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4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48화(4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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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눈앞에 몰려든 적을 보며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아무리 많은 놈들이 상대라 해도 이것만 있으면 전부 처리 할 수 있다.
“양파 검술!”
그러자 케인첼이 쥐고 있던 식칼이 두 개로 늘어나며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쌓여 있던 토마토가 껍질이 벗겨지고 조각난 채 퐁 하는 소리와 함께 냄비 안으로 사라진다.
멀리서 케인첼이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수련 기사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방금 그거 중급 검술을 사용한 거지?”
“확실하게 검이 두 개로 분열했어. 분명 환검을 쓴 거야.”
“중급 검술을 써서 식재료를 다듬다니······.”
3년 동안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열등생이 루키 랭킹 2위가 되었다.
무슨 특별한 훈련이라도 하는가 싶어 케인첼을 염탐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알아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케인첼은 일과 시간에는 다른 수련 기사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주방에 틀어박혀 요리만 했으니까.
“어쩌면 취사장에 일하는 셰프 중에 소드나이트라도 있는 게 아닐까?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몰래 검을 가르쳐 주는 거지.”
“분명 고렘인가 하는 셰프가 서 있기만 해도 달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긴 했는데······. 그런데 내가 불침번 서다 봤는데 취사장에서 검을 배우는 것 같지는 않던데?”
구경꾼들의 뒤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취사장 전체의 관리를 담당한 고든 램볼튼 본인이었다.
“고렘이 아니라 고든이다! 그리고 취사장에는 허가된 인원을 제외하면 출입이 금지되어 있을 텐데. 교관에게 보고해 두도록 하지.”
“······으아아아아악! 죄, 죄송합니다!”
구경꾼을 쫓아낸 고든은 우묵한 눈빛으로 케인첼이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 아침 메뉴는 토마토가 들어간 야채수프.
수백 명이 먹어야 했기에 엄청난 양의 토마토가 필요하다.
인원이 부족할 때는 매일 밤늦게까지 취사장에 남아 식재료를 다듬어야 했다.
그런데 케인첼은 그것을 두 개로 늘어난 식칼을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끝내 버린다.
혼자서 두 사람 분의 일을 하는 셈.
두 셰프가 매일같이 케인첼을 정식으로 주방에 취직시켜달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그 뿐인가.
식재료 손질을 끝낸 케인첼은 남는 재료로 셰프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꼭지부분을 잘라낸 토마토 안에 소금을 살짝 뿌려 준다. 그리고 우유에 적신 식빵을 잘게 찢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 고든은 케인첼이 무엇을 만드려는 것인지 알아차렸다.
“토마토 오븐구이를 만들려나 보군. 토마토라고 하면 샐러드나 수프로만 먹는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메인으로 바꾼 요리지.”
수프에 넣고 남은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거기에 식빵, 다진 마늘, 건포도, 잣, 양파, 파슬리, 계란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 잘 섞는다.
그것을 토마토 안에 꽉꽉 눌러 담으면 토마토 오븐구이를 만들 밑 준비가 끝난다.
케인첼은 미리 예열해 둔 오븐으로 가서 그릇에 올리브유를 바르기 시작했다.
고든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보기만 해도 오븐 안의 온도를 아는 것 같군. 아무리 불의 축복을 받았다곤 해도 저건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불가능 한 일······. 게다가 보통은 중급 검술을 요리에 써먹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 아니, 못하지. 저게 식칼을 잡은 지 반년밖에 안 된 신참이라고······.”
케인첼은 그릇 위에 빵가루를 뿌린 토마토를 넣고 오븐에 집어넣었다. 이제 1시간 정도 구우면 완성이었다.
작업을 끝낸 케인첼은 사용한 그릇을 닦고 칼 가는 강철을 꺼냈다.
요리를 하기 전과 후에 식칼을 갈아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그렇지만 대부분이 그것을 하지 않는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귀찮아서였다.
고든의 입에서 감탄 섞인 신음이 흘러 나왔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기본이 가장 중요하지. 저런 것은 다른 셰프들이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어.”
케인첼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고든은 젊었을 적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방에 필요한 일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전부 열심히 했다.
