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6화(6/318)
————– 6/203 ————–
@
아인켈은 울먹이는 얼굴로 고든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일 필요한 식재료······. 손질은 케인첼 경이······.”
마치 사자 앞에서 떨고 있는 토끼 같은 모습이었다.
뭐? 식칼을 쥔지 이틀도 안 된 초보한테 귀빈들이 먹을 식재료를 다듬으라고 시켰어? 지금 그딴 개소리를 보고라고 하는 거야! 차라리 짬 타이거에게 셰프복을 입히는 편이 낫겠다!
평소라면 이런 식으로 불같이 화를 내며 고함을 질러댔을 고든이었다.
“그렇군. 그렇지만 신참에게 식재료 다루는 법은 확실히 알려주도록 해라. 만약 문제가 생기면 전부 네 책임이다.”
“그, 그럼 허락을······.”
“뭐하고 있지? 나한테 몇 번이나 대답을 시킬 생각인가? 가 봐.”
“아, 예!”
그렇게 고든 램볼튼의 허락이 떨어졌다.
아인켈이 방에서 나가자 혼자 남은 고든은 비어있는 잔에 럼주를 따랐다.
그것을 단숨에 들이키곤 술기운 섞인 한탄을 내 뱉었다.
“빌어먹을······. 도대체 요리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
젊은 시절 고든의 눈에 뜨겁게 타오르고 있던 열정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있었다.
@
“그러니까 생선을 손질 할 때는 식칼보다는 이쪽이 좋다는 겁니까?”
케인첼은 마치 단검처럼 생긴 작고 날카로운 칼을 들어 보였다.
손잡이가 상어 가죽으로 되어 있어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그, 그래요······. 여기 손질을 하지 않은 연어가 있으니······. 제가 알려드린 대로 한 번 해 보시겠어요.”
케인첼은 아인켈에게 요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식재료를 손질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그럼 해 보죠.”
두 손으로 들어야 할 정도로 큰 연어였다.
지느러미와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 것은 그 이후였다.
두꺼운 껍질과 잔가시를 완전히 제거해 주어야 오늘 요리에 사용할 재료가 된다.
‘먼저 꼬리의 끝 부분을 조금 자른 다음 거기에 칼날을 넣고 수평으로 돌리면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하지. 그리고 팔의 스냅을 이용해서 슬라이스 하듯 썰어 나가면······.’
그 후엔 연어의 껍질을 손가락에 감은 다음 남은 껍질을 전부 제거해 주면 끝이었다.
“대, 대단히 잘하셨어요. 합격이에요. 마치 수, 수백 번 정도는 해 보신 것 같은······. 정말 식칼을 잡아 본 것이 어제가 처음인가요? 아참, 마지막은 여기 있는 핀셋으로 잔가시를 전부 제거해 주시면······.”
케인첼은 작은 단어라도 하나 놓칠까 모든 정신을 기울여 아인켈의 설명을 머리에 새겨 넣었다.
그렇게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현직 셰프의 다양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검술 실력을 올릴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그럼 이것으로 식량 저장고에 있는 재료들은 대부분 손질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예, 셰프. 그럼 내일 아침까지 전부 끝내 두겠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아인켈은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케인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식재료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빠듯하여 저것들로 요리를 해볼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검술 레벨을 올리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럼 먼저 연어를 손질해 보자.”
디너의 메인 메뉴는 가니쉬를 곁들인 연어 스테이크였다.
400명이 먹기 위해선 엄청난 양이 필요하다.
케인첼은 심호흡을 한 후 필렛용 칼을 들고 연어의 몸을 갈랐다.
그리고 연어에 배여 있는 소금의 짠내에 코가 익숙해질 무렵.
띠링-
목에 차고 있는 조마경이 울기 시작했다.
[능숙하게 ‘스테이크용 연어’를 손질 했습니다.] [초급 검술 레벨이 올랐습니다.] [‘무장 해제’가 생성 되었습니다.]“아자!”
케인첼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초급 검술이 4성이 되었다.
기사 후보생 대부분은 태어나자마자 검을 잡은 이들이다.
실력 있는 기사들에게 개인 강습을 받고,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마나 연공법을 배운다.
조마경으로 그들의 검술 실력을 측정해 보면 대부분이 초급 4~5성이었다.
그리고 양성소의 훈련은 대부분 그것에 맞춰 준비되어 있었다.
결국 신이내린 재능이라도 있지 않은 한 기사가 되는 이들은 대부분 무가 출신이라는 것이다.
