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55)
요리하는 소드마스터-55화(5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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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소드마스터의 위엄
식칼을 쥐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케인첼은 미소마저 떠오른 얼굴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취사장의 풍경.
요리를 하면 검술이 강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곳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식칼을 쥐었다.
매일같이 수백 명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장소.
이곳에서 반년간 일하며 손질한 식재료만 해도 한 사람이 평생 다 먹지 못할 양이었다.
어디를 가도 여기만큼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곳은 흔치않으리라.
그런데 이렇게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할 때가 찾아올 줄이야.
목에 차고 있던 조마경이 진동했다.
‘설마······!’
[초급 검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거의 세 달 만에 추가된 별.
‘······드디어 12성이구나!’
케인첼은 스킬트리를 통해 ‘초급 검술 : 극’과 ‘중급 검술’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었다.
그 패널티로 하나의 별을 늘리기 위해 두 배의 경험치가 필요했다.
‘한 끼에 200인분으로 계산하면······.’
까마득한 수치였다.
케인첼은 계산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저 열심히 식칼을 놀리다보면 언젠가 또 별이 추가되지 않겠는가.
묵묵히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는 케인첼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교관에게 오늘 아주 중요한 훈련이 있다고 들었다만. 그런데 이런 시간까지 무엇을 하고 있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주방 입구를 바라보자 우묵한 눈을 한 고든이 서 있었다.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해야 할 일은 해야지 않겠습니까.”
고든의 눈가에 난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주방을······. 아니, 이곳을 떠날 생각이군.”
“그렇습니다, 셰프.”
“어차피 주방 일을 돕기 위해 잠시 취사지원을 나왔을 뿐이었지. 생각보다 오래 붙어 있어서 잠시 잊고 있었어.”
고든의 눈에는 어느새 과거의 향수가 떠올라 있었다. 평생 동안 수많은 주방을 거쳐 온 고든 램볼튼.
거기에는 별의 수만큼이나 많은 만남과 이별이 포함되어 있으리라.
케인첼은 고든의 눈을 바라보았다.
조금 까칠하긴 해도 지금까지 만났던 그 누구보다도 엄청난 요리 실력을 지니고 있는 남자.
그에게 배운 요리의 기술과 마음가짐. 그것이 없었으면 이렇게 빨리 강해지는 것은 불가능 했으리라.
케인첼에게는 두 명의 스승이 있었다.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오르지 않는 레벨에 좌절했을 때 유일하게 등을 두들겨 주었던 이안.
그리고 말투는 까칠하지만 누구보다도 큰 열정을 숨기고 있는 고든 램볼튼.
그들과의 만남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연이었다.
고든이 눈 사이에 주름을 만들어내며 말했다.
“조프리와 아인켈이 참 아쉬워하겠어. 동시에 두 명이나 주방을 떠나게 되었으니 말이지.”
“저 말고도 누가 이곳을 떠나는 겁니까?”
그러자 고든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자기 딴에는 미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도 조만간 이곳을 떠날 생각이다. 계기는 네가 만든 그 기상천외한 요리였다.”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고든이 이곳을 떠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원인이 더욱 놀라웠다.
‘와일드덕!’
“그 요리를 먹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 이런 곳에 눌러 앉아 있어서는 순식간에 자네 같은 신참에게 뒤쳐지겠다고 말이야.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주 좋은 조건으로 제안이 들어왔다.”
“스카우트를 받으셨군요.”
“그래. 내 요리의 팬을 자처하는 상인 한 명이 레스토랑 하나를 열 생각이라고 하더군. 요즘처럼 미식이 죄악으로 취급받는 시대에 참 용감하기도 하지.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을 싫어하지 않아. 거기서 수석 셰프를 맡기로 했다.”
요즘 들어 술을 마시는 횟수가 부쩍 줄고 주방 출입이 늘어난 고든이었다.
마치 요리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부활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그 원인이 자신이 만든 요리였을 줄이야.
케인첼은 그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마침 그곳에 내 딸과 아내가 살고 있기도 하고. 이참에 아예 거기서 눌러 살 생각이다. 대충 앞으로 반년이면 완성될 레스토랑의 이름은 ‘아가페Agape’라고 지을 생각이다.”
절대적인 사랑을 뜻하는 단어.
고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케인첼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어째서 이런 것까지 말씀해 주시는 겁니까.”
“뭐, 늙은이의 변덕이라 생각해도 좋다. 이상하게 자네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잊고 지내던 젊었을 적의 꿈이 떠오르더군.”
