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6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66화(6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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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진 지 10년 정도 되었을까 싶은 주점에 소시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돼지 창자 안에 다진 고기와 각종 향신료를 채워 넣은 소시지의 일종이다.
고기가 귀한 북부에서는 돼지의 껍질과 내장은 물론 피까지 싹싹 긁어 먹어야 했기에 발달한 음식.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돼지비계와 기름, 다양한 다짐육과 야채, 그리고 돼지 피를 채워 넣은 부댕 누아였다.
그것이 식탁에 오르는 날이면 접시에 묻은 기름까지 핥아 먹곤 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고향의 음식에 케인첼의 눈동자에 진한 그리움이 떠올랐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주점으로 다가가자 요리를 하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나이는 50대 초반 정도나 되었을까.
남자는 반쯤 하얗게 센 머리카락과는 어울리지 않는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통나무처럼 굵은 팔뚝에는 칼에 베인 것으로 보이는 흉터가 여럿 보였다.
요리사라기 보단 노년의 전사가 더 어울 릴 것 같은 분위기.
퍼시발 영감은 눈삽으로 보일 정도로 커다란 국자로 냄비에 든 스튜를 휘저었다.
‘냄비가 무슨 송아지 한 마리 정도는 간단히 삶을 수 있을 것처럼 생겼네.’
국자를 움직일 때마다 옷 밖으로 튀어 나온 근육이 꿈틀거렸다.
퍼시발 영감이 껄껄 웃으며 외쳤다.
“오늘도 더러운 용병 자식들이 많이도 몰려왔구먼! 자, 오늘 메뉴는 토끼 고기가 듬뿍 들어간 스튜다. 한 국자에 10쿠퍼니 알아서 내고 받아 가라!”
헉 소리가 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저 엄청난 크기의 국자로 한 번 뜨면 적어도 3인분은 될 양이다.
‘사실 이름만 토끼고기 스튜지, 토끼가 헤엄치고 지나간 물로 끓인 거 아니야?’
궁금해진 케인첼은 모여 있는 사람들의 뒤에 가서 줄을 섰다.
“영감님. 돈이 부족한데, 대신 토끼 다섯 마리로 안 되겠습니까?”
“껄껄! 아주 살이 실하군! 대충 저쪽에 던져 놓게나.”
“저는 노루를 잡아 왔습니다!”
돈 보다는 주로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도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순식간에 줄이 줄어들어 어느새 케인첼의 차례가 되었다.
반짝이는 은화를 꺼내 내밀자 퍼시발 영감이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못 보던 젊은 친구인데, 가슴의 문장으로 보아 자유 기사구만.”
“예, 스튜가 엄청 맛있어 보이는군요. 잘 먹겠습니다.”
“껄껄! 하루 빨리 나머지 한 쪽 날개가 갖춰져 훨훨 날 수 있기를 빌어 줌세. 내 특별히 고기를 듬뿍 넣었으이.”
케인첼의 왼쪽 가슴에는 자유 기사를 상징하는 반쪽짜리 날개가 붙어 있었다.
기사에 어울리는 공을 쌓았을 경우 그 내용에 따라 반쪽 날개 형태의 훈장을 수여 받게 된다.
보통 한 쌍의 날개가 갖춰져야 한 사람 몫을 하는 자유 기사로 대접 받는다.
그러다보니 날개가 반쪽만 있을 경우는 대부분 숨기고 다녔다.
자신이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한 신참이라는 것을 얼굴에 써 붙이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용병이 많은 장소에서 쓸데없는 시비를 줄이는 데는 쓸 만하지.’
나무 그릇은 양손으로 들어야 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였다.
그것을 받아든 지크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시 형님이랑 같이 다니면 먹을 복이 터진다니까요!”
지크가 스튜를 퍼먹는 사이 케인첼은 들어간 재료부터 확인했다.
메인인 토끼 고기에 다진 샐러리와 양파, 당근, 감자를 넣고 아주 푹 끓인 후 토마토 페이스트로 맛을 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별거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제대로 만든 토끼 고기 스튜였다.
푹 끓인 토끼 고기는 뼈까지 먹어도 될 정도로 야들야들했다.
토마토와 갖은 야채가 듬뿍 들어간 스튜에서는 복잡하면서 감미로운 향기가 났다.
‘풀 향기가 나면서 쫄깃한 육질이 입 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죽여주는 맛이었다.
울프 단장이 그토록 추천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게다가 가장 놀라운 것은 스튜의 맛을 배가시켜 준 어떠한 조미료의 존재였다.
그것이 수많은 향신료와 야채, 그리고 토끼 고기가 가진 맛을 한계까지 끌어올려주고 있었다.
조마경을 보자 요리의 등급이 떠올랐다.
[4성급 요리 ‘○○이 들어간 토끼 고기 스튜’를 시식 했습니다.]* 북부 식으로 푹 끓인 토끼 고기 스튜. 토끼 고기를 다진 샐러리와 양파, 당근, 감자를 넣고 아주 푹 끓인 후 토마토 페이스트로 맛을 더했다. ○○의 영향으로 완성도보다 훨씬 좋은 맛을 내고 있다.
