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7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71화(7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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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장 던전의 중심에서 고기를 굽다
던전은 값비싼 마정석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렇기에 던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영주에게 은광 이상으로 많은 부를 안겨 준다.
‘물론 그것도 관리할 능력이 있고 나서의 이야기겠지만.’
이곳에 생긴 던전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그래도 하루에 생산되는 마정석은 몇 백 골드 어치는 되리라.
시골 마을 촌장 수준인 미노 남작이 어찌 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케인첼은 던전 근처에 늘어서 있는 용병들의 야영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거기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필립스 변경백의 사유지요! 불법 점거하고 있는 이들은 썩 나가시오!”
“왜, 아예 북부 전체가 자기 땅이라고 하지? 여긴 엄연히 미노 남작령 아니야?”
“미노 남작에게 전권을 위임 받았소!”
“위임 받은 게 아니라 강제로 뺏은 거겠지!”
“어쨌든 도둑놈들은 이곳에서 썩 나가시오!”
“꼬우시면 쫓아내 보던가! 누가 누구보고 도둑이래?”
필립스 변경백의 사병과 용병들이 알력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이대로 싸움이 격화되면 무력충돌로 번지리라.
하루라도 빨리 원하는 것을 챙겨 이곳을 떠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래선 입구로 들어가기 힘들겠는데요.”
“걱정하지 말게나. 던전의 입구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네.”
퍼시발 영감을 따라 가자 바위 사이로 길게 갈라진 틈이 보였다.
저기를 통과하면 입구를 막고 있는 용병들 몰래 던전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다.
그때 누군가가 케인첼 일행을 불렀다.
“던전으로 들어가는 샛길도 알고 있고, 마정석 좀 캐 보셨나보군요.”
날렵한 옷차림의 청년이었다. 바위 위에 숨어 있다가 일행이 접근하자 말을 건 것이다.
“아, 아,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에게 무슨 해코지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은급 용병인 잭스라고 합니다. 특기는 석궁으로 100미터밖에 떨어진 토끼도 잡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행에 끼고 싶어 접근 한 것 같았다.
잭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제 별명이 나침반이거든요. 활 솜씨도 좋지만 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외울 줄 압니다. 던전 지하 1층의 지도가 제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 있다 이겁니다. 어디로 가면 몬스터가 많은지, 어디로 가면 안전하게 쉴 수 있는지. 저에게 물어만 보십시오!”
잭스는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혹시 원하신다면 지하 2층까지 안내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아주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몬스터보다 사람이 더 많은 1층에 비하면 이게 제대로 노다지란 말이죠. 1층보다 5배 이상의 수익을······.”
“죄송하지만 패스파인더라면 이미 있어서요.”
“저는 지하 2층까지 내려가 본 패스파인더입니다! 어중이떠중이랑 비교하시면!”
그러자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퍼시발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내가 일행의 패스파인더라네. 적어도 오늘 안에 3층까지는 내려갈 생각이니 다른 사람을 찾아보겠나.”
사람 키만 한 미늘창을 한 손으로 들고 있는 저 사람이 고작 길잡이라니!
잭스는 경악한 표정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러자 마치 바톤 터치를 하듯 이번엔 바위 뒤에서 두 명의 용병이 걸어 나왔다.
퍼시발 영감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었다.
“흐흐흐. 훔쳐 들으려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지하 3층까지 내려갈 거라는 것을 들어 버렸군. 어린 아이도 내 이름만 들으면 울음을 뚝 그친다는 북부의 검은 곰. 그게 바로 나요. 하하!”
“나는 검은 곰 형님과 피를 나눈 형제인 불곰이오.”
곰 형제는 조용히 검을 뽑았다.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것이리라.
“흐아아, 흐아아아아!”
검은 곰은 한동안 인상을 찌푸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검 끝에 흐릿한 오러가 맺혔다.
“······허억, 헉! 흐윽! 보, 보셨소? 오러 소드요! 지하 3층부턴 음차원의 몬스터가 나오기 시작하지 않소. 그 놈들은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소. 개같이 비싼 미스랄제 검이나 오러 소드가 필요하오.”
곰 형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품속에서 금급 용병의 증표를 꺼내 보였다.
발급 받은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새것같이 반짝거렸다.
확실히 오러를 다룰 수 있는 이들은 용병이 되어도 대우를 받는다. 그렇지만 오러 소드도 오러 소드 나름이다.
“요즘엔 그 정도도 오러 소드로 불러 주나 보군요.”
“무, 무슨 소리인가! 이 찬란한 오러의 빛이 보이지 않은가!”
용병 출신이었던 퍼시발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용병 조합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기준을 내린 걸세. 소드나이트 같이 엄격하게 심사했다간 금급 용병이 절반으로 줄어들지 않겠나.”