기회는 그저 겉보기에만 공평해 보일 뿐.
‘이제야 같은 출발선에 선거야. 그런데 마지막에 이상한 껴 있던 것 같은데.’
케인첼은 조마경에 떠 있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검술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 밑에 이상한 녀석이 있었다.
“무, 무장 해제?”
[무장 해제 : ★]– 상대방이 장비하고 있는 무기와 방어구를 검을 이용해 파괴하는 기술
“이건 스킬이잖아!”
수없이 많이 반복하여 몸에 완전히 익숙해진 특별한 기술을 보통 ‘스킬’이라 불렀다.
그것을 얻기 위해선 누군가에게 전수 받거나 스스로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스킬을 얻은 이후에도 그것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수 만 번 반복해서 완전히 익숙해 져야 했다.
그런 만큼 높은 레벨의 스킬을 보유한 기사는 그것을 자신의 상징처럼 여겼다.
‘랜스 차징의 베인 크루엘 경이나 쉴드 배쉬의 버나드 윌라콘 경이 가진 거랑 똑같아······. 내가 스킬을 가지게 되다니······.’
현재 기사 후보생 중 스킬을 가진 이는 ‘오러 소드’를 가진 빈센트가 유일했다.
소드 나이트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오러 소드도 스킬의 일종이었다.
‘설마 이것도 요리 때문인가?’
아인켈에게 배운 것은 연어를 손질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껍질을 벗겼더니 스킬이 튀어 나왔다.
“껍질을 벗긴다······. 그래, 확실히 생선에겐 껍질이 방어구라고 할 수 있지. 잠깐만. 그러면 설마······.”
연어 껍질을 벗기는 법을 배웠더니 ‘무장 해제’ 스킬을 얻게 되었다.
만약 다른 요리의 기술을 더 배운다면?
그리고 그때마다 검술 스킬이 생겨난다면?
“이건 대박이네.”
케인첼이 알고 있는 한 역사상 이런 기연을 얻은 사람은 없었다.
――소드 마스터가 된다.
꿈은 현실이 되어 케인첼에게 한걸음 다가와 있었다.
@
새로운 스킬을 얻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은 잔뜩 남아 있었다.
연어 스테이크에 곁들일 가니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야채들을 준비해야 한다.
감자,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 버섯, 양파, 올리브 등. 준비해야 할 재료만도 거의 열 종류 가까이 된다.
케인첼은 모든 재료를 흐르는 물에 잘 씻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차곡차곡 보관했다.
그 사이 검술 레벨이 4성으로 올랐는데, 그러자 작업속도가 현저히 빨라졌다.
빨라지니 즐거운 마음에 일에 더 집중하게 되고, 일에 집중하니 검술의 레벨이 더 빨리 오른다.
완전한 선순환의 구조.
상황을 보러 온 아인켈이 입을 벌리고 한동안 말을 잊었을 정도였다.
“서, 설마 벌써 이렇게 많이 하신 거예요?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리신 거죠?”
케인첼은 손이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피망을 자르며 말했다.
“그냥 하다 보니 되던데요.”
“아, 아하하······. 혹시 셰프가 되고 싶으시면 언제라도······.”
“제안은 감사하지만, 전 기사가 되려고 여기 있는 겁니다.”
“아, 죄, 죄송합니다.”
아인켈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저 정도 재능이면 제국을 대표할 셰프가 될 수 있을 텐데.
눈치 빠른 케인첼은 아인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내가 요리에 엄청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
케인첼은 한줌의 재능을 갈구하며 3년간 묵묵히 검을 휘둘러 왔다.
그런데 그저 식칼을 쥐었을 뿐인데, 상황이 이렇게 바뀔 줄이야.
아인켈은 무안한지 들고 있던 보자기를 내밀었다.
펴 보자 잘 구워진 블루베리 팬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야식이에요. 배고프실 것 같아 조금 챙겨 왔답니다.”
“마침 배가 고팠는데, 잘 먹도록 하겠습니다.”
케인첼이 눈이 반짝였다.
미식 레벨이 생긴 이후 요리를 먹는 것으로 만든 사람이 가진 경험치 일부를 흡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직접 만든 요리로는 효과가 없다. 이 부분이 아쉬울 뿐이다.
‘아인켈이 만든 요리를 먹으면 레벨이 얼마나 오를까.’
케인첼은 한 달 쯤 굶은 눈으로 팬케이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것을 오해한 아인켈이 미소 지었다.
