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6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68화(6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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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님 홍차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앞서 백작은 노집사 브래드가 가져온 홍차를 마셨다.
처음엔 이런 느긋함이 답답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빨리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백작과의 사이가 긴밀해지자 이것이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고르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케인첼은 홍차를 음미하며 말했다.
“아이리쉬 블랙퍼스트군요. 아삼과 실론을 메인으로 케냐가 아주 조금······.”
그러자 브래드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케인첼 경이 이렇게 홍차에 조예가 깊으신 줄 몰랐습니다. 제가 만든 블렌딩 홍차에 케냐티가 들어 간 것을 알아차린 분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그저 조마경에 떠오른 글자를 읽었을 뿐인데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마술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미식 레벨이 오르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겠지? 그런데 이 홍차 엄청 맛있네.’
역시 귀족 가에서 일하는 집사답게 브래드가 끓인 홍차는 향부터 달랐다.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다도茶道’ 또한 스킬이 존재한다.
여전히 1성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또한 레벨이 올라가면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나중에 시간이 되면 홍차 끓이는 법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찻잔을 절반정도 비운 웰라이드 백작이 입을 열었다.
“유페린 남작령의 밀 전매권을 얻었네.”
브리타니아에서 거래되는 밀의 3할 이상을 생산하는 남부 최대 규모의 곡창지대 유페린.
이 계약이 성사되기만 한다면 에델바이스 상회는 3위가 아니라 2위까지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리라.
“······그건 큰일이 아니라 축하드릴 일 아닙니까? 칠면조라도 구울까요?”
웰라이드 백작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전매권을 얻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5년 전의 대기근은 기억하나?”
“어떻게 잊겠습니까. 그때는 정말 다 굶어죽는 줄 알았습니다.”
브리타니아 전역에 탄저병과 감자역병이 퍼져 곡물 생산량이 1/20까지 추락한 사건이었다.
“다행히 상인 연합이 발 빠르게 무역선을 운영해 주어 밀이 없어 굶주리는 일은 면할 수 있었네. 허나 유페린의 주민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었지. 그래서 내가 돈을 조금 빌려주었다네.”
백작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조금이라고 했지만 그 액수는 분명 적지 않으리라.
“······.”
“허허, 그 황당해 하는 얼굴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군. 다른 상인들은 물론 귀족들까지 바보짓이라며 손가락질을 했지. 외국에서 싼 가격으로 밀을 수입 할 수 있는 항로가 개척 된 거네. 대기근이 끝나고 유페린 영지의 밀 생산이 정상화 되어도 비싼 밀을 누가 사 먹겠냐는 거지.”
그렇지만 결과는 정 반대였다. 수입해온 밀로 빵을 굽자 지금까지 먹어왔던 것과 전혀 다른 맛이 났다.
밀 생산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훨씬 비싼 가격에도 유페린의 밀은 날개 돋친 것처럼 팔렸다.
“상인은 말이네. 돈과 현물이 아니라 신뢰를 거래하는 거네. 유페린에서 생산된 밀로 빵을 구우면 아주 향이 구수하고 맛있어. 그런 좋은 밀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흉년으로 조금 부진하다고 어찌 거래를 끓을 수 있겠나.”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한 보답이 5년 만에 돌아왔다.
밀 전매권이라는 형태로.
웰라이드 백작은 어느새 식어버린 홍차를 단숨에 들이키며 말했다.
“물론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네. 유페린 영지에서 생산되는 밀을 전부 에델바이스 상회를 통해서 거래한다. 거기서 나오는 이익은 분명 엄청나겠지. 그렇지만 그건 나 혼자 먹기엔 너무 양이 많아. 상회의 규모를 키워야 하고 거래처 또한 늘려야겠지.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네. 그래서 독점이 아니라 다른 상회와도 협업의 형태로 같이 하기로 했다네.”
“마치 던전 같군요.”
“그렇지. 전매권은 던전의 코어나 마찬가지네. 부의 독점과 분배······. 참으로 어려운 문제야. 그럼 케인첼 경과 의논하고 싶은 문제네만······.”
웰라이드 백작은 무안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유페린에서 생산된 밀을 유통하기 위한 빵집 연맹이 결성되었네. 부끄럽게도 그 조합장을 내가 맡게 되었지.”
케인첼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주먹을 쥐어야 했다.
