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77)
요리하는 소드마스터-77화(7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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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생각보다 일찍 오셨군요.”
저택으로 들어가자 미노의 영주 미켈란 남작이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었다. 사실 귀족의 집이라기 보단 오두막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식탁에는 쿤담과 퍼시발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케인첼을 발견한 아벨이 손을 흔들었다.
“잘 왔군. 마침 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먼저 케인첼이 바이론 성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미켈란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북부의 영주들 중에 변경백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 부하는 없습니다.”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충성을 얻기 위해서는 명예나 신념, 그리고 돈이 필요하다.
확실히 루트비히는 재정 문제로 매우 곤란한 듯 보였다.
이렇다 할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예산을 흥청망청 썼으니 당연한 일이다.
케인첼은 던전을 노리는 백작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혹시 던전을 노리고 에밀리에게 청혼했다던 사람이?”
“예, 루트비히 그 남자가 맞습니다. 마침 또 한통 보냈기에 태워 버렸지요. 하여간 앉으십시오. 차린 것이 없어 입에 맞으 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식탁 위에는 갓 구워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빵과 신선한 야채로 만든 샐러드. 그리고 양파가 듬뿍 들어간 수프가 담긴 냄비가 놓여 있었다.
미켈란은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원래는 귀빈들이 찾아온다 하여 새끼양을 한 마리 잡았습니다만······. 제 딸내미가 통구이를 한다고 가져가서 전부 태워버렸지 뭡니까. 말괄량이처럼 자랐다고는 해도 이 정도로 엉망일 줄······.”
“그래서 아까 그렇게 난리가 났었군요.”
“들으셨습니까? 부끄러운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이런 자리에 메인 디쉬가 빠지면 안 되죠. 괜찮으시다면 주방을 맡겨 주시지 않겠습니까.”
“허······. 요리까지 하실 줄 아십니까? 그렇지만 재료가······.”
“재료라면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있어, 괜찮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귀빈에게 요리까지 시키는 것은 너무 실례가······.”
“그러면 대신 북부의 정세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허허허. 예, 알겠습니다.”
칠죄종 전쟁의 폭풍이 휩쓸고 간 북부는 이제야 겨우 사람이 살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그런데 북부에 닥친 재앙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백색 산맥에 둥지를 튼 화이트 드래곤이 활동기를 맞이했다. 그러자 그의 보호를 받기 위해 몬스터들이 북부로 몰려왔고, 급기야 몇 개의 던전까지 생성 되었다.
“영지민들을 위협하는 몬스터를 퇴치하라고 용병들을 불러 놓으면, 다들 일확천금을 노리고 던전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겨우 믿을만한 용병단을 고용해 어찌 급한 불은 껐습니다만······.”
게다가 치안을 책임져야 할 사령관이 루트비히였다.
“그런 상황에서 에델바이스 같은 거대 상회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정말 하늘이 주신 기회입니다. 북부가 발전하려면 우선 돈이 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케인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점에서 일하는 보름 동안, 거래에 쓰일 화폐가 없어 물물교환을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통화량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곳과 단절된다는 뜻이다.
‘통화량이라. 그건 생각을 못 했네.’
미켈란 남작은 의외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당장 양성소에서 교양 담당 교관으로 일해도 될 정도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방 안에는 두꺼운 책이 잔뜩 꼽혀 있었다. 조잡하게 만들어진 필사본이었지만, 수 십 번씩은 본 것인지 표지가 너덜거렸다.
“웨어 울프를 쓰러트려 주신 것만 해도 수십 번을 감사해도 모자랄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에델바이스 상회와 다리까지 놓아 주시다니······. 정말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웰라이드 백작님에게 소개해 주면 아주 좋아하시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에서 각종 식재료들을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병에 담아둔 보석 소금을 꺼냈다.
아벨에게 이것을 사용한 요리를 만들어 주기로 한 것이 떠올랐다.
