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4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41화(4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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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이 식재료를 손질하는 모습을 본 아벨이 눈을 가늘게 떴다.
쥐고 있던 식칼이 두 개로 늘어나며 양파와 양배추가 동시에 반으로 갈라진다.
“······케인첼. 얼마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거 뭐라고 하는 검술이야?”
“방금 사용한 검술 말이지? 동시에 양파를 두 개씩 썰 수 있어서 양파 검술이라고 부르고 있어.”
“양파 검술?”
“응, 양파 검술.”
그러자 아벨은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케인첼이 쓰고 있는 것은 아무리 봐도 카터스 가의 비전 검술.
그것에 담긴 묘리를 몇 번 본 것만으로 따라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은 들어 본 적 없었다. 아버지에게 보고해야 할까?
“······뭐, 그건 넘어가도록 하자. 이젠 케인첼이 무슨 짓을 해도 놀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자 케인첼이 짓궂게 웃었다.
“거기서 구경만 하지 말고 마차에서 냄비나 꺼내다 줘. 롤캐비지를 만들어볼까 하거든.”
“음···. 이럴 때 뭐라고 해야 하지? 캡틴?”
“셰프.”
“예, 셰프!”
아벨이 도구를 챙기러 간 사이 케인첼은 오늘 만들 요리를 떠올렸다.
우선 메인은 오리를 연꽃과 진흙으로 싸서 모닥불에 구워낸 와일드덕.
그리고 밭에서 딴 야채로 꼬치구이를 할 생각이었다.
우선 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와일드덕부터 만들기로 했다.
미리 손질해둔 오리의 뱃속에 연꽃과 연근을 넣고 그 위에 정성껏 꿀을 바른다.
“오, 캡틴이 고기에 이상한 것을 바르고 있잖아?”
“아까 내가 구해온 꿀 같은데?”
“으악! 이번엔 진흙을 바르고 있어! 도대체 무슨 요리를 하는 거야?!”
“······진흙을 바르기 전에 이상한 잎 같은 것으로 고기를 싼 것 같은데, 도대체 뭐야?”
“연잎이야! 아, 저렇게 해서 통째로 모닥불에 구우려고 하는구나!”
단원들은 생전 처음 보는 요리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케인첼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만큼 와일드덕은 파격적인 요리였다.
마지막으로 땅을 파서 진흙으로 감싼 오리를 묻은 후, 그 위에 모닥불을 지폈다.
“우와! 저런 식으로 익히는구나. 도대체 무슨 맛일까?”
“꿀을 발라 구웠으니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하지 않을까. 게다가 전체적으로 연꽃향이 은은하게 배어있으면서······.”
“으아아아! 젠장! 빨리 먹고 싶다! 어서 먹게 해줘!”
하루 종일 먹은 거라곤 말라비틀어진 빵 쪼가리와 육포가 다였다.
그런데 눈앞에서 저렇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마치 고문이라도 받는 것 같았다.
황색 기사 단원들이 배를 움켜쥐고 굴러다니는 사이 케인첼은 나머지 요리들은 준비했다.
‘텃밭에서 딴 신선한 양배추와 토마토가 있으니, 롤캐비지를 만들면 아주 끝내줄 거야. 거기에 아벨이 잡아온 노루고기로 샤슬릭을 만들면······.’
의외로 눈썰미가 좋은 아벨 카터스가 노루를 한 마리 잡아 왔다.
노린내가 심해 그냥 먹기는 힘들다.
케인첼은 그럴 때를 대비해서 미리 레몬을 잔뜩 가지고 왔다. 미리 이안 교관과 흥정을 해 둔 덕이었다.
‘소금간만으론 야생동물 특유의 누린내를 잡을 수 없어. 그럴 때는 역시 레몬이지!’
케인첼은 레몬을 잘라 그 즙을 노루고기 위에 골고루 뿌렸다. 그리고 2cm가량으로 자른 양파와 함께 잘 섞었다.
거기에 허브와 소금을 뿌린 후 10분 정도 숙성을 시키면 샤슬릭을 만들 준비가 끝난다.
‘다음은 롤캐비지!’
꼭지를 떼어내고 뜨거운 물에 담가둔 양배추를 한 장씩 벗겨낸다.
베이컨과 와일드덕을 하고 남은 오리고기를 잘게 다져 소를 만들었다.
다진 양파도 약간 넣어주면 아삭한 식감을 줄 수 있다.
이미 소금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베이컨이 있었기에 따로 간을 할 필요는 없었다.
양배추로 감싼 고기를 냄비에 넣고 강한 불에 끓인다.
물이 끊으면 불을 줄이고 약한 불로 40분 정도 졸이면 완성이었다.
‘소스는 토마토가 잔뜩 있으니 그거로 만들자.’