“흠흠. 조합 이름은 신경 쓰지 말게나. 프렐리아가 이틀 동안 고민해서 지은 이름이네.”
“아, 네.”
“그리고 빵집 연맹의 결성식이 두 달 뒤에 열리게 되었네. 거기에 프렐리아가 참석해야 할 것 같네.”
“······지금까지 그런 모임은 피해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이 변하신 겁니까?”
“케인첼 경 덕분에 프렐리아가 1시간 동안 활동할 수 있게 되었지 않은가. 요새는 내 일도 도와주고 아주 기특······. 험험. 하여간 종종 다과나 독서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지. 그게 문제의 시작이네.”
항상 집안에서만 지내던 소녀가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백치였을 때도 요정 같은 외모에 반해 청혼을 하는 이들이 줄을 섰을 정도였다.
백작은 책상 위에 산더미같이 쌓인 종이들을 가리켰다.
“태세 변환이 황당할 정도야. 저게 전부 초대장이네. 대귀족의 결혼식, 무도회, 공개 청혼 까지······. 물론 대부분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 건은 내가 조합장이 되는 것을 축하해 주는 자리가 아닌가. 거기에 딸이 빠지면 어떻게 보이겠나. 바보 같은 아비라 욕해도 좋네. 그렇지만 내가 막아 줄 수 없을 정도로 프렐리아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 이제 더 이상 내 품안에서만 지낼 수 없게 된 거네.”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만큼 프렐리아는 아름다웠으니까. 게다가 웰라이드 백작의 하나 뿐인 후계자였다.
“한 시간으로는 힘들겠죠?”
“후우······. 간단하게 인사 정도만 해도 세 시간······. 아니, 두 시간 정도는 필요하네.”
5성급 요리를 먹으면 저주가 약화되어 1시간가량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여러 개 먹는다고 해서 효과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웰라이드 백작은 테이블 위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케인첼 경이 지금까지 해 준 일이 기적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네. 평생이 걸리더라도 그에 대한 보답은 반드시 해 주겠네. 상인······. 아니, 프렐리아의 아비로서 약조하겠네. 그러니까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줄 수 없겠나.”
케인첼은 목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웰라이드 백작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프렐리아에게 걸린 나태의 저주를 풀 수 있는 것은 5성급 이상의 요리 뿐.
그렇다면 만약 6성급 요리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케인첼에게는 그것에 닿을 수 있을 실마리가 있었다.
“백작님이 지금까지 해 주신 것만으로도 요리의 대가로 충분합니다. 혹시 소금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케인첼은 백작에서 보석 소금에 대해 설명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백작의 얼굴이 점점 밝아졌다.
어쩌면 6성급 요리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부분에서는 양손을 번쩍 치켜들었을 정도로 기뻐했다.
“요리의 등급까지 하나 올려줄 정도로 엄청난 소금이 있다니······. 그걸 얻을 수만 있으면, 어쩌면······.”
“예, 프렐리아 영애에게 걸려 있는 저주가 완전히 풀릴지 모릅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희망이 어느새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백작은 환희에 찬 눈으로 케인첼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빨리 찾아내다니 역시 자네를 믿고 맡긴 것이 정답이었네! 던전 공략을 도와줄 아크세리온 용병단을 불러 주겠네. 그들과 함께라면 소규모의 던전 정도는 하루면 정복 할 수 있겠지.”
제국 최고라 불리는 아크세리온 용병단.
그들을 고용 하려면 수천 골드를 내야하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이번 일은 소규모로 진행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용병들 간의 전쟁으로 커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 그럼 내 타이무 경을 붙여 주지. 세상 돌아가는 일에 조금 어둡긴 하지만 실력만은 내 보장하네.”
“타이무 경이 함께 해 준다면 든든하겠습니다만. 일단 생각해 둔 사람이 있습니다.”
케인첼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들은 백작은 껄껄 웃었다.
“그래, 아주 재미있겠어. 그 멤버가 모인다면 용병들 사이에서 아주 무서운 신인들이 등장했다고 난리가 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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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공략을 위한 네 번째 멤버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정원에서 프렐리아와 홍차를 마시고 있던 아벨은 케인첼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잠시만 기다리겠나. 네 것도 한 잔 끓여 오도록 하지.”