그것이 쌓여 어느덧 고든에게 황실 셰프라는 영광된 자리가 주어졌다.
그런데 남은 것은 식어버린 열정과 성왕 아슬란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는 오명 뿐.
결국 매일같이 술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주방에 신참이 들어온 후 마치 꺼져버린 오븐이 다시 타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든은 요리를 막 시작했을 무렵 꾸었던 꿈을 떠올렸다.
세상은 넓고 수없이 많은 나라가 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다양한 요리가 존재한다.
모든 요리법의 장점만을 모아 최고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면 국경은 물론 종족마저 초월해 누구나 맛있다고 해줄 궁극의 요리가 탄생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미 그러기엔 고든은 너무 늙었다.
황금색으로 빛났던 머리는 반 이상이 하얗게 변했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생겼다. 여생을 통틀어 브리타니아를 벗어나는 것조차 불가능 하리라.
그것을 알고 있기에 고든은 전 세계의 요리책을 모았다.
거기에 담긴 지식을 모아 궁극의 요리에 닿고자 했다. 그렇지만 책에 적혀 있는 문자의 나열만으론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없었다.
직접 보지 않는 이상 파프리카와 피망의 차이를 알기는 힘들다.
아무리 글을 잘 쓰는 대문호라 해도 3대 진미라 불리는 트뤼플Truffle과 캐비아Caviar, 푸아그라foiegras의 맛을 설명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
고든의 굳게 닫힌 입술 사이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자신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면 그것을 넘겨받을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렇지만 그 또한 너무 늦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돌려보내지 말 걸 그랬어······.”
고든이 스타니스 기사양성소로 좌천된 후, 제자로 삼아달라며 수많은 셰프들이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
물론 의욕을 잃은 고든은 거친 욕설을 날리며 그들을 전부 쫓아냈다.
그런 사람들의 발길이 사라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매일같이 술만 마시고 제대로 요리를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그것이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
“후······. 오늘은 오랜만에 요리나 해 봐야겠군.”
케인첼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묘하게 식칼을 쥐고 싶어지는 고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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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육즙이 배어있는 토마토의 풍미가아아아!”
“으으음. 맛있군. 정말 이게 케인첼 경이 만든 요리요?”
“그렇다니까요! 그것도 우리들 먹으라고 만들었다는데 어찌나 기특한지 모르겠어요! 토마토의 달콤함과 고기의 육즙, 거기에 은은하게 건포도의 향이 배어 있어서 엄청 맛있지 않아요? 이 정도면 정말 메인 요리로 내놓아도 충분 할 거 같아요. 아아, 지중해의 풍미가 느껴지네요오오······.”
“흐음. 아침으로 이렇게 끝내주는 음식을 얻어먹었으니 간식으로 파운드케이크라도 좀 구워봐야겠수다.”
벽을 뚫고 고기로 채운 토마토 오븐구이를 먹고 있는 셰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케인첼은 피식 웃었다.
정작 요리를 만든 당사자는 식품 저장소 구석에 숨어 지크가 조사 해다 준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어디 보자······. 갈색 머리에 다소곳하고 얌전한 아가씨를 좋아한다······. 도대체 요리 취향을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왜 이런 걸 적어 둔 거야! 으아아아악! 쓰리 사이즈까지 적어 놨잖아!”
순간 소중한 보고서를 반으로 찢을 뻔한 케인첼이었다.
한동안 심호흡을 하고서야 겨우 나머지 부분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어디 보자······. 빈센트의 아버지는 절제의 소드마스터인 헥토르 반 스벤이라는 내용은 알고 있으니까 넘어가고······.”
빈센트의 가족에 대한 항목을 읽던 케인첼의 시선이 어느 한 부분에 고정되었다.
“······어머니가 갈리아 왕국 출신 귀족이었군. 이름은 로즈마리. 칠죄종 전쟁 막바지에 와서 사망했다라······.”
보고서에는 그때의 상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칠죄종 최강이라 불리는 교만의 왕 루시퍼마저 성왕 아슬란과 7대 미덕의 활약으로 쓰러졌다.
사람들은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드디어 끝나간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탐식의 왕 바알제붑의 언데드 군단은 강해진다.
