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57)
요리하는 소드마스터-57화(5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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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섬멸전이 진행되고 있는 장소 그 자체가 폭발했다.
그대로 보고 있었다간 각막까지 타 버렸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열기.
그 속에서 케인첼은 거친 숨을 토해냈다.
30%가 넘는 화염 저항력과 활성화된 오러 덕에 다행히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을 수 있었다.
‘크흑······. 아무리 화염 저항력이 높다고 해도 순간적으로 오러 소드를 발동 시키지 않았으면 위험했어······. 폴른 스타가 한 건 했구나.’
초근거리에서 쏘아진 익스플로젼 마법의 위력은 엄청났다.
검은 폭연이 섞인 수증기와 함께 피어오른 먼지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그 사이로 수련 기사들의 신음이 들렸다.
제대로 몸을 피하지 못한 몇 명의 몸뚱이가 타다만 장작처럼 변해 있었다.
“끄으으으윽! 내, 내 파, 팔······!”
“······전원 피해 상황을 보고해 주십시오! 제, 젠장 도대체 누가 이곳에 익스플로젼 마법을!”
“다, 다행히 사상사는 없습니다만. 대부분이 심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동료를 챙겨서 후퇴하겠습니다! 젠장! 케, 케인첼 경! 무사하십니까!”
쿤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이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은 수련 기사들. 그런데 겨우 마법 한 방에 대부분이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다.
“끄으으으으윽!”
케인첼의 몸 아래에 깔려 있던 빈센트가 거친 신음과 함께 눈을 떴다.
빈센트는 자신이 폭심지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케인첼이 자신을 감싸지 않았다면 폭발 마법에 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었으리라.
빈센트의 눈동자에 의문이 떠올랐다. 마치 어째서 자신을 구한 것인지 묻는 것 같았다.
그것은 케인첼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왜 빈센트를 구한 거지?’
적당한 이유라면 있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은 기사의 의무.
게다가 앞으로 프렐리아에게 걸린 나태의 저주를 풀기 위한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칠죄종의 저주에 관련되어 있는 시식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몸을 던져서 구했다고?
아니, 아니다. 어째서인지 로즈마리 코코뱅을 먹고 맛있다며 웃던 빈센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빈센트를 구한 이유는 단지 그 뿐이었다.
먼지를 뚫고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흐에, 키히히, 이히히힛! 5서클 마법 익스플로젼에 맞고도 살아 있다니! 과연 바퀴벌레답게 엄청난 생명력이구려!”
마치 파충류의 몸에 인간의 살가죽을 입혀 둔 것 같은 남자가 다가왔다.
광기를 머금은 눈알이 쓰러져 있는 빈센트의 몸을 훑었다.
“으흐흐흐! 한동안 못 본 사이 어찌 그리 회춘하셨소, 헥토르 공! 으잉? 그 눈빛은 무엇이오? 설마 본좌를 잊으신 것이오? 얼굴의 주름을 피다가 뇌까지 빳빳하게 만들었나보구려! 으헤헤헤!”
케인첼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검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전부터 느껴지던 기분 나쁜 적의.
그것이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빈센트는 검에 오러를 불어넣으며 몸을 일으켰다.
“······헥토르는 내 아버지다.”
“으하? 으하하! 그렇소이까?”
남자는 다 낡아서 바람만 불어도 헤질 것 같은 쥐색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 소매로 눈을 문지르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이것 참 흥미롭구려. 이토록 헥토르와 똑같이 생겼는데 그 아들이었다니! 아무래도 십년이나 갇혀 있어서 눈이 침침해 진 것 같소이다!”
남자는 마치 사교장이라도 온 것처럼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다.
“초면인 분을 위해 소개를 드리자면······. 본좌는, 대죄신교 소속 전갈좌 안타레스라고 하오!”
빈센트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대, 대죄신교?! 그 배신자들이라면 분명 전부 죽었을 텐데!”
안타레스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그게, 이렇게! 살아! 있소이다! 으하하하하!”
케인첼은 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저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대죄신교는 칠죄종을 숭배한 이들이 모인 이교도 집단이었다. 그들은 인류를 배신하고 칠죄종 편에 붙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사람들을 학살했다.
결국 그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대주교의 죽음과 함께 그들은 대륙에서 자취를 감췄다.
분명 그랬을 터였다.
안타레스의 얼굴에 환희가 떠올랐다.
“헥토르 공! 들리시오? 여기 있는 거 다 알고 있소! 당신은 우리들을 백색 산맥 안에 영원히 가두어 두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오만이오!”