한동안 못 본 사이 어느새 프렐리아와 완전히 친해 진 것 같았다.
“아니, 괜찮아. 벌써 잔뜩 마시고 왔어······. 그런데 폴리모프 마법은 어떻게 된 거야?”
이제는 완전히 선명해진 금발이 눈부실 정도였다. 아벨의 초록색 눈동자가 묘한 자신감으로 반짝거렸다.
“영애께서 이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남자답고 믿음직스러워 보인다더군.”
“얼굴은 그렇다 치고, 귀는?”
“여기 이렇게 숨겨 두었지.”
아벨은 짧은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묶어 옆으로 늘어트린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그 속에 하프 엘프의 귀를 넣어둔 것이다.
목덜미가 드러날 정도로 짧게 자른 머리를 제외하면 누가 보더라도 귀여운 소녀였다.
“······.”
당황한 케인첼은 프렐리아를 바라보며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프렐리아는 생긋 웃으며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아벨, 미안하다. 영애가 이런 성격인 줄 몰랐어.’
케인첼에게 사정을 전해들은 아벨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
“그렇게 빨리 결정을 내려도 되겠어? 양성소는?”
그러자 아벨은 조용히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았다. 어느새 거기에는 은은한 오러가 맺혀 있었다.
“이제 서임식만 남았다. 그건 내년 봄에 한다더군.”
케인첼은 감동한 눈으로 아벨을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소드나이트가 되었구나. 축하한다.”
두 사람은 조용히 손을 맞잡았다. 어째서인지 아벨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언제까지 너에게 지고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앞으로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대련을 하는 게 어떤가.”
“그럴까.”
아벨이 떠나 있는 동안 프렐리아의 호위는 타이무가 맡아 주기로 했다.
프렐리아는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막 친해졌는데 한동안 못 본다니 아쉬워요.”
“축하 파티 전에는 돌아오겠다.”
“예! 에스코트는 꼭 아벨 경에게 부탁 할게요.”
‘호위 기사가 아니라 완전 동생 취급인데······.’
케인첼은 돌아오면 남동생인지 여동생인지 반드시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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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공략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쿤담은 검을 뽑아들며 대답했다.
“우선 대련부터 합시다.”
겨우 삼주가 지났을 뿐인데 쿤담은 엄청나게 강해져 있었다.
오러로 일부분의 근육을 강화 시키는 부스터가 없었으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은 분명 케인첼 쪽이었다.
쿤담은 바닥에 누운 채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케인첼 경에게 두 번이나 졌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스승님은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잠시 앞서고 뒤쳐질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라면서 말입니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그러면······.”
“예, 죄송합니다. 완벽한 오러 소드를 구현하기 전까지는 수련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예상했던 그대로의 대답이 돌아오자 케인첼은 씨익 웃었다.
“쿤담 경. 지금 마나 연공법을 익히고 계시죠?”
“그렇습니다. 사부님은 앞으로 석 달 안에 제대로 된 오러 소드를 뽑아 낼 거라 했습니다.”
양성소에 들어온 지 1년 만에 소드나이트가 된다.
‘나는 요리였고, 아벨은 엘프의 피를 이용했어. 순수하게 검의 재능만 놓고 보면 역시 쿤담이 최고야.’
그렇기에 그를 마지막 멤버로 받고 싶었다.
“그 시간을 한 달로 단축할 방법이 있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 한 달로 말입니까.”
던전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를 잡으면 마정석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순수한 마나의 덩어리.
마나 연공법을 이용하면 오러로 변화시켜 흡수 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마정석의 가격이 엄청났으므로 평민인 쿤담에겐 멀고도 먼 이야기.
“······소드나이트가 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마정석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케인첼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마정석의 양이 부족하다면 제 후원자가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따라오시면 한 달 안에 소드나이트로 만들어 드리죠.”
쿤담은 소드나이트가 되기 직전이었다. 던전에서 얻을 마정석의 2할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리라.
어차피 채굴한 마정석은 5명이 공평하게 나눌 생각이었다.
“치사합니다. 이런 미끼를 준비해 두시면 제가 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역대 최강의 루키라 불리었던 스타니스 기사양성소 22기의 랭킹 1,2,3위가 팀을 이뤘다.
웰라이드 백작의 말 그대로, 무서운 신인들이 탄생했다.
무서운 신인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