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7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70화(7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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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급 용병 와일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형 상단의 호위로 일했다. 봉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안정적인 직장이었지만, 거기에 안주하고 있기는 싫었다.
그래서 새로이 시작한 일이 백색 산맥 근처에 등장한 던전에서 마정석을 채굴하는 일이다.
마정석을 품고 있는 몬스터를 쓰러트려야 하기에 적당히 긴장감도 있고, 돈도 잘 벌린다.
유일한 불만이라면 야전野戰에서 먹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것 정도일까.
상단에서 머물며 고급스런 음식을 먹던 와일드에겐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 볶음밥, 엄청 맛있잖아······.”
와일드는 눈을 크게 뜨고 신참이 만들었다는 토끼고기 볶음밥의 건더기를 확인했다.
껍질과 씨가 제거된 토마토와 깔끔하게 슬라이스 된 양파. 게다가 잘 볶아진 아티초크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요리였다.
듬뿍 들어간 계피향 사이로 은은한 브랜디의 향이 느껴졌다. 튀긴 토끼 고기에 플람베를 해 주었다는 증거.
요리에 도수가 높은 술을 끼얹고 거기에 불을 붙이는 플람베는 퍼포먼스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주고 음식에 풍미를 더해 준다.
제도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간혹 볼 수 있었던 것을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와일드는 뜨거운 볶음밥의 열기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연신 숟가락을 놀렸다.
여전히 야생의 풍미가 남아 있는 고기가 마늘과 양파와 함께 밥의 맛을 한계까지 끌어 올려주었다.
밥을 볶을 때 고기를 튀긴 기름을 사용한 것인지 묘한 감칠맛이 났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이런 진한 맛은······.”
어느새 길게 늘어선 손님을 상대하고 있던 케인첼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와일드를 바라보았다.
“아, 눈치 채셨습니까. 닭 육수를 사용했습니다.”
와일드가 반문했다.
“볶음밥에 육수를 넣었다고?”
“특이하죠? 투스카나 연합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요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육수가 들어갔는데 조금도 질척거리지 않는군.”
“따로 오븐에 넣어 20분 동안 익혀 주었습니다.”
“맛있군. 정말 맛있어. 이런 곳에서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손이 잔뜩 가는 요리를 먹을 수 있을 줄이야.”
퍼시발의 요리와는 달리 케인첼은 닭 육수를 넣고 오븐에 익히는 하나의 단계를 더 거쳤다.
그것이 용병들 사이에서 미식가로 유명한 와일드의 혀를 만족시킨 것이다.
그러자 케인첼의 목에 걸려 있던 조마경이 진동했다.
[손님이 당신의 요리에 만족해합니다.] [높은 미식 레벨을 보유한 손님을 만족 시켜 경험치가 대폭 상승했습니다.]아쉽게도 요리 레벨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새로운 경지에 도달 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혹시 필요 할까 싶어 미르푸아랑 부케 가르니를 챙겨 온 것이 정답이었어.’
손질한 닭에 미르푸아랑 부케 가르니를 넣고 끓이면 간단하게 깊은 맛을 가진 육수가 완성된다.
미식가 용병 와일드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것이 신호탄이 되었다.
“톰 자식은 꿀꿀이죽을 가져다 줘도 맛있게 먹을 놈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와일드 형님은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하잖아? 그런데 형님이 저럴 정도면 진짜 엄청 맛있는 거 아니야?”
“어차피 가격도 똑같은데 난 이쪽으로 할까.”
“음, 그럼 나도.”
퍼시발의 앞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케인첼 쪽으로 이동했다.
남아 있는 것은 차례가 거의 앞으로 다가온 열 명 정도의 용병뿐이었다.
압도적일 정도로 벌어졌던 차이가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었다.
케인첼의 요리를 먹은 용병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엄지를 세웠다.
“이렇게 깊은 맛이 나는 볶음밥은 처음 먹어 본다!”
“와, 손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어이! 신참! 어디 있다가 이제야 왔냐!”
어느새 그 길던 줄이 한명으로 줄어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든 토끼 고기 볶음밥 또한 각각 일인분씩이 남았다.
자신이 요리 대결의 마지막 심사위원이 된 것을 모르는 용병이 말했다.
“어차피 더 먹을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나머지는 제가 전부 사 먹어도 될까요?”
결국 승부는 무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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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발은 자못 놀란 표정이었다.
어차피 배고픈 용병들이 잔뜩 있으니 음식이 남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7할 이상 벌어졌던 차이가 그렇게 단숨에 줄어들 줄이야.
남은 음식이 얼마 되지 않자 돌아간 용병의 수가 꽤 되었다. 만약 그들까지 심사에 참가했다면 분명 결과는 달라졌으리라.
“비록 아깝게 무승부로 끝나긴 했지만 생각보다 요리 실력이 아주 뛰어나더구나. 그 정도면 믿고 주방을 맡겨도 되겠네.”