“그렇군요.”
소드나이트가 되기 위해서는 오러 소드를 구현 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우선 오러의 농도가 검날 전체를 덮을 정도로 진해야 하며 1분 동안 유지 가능해야 한다.
케인첼이 눈빛을 보내자 쿤담과 아벨이 어깨를 으쓱하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번엔 제 차례입니까? 저 정도를 오러 소드라고 부른다면 지금도 쓸 수 있습니다.”
쿤담은 뽑아든 검을 오른손으로 쥔 채로 검날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흐릿한 오러가 넘실거렸다.
그리고 기합을 내지르며 바위 옆에 자라 있는 나무를 향해 휘둘렀다.
쿠쿠쿵-!
성인 남성의 허벅지만한 나무가 반으로 갈라져 옆으로 쓰러졌다. 곰 형제는 경악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평상복을 벗고 몸에 딱 달라붙는 가죽 옷을 입은 아벨이었다.
“일곱 개의 칼날!”
그저 검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일곱 개로 변한 칼날이 쓰러진 나무를 덮쳤다.
그러자 통나무가 땔감으로 쓰기 딱 좋을 크기로 조각났다.
“죄송하지만 추가로 인원을 더 모집하고 있지 않습니다.”
곰 형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무, 무슨 금급 용병이 이렇게······.”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돌을 차고 놀고 있던 지크는 무려 미스랄급 용병이었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식으로 몇 명의 사람을 돌려보내고서야 일행은 겨우 던전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잘 했네. 이런 곳에서 일행을 추가로 받았다가는 보통은 안 좋은 꼴로 끝난다네. 특히 잭스라는 남자의 몸에서는 몬스터의 것이 아닌 인간의 피 냄새가 진하게 나고 있었어. 죽음의 길 안내인이라고 하네······. 아주 악질인 놈들이네.”
보통 이런 장소에서 일행을 구하는 사람치고 정상은 없다.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준다고 해 놓고는 몬스터가 많은 장소로 데리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전멸한다.
그런 식으로 가지고 있는 값비싼 무구와 귀중품을 터는 것이 그들의 수법이었다.
“보통 던전은 출몰하는 몬스터에 따라 구역을 나눈다네. 자신의 실력에 맞춰 그곳에서만 마정석을 캔다면 사실 그렇게 위험할 일이 없는 장소네.”
그럼에도 이곳에서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대부분이 같은 인간에게 사냥 당한 것이다.
말 그대로 마굴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용병들의 웃기지도 않는 퍼포먼스에 어울려 준 것은 아주 잘한 일이야. 적어도 이제 날파리들은 꼬이지 않을 거네.”
던전에 들어간 순간부터 믿을 것은 손에 쥐고 있는 검 한 자루와 뒤를 맡길 동료뿐이다.
그렇기에 보름이나 기다리면서 쿤담과 아벨을 데리고 왔다.
그때 동굴 입구에 서 있던 앙상하게 마른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형씨! 혹시 탐색 전문가 필요 없으심까! 몬스터의 흔적을 쫓고 덤으로 상인들이랑 흥정도 대신 해 드리겠습니다. 적어도 제 몫보다는 많이 벌게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형씨들이 실력 있어 보여서 하는 제안입니다!”
그러자 구석에서 혼자 놀고 있던 지크가 눈을 빛냈다.
“형님! 드디어 제가 나설 차례가 되었네요! 후후! 저 새파란 애송이에게 누가 진정한 탐색 전문가인지 알려주고 올게요! 언제 봤다고 형씨야!”
케인첼은 지크를 무시한 채로 손을 흔들었다.
“음, 마침 스카우터가 한 명 필요하긴 했습니다. 자세한 조건을 이야기 해 보도록 할까요.”
그러자 지크는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안타까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혀, 형님······. 왜 이렇게 대우가 다른가요? 저, 저도 스카우터라구요!”
다행스럽게도 지크는 자진해서 불침번 4번초를 서겠다고 하여 일행에 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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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리의 놀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돌진했다.
던전에 출현하는 몬스터는 코어의 마력에 의해 강화된 놈들이었다.
“크르르르륵!”
그렇지만 놀보다 배는 될 것 같은 수의 용병들이 포위섬멸진을 짜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이게 얼마만의 몬스터야!”
“젠장! 여기 던전 맞지? 아무리 봐도 땀내 나는 용병 자식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어쨌든 최대한 상처를 입히지 말고 생포해라! 귀한 마정석에 흠집이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코어의 마력을 흡수한 몬스터는 체내에 마정석이라 불리는 결정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같은 무게의 금과도 거래 된다는 마정석이다.
