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75)
요리하는 소드마스터-75화(7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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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이 왼팔을 들어 올리자 붉게 달아오른 주먹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단순히 손의 온도를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불길 그 자체를 어느 정도 담아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40%가 넘은 화염 저항력 덕에 할 수 있게 된 묘기.
깜짝 놀란 것인지 시리우스의 눈이 커졌다.
“뭐야, 재밌는 기술을 쓰잖아? 아무리 십 년이면 세상이 변한다지만 달아오른 주먹을 무기로 쓰는 새끼까지 나올 줄은 몰랐네!”
쿠웅!
“커, 커헉!”
시리우스는 멱살을 쥐고 있던 퍼시발을 내던졌다. 얼마나 힘이 강한지 그것만으로 벽에 금이 갈 정도였다.
“메인 디시를 먹기 전에 디저트를 먼저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시리우스가 발톱을 들어올렸다. 거기에는 선명한 오러 소드가 깃들어 있었다.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신의 몸을 매개체로 해서 오러 소드를 구현한 건가?’
웨어 울프의 날카로운 발톱은 그 자체로 명검이나 마찬가지였다.
‘영감님 말로는 시리우스는 오러 소드를 쓰지 못한다고 했는데······.’
퍼시발이 이토록 무력하게 당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오러 소드로 공격을 당한 것이다.
시리우스와 몇 번이나 싸워 봤다는 경험이 오히려 발목을 붙잡은 셈이다.
‘어쩐지 여기에 처박혀 있다 했더니 오러를 모으고 있었던 거야.’
던전 코어가 가진 마력은 몬스터의 몸에 결정 형태로 쌓인다. 시리우스는 그것을 마치 오러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반인반마인 웨어 울프이기에 가능한 일.
케인첼의 등에 식은땀이 맺혔다. 자신의 왼손은 붉게 타오르고 있어 매우 위협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사실은 숯불에 손을 달궈 붉게 만들었을 뿐이다.
고기는커녕 계란 정도나 구울 수 있을까.
한 마리로 말해 블러프였다.
‘위험해 보이지? 이거로 무슨 엄청난 공격을 할 것 같지? 그럼 넌 속은 거야.’
케인첼은 최대한 불주먹을 위협적으로 보이도록 움직이며 말했다.
“메인 디쉬 전에는 애피타이저부터 먹는 것도 모르냐? 셰프가 공들여 준비한 코스 요리의 순서를 망치지 말라고!”
“크오오오오!”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처럼 시리우스가 몸을 날렸다. 한쪽 손을 들어 올린 자세.
명백하게 케인첼의 왼팔을 견제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크게 뜬 케인첼의 눈에 시리우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누구보다도 강한 적의가 느껴졌다.
그 자체만으로 전신의 털이 곤두설 정도의 살기.
그렇지만 시리우스는 몰랐다.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남자가 상대의 적의를 감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시 왼팔을 노리고 있어!’
알고 있으면 피할 수 있다.
케인첼의 몸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시리우스의 시야 바깥으로 벗어난 것이다.
인간의 지능에 동물의 본능이 합쳐진 웨어 울프는 그만큼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다.
그렇지만 이곳은 던전.
코어에 의해 몇 배로 커지긴 했지만 사방이 막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뛰어들어 물어뜯는 웨어 울프의 가장 강력한 공격을 사용하지 못한다.
남은 것은 늑대의 초인적인 감각 뿐.
늑대의 시야는 인간보다 훨씬 넓다. 게다가 개과 동물답게 후각 또한 뛰어나다.
그렇기에 마늘을 이용해 코를 마비 시켰다.
‘그리고 철저하게 시야의 사각을 노리면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당하는 기분일 거야.’
쿵! 쿠웅!
당황한 시리우스는 발톱을 마구 휘둘렀다. 그것에 맞은 벽이 패이고 던전 전체가 진동했다.
말 그대로 괴력이라고 밖에 설명 할 수 없는 공격.
그렇지만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 해도 맞지 않으면 그만이다.
케인첼은 철저하게 시리우스의 시야 밖을 노렸다. 그리고 간혹 왼팔로 공격 하는 척 상대를 도발했다.
“이, 이······! 날 파리 같은 자식이!”
시리우스의 머리는 케인첼의 움직임을 쫓고 있었지만 눈동자만은 왼팔을 보고 있다.
불주먹이라고 그랬지.
도대체 저 붉게 달아오른 왼팔로 무슨 공격을 하려는 것일까.