‘백색 산맥이라면 지스타드 영지 바로 옆······. 설마 죽인 게 아니라 거기에 가두어 두었던 거야?’
안타레스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어째서인지 엄지가 기괴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다.
“빨리 나오지 않으면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 그야말로 까맣게 탄! 숯 덩어리가 될 것이외다! 으하핫, 으하하하!”
안타레스는 이번엔 멀쩡한 검지를 잡고 그대로 뒤로 꺾었다.
――콰득!
“아파! 으하하! 아프오! 이 분노! 이 분노오오오가! 사탄님이 살아 계시다는 증거!”
그와 동시에 빈센트와 케인첼이 서 있는 장소를 향해 커다란 불의 파도가 날아왔다.
3서클의 화염마법 파이어 웨이브!
케인첼은 이를 악물었다. 화염 마법은 아무리 부스트를 통해 다리를 강화한다고 해도 피할 수 있을 속도가 아니다.
‘그렇다면 화염 저항력을 믿고 오러를 검에 집중 시켜서 벤다!’
“양파 검술!”
케인첼의 검이 화염의 파도를 갈랐다.
그러자 안타레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소드나이트? 게다가 당신, 드워프도 아니면서 화염 저항력을 가지고 있구려. 정체가 뭐요?”
‘그건 이쪽이 묻고 싶다고!’
안타레스는 아무런 영창도 없이 강력한 화염 마법을 마구 사용하고 있었다.
그나마 3서클이었기에 어찌 막을 수 있었지만 만약 또 다시 익스플로젼이 날아온다면 잘 구워진 스테이크 신세가 되리라.
안타레스가 이번엔 중지를 움켜쥐며 말했다.
“아아, 방금 것은 아쉽게도 3서클. 그렇지만 다음번엔 훨씬 뜨거운 마법이 발동될 것이오! 분노가! 사탄님의 가호가! 모든 것을 태워 버리라고 하고 있소!”
‘미안하지만 나는 웰던보단 레어 쪽이 좋거든. 아무래도 자해를 하는 것으로 마법을 발동 시킬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전에 쓰러트려야 해.’
그렇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무리 오러를 이용해 초인적인 속도를 얻었다곤 해도 안타레스와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마법사와 기사의 싸움은 마법발동을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의 대결이었다. 강한 마법일수록 긴영창이 필요하고.
무영창으로 발동시킬 수 있는 약한 마법은 오러로 강화된 신체에 피해를 주지 못한다.
즉 개인 대 개인의 싸움에선 오러를 사용 할 수 있는 기사가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그렇지만 안타레스는 영창을 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손가락을 꺾는 것으로 마법을 발동시켰다.
도대체 저런 괴물을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타레스가 사용하는 것이 화염 마법뿐이라는 점이었다.
케인첼이 가지고 있는 저항력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이 화염.
적어도 타 죽을 걱정은 없다.
“빈센트. 아무래도 너와 검을 맞대는 것은 조금 미뤄야 할 것 같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
마치 어째서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해주었냐고 묻는 듯한 목소리.
그렇지만 우선 눈앞에 있는 안타레스를 쓰러트리는 것이 먼저였다.
“방금 봤겠지만 나에겐 화염 저항력이 있다! 적어도 적의 공격에 무력하게 타죽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빨리 가서 아버지든 지원이던 불러 와! 아직 저 녀석의 손가락이 여덟 개나 남았다고!”
그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대에게서 들려왔다.
“그럴 필요 없다.”
“키히히히힛! 역시 아들이 숯 더미가 될 것 같으니 주인공이 등장하는구려!”
케인첼의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절제의 소드마스터 헥토르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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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절제의 소드마스터······.’
헥토르는 회색빛 예복을 입고 허리에 아무런 장식도 없는 칼을 찬 간소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아무런 갑옷도 입지 않았음에도 마치 커다란 성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군데군데 하얗게 변한 금발과 눈가의 주름이 헥토르가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알려주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빈센트의 형으로 보일 정도로 젊은 외모.
‘활성화된 오러가 신체의 노화를 막아주고 있는 건가?’
소드마스터는 평범한 인간의 수백 배에 달하는 양의 오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이용해 오러의 검 자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들.
“물러나 있거라, 빈센트.”
“예, 각하.”
빈센트는 검게 타버린 왼팔을 움켜쥔 채로 허리를 숙였다. 도저히 아들과 아버지로는 보이지 않는 경직된 모습.
안타레스가 낄낄거렸다.
“아무리 상황이 급하다고 해도 맨몸 아니오? 그 자랑하시던 비테게의 갑옷은 어쩌셨소이까?”
“흠.”
