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6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61화(6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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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탑에 도착한 케인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마탑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웅장한 탑의 모습이 떠오르는 법이다.
그런데 케인첼의 눈앞에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잡화점으로 보일 그런 건물이었다.
“······금일 한정 전 품목 세일?”
“와우! 역시 형님만 따라 다니면 뒤로 넘어져도 먹을 게 생긴다니까요! 보통 이런 세일은 반년에 한번 정도밖에 안 하거든요.”
“그렇습니까······.”
잘 생각해보니 마탑은 수 천 가지의 마도구를 취급하는 상점의 일종.
케인첼이 지금도 목에 걸고 있는 조마경 또한 마탑에서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저 세 사람이면 꽉 찰 것 같은 아담한 규모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의문을 풀어준 것은 곁다리로 따라온 지크였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에는 전부 현자의 탑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대부분 이런 모습이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여기에 있는 것은 출입구뿐이에요. 이렇게 안으로 들어가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진짜 마탑이 있었다.
족히 수백 미터는 될 것 같은 공간에 수많은 마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다른 곳에 있는 마탑도 전부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 겁니까?”
“맞아요, 형님. 원래는 대륙의 끝에 있는 현자의 탑까지 직접 갔어야 하는데 마도구가 대중화되면서 이런 식으로 지점을 만들었다고 해요. 역시 상점은 접근성이 최고 아니겠어요? 그 아이디어가 사실······.”
케인첼은 한숨을 내쉬었다. 매주 지나다니던 곳에 이런 놀라운 장소가 숨어 있었을 줄이야.
어째서 웰라이드 백작이 지크프리드를 붙여 준 것인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혼자 왔다간 마탑의 규모에 놀라 이틀은 아무것도 못했으리라.
그런데 언제 사라진 것인지 지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사람이 또 어디로······.”
다행히 지크는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진열대 너머로 특유의 방정맞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옷! 머리가 자라는 속도를 100배로 늘려주는 빗이라니! 항상 메모리얼 커터를 사용하고 나면 미안했는데 이것만 있으면! 으악! 이백 골드라니 너무 비싸다아아아아!”
케인첼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마치 장난감 가게에 온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이, 이것은 또 재미있는 마도구가!”
“그런데 그렇게 마구 만져도 괜찮은 겁니까?”
“괜찮아요, 형님. 어차피 이런 데 진열되어 있는 것은 다 목업이거든요.”
“목업이 뭡니까?”
“아하, 정교하게 만들어진 모조품이라는 뜻이에요. 설마 하나에 몇 골드 씩 하는 마도구를 이런 식으로 진열해 두겠어요?”
그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사무적인 목소리가 지크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죄송합니다만 손님, 거기에 진열되어 있는 것들은 전부 진품이오니 취급에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난을 막고자 방어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거기에는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점원차림의 여자가 서 있었다.
귀가 드러날 정도로 짧게 자른 푸른 머리가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오오오! 진품이라면 더 참을 수 없군요!”
“아주 강력한 충격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잘못 만지시면 성 불구자가 될 수 있사오니, 아무쪼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히, 히익!”
너무도 간단하게 지크를 조용하게 만든 점원은 케인첼을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안녕하세요, 손님. 저는 이곳 현자의 탑을 담당하고 있는 비비안느라고 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예. 구입하고 싶은 마도구가 있어서요.”
“그러시군요. 현재 본점에는 총 1만 3천 가지가 넘는 다양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추천하는 상품으로는 이쪽에 있는 이 방한복은 어떠신가요. 좋은 원단을 사용한데다가 항상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마법이 걸려 있어, 백색 산맥 같은 곳에서도 아주 따뜻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지금 구입하시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삼일까지 사용 할 수 있는 광구를 사은품으로······.”
비비안느라는 점원의 상술은 엄청났다.
계속 설명을 듣고 있다간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써 버릴 것 같았다.
케인첼은 어느새 금화가 든 주머니로 향해 있는 오른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지정된 좌표로 게이트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도구를 하나 주문하고 싶습니다만.”