바알제붑의 손에 죽은 이들이 언데드가 되어 부활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국지전만으론 전쟁을 끝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절제의 소드마스터의 아내마저 바알제붑의 손에 언데드가 되고야 만다. 바알제붑이 무서운 점은 소중한 이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하는 그 상황 자체에 있었다. 빈센트는 언데드가 된 어머니를 차마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없었다. 그때 헥토르가 검을 뽑아 들었다······.”
보고서는 담담한 어조로 적혀 있었다. 그렇지만 거기에 담긴 내용은 너무나 참혹했다.
“헥토르는 누구보다도 아내를 사랑했다. 그렇지만 7대 미덕의 사령관인 자신이 사사로운 정에 넘어가 눈앞에 있는 언데드를 죽이지 않았다간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언데드가 된 로즈마리의 목을 베었다. 그것을 눈앞에서 바라본 아들 빈센트가 울부짖었지만 헥토르의 얼굴에는 아무런 동요도 떠오르지 않았다······.”
케인첼은 도저히 그 다음 부분을 읽을 수 없었다.
문득 대문호라 불리는 괴테가 칠죄종에 대해 남긴 글귀를 떠올렸다.
― 칠죄종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생을 극으로 만들면 그 대부분이 비극일 것이다.
분명 그런 내용이었다.
보고서의 페이지를 넘기자 칠죄종 전쟁 이후의 빈센트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얌전하고 시와 문학을 즐기던 빈센트는 사라졌다. 그는 누구보다도 강함을 숭배하게 되었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로즈마리가 죽은 것은 그녀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보고서에는 로즈마리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
병약했던 로즈마리는 일 년의 대부분을 침대 위에서 지냈다.
항상 따뜻한 갈리아 왕국과는 달리 브리타니아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
분명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리라.
그녀의 체질을 고치기 위해 헥토르는 강한 신성력을 지닌 신관을 부르고 온갖 영약을 먹였지만 차도는 없었다.
로즈마리는 누구보다도 남편과 아들을 사랑했으며 그만큼 사랑받으며 지냈다고 한다.
케인첼은 보고서의 페이지를 넘겼다. 두꺼운 책 한권은 될 법한 분량.
거기에는 인간 빈센트가 왜 그런 비뚤어진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케인첼은 빈센트의 마음을 움직일 요리의 힌트를 찾아냈다.
― 빈센트는 주말마다 실력 있는 셰프가 있다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가서 꼭 ‘코코뱅’을 주문한다. 그리고 나온 요리를 한입 먹고는 이 맛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이거다.”
케인첼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지크는 겨우 일주일 만에 이런 엄청난 내용의 보고서를 완성했다.
분명 뒷골목을 뒤지며 칠죄종 전쟁에서 헥토르의 밑에 있었던 병사. 빈센트의 집에서 일하던 관리인 등을 만나고 다녔으리라.
조금 지랄 맞은 성격을 가지고 있긴 해도 그 실력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빈센트의 어머니 로즈마리는 갈리아 왕국 출신.
그리고 코코뱅은 갈리아에서 흔하게 먹는 가정식 요리 중 하나였다.
와인 속 수탉이라는 이름 그대로 닭고기를 와인, 돼지비계, 버섯 등을 넣고 푹 끓인 삶은 요리였다.
‘······아무리 귀족 부인이라곤 해도 가족을 아끼는 로즈마리라면 특별한 날에는 가족을 위해 직접 요리를 만들었을 거야. 전쟁이 끝난 후 빈센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어머니를 지웠어. 그렇지만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요리의 맛만은 잊을 수 없었던 거야.’
케인첼의 손이 흥분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빈센트는 실력 있는 셰프가 만든 코코뱅을 먹고도 만족하지 못했어. 즉 그것이 로즈마리가 만든 것과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는 소리야.’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코코뱅. 그것을 만들 수만 있으면 빈센트의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으리라.
케인첼은 눈을 빛냈다.
우선 빈센트가 방문했던 음식점에 가서 코코뱅을 먹어 보기로 했다.
그러면 무엇이 부족해서 빈센트가 만족하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있으리라.
오러 소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