헥토르는 깐죽거리는 안타라스를 가볍게 무시한 채 케인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빈센트는 안타레스의 마법각인을 상대하기엔 너무 약하지. 네가 빈센트의 목숨을 구해준 모양이구나. 이름을 들려주겠나.”
“예, 각하. 케인첼 반 지스타드라고 합니다.”
그러자 처음으로 헥토르의 얼굴에 동요가 떠올랐다. 아들의 한쪽 팔이 까맣게 탄 모습을 보고도 변하지 않던 표정이었다.
“······페인과는 무슨 사이인가.”
“그분은 십년 전에 돌아가신 제 아버님입니다.”
“크큭······. 인간의 연이란 참으로 기구하구나. 내가 페인의 아들에게 자식의 목숨을 빚지게 될 줄이야.”
안타라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십년 만에 만난 원수를 어찌 이리도 무시하시오? 키히, 키히히히히힛! 이번엔 아주 센 놈이 터질 것이외다!”
콰득!
결국 안타라스의 오른손 중지가 반으로 꺾이며 담겨 있던 마법이 발동되었다.
반사적으로 검을 끌어올리려는 케인첼을 향해 헥토르가 손을 뻗었다.
마치 그냥 지켜보고 있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오러 필드.”
그러자 헥토르의 주위로 오러의 벽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5서클의 화염마법 익스플로젼이 두 사람을 덮쳤다.
콰아아아아앙-!
화염마법은 5서클부터 비로소 대군마법對軍魔法다운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 번의 발동으로 수십 명의 병사를 태워 죽일 정도의 위력.
그것을 헥토르는 삼각뿔 형태의 오러의 벽을 구현해 내는 것으로 너무나 간단하게 막아냈다.
‘이, 이게 소드마스터······.’
느껴지는 오러의 양은 자신의 수백 배 이상.
헥토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그 얼굴에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안타라스가 고함을 질렀다.
“키힛! 방금 것은 남은 마법 각인 중에서 가장 약한 것이었소! 그러면 이번에는! 지옥의 불길을 소환해! 이 공간 그 자체를 태워 버리리다!”
이번엔 손가락이 아니라 왼팔을 움켜쥐는 안타라스.
‘설마 팔을?!’
그렇지만 손가락과는 달리 팔은 쉽게 부러트릴 수 있는 부위가 아니다.
“헛!”
헥토르는 기합과 함께 몸을 날렸다. 마치 쏘아진 공성병기처럼 엄청난 속도로 안타라스와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네놈들은 항상 너무 말이 많다. 앞으로 비장의 기술이 있으면 조용하게 쓰도록.”
그리고 그대로 검을 휘둘러 안타라스의 팔을 베어냈다.
잘린 팔이 썩은 짚단처럼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키히히히히히! 오랜만에 뵐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소이다! 헥토르 공!”
안타라스는 잘린 팔을 주워들고 이번엔 왼쪽 약지를 물어뜯었다. 그러자 엄청난 빛과 함께 안타라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텔레포트 마법까지 쓸 줄이야······.’
5서클의 공간 마법 텔레포트. 설마 이런 것까지 쓸 수 있을 줄이야.
말 그대로 괴물 같은 능력을 가진 대죄신교의 사제 안타라스. 만약 그와의 싸움이 길어졌다면 분명 다섯 개의 손가락도 버티지 못했으리라.
그런데 헥토르는 그런 괴물조차 압도할 정도로 강했다.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위엄.
케인첼은 묘한 욕망이 스멀거리며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더욱 강해지고 싶었다.
소드마스터들과 검을 맞댈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면 모든 이들이 지스타드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겠지.
‘나는······.’
그때였다.
“크헉······.”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서 있던 헥토르가 피를 토했다.
입을 막은 손가락 사이로 새까만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마치 독에라도 중독된 사람으로 보일 정도였다.
“가, 각하! 신관을 불러오겠습니다!”
헥토르는 손을 뻗어 달려가려는 케인첼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지금 본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그리고 잘했다. 귀공이 시간을 끌어 준 덕분에 모두를 구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소드마스터의 칭찬을 들은 케인첼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헥토르는 구울이 나타난 것을 숨기려고 했다. 무엇을 위해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요리를 통해 칠죄종의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것을 숨겨야 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헥토르는 최강의 기사라 불리는 7대 미덕.
그의 입에서 잘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수련 기사로서 무엇보다 큰 영광이리라.
갑자기 나타난 대죄신교의 자객. 처음으로 본 소드마스터의 위엄.
케인첼은 그 속에서 자신의 운명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음을 깨달았다.
자유 기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