케인첼은 묘하게 화난 얼굴로 말했다.
“영감님. 방금 전 대결에서 보석 소금을 사용하지 않으셨죠?”
“정말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구먼. 그러니까 요리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다 이거 아닌가?”
“분명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자 퍼시발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껄껄 웃었다.
“마치 자네를 보면 젊었을 적 만났던 어느 요리사가 떠오르네. 참 많이도 싸웠지. 그때 했던 말을 해주겠네. 만약 야채 볶음을 하는데 올리브유가 없으면 어떻게 하겠나.”
“······올리브유를 어떻게 해서든 구해 옵니다.”
“껄껄! 대답까지 똑같구만. 나 같은 경우는 그럴 때는 대체품을 찾는다네. 동물 기름을 사용하면 특유의 풍미가 더해져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왜 오늘 요리에 보석 소금을 쓰지 않았느냐고 물었는가. 이유는 간단하네. 남은 양이 거의 없었을 뿐이야. 자네도 보지 않았나.”
“아!”
“그래서 간을 맞추는데 고추씨를 사용했네. 아주 화끈했을 거네.”
케인첼은 쓰게 웃었다.
퍼시발은 고든과는 정 반대의 성향을 지닌 요리사였다.
고든이었다면 재료나 시간이 부족하여 만족할 퀼리티가 나오지 않을 상황이면 아예 요리를 하지 않으리라.
고든이 정도라면 퍼시발은 사도.
여전히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러면 좋은 점만 취하면 돼. 배울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라도 배우는 거야.’
“그럼 잘 쉬었으니 슬슬 저녁 장사 준비를 시작함세.”
“예, 영감님.”
마치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화끈한 주점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감자가 다 떨어졌습니다!”
“창고에 가면 말린 고구마가 있으니 잘게 썰어서 튀기게나!”
“그, 그러면 피쉬 앤드 칩스가······.”
“고구마튀김도 의외로 맛있네. 달달해서 생선 튀김이랑 잘 어울리지.”
케인첼은 감자 뿐 아니라 수많은 뿌리채소로 피쉬 앤드 칩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히 설탕 당근이라 불리는 파스닙을 튀기면 감자와 거의 비슷한 맛이 난다.
“본격적으로 감자를 재배하기 전에는 파스닙과 튤립의 구근이 주로 식재료로 쓰이던 적도 있었네. 지금도 일부 지방에서는 피쉬 앤드 칩스에 파스닙을 사용하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기름이 부족 할 때는 오븐을 사용해 튀김을 할 때도 있었다.
소량의 기름을 생선살에 잘 발라준 후 오븐에 넣고 저온으로 익히는 것이다.
그러면 생선이 가지고 있던 지방이 빠져 나오며 튀겨진다. 바삭함은 덜하지만 그럴듯한 튀김이 완성된다.
연료가 없을 때는 마른 말똥을 사용해 불을 피우면 된다는 부분에서는 비위 좋은 케인첼도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케인첼은 야전에서 필요한 수많은 요리 지식들을 배워 나갔다.
특히나 유용했던 것은 가축을 도축하는 방법이다.
용병 한 명이 음식 값 대신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를 주고 갔다. 복부에 큰 상처를 입긴 했지만 여전히 꿀꿀거리며 살아 있는 녀석이었다.
퍼시발은 우묵한 눈으로 멧돼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생 동물을 잡아 본 적이 있나?”
“작은 새 정도라면 몇 번 해 봤습니다.”
“허나 이런 큰 동물을 해체 해 본 적은 없구먼.”
“예.”
“그럼 내 요령을 알려 주겠네.”
도축은 케인첼에게 있어 너무나 필요한 기술이었다.
리저드맨 고기를 요리 했을 때 얼마나 고생했던가.
제대로 손질하지 못해 넓적다리 살만을 사용했다.
만약 제대로 된 도축 기술을 배웠다면 결과는 달라졌으리라.
퍼시발은 도축용 칼에 오러를 불어넣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동물을 고기로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겠네. 도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아무런 고통 없이 끝내는 것이네. 찰나라도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면 전신의 근육이 수축되어 육질이 나빠진다네. 그런 의미에서 오러 소드는 도축을 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뛰어나네.”
퍼시발은 조용히 진각을 밟았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자 돼지의 목이 단숨에 절단되었다.
“껍질과 피는 스튜에 넣어 끓여 먹고, 족발은 훈연해서 구워 먹지. 내장 또한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네. 특히 이곳에서 만드는 소시스에는······.”
케인첼은 기사양성소를 떠난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미리 준비되어 있는 재료로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요리를 한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연금술사 비숍에게는 식재료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배웠고. 야전 요리의 달인 퍼시발에게는 한 그릇의 요리를 완성하기 위한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그 모든 것이 케인첼의 요리 실력을 늘리는 양분이 되었고.