‘비록 너 혼자만을 위한 요리는 아니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어느새 방에서 나온 것인지 에밀리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 전부가 이번 일의 주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위해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어느새 케인첼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먼저 온도를 맞추기 위해 고기를 잠시 그릇 위에 올려두었다. 이차원 주머니 안에 넣어둔 식재료를 꺼내면 대부분이 차게 식어 있다.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분명 음기로 가득한 공간이리라.
‘실수로 제대로 해동되지 않은 고기를 바로 구웠더니 맛이 팍 떨어지더라고.’
고기의 온도가 어느 정도 실온과 비슷해지자 양념을 뿌렸다.
보석 소금과 후추를 듬뿍 뿌려주고, 그 위에 반쯤 태운 양파와 커피가루를 듬뿍 올려 향이 배어들게 한다.
커피는 얼마 전부터 에델바이스 상회에서 취급하기 시작한 물건이었다. 특유의 씁쓸한 향이 묘하게 중독되는 식재료였다.
양념이 고기 전체에 배어들도록 손으로 꾹꾹 눌러준 후, 팬을 준비했다.
올리브유를 뿌리고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고기를 올려 굽기 시작한다.
케인첼은 마늘과 로즈마리, 그리고 타임을 넣고 빠르게 구워 양념이 스테이크에 잘 밸 수 있도록 주의했다.
치이이익!
기분 좋은 열기와 함께 고기가 구워지는 냄새가 방안 가득 퍼져나갔다.
고기가 구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아벨이 눈을 크게 떴다.
잘 익은 고기만이 가질 수 있는 고소한 향이 코를 찔렀다. 케인첼이 만든 요리라면 제법 먹어본 아벨조차 이런 냄새는 처음이었다.
“무언가 엄청 맛있을 것 같은 냄새가 나는군.”
옆자리에 앉아 있던 쿤담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를 하고 있는 것이 케인첼 경이 아니었다면 분명 달려가서 집어 먹었을 겁니다.”
그것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쿤담조차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몇 번이나 허벅지를 꼬집어야 했다.
양성소에서 매달 수백 번도 더 구웠던 스테이크였다.
그런데 오늘은 무언가가 달랐다.
케인첼은 마치 확신에 가까운 예감을 느꼈다.
이것은 지금까지 구웠던 그 무엇보다도 뛰어난.
아주 대단한 스테이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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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은 용병 몇 명은 민가에서 머물 수 있었다. 대부분이 창고나 마구간 정도였지만 밖에서 천막을 치고 자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짚을 펴고 누워있던 용병이 중얼거렸다.
“어디서 엄청나게 좋은 냄새 나지 않냐.”
“그러게. 저녁을 그렇게 많이 먹어놓고서 또 배에서 소리가······.”
“고, 고기라도 굽나 본데? 냄새가 장난이 아니야!”
“꿀꺽······.”
용병들은 애써 몸을 뒤척이며 잠을 청했다. 그렇지만 결국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평생 이렇게 맛있을 것 같은 냄새는 처음이라고! 도대체 누가 굽고 있는 거야!”
“이거로 고문하면 난 알고 있는 건 전부 불 것 같아.”
그리고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고기 굽는 냄새에 이끌려 밖으로 나온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뭐야, 설마 이 많은 사람이 다?”
“무슨 이딴 요리가 다 있어!”
“젠장, 먹고 싶다······.”
모여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분명 이 요리를 먹는 사람은 나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지정도는 하나 구했을 거라고.
그렇게 고기가 다 구워지자 결국 참지 못한 쿤담이 부엌으로 달려가 시식을 부탁했다.
그리고 고기를 입에 넣은 쿤담은 눈을 부릅떴다.
식탁에 앉아 있던 아벨이 물었다.
“맛이 어떤가.”
“대단합니다! 이거, 대단한 스테이크입니다! 어, 어떻게 고기에서 이런 맛이······. 케인첼 경! 이거 정말 케인첼 경이 구운 거 맞습니까?”
옆에서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그것은 케인첼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보석 소금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6성급 요리를 완성한 것이다.