“젊었을 적의 꿈······. 실례가 되지 않으면 들을 수 있겠습니까.”
“흥! 무얼 궁금해 하느냐! 자네 같은 새파란 애송이에게까지 말하고 다닐 정도로 싸구려가 아니다!”
“그럼 그것을 듣기 위해서는 셰프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어야겠군요.”
그러자 고든이 껄껄 웃었다.
“크하하! 역시나 자네는 참 재미있는 남자야. 그래. 내 입에서 감탄이 나올 요리를 만들면 내 특별히 알려주도록 하지.”
고든은 최근 들어 자주 자리를 비웠다.
새롭게 레스토랑 아가페의 개업 준비를 하느라 그런 모양이다.
즉, 지금이 아니라면 영원히 물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케인첼은 어떤 대답을 듣더라도 괜찮도록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한 가지 꼭 대답을 듣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뭐지.”
“저번에도 한번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만. 그때는 술에 취해 계셔서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 반년 정도 전에 의무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위해 닭고기 수프를 만들어 주신 적이 있지 않습니까?”
고든은 턱을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그런 질문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군. 대답은 그때와 똑같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닭고기 수프를 먹은 적은 있지만 내가 만든 것은 아니다. 아마 다른 두 녀석 중 하나가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만.”
“예, 알겠습니다.”
케인첼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고든이 먹은 닭고기 수프는 자신이 처음으로 만든 요리였다.
그럼 도대체 병실에 누워 있던 자신에게 닭고기 수프를 만들어 준 것은 누구란 말인가.
‘게다가 그것을 가져다 준 계원의 얼굴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도대체······.’
결국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를 만든 이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깜빡 했군. 아가페가 오픈할 장소는 상업도시 시티즌이다. 뭐, 이제 양파 하나는 기가 막히게 깎는 것 같으니 만약 주방에서 일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아가페로 찾아와라.”
“시, 시티즌 말입니까?”
“그래. 다른 시티즌도 있나?”
케인첼에게 있어 너무나 익숙한 도시.
후울로 변장해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팔아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나태의 저주에 걸린 프렐리아를 위해 지금도 매주 한 번씩 방문하고 있는 곳.
고든이 새롭게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곳이 바로 거기라고?
운명으로 느껴질 정도의 우연.
아무래도 고든 램볼튼과의 기연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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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각하.”
“아비로서 아들의 성장을 보기 위해 왔을 뿐이오.”
“영웅의 방문에 수련 기사들의 사기가 대단합니다. 특히나 올해는······.”
헥토르 반 스벤.
제국 최강의 기사인 7대 미덕의 일인이자 칠죄종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영웅.
그 이름 앞에 스타니스의 소장은 그저 한 마리의 충견일 뿐이었다.
소장은 손바닥을 비비며 자신의 공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번 수련 기사들은 수준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미 반년 전에 소드나이트의 경지에 이른 빈센트 경은 물론. 각하가 방문한다는 사실에 모두가 뼈를 깎는 훈련을 한 결과 무려 두 명의 수련 기사가 새로이 오러 소드를 구현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루키 쪽은 어떻소.”
“아, 올해는 루키들의 성과도 대단합니다. 지금까지 단 한명밖에 이루지 못한 더블 클래스 업에······.”
헥토르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들리지 않자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카터스 가의 아벨에 대해 이야기 해 보시오.”
“아!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검을 다루는 센스가 대단히 뛰어난 수련 기사입니다. 담당 교관의 말로는 앞으로 삼 개월 안에 소드나이트가 될 거라고 합니다. 혹시······. 제자로 키우실 생각입니까?”
브리타니아를 대표하는 7인의 소드마스터.
그들이 자신의 뒤를 이을 제자를 키우고자 한다는 소문은 이미 전국에 퍼져 있었다.
이미 이곳에 그 당사자가 있지 않은가.
헥토르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한 번 만나보고 싶소.”
“예, 그럼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때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관이 소장의 귀에 속삭였다.
그것을 들은 소장이 펄쩍 뛰었다.
“뭐? 면접을 보러 갔다고? 죄송합니다, 각하. 바로 서신을 띄워서 불러 오도록 하겠습니다.”
헥토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아주 간단한 것을 물어보려 한 것뿐이다. 오늘 훈련이 끝나고 캡틴 아벨과 같이 훈련을 받는 단원을 한 명을 불러다 주겠나.”
