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7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76화(7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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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대단한 스테이크
아이러니하게도 칠죄종의 저주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것은 상인이었다.
그렉시아 웰라이드 백작은 외동딸인 프렐리아에게 걸린 나태의 저주를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그렇지만 십년 가까이 프렐리아에게 걸린 저주는 그대로였다.
결국 백작은 저주에 걸린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사람이 있다면 무언가 단서가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구축해둔 정보망을 관리하던 것이 지크프리드였다.
지크는 현재 케인첼을 돕기 위해 북부로 떠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집무실로 모인 정보는 백작이 직접 확인해야 했다.
노집사 브래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벌써 삼일 째 한숨도 주무시지 않으셨습니다.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북부로 떠난 케인첼 경은 벌써 요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단서를 찾았다더군. 이쪽도 지고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예, 주인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그럼 피로를 풀어줄 허브티를 끓여 오겠습니다.”
백작은 산더미처럼 쌓인 보고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저주에 고통을 받고 있었다.
“흐음······.”
그리고 북부에서 날아온 한 장의 보고서가 백작의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었다.
찻잔을 가지고 들어오던 노집사 브래드가 물었다.
“설마 북부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겁니까?”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군.”
거기에는 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것에 걸린 사람은 혼수상태에 빠져 좀처럼 깨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마치 나태의 저주 같지 않은가.”
브래드는 눈을 크게 뜨고 양피지에 적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이틀 정도 앓고는 금세 깨어났다고 적혀 있지 않습니까. 나태의 저주는 이 정도로······.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은 말을······.”
“아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여기를 보아라. 처음에는 하루. 그 후에는 사흘. 그리고 일주일. 점점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시간이 늘고 있다.”
“······그런 전염병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들어 봅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가 저주를 퍼트리는 연습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백작은 조용히 브리타니아의 지도를 꺼내 그곳에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퍼지고 있는 지역을 표시했다.
그러자 놀라운 것을 알 수 있었다.
백작은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마, 맙소사······. 전염병의 진행 방향에 펠가가 포함되어 있어······.”
그것은 브래드 또한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케인첼 경이 구울을 보았다는 마을 아닙니까?”
“그래. 아벨 경의 이름으로 보고를 올렸다가 아주 곤란한 일이 될 뻔했다고 했지. 그리고 결국 펠가는 지도에서 사라졌어.”
그러자 경악한 브래드가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칠죄종의 저주를 이용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백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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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 웨어 울프다! 늑대가 정말 있었다니!”
“게다가 한 놈은 덩치가 장난 아닌데? 저 손에 맞았다간 뼈도 못 추리겠어.”
“저, 저런 줄도 모르고 던전에 계속 있었다간······.”
경악한 눈을 한 용병들이 소란스럽게 떠들어댔다. 케인첼은 짊어지고 있던 웨어 울프를 그들의 앞에 내려놓았다.
“지금은 웨어 울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원래 용병이었던 이들입니다. 혹시 최근에 사라진 용병을 아시는 분계십니까.”
그러자 짚이는 것이 있던 용병 몇이 다가와 웨어 울프의 사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눈가의 이 흉터는 한스잖아?”
“아이고, 이놈 자식아! 차라리 돈을 들고 야반도주를 하지 왜 이렇게 됐냐!”
결국 그들은 비록 늑대의 몸이나마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주점으로 돌아온 일행은 한동안 기절한 것처럼 잠을 잤다.
재생 포션은 육체가 가진 재생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준다. 그렇지만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겨우 넷이서 20인분은 될법한 케밥을 전부 먹어 치울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잠에서 깬 케인첼을 반겨준 것은 당황한 표정의 아벨이었다. 상처가 깊지 않았던 아벨은 꼬박 밤을 새가며 일행을 간호하고 있었다.
그 옆에 못 보던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오오! 미노를 구한 영웅들께서 일어나셨군!”
“혹시 미노 남작님 되십니까?”
“예, 미켈란이라고 합니다. 아아! 일어나지 마십시오! 그렇게 격식을 차리실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없었으면 미노는 웨어 울프의 습격에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영주라기 보단 시골 마을의 촌장에 가까운 남자였다.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인다.
미켈란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번 일은 필립스 변경백님에게 보고해 두었습니다. 북부 전체의 치안을 담당하고 계신 분이신 만큼 큰 포상을 내릴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같이 저녁 식사라도 하시지 않겠습니까. 차린 것은 없지만 아무쪼록 참석해서 어떻게 웨어 울프를 잡으셨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케인첼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미켈란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유 기사로 활동하며 공을 쌓으면 영주에 어울리는 작위를 얻을 수 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자신이 지스타드 영지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숨길 생각이었다.
어차피 북부에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은 많다.
미켈란이란 남자는 비록 가난하지만 영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영지민들을 지키기 위해 빚까지 얻어가며 용병단을 고용하지 않았던가.
그런 사람의 초대를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케인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미켈란은 진심어린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주점에 방문한 손님은 미켈란으로 끝이 아니었다. 전령이 필립스 변경백의 초대장을 가지고 온 것이다.
거기에는 늑대의 왕 시리우스를 쓰러트린 것에 대한 찬사와 함께 자유 기사인 케인첼에게 손수 훈장을 내리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옆에 있던 아벨이 이죽거렸다.
“미사어구가 장난이 아닌데. 이것만 보면 무슨 나라라도 구한 줄 알겠다.”
“대필가가 써 줬겠지.”
“그런데 이러면 약속이 겹치지 않나?”
필립스 변경백이 머물고 있는 바이론 성은 말을 타고 3시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그렇지만 늦지 않게 저녁 식사에 참석하려면 얼굴만 비치고 바로 돌아와야 한다.