그러자 비비안느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손님. 아무래도 게이트 마법이 담긴 마도구는 공간 마법 취급 허가증이 있는 분이 아니면 제작해 드리기 곤란합니다.”
“마도구 하나 쓰는데 그런 것도 필요합니까?”
“예, 손님. 군사, 행정적인 문제가 여럿 얽혀 있어서 그렇습니다.”
“군사라······. 확실히 아무나 공간 마법을 쓸 수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겠군요.”
만약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마도구가 도둑에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기에 그런 마도구는 아주 엄중하게 관리 된다.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케인첼의 앞에 구세주가 등장했다.
“아하핫! 형님! 그래서 제가 따라온 것 아니겠어요! 자, 보십시오! 여기 공간 마법 취급 허가증! 그것도 무려 2급! 게다가 웰라이드 큰형님이 써 주신 신원 보증서도 있어요!”
지크가 내민 증서를 받아든 비비안느는 그것을 신중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품속에서 깃털 펜을 꺼내 날개 부분으로 양피지를 문지르기까지 했다.
거기에는 문제가 생길 경우 모든 책임을 에델바이스 상회에서 지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에델바이스 상회는 마탑의 오랜 단골.
그 주인이 신원을 보증하고 있다면 이들은 말 그대로 매우 중요한 손님이다.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2급 허가증으론 사용 횟수가 한정된 게이트만을 이용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예, 예!”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비비안느는 귀걸이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예, 알겠습니다. 데리고 가겠습니다.”
이야기를 끝낸 비비안느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제가 주문을 받아 오퍼를 넣는데, 지점장님께서 직접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럼 바로 VIP룸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비비안느는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전신 거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케인첼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기에도 공간 이동 마법이 걸려 있나 보네. 그런데 비숍이라면 설마 그 비숍은 아니겠죠?”
“비숍이 그 비숍 말고 또 있어요? 수많은 마도구를 만든 장인이자, 현자의 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는 3인 중 한 명. 연금의 연금술사 비숍을 말하는 거잖아요.”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목에 걸려 있는 조마경을 어루만졌다.
이것 또한 연금술사 비숍이 만든 마도구.
그런 사람이 이런 곳에서 상점의 지점장이나 하고 있을 줄이야.
어쩌면 자신의 조마경이 다른 사람의 것과 다르게 작동하는 원인을 알 수 있을지 모른다.
케인첼은 입술을 핥으며 거울을 향해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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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수만 권의 책이 쌓여 있는 서재였다.
그 중앙에 철가면을 쓴 남자가 앉아 있었다. 케인첼은 기사의 예를 갖춰 인사를 했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라고 합니다. 위대한 지식을 갈구하는 연금술의 정점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철가면 너머로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비숍이오. 꼬맹이 그렉이 보증을 섰다기에 갑자기 흥미가 동해서 불렀소.”
“꼬, 꼬맹이?”
뒤따라 들어온 지크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큰형님과는 어릴 때부터 서로 아는 사이라고 들었어요. 그렇지만 비숍 아저씨가 몇 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던데요.”
“······그럼 역사서에 나오는 비숍이 전부 한 사람이라는 겁니까? 그저 뛰어난 연금술사에게 붙는 칭호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하하! 대단하죠? 저도 비숍 아저씨는 처음 만나는 건데······. 와, 저 덩치에 철갑을 입고 있으니까 무슨 하프 오우거 같은데요.”
“들립니다! 비숍님에게 들린다고요!”
케인첼은 지크의 입을 틀어막을 것이 없나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숍은 지크의 말투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귀공이 비비안느와 나눈 대화는 전부 듣고 있었소. 2급 게이트가 필요하다고.”
“예, 지정된 좌표로 통하는 게이트가 필요합니다. 이용 횟수는 1주일에 한번이고, 인원은 두 명입니다.”
“부정사용이 감지되면 바로 마력 공급이 끊길 것이오. 그러면 게이트에 들어간 이들은 시공의 미아가 되오. 그 외의 주의사항은 비비안을 통해 듣도록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수백 년을 살아온 연금술의 거장 비숍. 그와의 대화는 의외로 사무적으로 진행되었다.