마치 보이지 않는 곳을 파고드는 가시 같았다.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계속해서 신경 쓰인다.
그것은 마치 주박처럼 시리우스의 움직임을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차이였다.
“불주먹!”
움찔!
케인첼이 왼손을 내뻗으며 외치자 시리우스의 귀가 그것에 반응했다.
검과 손톱을 맞대어 본 결과 눈앞에 있는 애송이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동안 쓰지 않았던 왼손을 공격에 사용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공격만은 막아야 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웨어 울프의 본능이 깨어났다. 지금까지는 이성으로 억누르고 있던 것이었다.
“크아악! 크아아악!”
시리우스가 케인첼의 어깨를 노리고 발톱을 휘둘렀다. 케인첼은 부스터를 통해 강화시킨 팔 힘을 이용해 그것을 튕겨냈다.
“크히히히힉!”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그동안 참아 왔던 비장의 한 수를 꺼낼 때였다.
“――플람베!”
케인첼의 검을 감싸고 있던 오러가 불꽃으로 변하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율리우스 콘라드가 사용하던 기술인 염제였다.
특수한 마나 연공법을 사용해 자신의 몸에 흐르는 오러를 화기로 바꾼다.
그것이 케인첼의 손에서 재현된 것이다.
‘열심히 고기를 굽다보니 이런 것도 되더라고.’
케인첼은 염제를 ‘플람베Flambe’’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팬에 높은 도수의 술을 끼얹어 요리에 불을 붙이는 기술.
플람베를 사용하면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을 날려 버리고 그 향만을 이용 할 수 있다.
아주 딱 어울리는 이름이지 않는가.
이 일격을 위해 지금까지 불주먹을 이용해 상대를 현혹 시켰다.
케인첼은 진각을 밟으며 플람베가 깃든 검을 휘둘렀다. 미스랄로 도금된 검답게 화기를 잔뜩 머금고도 여전히 엄청난 예기를 뿜어냈다.
푸화아아아악!
웨어 울프의 겨드랑이 사이를 케인첼의 검이 파고들었다. 플람베의 불꽃을 머금은 칼날은 두꺼운 가죽을 뚫고 뼈마저 단숨에 갈랐다.
“끄아아아아악!”
시리우스의 눈동자에 다양한 감정이 떠올랐다. 분노와 당혹감,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문.
그렇지만 케인첼은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양파 검술!”
두 개의 중급 검술이 어우러진 말도 안 되는 일격.
그것이 늑대의 왕 시리우스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발겼다.
‘시리우스가 다른 웨어 울프처럼 처음부터 늑대의 본능으로 움직였다면 이렇게 쉽게 끝낼 수 없었을 거야.’
그렇지만 시리우스는 퍼시발을 비웃었으며 케인첼을 무시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웨어 울프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그것이 케인첼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다.
“후······.”
물론 아무런 상처도 없이 쓰러트린 것은 아니다.
특히나 블러프로 사용했던 왼쪽 어깨의 상태는 처참했다.
피가 줄줄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남았다.
그렇지만 이겼다.
칠죄종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을 학살했던 대악당을 상대로.
한발 늦게 남은 한 마리의 웨어 울프를 쓰러트린 쿤담이 달려왔다.
“케, 케인첼 경! 어, 어깨는 괜찮으십니까!”
“나보단 퍼시발 영감의 상태가 훨씬 안 좋아. 이차원 주머니 안에 재생 포션이 있으니까 응급 처치를 부탁할게.”
“라져.”
케인첼의 말대로 퍼시발의 상태는 심각했다.
근육이 잘려서 양쪽 팔이 힘없이 덜렁거리고 있다.
피 또한 엄청나게 흘리고 있어 빠르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하리라.
“퍼시발 경! 이것 좀 드셔 보십시오! 재생 포션입니다!”
“크, 크헉······. 며, 면목 없구만······. 이런 식으로 엉망진창으로 당할 줄은······.”
퍼시발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리우스가 오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으로 물들었던 눈동자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혼자서 웨어 울프를 상대한 쿤담만 해도 나이에 비하면 무서울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런데 늑대의 왕이라 불리는 시리우스마저 쓰러트린 케인첼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퍼시발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역시 조안나······. 그녀의 말이 맞았어. 해가 지면 새로운 별이 떠오르는 법이야.”
초신성이라고 불러도 모자라지 않을 세 사람이 그의 몸을 부축했다.