케인첼은 마정석을 캐고 있는 용병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러니 싸움이 날 만도 하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던전 안에서는 거대 용병단의 횡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일정 구역을 독점한 채 다른 이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용병끼리 칼을 겨누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퍼시발은 마치 벽돌을 쌓아 올린 것처럼 변해 있는 벽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그새 또 규모가 커졌구먼. 머지않아 중형 던전으로 성장할지도 모르겠네.”
던전은 대지에 담긴 마력을 먹고 성장한다. 그러면서 점점 인공적인 건축물처럼 변한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는 모른다. 평생 던전을 연구한 학자들조차 던전 코어의 능력을 전부 밝혀내지 못했다.
‘왠지 비숍이 있던 장소랑 비슷한 느낌인데······. 에이, 설마. 우연이겠지.’
“우선 최대한 빨리 지하 2층으로 내려가도록 하세나.”
케인첼 일행은 발걸음을 빨리 했다. 어차피 1층에는 볼일이 없다.
그렇게 자신의 구역을 빼앗길까 눈을 부릅뜨고 있는 용병들 사이를 통과해 지하 2층에 도착했다.
그러자 한결 사람의 인기척이 줄어들었다.
어둠을 뚫고 한층 강해진 사념이 느껴지고 있었다.
“조심하게나. 2층에서 미노타우르스가 목격 되었다는 말도 있네.”
케인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한동안 이곳을 전초기지 삼아 마정석을 모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전부 아벨과 쿤담에게 몰아 줄 테니 두 사람은 소드나이트가 되는 것에 전념해 주었으면 합니다.”
“저희들만 이득을 보는 것 같아 죄송하군요.”
“어차피 분배를 먼저 받는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마. 이후론 쿠퍼 하나 안 줄 테니까.”
“하하, 알겠습니다.”
지하 3층 이하에서는 던전의 마력이 더욱 강해져 음차원의 몬스터가 소환된다.
스펙터, 밴시, 고스트 등. 신성력을 다루는 성기사가 없으면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들.
그들은 종종 지하 2층으로 올라와 오러 소드를 쓰지 못하는 이들을 습격한다.
결국 지하 3층은 물론, 2층부터 위험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그래서 1층이 그렇게 미어터지는 거지만.’
일단 2층에서 최대한 많은 마정석을 모은 후. 그것을 이용해서 단숨에 최심부까지 내려간다.
그때 묘하게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던 아벨이 케인첼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케인첼. 잠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는 못 하는 이야기야?”
“으, 으응. 둘이서만 했으면 한다.”
케인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먼 곳까지 자신의 말을 믿고 따라와 준 아벨이다.
잠시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었다.
던전 1층으로 이어진 통로의 중앙에 도착한 아벨은 귀까지 빨갛게 변한 얼굴로 말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고마운 거야 내가 더 고맙지. 나 때문에 이렇게 먼 곳까지 와 주었잖아.”
“그게 아니라, 그, 그러니까······. 쿤담이 아니라 날 선택해 줘서 고맙다는 뜻이다······.”
그제야 케인첼은 아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프렐리아의 기사인 아벨에게는 자신의 요리가 칠죄종의 저주를 푸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그것을 들은 아벨은 이상할 정도로 기쁜 얼굴로 웃었다.
“······쿤담에게 털어 놓았다면 여차 할 때, 충의의 소드마스터 트리스탄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나. 그에 비해 나는 이제 카터스의 이름조차 버렸다. 그런데도 너는······.”
케인첼은 조용히 아벨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오히려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은 것을 포기한 것이 아벨이었다.
“너와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아벨.”
아벨은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운지 귀까지 빨갛게 변한 얼굴로 말했다.
“······던전의 최심부에 있다는 소금을 찾으면 말이다. 그것으로 프렐리아 영애에게 줄 요리를 만들겠지?”
“그러려고 온 거야.”
“그, 그러면······. 그 전에 내가 먼저 먹고 싶다.”
케인첼은 조용히 웃었다. 그 정도 부탁은 얼마든지 들어 줄 수 있었다.
“알았어. 너한테 제일 먼저 만들어 줄게.”
“저, 정말이냐? 기대하고 있으마!”
아벨은 감동한 눈으로 케인첼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마치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활짝 웃었다.
케인첼과 아벨이 돌아오자 지크가 묘하게 느끼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다 온 건가요? 요즘 토끼 고기를 자주 드시더니······.”
“부탁드렸던 발성 장애물 설치는 다 끝난 겁니까?”
“아, 아뇨! 지, 지금부터 하고 올게요!”
“그럼 장애물 설치는 지크 아저씨에게 맡기고. 우선 본격적으로 마정석을 캐기 전에 밥부터 먹죠.”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일행들 사이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를 꺼내 던전의 한쪽 구석에 그럴듯한 주방을 만들었다.
던전에서 고기를 구워 먹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던전의 중심에서 고기를 굽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