만약 필립스 변경백이 식사라도 권한다면 조금 곤란한 일이 벌어지리라.
“혹시라도 늦어지면 네가 대신 미노 남작이랑 어울려 줘.”
“으윽······. 그 아저씨는 뭔가 거북한데.”
결국 케인첼은 예복을 갖춰 입고 전령이 끌고 온 마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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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필립스는 마치 왕좌로 보일 정도로 화려한 의자에 앉아서 케인첼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네가 늑대의 왕 시리우스를 쓰러트렸다고 들었다. 이름이 무엇인가.”
“예, 자유기사 케인첼이라고 합니다. 북부의 수호자이신 필립스 변경백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기껏해야 30대나 되었을까. 북부 전체의 치안을 담당한 사령관 자리에 앉기엔 너무나 젊은 나이.
“그런데 왜 한명 뿐이지? 나는 분명 전투에 참가한 전원을 불렀을 텐데.”
“격한 전투로 큰 부상을 입어서 요양 중입니다.”
“그래? 일행 중 한 명이 대단한 미인이라고 들었는데, 아쉽군.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데리고 오도록 해라.”
“······.”
케인첼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서 가까스로 표정관리에 성공했다.
‘젠장, 듣던 것 이상으로 망나니잖아. 지크 아저씨한테 연기를 배우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네.’
루트비히가 저렇게 젊은 나이에 변경백이라는 요직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결코 그가 뛰어나서가 아니다.
명장이라 불리던 전대 필립스 백작이 전사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그 자리를 물려받았을 뿐.
북부에 도착한 케인첼은 필립스 변경백에 대한 다양한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이 욕이었다. 돈과 여자를 밝히고 마치 북부의 왕처럼 행세한다는 것이다.
루트비히는 거만한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흐흐, 공을 세웠으면 훈장을 내려야겠지. 자유 기사의 날개를 가져 오너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각하.”
그렇게 케인첼의 가슴에 하나의 훈장이 추가되었다. 드디어 한 쌍의 날개가 완성된 것이다.
그런데 조금도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주점으로 돌아가면 당장 떼 버려야겠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루트비히에겐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루트비히는 케인첼의 허리를 바라보곤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거기에는 명검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미스랄제 검이 있었다.
“케인첼 경은 소드나이트라고 들었다. 자유기사로 썩기엔 아까운 실력이다. 어떠냐. 내 밑에서 일해보지 않겠나. 대접은 섭섭지 않게 해 주마.”
마치 타고 다닐 말이라도 한 마리 사러 온 것 같은 말투였다.
최근 유난히 북부의 치안이 나빠졌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이 아니라 개 한 마리가 사령관의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까.
케인첼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루트비히를 바라보았다.
거기에 담긴 타오르는 분노를 읽은 것일까. 루트비히의 몸이 움찔거렸다.
“북부의 수호자이신 필립스 변경백 각하의 밑에서 일한다는 것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영광된 일입니다.”
루트비히는 무엇이 그리고 기쁜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케인첼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허나, 저는 기사도에 따라 약자를 수호하고 정의와 선을 수행하며 제국을 위협하는 악과 불의를 타파하고자 그랜드 크로스의 입단 제안조차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그 의무조차 제대로 다하지 못하였사오니 한동안은 기사도에 따라 전국을 떠돌 생각입니다.”
정중하게 말했지만 명백한 거절이었다.
그것도 한 치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걷어찼다.
루트비히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가, 감히 자유기사 따위가 내 제안을······.”
“죄송합니다만 각하. 미리 선약이 있어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뭐? 선약이라고?”
“예. 미노 남작에게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습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열심히 말을 달리면 애피타이저를 다 먹기 전에는 도착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케인첼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트비히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가 자유 기사 따위에게 관심을 보내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데 그것을 무시하고 남작과의 저녁 약속을 위해 일어나 보겠다고?
이런 대접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여기서 일어날 생각이면 그 훈장은 벗어놓고 가라!”
“예, 안 그래도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케인첼은 가슴에 달고 있던 두 개의 훈장 중 하나를 뜯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걸어준 시종에게 돌려주었다.
“그럼 이만.”
만나서 반가웠고. 앞으로 평생 보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하며 케인첼은 조용히 성문을 빠져나왔다.
“저, 저, 저놈 다, 당장 잡아!”
루트비히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지만 따라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죄송합니다. 각하, 갑자기 요통이······.”
“저는 치질이······.”
“새끼들이 빠져가지고! 당장 튀어나가지 못해!”
케인첼은 루트비히의 밑에서 고생할 부하들에게 애도를 하며 조용히 말을 달렸다.
훔친 말이 생각보다 잘 달려 주어, 다행히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미노 남작령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에, 에밀리! 이거 아무리 봐도 고기가 탄 것 같구나.”
“으아아아악! 부, 불 좀 꺼 주세요!”
“분명 자신 있다고 했잖니? 응?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이냐.”
“죄, 죄송해요. 분명 예전에 했을 때는 맛있게 구워졌는데······.”
“끄응. 누가 저 뿔난 망아지 같은 애를 데리고 갈꼬······.”
아무래도 주방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케인첼은 조용히 웃었다.
그거라면 여기 전문가가 있지 않은가.
“이참에 고든 램볼튼에게 배운 대단하신 스테이크나 만들어 볼까.”
마침 아주 끝내주는 소금도 손에 들어왔지 않은가. 분명 아주 맛있는 스테이크가 완성되리라.
분명 루트비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엄청난 산해진미가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케인첼은 자신이 만든 요리를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는 기쁨을 알고 있었다.
그런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은 이런 장소였다.
대단한 스테이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