혹한 이야기를 들은 케인첼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군비를 지원한 벌로 딸에게 저주를 걸다니······.”
“그때 이후 십년 동안 나태의 저주를 풀기 위해 안 해본 것이 없네. 그리고 처음으로 프렐리아가 제 정신을 차린 것이······. 자네가 만든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먹었을 때라네.”
“······.”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듣게 되자 충격이 컸다.
‘내가 만든 5성급 요리가 먹은 사람에게 걸린 칠죄종의 저주를 약하게 했단 말이야?’
비록 몇 분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동안 제정신을 차린 것뿐이다.
그렇지만 수많은 마도사와 대주교가 와도 할 수 없었던 일.
한 조각의 샌드위치가 만들어낸 기적.
“알고 있었나?”
“몰랐습니다.”
“그래, 나도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자네가 사라진 이후에 또 샌드위치를 하나 구해왔네. 그런데 왜 그렇게 인기가 좋은가? 얼마나 구하기 힘들던지.”
“저도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 줄 몰랐습니다.”
“하여간 검은 탑주와 데우스 교의 대주교까지 불러서 샌드위치를 조사를 해 보았지.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샌드위치에 어떤 비밀이 숨겨 있는지 말이네.”
케인첼은 침을 삼켰다.
“놀랍게도 이런 결과가 나왔네. 아주 잘 만든 샌드위치라고 하더군. 한입 먹어보고 싶다며 군침을 흘리기에 돌려받는데 고생했네.”
허니버터 샌드위치는 케인첼의 모든 것이 담긴 요리였다.
그만큼 대부분이 5성급으로 완성되었다.
그런데 단순히 잘 만들었을 뿐인 요리.
어째서 거기에 저주를 푸는 힘이 담긴 것일까.
“우선 샌드위치를 다시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재료를 준비해 주시겠습니까?”
“그래, 브래드! 후울이 말하는 것이라면 드래곤 알이라도 구해다 주게나.”
“알겠습니다, 백작님.”
그렇게 혹서기 때에 이어 또 다시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만들 준비가 시작되었다.
브래드는 능숙한 집사였다. 어떤 주문을 해도 순식간에 구해다 주었다.
“그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러자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실눈의 남자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이게 그 소문의 허니버터 샌드위치에요? 저도 구경 좀 해도 되나요?”
미스랄급 용병 지크프리드였다.
그렉시아는 지크를 쫓아내려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놈을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이 생각났다.
노집사 브래드가 대신해서 그렉시아의 뜻을 전했다.
“백작님이 구경해도 좋다고 허락 하셨습니다. 그리고 요리가 끝나면 하실 말이 있다고 하니 남아 주십시오.”
“호우! 설마 저한테도 하나 주려고요? 역시 백작님이셔! 화끈 하다니까요!”
그렇게 백작과 브래드, 지크는 눈을 빛내며 케인첼이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능숙한 솜씨로 빵을 반죽하며 동시에 고기를 굽는다.
깜짝 놀란 백작이 감탄사를 토해냈다.
“뭐지? 그때부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요리를 하는 움직임이 훨씬 매끄러워졌어.”
놀란 것은 지크도 마찬가지였다.
“와, 무슨 마술을 쓰면 빵 반죽이 저렇게 바로 부풀 수 있죠? 크흑······. 고기 굽는 냄새도 끝내주네요!”
케인첼은 마지막으로 완성된 샌드위치를 불판위에 올려놓고 굽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군침을 삼켰다.
우선 빠르게 만들기 위해 프렐리아를 위한 것만 만들기로 했다.
케인첼은 완성된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것을 본 백작이 눈을 크게 떴다.
“완성된 샌드위치가 전보다 훨씬 맛있어 보이는군. 한 번 더 구워낸 빵의 색이 예술적으로까지 보일 정도야.”
“감사합니다, 백작님.”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아무래도 장식 레벨이 생겨 요리의 완성도가 더욱 올라간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두개지? 먼저 프렐리아가 시식하는 것이 아닌가?”
“제가 만든 샌드위치의 어디에 그런 능력이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는 아주 정성을 들여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중간에 몇 가지 과정을 건너뛰었습니다.”
“흐음.”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두 샌드위치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4성과 5성.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먹어서 저주가 약해진 것인지, 아니면 5성급 요리가 원인인지 이것으로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
“그럼 먼저 이쪽 샌드위치부터 시식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이것으로 무엇인가가 확실해진다면 얼마든지 해 주겠네.”
“자세한 이유를 묻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저주를 풀 실마리를 만났네. 간이라도 빼 줄 수 있어.”
백작은 4성급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든 손을 프렐리아의 입으로 가져갔다.
모두가 프렐리아의 입술이 열리는 것을 보고 숨을 죽였다.
프렐리아는 천천히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냠······.
프렐리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