“아벨 카터스는 캡틴이 아닙니다, 각하.”
“같은 기사단에 카터스보다 뛰어난 기사가 있다는 뜻인가?”
“예, 케인첼 반 지스타드라고 합니다.”
지스타드라는 성을 들은 순간, 헥토르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어느새 눈동자에 묘한 광기가 일렁거렸다.
“크큭······. 지스타드라. 이런 곳에서 그 이름을 듣게 되다니.”
“알고 계시는 가문입니까?”
“아니다. 그럼 오늘 훈련이 끝나면 지스타드를 불러다 주겠나.”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강당으로 가시면 각하의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궁중악단과······.”
“분명 그런 허례허식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귀공의 한마디에 그것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하는 줄 모르나?”
헥토르의 삼백안에 살기가 떠올랐다. 그것을 정면으로 받은 소장이 마치 사자 앞의 강아지처럼 몸을 떨었다.
소장 또한 칠죄종 전쟁에서 지휘관을 맡았던 남자.
그만큼 소드마스터 헥토르가 주는 위압감은 엄청났다.
“죄, 죄, 죄송합니다! 바로 모든 행사를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오랜만의 외출이다. 그저 아들이 훈련 받는 모습을 보고 같이 맛없는 음식이나 먹으면 그만이야. 알겠나?”
“예! 각하!”
헥토르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지스타드라는 성을 들었을 때 보였던 광기는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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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멸전을 앞두고 황금 기사단의 사기는 최고였다.
“설마 캡틴 빈센트에 이어 마이스터와 스트라이더까지 소드나이트가 될 줄이야······.”
신생 소드 나이트 두 사람의 검에는 오러 소드가 일렁이고 있었다.
“역시 오러를 구현해 내는 데에는 마음가짐이 중요했습니다. 헥토르 각하에게 최대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마나 연공법을 수련했더니 어느새 이렇게 되더군요.”
“저도 그랬습니다.”
원래는 후배들이 앞으로 더욱 열심히 훈련받을 수 있도록 격려의 의미에서 치루는 훈련.
그런데 절제의 소드마스터 헥토르가 참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상황이 바뀌었다.
“요즘 7대 미덕들이 제자를 구하고 있다고 하죠? 만약 오늘 헥토르 각하의 눈에 든다면 어쩌면······.”
소드마스터의 제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평생 한번이나 찾아올까 싶을 기회!
아직 장래를 정하지 못한 수련 기사들이 황금 기사단을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황금 기사 단원들의 머리에는 이미 지금부터 상대해야 할 루키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실력을 헥토르에게 보여 줄 수 있을 지만을 생각했다.
의욕이 넘치는 황금 기사단과는 달리 흑색과 황색 기사 단원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소드 나이트 한 명도 상대하기 힘든데 세 명이라니······.”
게다가 믿었던 아벨 카터스마저 면접을 본다고 이번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결국 소드 나이트 세 명을 아홉 명이 상대해야 하는 상황.
열심히 한다고 해서 어떻게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케인첼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미리 정해둔 대로 많은 인원수를 이용해 상대를 한 명씩 끌어들여 다수가 하나를 상대하는 전법으로 가겠습니다.”
흑색 마이스터가 외쳤다.
“캡틴 케인첼의 능력은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보통 소드나이트 한 명을 상대하려면 다섯 배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무리 각개격파를 한다고 해도 이 정도 전력 차이면 소모전으로 가게 될 뿐입니다.”
“상대는 세 명의 소드나이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원은 이쪽이 많습니다. 두 기사단의 연합 아닙니까. 하나의 기사단이 적을 끌어들이고 다른 쪽이 그것을 친다. 망치와 모루 작전입니다.”
“그, 그렇지만 그건 적의 소드나이트를 상대 할 사람이 있어야······.”
케인첼은 입술을 핥았다.
이제 앞으로 1시간 후면 세 명의 소드 나이트를 상대로 섬멸전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숨기고 있을 수 없었다.
“만약 이쪽에도 동일한 전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무, 무슨······.”
케인첼은 조용히 검을 뽑아 들었다.
거기에는 어느새 찬란하게 빛나는 오러가 맺혀 있었다.
“상대를 유인하는 것은 캡틴 쿤담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그 심장은 제가 찌르겠습니다.”
쿤담······. 아니, 이 자리에 모려 있는 모두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
스타니스 기사양성소의 열등생.
어느새 그 남자가 소드나이트가 되어 있었다.
소드마스터의 위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