생제르맹이 소중하게 껴안고 있던 와인을 제공받아 껍질을 벗긴 토마토와 함께 끓였다.
간단하게 토마토소스가 완성되었다.
“꿀꺽······. 롤캐비지도 엄청 맛있어 보여! 사, 살려줘! 어서 먹게 해줘!”
“냄새가 너무 좋잖아! 으아아아아!”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우선 완성된 롤캐비지부터 식탁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배를 움켜쥐고 있던 단원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나왔다아아아아!”
“국물도 먹을 수 있게 만들었으니 전채로 딱 좋을 거야.”
“감사합니다! 잘먹겠습니다, 캡틴!”
“흑색 놈들이 자기 캡틴은 검술의 천재라고 자랑하고 다니던데. 우리 캡틴은 검술은 물론이고 요리까지 잘한다고! 너희 캡틴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거 안 해줄 걸! 그럼 잘먹겠습니다!”
그러자 하루 종일 신성력을 짜내는 바람에 마차 안에 누워있던 생제르맹이 기어 나왔다.
“형제 여러분! 먹기 전에 우리 주 데우스님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립시다!”
“일용할 양식을······. 나머지 생략! 먹자!”
롤캐비지는 따뜻한 토마토 수프에 담겨 있었다. 스푼을 들고 반으로 가르자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먼저 스푼 가득 국물을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엄청 산뜻해. 그러면서 묘하게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그래! 롤캐비지 안에 들어 있는 고기에서 배어나온 맛이야! 그럼 이번엔 롤캐비지를······.”
잘 삶은 양배추의 부드러운 식감 속에 베이컨으로 감싼 오리고기의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굉장히 안정적인 맛이었다.
“캡틴! 국물을 조금만 더 주시겠습니까?”
“저는 롤캐비지를 더!”
“저도요!”
저녁 식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케인첼은 꼬치에 낀 노루고기를 불 위에 얹었다.
화력이 세서 그런지 순식간에 익었다.
그리고 텃밭에서 딴 야채에 올리브유를 뿌려 노루고기와 곁들인다.
야전에서 먹을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끝내주는 바베큐가 완성되었다.
지글 지글 지글.
잘 익은 고기와 야채를 꼬치채로 접시에 턱 하고 얹어 준다.
포크를 쓸 필요도 없었다. 양손에 꼬치를 들고 바베큐 한 입. 그리고 야채 한입.
“음, 흐음!”
“왠지 몸이 뜨거워지는데!”
“우오오오오! 오늘 밤새 검을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아!”
흘러넘치는 육즙은 진했고 야생의 풍미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케인첼은 폴른 스타를 발동시켜 모닥불 아래에서 익고 있는 오리의 상태를 확인했다.
‘딱 먹기 좋을 정도로 익었어. 슬슬 오늘 식사의 주인공이 등장할 차례인가.’
“캡틴이 모닥불로 걸어가고 있어. 설마 드디어 완성인가!”
“아 그대로 손을 넣어서 음식을 꺼내고 있잖아! 엄청 뜨거워 보이는데 괜찮은가?”
“우와! 진흙을 깨니까 안에서 잘 구워진 오리구이가!”
“내, 냄새가 장난 아니야! 저거 못 먹으면 오늘 한숨도 못 잘 것 같아!”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테이블 위에 오리구이를 올렸다.
그리고 고든이 해준 충고를 떠올렸다.
‘먹기 좋게 잘라서 세팅을 하라고 했지?’
와일드덕은 꿀을 발라 구운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을 동시에 즐기는 요리.
딱 먹기 좋을 정도의 크기로 두 부위를 잘라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색 배열에 신경을 쓰며 야채구이를 곁들여 놓으면 완성이었다.
“자, 그럼 오늘의 메인인 와일드덕이 나왔습니다!”
이미 샤슬릭과 토마토소스 롤캐비지를 잔뜩 먹었음에도 군침이 돌았다.
그 두 가지는 비슷한 것을 먹어본 적이 있어 어떤 맛이 날지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처음 보는 요리.
과연 어떤 맛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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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배불러······.”
“너무 먹었어······.”
“그런데 와일드덕이라는 요리 진짜 끝내주더라.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의 맛이 정말······. 이렇게 맛있는 오리구이는 처음이야······.”
“저번에 먹었던 버터 감자도 맛있었지만 오늘 먹은 오리구이는 진짜······. 하아. 이제 다른데서 파는 음식은 못 먹을 것 같아······.”
“젠장! 캡틴만 아니었으면 평생!”
“그거 고백이냐?”
“어······. 잠깐만! 그런 뜻이 아니라!”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던 아벨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다들 네가 만든 요리가 마음에 드나 봐.”
“그러게. 맛있게 먹어 주니까 만든 보람이 있다.”