* 미식 레벨이 낮아 재료의 일부분이 숨겨진 상태입니다.
* 완성도 : ★★★
4성으로 오른 미식 레벨 때문에 더욱 많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그렇지만 딱 하나를 제외하면 케인첼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가 도대체 뭐야?!”
확실히 아주 잘 만든 요리는 아니다.
애초에 커다란 냄비에 대량의 재료를 넣고 끓인 요리. 아무리 실력 있는 셰프가 만든다 해도 3성 이상의 요리가 나오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토끼 고기 스튜는 4성급이었다.
[미식 레벨의 영향으로 요리에 담긴 경험치와 오러를 일부 흡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그 와중에 또다시 레벨이 하나 올랐다.
미식 레벨이 4성이 되자 케인첼에게 하나의 스테이터스가 추가되었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 – Lv43]– 체력(45), 민첩성(43), 근력(43), 손재주(43), 지력(47), 마력(42), 신성력(42),
– 오러(110/112)
‘무려 오러가 2나 올랐잖아? 이거로 대충 오러 소드를 2분가량 사용 할 수 있는 건가.’
북부의 강한 생명력이 담긴 스튜답게 한 그릇을 먹는 것으로 전체 총량의 2%가 늘어났다.
기왕이면 한 그릇 더 먹고 싶었지만 토끼 스튜에 담긴 비밀을 푸는 것이 먼저였다.
‘도대체 뭐가 들어갔기에 요리의 등급까지 하나 오른 거지?’
케인첼은 마른침을 삼켰다.
한동안 정체되어 변하지 않고 있는 요리 레벨.
그렇지만 토끼 고기의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 준 비밀을 푼다면 6성급 요리의 길이 열릴 지도 모른다.
북방의 작은 마을에서 이런 기연을 만나게 될 줄이야.
‘아무래도 귀향은 조금 뒤로 미루어야겠네.’
어차피 지스타드 영지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이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 주시리라.
이렇게 된 이상 한동안 이곳에 머물며 퍼시발 영감이 만든 토끼 스튜의 비밀을 알아낸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퍼시발 영감과 친해 질 수 있을까?
계기는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쓰벌! 뭐, 스튜가 다 떨어졌어? 다 떨어지면 장사 끝나냐?”
“아이고, 20분이나 기다렸는데 맨손으로 돌아가면 단장님한테 죽는다고!”
“어허, 젊은 친구들이 혈기가 넘치는구먼. 토끼 고기 스튜는 다 떨어졌지만 다른 메뉴라면 남아 있다만.”
“그러니까! 토끼 고기 스튜가 먹고 싶다니까!”
은급으로 보이는 용병 몇 명이 주점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케인첼은 조용히 검집으로 손을 뻗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 또한 자유 기사의 의무가 아니던가.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어이쿠, 용병이 많아진다 했더니 저기 용병 단장은 제대로 교육도 안 시키나?”
“그러게 말이다. 퍼시발 영감만큼은 건드리면 안 되는데.”
“하하하! 창왕 퍼시발도 모르면서 무슨 용병 일을 한다고.”
퍼시발은 귀여운 아이들의 재롱이라도 보는 표정으로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그는 커다란 미늘창을 들고 있었다.
“아앙, 뭐야? 그런 물건 들고 온다고 누가 겁낼 것 같아? 우리로 말하면 우는 아이도 그친다는 삼형제 용병단의······.”
“오랜만에 운동을 하게 되었구나! 허업!”
퍼시발이 기합을 내지르자 2M에 달하는 창 전체에 선명한 오러가 맺혔다.
용병 삼형제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뭐, 뭐야! 무슨 소드나이트가 스튜나 끓이고 있어!”
“허허허! 안 그래도 요즘 하도 안 써서 창에 먼지가 끼려고 했는데 잘 됐구만!”
퍼시발은 아주 가볍게 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거기 담긴 위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콰쾅!
바닥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을 정도의 일격.
결국 용병 삼형제는 고양이를 만난 생쥐 같은 얼굴로 주점에서 도망쳤다.
퍼시발은 껄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올 때는 늦지 말고 오게나! 아참, 한 국자에 10쿠퍼네!”
케인첼은 검을 뽑으려던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만약 앞으로 나섰다면 매우 무안한 상황이 펼쳐졌으리라.
머지않아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해도 이상하지 않을 오러의 양이었다.
점점 퍼시발이라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식사를 끝낸 용병들이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가자 주점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퍼시발은 미늘창을 마치 장난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볍게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그럼 저녁 장사할 준비나 해야겠구먼. 후, 점원을 한 명 더 구하던가 해야지 손님이 늘어나니 혼자 일하기 힘들어.”
‘그렇지, 보통 이런 주점은 오후에는 엄청 한가하잖아. 다른 요리를 시켜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충분 해.’
마침 아까 보았던 소시스가 떠올랐다.