결국 그 결실이 맺혔다.
[더욱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케인첼은 요리 레벨이 5성이 되었을 때를 떠올렸다. 몇 개의 우연이 겹쳐 허니버터 샌드위치라는 대작이 탄생했다.
그리고 요리 레벨이 5성으로 올랐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6성이 되기 위해서는 허니버터 샌드위치 이상의 요리를 만들어야 하리라.
‘물론 요리 레벨이 오른다고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마구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지금도 케인첼이 만든 요리는 대부분 3~4성이었다.
조마경이 제시해 주는 것은 그저 가능성일 뿐이다.
요리를 완성시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손으로 해야 한다.
케인첼은 어느새 돼지를 완전히 해체해 부위별로 고기를 나누고 있는 퍼시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좋아! 까짓것 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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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쏘아진 화살처럼 지나갔다. 쿤담과 아벨은 예정보다 삼일이나 늦게 미노 영지에 도착했다.
두 마리 준마가 끄는 마차가 미노 영지에 도착하자 야영지에서 마정석을 매입하고 있던 상인들이 눈을 부라렸다.
“저 문장은 에델바이스 상회 아니야?”
“와······. 여기까지 저런 대형 상회가 다 해먹으면 우리 같은 행상인들은 다 굶어 죽으라는 건가.”
그렇지만 마차에서 내린 것은 허름한 옷을 걸치고 있는 두 사람의 남녀였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을 갈색과 회색으로 대충 만든 평상복.
그럼에도 여자의 눈부신 외모는 숨길 수 없었다.
선명한 금발에 당당함이 깃든 커다란 눈동자. 묘한 기품마저 느껴지는 얼굴.
아벨은 자신이 여자로 오해받았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쿤담을 바라보았다.
“분명 여기 어디에 주점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자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웃고 있던 쿤담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예정보다 너무 늦었는데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와 주었지 않은가. 내 친구는 조금 늦었다고 화낼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 다행이겠습니다. 우선 한 바퀴 돌아보면 나오지 않겠습니까.”
만나기로 한 주점을 찾기 위해 마을을 한 바퀴 돌았을 뿐.
그것만으로 두 사람은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만큼 아벨의 외모가 눈이 부셨다.
“어째 다들 이쪽을 보고 있는 것 같군. 분명 최대한 평범하게 입고 왔을 텐데.”
“그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쿤담을 머리가 아픈지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사정은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엘프의 혈통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른다.
젠장, 친구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두 사람은 목표로 했던 주점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어쩌다 오크들에게 쫓기게 되어서 말이지.”
“아니야, 마침 딱 좋을 때 왔어. 오늘 막 교육이 끝난 참이거든.”
“교육?”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 해 줄게. 아참, 이쪽은 이번 일을 도와줄 기사양성소 시절의 친구인 아벨 카터스와 쿤담입니다. 이 분은······.”
“형님! 왜 제 소개는 쏙 빼놓고 하시는 거죠?”
그렇게 일행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주점의 주인 퍼시발이 칠죄종 전쟁에서 활약한 용병이라는 것을 듣자 쿤담과 아벨이 경악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허허, 지금은 은퇴하고 술집이나 하고 있는 영감이라네. 이번 일에서는 패스파인더를 맡을 예정이네.”
케인첼은 여행의 진짜 목적을 모르는 쿤담을 잠시 밖으로 내보낸 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벨은 친구이자 프렐리아의 기사다.
이제는 케인첼의 요리가 칠죄종의 저주를 푸는 열쇠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아벨은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물었다.
“그러니까 그 소금을 찾으면 프렐리아 영애에게 걸린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건가?”
“확실하지는 않아. 그저 가능성일 뿐이야.”
“가능성을 찾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 아닌가! 프렐리아 영애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다!”
어느새 저런 사이가 된 것인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설마 그 모습을 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겠지?”
“왜? 무언가 문제라도 있나.”
“문제라고 하면 문제인데······.”
케인첼은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을 쿤담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아벨이 하프 엘프이고 이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듣고 얼마나 놀라던지.
절대 유출하지 않겠다며 검에 맹세하는 모습은 제법 멋있긴 했다.
케인첼은 나가 있던 쿤담을 들어오라고 한 후, 앞으로 계획을 설명했다.
“우선 이주 안에 던전의 최심부까지 공략 할 겁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간 코어를 노리고 있다고 오해 받을 수 있으니까요.”
던전의 최심부까지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몬스터를 쓰러트려야 한다. 게다가 깊숙이 들어갈수록 보급이 어려워진다.
보통은 아무리 빨라도 석 달. 넉넉히 잡으면 반년 정도가 걸리는 일.
그럼에도 여기 있는 누구도 케인첼의 말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었다.
던전의 중심에서 고기를 굽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