그리고 재생 포션은 한 병에 50골드라는 가격답게 엄청난 효과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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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길어졌기 때문인지 케밥은 식어서 미지근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식었기 때문에 고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넓적하게 구워낸 또띠아에 양념한 고기를 듬뿍 얹어서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세 그릇은 비울 수 있다.
그렇지만 피망, 파프리카, 양파, 토마토 등의 야채를 듬뿍 넣고, 매콤한 머스타드 소스를 곁들여야 제대로 된 케밥을 먹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저는 불에 다진 마늘을 잔뜩 넣어 주시겠습니까.”
“나는 야채는 빼고 고기를 듬뿍.”
주문을 받은 케인첼은 손을 움직여 재료를 담기 시작했다.
어깨에 난 상처는 재생 포션과 붕대를 사용해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나 있었다.
그렇지만 일이 끝나면 신관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하리라.
“나는 하여간 많이 주게나.”
“상처도 심하신데 드셔도 됩니까?”
“허허! 피를 잔뜩 흘렸으니 그만큼 먹어야 낫지 않겠나.”
퍼시발은 무안한 얼굴로 껄껄 웃었다.
아직 부러진 양팔의 뼈가 붙지 않아 옆에 있던 쿤담이 먹여 주어야 했다.
“고놈 참 손이 매섭더구먼. 은퇴하길 잘 했지.”
“아직 충분히 현역이십니다.”
아벨은 묘하게 불만스런 얼굴로 케밥을 만들고 남은 빵에 버터를 곁들여 입에 넣었다.
“달군.”
불주먹을 사용해 한순간에 발효시킨 반죽을 이용하면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이 어우러진 너무나 맛있는 빵이 된다.
밀과 버터가 어우러진 향기가 기분 좋은지 묶어 두었던 귀가 삐죽! 하고 튀어 나왔다.
“이번엔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지만 저택으로 돌아가는 즉시 내 몫의 마정석을 전부 사용 할 생각이다. 불완전한 오러 소드를 보는 것도 오늘로 끝이지.”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정말 고마웠다, 아벨. 네가 없었으면 시리우스를 쓰러트리지 못했을 거야.”
“무, 무, 무슨!”
“뒤에서 몇 번이나 에나토스 크시포스로 지원을 해 주었잖아. 게다가 네가 없었으면 플람베를 완성하지 못했을 거야.”
“염제 말이군. 율리우스 자식이 그것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가 되는걸.”
아벨은 케인첼이 만든 요리를 먹을 때면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분명 그가 없었다면 플람베를 완성하지 못했으리라.
산더미 같은 케밥을 전부 먹어치운 일행은 배를 두들기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퍼시발은 붕대를 다시 감고 있던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던전에서 힘을 기르고 있던 시리우스를 쓰러트렸네. 분명 이 사건이 알려지면 자네의 이름은 아주 유명해 지겠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걸세.”
케인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여기서 시리우스를 쓰러트리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욱 강해졌으리라.
그리고 밖으로 나와 엄청난 피바람을 몰고 다녔겠지.
자신들이 그것을 막은 것이다.
자유기사가 된지 석 달도 안 된 신참이 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성과였다.
“파티는 이제부터 시작일세. 끄응! 미안하지만 보석 소금을 캐는 것은 며칠 뒤로 미루도록 함세. 아무래도 더 싸우기는 힘들 것 같으이.”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잘라낸 웨어 울프의 목을 이차원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십년 전.
대륙 전체가 피로 물들 정도로 큰 전쟁이 있었다.
수많은 영웅이 죽었으며 몇 개의 영지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케인첼은 그 당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그때의 기억 자체가 없었다.
전쟁은 칠죄종의 패배로 끝났지만 여전히 모두의 가슴에는 그때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늙은이가 있다. 여전히 칠죄종의 저주에 고통을 받는 소녀가 있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괴로워하던 소년이 있었다.
케인첼의 시야에 조리대 위에 놓아두었던 식칼이 들어왔다.
이것을 쥐자, 멈춰 있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고개를 내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인간을 학살한 범죄자가 세월을 뛰어 넘어 이것에 쓰러졌다.
이제야 영웅들의 옆에 당당히 설 자격이 생긴 기분이었다.
케인첼은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쥐며 말했다.
“그럼 마지막 한 조각은 누가?”
그러자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일행들의 눈에 불똥이 튀기기 시작했다.
대단한 스테이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