케인첼은 입맛을 다시며 모든 것이 얼어붙은 장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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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에일 한 잔과 소시스를 주문했다. 주점 안은 넓으면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해가 지면 지친 용병들이 이곳을 가득 메우리라.
“허허! 젊은 손님이 부댕 누아를 다 찾고. 북부 태생인가 보구먼.”
“예, 지스타드 영지 출신입니다.”
껄껄 웃던 퍼시발 영감은 갑자기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케인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말 자네가 그곳의 생존자인가?”
“······부끄럽게도 살아남았습니다.”
“왜 살아남은 것을 부끄러워하나! 젊어 보이니, 전쟁 당시에는 열 살 정도였지 않은가!”
케인첼에게는 전쟁 당시의 기억이 없었다.
아주 긴 잠을 잔 것 같았는데 깨어나 보니 모든 것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 사실을 설명하자 퍼시발 영감의 눈동자에 오래 묵은 그리움이 떠올랐다.
“그래, 자네가 지스타드 영지의 생존자였단 말이지······. 그런데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 기사까지 되었을 줄이야······. 분명 조안나가 알면 아주 기뻐할 게야.”
“······그 분은 누구입니까?”
“흔해빠진 사랑이야기네만. 들어 주겠나.”
어느새 퍼시발 영감은 케인첼의 옆자리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십년 전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용병단의 단장이었네. 수 십 년간 창만 썼더니 창왕이라는 부끄러운 별명을 얻었지.”
“호, 혹시 하이랜더 용병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케인첼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의 예를 취했다.
하이랜더는 칠죄종 전쟁에서 가장 많은 전과를 올린 용병단의 이름이었다.
“칠죄종 전쟁의 대영웅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런 칭호는 칠대 미덕들에게나 어울린다네. 나같이 사랑하는 사람조차 지키지 못한 쓰레기에게 영웅이라니. 허허······.”
“아닙니다. 파르지팔님이 없었으면 훨씬 많은 피해가 발생했을 겁니다.”
“그 이름은 버렸네. 지금은 그저 퍼시발 영감일 뿐이네.”
퍼시발은 에일을 마시며 조용한 목소리로 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이야기했다.
전쟁이 길어지자 많은 귀족들이 죽었다. 그럴 경우 그의 후계자가 작위를 이어받아 전쟁에 참가하게 된다.
조안나 또한 그런 경우였다.
“여백작 조안나는 누구보다도 정이 많고 착한 여자였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지. 기껏해야 소드나이트였던 내가 소드마스터 사이에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녀를 향한 내 연정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네.”
“조안나라는 분은······.”
“그녀는 훌륭한 지휘관이었고, 전쟁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네. 그리고 우리는 결혼을 맹세했다네.”
퍼시발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말하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눈앞에는 인류를 짓밟는 칠죄종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것을 혼자 막고 있는 것은 가녀린 등을 한 여백작이었다.
“그리고 지스타드 영지에 탐식의 왕 바알제붑이 나타났다네. 그와 함께 북부 전체를 덮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언데드 군단이 진격을 시작했네.”
케인첼도 양성소에서 배워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장소에서 그런 엄청난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들으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결국 아슬란 황제는 구국을 위한 결단을 내렸네. 북부 전체에 8클래스의 대마법 메테오를 소환하기로 한 거라네. 그 소식을 들은 조안나는 반대했네. 그녀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임무를 맡았고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수행했지만 전부 완수하지 못했다네.”
퍼시발은 담담한 어투로 말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
“결국 조안나는 몇 개의 마을에 남아 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떠났네. 반드시 생존자들을 데리고 돌아오기로 약속했지. 그녀는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여자야. 그 당당한 모습에 내가 한눈에 반했을 정도니 오죽 하겠나.”
케인첼은 목이 먹먹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곳은 지스타드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영지였다.
그렇다면 퍼시발 영감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는······.
전쟁이 끝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그때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껄껄! 하여간 정말 기쁜 날이네! 내 설마 살아생전에 지스타드 영지의 생존자를 만나게 될 줄이야! 괜찮다면 이번엔 자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나.”
케인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요리에 대한 것을 빼고 자신이 겪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을 시간이 되자 주점 안으로 하나 둘씩 용병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안하네만 오늘은 임시 휴업일세!”
“어, 영감님? 왜 울고 계시요?”
“한동안 청소를 안 했더니 먼지가 너무 많지 뭔가!”
“하하하! 그럼 내일 오겠습니다.”
퍼시발 영감은 조용히, 그렇지만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눈동자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유는 말할 수 없지만 내 토끼 스튜 맛의 비밀을 알고 싶다고?”
“예, 자세한 이유를 말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네. 이 또한 조안나가 이어준 인연 아니겠나. 사실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어. 내 토끼 스튜는 말이네.”
퍼시발 영감은 주방으로 들어가 작은 항아리를 하나 꺼내 왔다.
이 안에 4성의 미식 레벨로도 밝혀내지 못한 맛의 비밀이 담겨 있다.
케인첼은 붉게 변한 눈동자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무서운 신인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