[6성급 요리 ‘대단한 스테이크’가 완성되었습니다.] [대작 요리의 완성에 손님들이 당신을 존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봅니다.]케인첼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접시에 요리를 담기 시작했다.
먼저 접시에 고기를 굽고 난 기름에 튀겨낸 감자를 눕히듯 올려 준다.
그리고 그 밑에 샬롯과 타임으로 맛을 낸 버섯을 올려 요리를 풍성하게 했다.
그리고 도마에 스테이크를 올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기 시작했다.
스억, 스억!
식칼이 고기를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참지 못한 에밀리가 식탁 위에 드러누웠다.
“못 참겠어······. 제발 어서 빨리 고기를······.”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제 거의 다 완성입니다.”
버섯 밑에 바비큐 소스를 듬뿍 올린 후, 그 위에 스테이크를 얹었다. 마지막으로 고기를 굽고 남은 기름을 스테이크 위에 뿌려 촉촉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감자와 버섯을 곁들인 대단한 스테이크입니다.”
“허허허! 이름부터가 대단한 스테이크라니······. 그렇지만 이 냄새를 맡으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두의 앞에 스테이크가 놓였다.
퍼시발이 말했다.
“보석 소금을 썼나 보구먼. 수십 년 동안 요리를 했지만 이런 스테이크는 처음이네. 그런데 다음부터는 이런 요리를 할 때는 조심하게. 밖에 몰려든 사람들 보게나.”
식사를 하는 모습을 훔쳐보고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몸을 숨겼다.
케인첼은 조용히 한숨을 내 쉬었다.
6성급 요리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했다. 앞으로는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주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먹어 볼까요. 미노를 구해준 케인첼 경을 위해!”
“그리고 대단한 스테이크를 위해!”
나이프가 움직이자 밖에서 훔쳐보고 있던 사람들이 군침을 삼켰다. 지금부터 저런 대단한 요리를 먹을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서걱! 서걱!
고기를 써는 소리가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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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은 요리를 해 보겠다는 케인첼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기껏해야 수련 기사 시절에 야전에서 몇 번 해 본 정도겠거니 한 것이다.
그런데 이차원 주머니에서 스테이크용 고기와 각종 야채를 꺼냈을 때부터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머릿속에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열망이 떠올랐다.
그리고 드디어 그것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어디······.”
나이프를 놀려 스테이크를 한 입 크기로 자른 미켈란은 고기를 단숨에 베어 물었다.
“······!”
그리고 그 맛에 경악했다. 진한 육즙이 배어 나오는 고기는 너무나 부드러웠다.
그것이 고기에 배여 있는 각종 양념과 어우러져 씹을수록 농후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게다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로즈마리와 민트의 향기. 마치 하나의 숲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고기를 굽고 남은 기름에 튀긴 감자 또한 일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감자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부서지며 그 안에 담긴 맛을 토해낸다.
식사를 마친 미켈란은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거기에는 근처에 살고 있는 영지민들이 잔뜩 몰려와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영주님······. 늦은 밤중에 죄송합니다. 고기를 굽는 냄새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그만······.”
엄청난 무례였지만 스테이크를 먹어본 미켈란은 충분히 그들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물었다.
“도대체 무슨 스테이크기에 이렇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겁니까?”
“이거 말입니까? 말 그대로 아주 대단한 스테이크입니다.”
그러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납득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대단한 스테이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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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후. 케인첼은 결국 한동안 북부에서 떠나 있기로 했다.
그러지 않으면 대단한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며 몰려들 영지민들을 전부 상대해야 하리라.
‘이게 6성급 요리가 가진 힘이구나······.’
아무래도 앞으로는 요리 할 때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케인첼은 던전의 최심부에서 캔 보석 소금을 챙겼다. 여전히 요리 레벨은 5성에서 멈춰 있었지만, 보석 소금을 이용하면 6성급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과연 그것이 칠죄종의 저주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프렐리아에게 6성급 요리의 시식을 부탁해야 한다.
그렇게 케인첼은 시티즌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엄청난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단한 스테이크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