비숍의 옆에 서 있던 비비안느가 여전히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 한 분께서 난동을 피우고 있다고 합니다. 처리 방법을 지시해 주시겠습니까.”
비숍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거울이 생겨났다.
아무래도 그것이 다른 점원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통신기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거울에는 비비안느와 똑같이 생긴 점원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147번 비비안이군. 무슨 일이냐?”
― 예, 손님 한 분께서 구입한 마도구의 부작용으로 병에 걸렸다고 보상을 해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어디 얼굴을 한 번 비춰 보거라.”
그러자 병에 걸린 손님의 모습이 거울에 떠올랐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귀족 영애였다. 그런데 옷에 가려지지 않은 부분에 붉은 발진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을 벗으면 얼굴의 상태도 비슷할 것 같았다.
“울프스라고 하는 병이다. 손님이 사간 마도구가 전염병을 방지해 주는 종류가 아닌지 물어 보아라.”
잠시 후, 147번 비비안느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 예, 불안한 마음에 여러 번 사용했다고 합니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마도구를 너무 과하게 사용한 게야. 토마토나 양파 같은 신선한 야채와 표고버섯, 연어나 등 푸른 생선, 신선한 우유나 계란을 꾸준히 먹고, 푹 쉬면 증상이 좋아 질 것이라 전해라.”
옆에서 비숍의 설명을 듣고 있던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울프스는 밭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들이 간혹 걸리는 병이었다.
온몸의 피부가 마치 늑대에게 물린 것처럼 붉게 변하고 움직일 때마다 온몸의 관절이 비명을 지른다.
미신에 약한 시골에서는 라이칸스로프에게 물렸다고 하여 마을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비숍은 그 병이 음식을 먹는 것으로 나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다린 것 같아 미안하오. 그럼 주문을 마저 받도록 하겠소.”
“죄송하지만, 방금 나눈 대화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병이 나을 수 있는 겁니까?”
“호오······, 귀공도 약선 요리에 관심이 있소?”
철가면 너머로 언뜻 비친 눈동자에 묘한 호기심이 떠올라 있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약선 요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비숍이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이 몸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오. 그것이 연금술의 근본 아니겠소. 그럼 약선 요리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겠소.”
케인첼은 마른 침을 삼켰다. 설마 연금술의 거장에게 이런 식으로 요리의 비전을 배우게 되다니.
어쩌면 또 하나의 기연을 만난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은 오러를 지니고 있소. 그것이 어디에서 왔다고 생각하시오.”
케인첼은 이안이 해준 오러에 대한 설명을 떠올렸다.
생명체는 먹고, 자고, 호흡하는 것을 통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오러를 가지게 된다고 했다.
어쩌면 비숍이 원하는 대답은······.
“음식 아닙니까.”
“크하하! 이 물음에 그와 같은 대답을 하는 사람은 귀공이 처음이오. 그리고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소. 그리고 단순히 오러 뿐이 아니오. 인간의 뼈와 살, 그리고 피를 이루고 있는 것들 또한 원래는 식재료였던 것들이오.”
케인첼의 눈동자에 혼란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몸에 부족한 식재료를 먹는 것으로 병을 고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그것이 바로 약선이오! 물론 약선만으로 병을 낫게 할 수는 없소. 그렇지만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으로 몸을 강하게 만들고 병과 싸울 힘을 내게 해 준다오. 약선 요리는 신체를 강화시키는 양생약선과 병의 치유에 도움을 주는 강복약선으로 나뉘오. 그 차이는······.”
케인첼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크, 크흠. 이것 참 미안하게 됐소. 내 평생 약선에 관심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귀공과 만나게 되어 기쁜 마음에 그만······.”
비숍은 헛기침을 하며 철가면 사이로 튀어나와 있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의외로 귀여운 부분이 있으신······. 으, 으아악! 내가 저 오우거 같은 남자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케인첼은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설마 몸을 강하게 만들고 병의 치유를 돕는 요리가 있을 줄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그 약선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그 기회가 찾아왔다.
마탑의 연금술사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