덤으로 경험치까지 잔뜩 얻을 수 있었다.
“그저 맛있는 요리를 먹었을 뿐인데 이렇게 행복한 기분이 되기도 하는구나. 그런데 아슬란 폐하는 왜 미식을 죄악으로 규정한 걸까.”
“······.”
순간 케인첼은 칼을 갈던 손을 멈췄다.
어째서 지금까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까.
칠죄종 전쟁을 승리로 이끈 성왕 아슬란. 그는 전쟁이 끝난 후 미식이 탐식을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스스로 맛없는 음식을 먹으며 마치 그것이 미덕인 것처럼 포장했다.
결국 왕의 눈치를 봐야 하는 귀족들은 맛있고 화려한 음식보다 검소하고 소박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수천 년 동안 발전해온 미식이 차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자기 집에서 일하는 셰프가 음식을 못한다는 것이 자랑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맛없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그저 대놓고 말할 수 없을 뿐이지.’
허니버터 샌드위치에 열광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식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저 잠시 몸을 숨기고 있을 뿐.
케인첼은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으로 요리가 칠죄종의 저주를 푸는 열쇠라는 것을 알아냈다.
‘핍박받는 요리사들······. 5성급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실력자임에도 성에서 쫓겨난 고든 램볼튼······.’
그와 비슷한 일이 제국 내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면.
케인첼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성왕 아슬란은 칠죄종의 저주를 푸는 것이 5성급 이상의 요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저주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바알제붑의 아이들.
확실히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는 징조라면.
‘······여전히 칠죄종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케인첼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면 성왕 아슬란과 7대 미덕은 인류를 구한 영웅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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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Temperance의 소드마스터 헥토르 반 스벤.
칠죄종 전쟁이 성왕 아슬란과 7대 미덕의 활약덕분에 인류의 승리로 끝난 후.
7인의 소드마스터들은 각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가문으로. 무의 탑으로.
그렇지만 여전히 성왕 아슬란의 곁에 남아 그를 호위하는 이가 있었다.
아슬란의 절친한 친우이자 누구보다도 강한 충성심을 가진 소드마스터 헥토르.
그가 어째서 충의의 소드마스터가 아닌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란이 될 정도였다.
헥토르는 동생에게 스벤 후작가의 가주 자리를 양보한 후 황궁에 기거하고 있었다.
언제라도 아슬란이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장소.
그곳이 헥토르가 있을 곳이었다.
헥토르는 세크리파이스 파이어의 의자 위에 앉아 참모진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왕의 오른팔이자 특수전 사령관인 헥토르에게만 허락된 자리.
“절제만이 가장 큰 기쁨을! 도이칠랜드의 일 왕자가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아카드 제국의 후예라 주장하며 세력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 왕국이 보유한 소드 마스터 중 셋이 일 왕자의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삼 왕자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드래곤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적어도 이 년 안에 결판을 볼 생각인 것 같습니다.”
헥토르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이에나가 아무리 용맹해도 결국 모든 것은 발톱을 꺼낸 사자의 것이 되지. 그럼 다음.”
브리트니아 제국에 대한 것 뿐 아니라 각국의 정세까지.
아슬란 황제가 자리를 비웠을 때는 그 모든 것이 헥토르에게 전해진다.
참모진의 보고를 무심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헥토르가 마지막 남은 치안관을 바라보았다.
궁정의 고위관리로, 지방 전체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예. 붉은 산맥에 붙어 있는 작은 마을에서 구울의 모습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보고를 들은 헥토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정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헥토르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도열해 있던 참모들이 눈을 크게 떴다.
“구울? 헛소리군. 놈들은 분명 성왕 폐하께서 십년 전에 전부 멸하였다. 설마 그 위업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
“죄, 죄, 죄,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카터스 자작의 아들이 훈련 중에 그것을 직접 보았다고 하여······.”
“고된 훈련 중에 헛것을 보았겠지. 그렇지만 흥미가 동하는군. 누가 그것을 어떻게 보았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조사에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받아든 보고서를 보며 헥토르는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스타니스 기사 양성소의 수련 기사들이라. 마침 거기에 내 아들이 다니고 있지. 아무래도 한 번 방문해 봐야겠군.”
“저, 절제의 소드마스터이신 헥토르님께서 직접 말씀이십니까?!”
헥토르는 경악하는 참모진들에게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인 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부하를 불렀다.
부정한 존재들을 멸하는 신성한 불꽃의 일원.
헥토르는 그들에게 명령했다.
“이 세상에 더 이상 구울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까 구울이 나왔다는 마을 펠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절제만이 가장 큰 기쁨을. 헥토르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날 모든 것을 태우는 신성한 불꽃이 타올랐고.
펠가라 불리었던 마을이 사라졌다.
친구를 위한 요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