“배가 많이 고프셨나 봐요. 아, 잠시 만요. 그러실 줄 알고 제가 감자도 좀 삶아 왔어요. 다른 야채와 함께 가니쉬로 만들어 드릴게요. 먼저 팬케이크 먹고 계세요.”
‘와! 한 번에 두 가지 요리를 먹을 수 있다니!’
이거 완전 경험치 두 배 이벤트잖아!
우선 블루베리 팬케이크부터 먹기로 했다.
방금 구운 것인지 아직 따뜻했다.
포크로 버터를 잘라 위에 올리자 스륵 하며 녹아내렸다.
‘녹은 버터와 구운 팬케이크의 향기가 섞이니까 정말 끝내주는구나. 이건 정말 맛있겠는걸.’
케인첼은 큼직한 팬케이크를 반으로 갈라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따뜻한 단맛이 퍼져 나갔다. 따로 시럽을 뿌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나오는 것일까?
“아, 달콤하죠? 반죽에 벌꿀을 넣었어요. 뿌려 먹는 것도 좋지만, 딸내미가 벌꿀을 따로 주면 자꾸 식탁에 흘려서요.”
“하하······.”
아무래도 맛의 비밀은 아버지의 애정이었던 모양이다.
“맛있게 드셔주시니 만든 보람이 있네요. 기사님들은 영 재미가 없어요. 그놈의 라파엘의 가호가 뭐라고.”
“······확실히 그렇긴 하죠.”
팬케이크를 먹는 사이 어느새 여러 야채를 볶은 가니쉬가 완성되었다.
안 그래도 팬케이크를 전부 먹자 레벨이 하나 올라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배가 고팠다.
케인첼은 입술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자 왕창 먹고 레벨을 잔뜩 올려 보자고.”
“예? 뭘 올리신다고요?”
“아, 아뇨. 맛이 정말 끝내 줍니다.”
“으흐흐. 감사해요.”
가니쉬는 한번 삶은 감자와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 양파를 올리브 오일에 볶은 간단한 요리였다.
간은 허브가 섞인 소금과 후추로만 간단히 했는데, 야채가 익으면서 내는 향기와 어우러져 아주 예술이었다.
“잘게 자른 마늘을 먼저 볶아서 향을 내셨군요. 이런 것을 숨김 맛이라고 하죠?”
“예, 맞습니다. 가끔 브라운소스를 넣는 경우도 있는데요. 워낙 야채들이 신선해서 그것만으로도 맛은 상당할 거예요.”
케인첼은 여러 야채를 포크로 찍어 입에 가져갔다.
그러자 진한 봄기운이 느껴졌다.
아인켈의 말이 맞았다. 단순한 야채 볶음일 뿐이었지만 그만큼 재료의 맛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평소에 먹던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맛.
그에 대해 묻자 아인켈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셰프가 너무 부족해요. 편제상으로는 여섯 명의 셰프가 있어야 하는데. 셋뿐이에요. 게다가 치프는······.”
아인켈은 고든이 제대로 주방에 서는 날이 한 달에 며칠밖에 되지 않는 다고 말해 주었다.
케인첼이 알고 있는 그대로였다.
“아예 일을 안 하시는 것도 아니고 하실 건 하고 계세요. 그런데 요리에 대한 열정이 전부 말라 버린 것 같다고 할까요?”
“열정 말입니까?”
“네. 아참, 고든 셰프가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들어 보실래요?”
“흐음?”
엄청난 실력을 가진 셰프 고든. 그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싶었던 케인첼은 귀를 기울였다.
“······아, 그건 내일 다시 해 드릴게요.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그럼 마무리 잘 부탁드릴게요.”
그런 말을 하며 아인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고든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듣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일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았다.
남은 가니쉬를 전부 먹자 또다시 조마경이 울기 시작했다.
띠링-
[3성급 요리 ‘봄 향기 물씬 가니쉬’를 시식 했습니다.] [미식 레벨의 영향으로 요리에 담긴 경험치를 일부 흡수했습니다.]케인첼은 근처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제 오늘이 지나면 한동안 조마경을 사용하지 못한다.
즉 지금이 이번 달 중 스테이터스를 확인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었다.
‘우선 현재 레벨을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시켜 두는 거야. 그리고 앞으로 남은 한 달. 과연 어디까지 올라 갈 수 있을까.’
지금껏 스테이터스 갱신은 조롱과 실망과 괴로움만이 함께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밥이나 한다고 무시하지 마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