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79)
요리하는 소드마스터-79화(7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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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더욱 달콤하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디저트 가게를 맡아주시겠습니까?”
요리사의 세계에서 스카우트는 흔한 일이다.
그렇지만 조프리는 자신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 올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그런 말을 들은 순간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케인첼 경.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조프리 씨를 스카우트 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하······. 자유 기사가 되어 양성소를 나가신 분께 그런 제안을 들으니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수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프리를 보며 케인첼은 빙긋 웃었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상대를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라고 하던가요. 그게 성공했으니 서로가 가진 패를 보여줄 차례죠. 조프리 씨의 디저트 만드는 실력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제 차례군요.”
케인첼은 품속에서 금박으로 장식된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시티즌에 있는 건물 한 채와 거기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권리증입니다.”
조프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눈앞에 있는 것은 거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거기서 몇 년은 거주해야 얻을 수 있는 것 아니유?”
“공을 세워 그 포상으로 받은 겁니다. 문제 있는 증서가 아니니 그쪽으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전에 조금 안 좋게 끝난 일이 있었수. 의심한 것처럼 들렸으면 내 사과하리다.”
처음 만났을 때는 까칠하기만 하던 조프리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당히 둥그렇게 변해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케인첼의 모습이 그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그것이 지금 커다란 파도로 변하고 있었다.
“가게를 비워두면 아깝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가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죠. 서로가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프리 셰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조프리는 며칠에 한 번씩 취사장의 오븐을 이용해 디저트를 만들곤 했다.
설탕은 비싸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로 쓰기에는 아까운 물건.
분명 조프리는 다시 한 번 파티시에로 일하고 싶은 것이리라.
“······내가 실패한 파티시에라는 것은 알고 하는 제안이오?”
“아인켈 셰프에게 들었습니다. 제도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디저트 가게를 하다가 귀족의 모함으로 빼앗겼다고요.”
“아직도 밤만 되면 그때 퍼졌던 소문이 생각나외다. 썩은 밀로 과자를 굽고, 설탕 대신 어린 아이의 생피로 단맛을 낸다더군. 젠장,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슈? 금가루 같은 설탕을 쓰는 것은 그 대체품이 없기 때문이외다! 그러네 뭐? 어린아이의 생피를 쓴다고? 그런 것으로 케이크를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 보라지!”
몇 년동안 쌓였던 것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 케인첼은 전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디저트를 만드는 주방을 밖에서도 보이도록 오픈형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거기서 열정적으로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잃어버린 조프리 세프의 신뢰 또한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 오픈형? 주방은 세프들의 성역일 텐데 그것을 공개한단 말이오?”
케인첼은 빙긋 웃었다. 자신은 요리사가 아니다. 그들의 고정관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좋은 생각이죠?”
“확실히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요.”
“조프리 셰프가 만드는 디저트는 맛있습니다. 예전에 만들어 주신 파운드케이크는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게다가 플레이팅 센스도 뛰어나죠. 귀족들이 줄을 서서 사먹었던 것은 조프리 셰프가 만든 디저트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입니다.”
갑자기 극찬을 듣자 조프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연신 무안하다는 듯 헛기침을 한다.
“흠, 흠. 내 실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수다. 그런데 시티즌에서 어떻게 디저트를 팔 생각이우? 당장 망할 가게에서 일하는 것은 사양이외다.”
당연한 지적이었다.
상업도시 시티즌에는 많은 귀족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대부분 성인 남성이다.
본가는 제도에 있으면서 업무상 잠시 머물 뿐.
“디저트를 사먹을 손님이 없어서 문제라는 뜻이죠?”
“그렇수다.”
“판매 루트가 없으면 새롭게 개척하면 되지 않을까요? 분명 시티즌에 있는 귀족들은 가족이 대부분 제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평민들의 가족은 시티즌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디저트를 팔면 됩니다.”
“누군들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겠수. 문제는 가격이외다. 설탕 한 줌에 얼마인줄 아시오?”
“요즘 시세가 파운드 당 1실버던가요.”
쿠퍼 단위로 일당을 받는 평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액수.
“그런 금가루처럼 비싼 녀석이 밀가루만큼 들어가는 거요.”
“그 설탕을 아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백작에게 들은 브리타니아 무역 상황을 떠올렸다.
대기근 당시 브리타니아에 있는 상회들은 밀을 수입하기 위해 여러 항로를 개척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그것을 이용해 수많은 것들이 수입되기 시작한다.
“커피, 비단, 향신료, 홍차, 소금과 설탕. 지금은 너무 비싸서 귀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것들이 대중화 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조프리의 눈이 커졌다.
만약 저것이 사실이라면 제국에 디저트 붐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것을 자신이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가격이 얼마나 저렴해 진다는 거요?”
“당장 폭락하지는 않겠지만 몇 년 안에 지금의 2할 수준까지는 내리겠죠. 그때가 되면 일 년에 한번, 아주 특별한 날에는 평민들도 케이크를 먹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예를 들면 생일 같을 때 말이오?”
“그렇죠. 그러면 더욱 디저트 시장이 활성화 될 겁니다. 그걸 조금 앞당겨 보자는 겁니다.”
케인첼은 에델바이스 상회를 통해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몇몇 감미료를 공급받기로 했다.
그 액수를 들은 조프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 정도 가격이면 평민도 사 먹을 수 있는 케이크를 만들 수 있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영업 전략에 대해 토론을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디어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설탕을 최소로 하는 대신, 단 맛이 나는 벌꿀이나 과일을 듬뿍 사용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것도 좋지만 여전히 커다란 케이크를 통째로 사는 것은 부담스럽수다. 아예 작게 조각을 내서 파는 것은 어떻수?”
“그것도 좋군요. 그럼 아예 케이크 자체를 작게 만드는 것은······.”
결국 두 사람의 대화는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조프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언제부터 나가면 되겠수?”
케인첼은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고용한 남자를 보며 빙긋 웃었다.
스승으로 삼기 애매한 사람이라면 고용해 버리면 그만이지 않은가.
“내일까지 시티즌에 있는 가게로 나와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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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양성소를 그만두려고 했수다.”
케인첼과 고든이 떠나자 취사장은 완전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격무에 시달리던 셰프들이 그 수가 절반이 되었으니 오죽하랴.
그렇지만 그곳을 나온다고 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까칠한 성격에 나쁜 소문까지 따라다니는 그를 누가 고용해 줄까.
그런데 양성소 시절부터 마음에 들어 하던 남자가 자신의 실력을 원한다고 했다.
마치 하늘에서 구원의 손길이라도 내려온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까칠한 말을 툭툭 내 뱉는다.
조프리는 그런 남자였다.
“우선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조프리의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갔다. 비웃는 표정이지만 단순히 웃는 것일 뿐이다.
“설마 전부 볼 생각이유? 내가 만들 수 있는 디저트의 종류만 천 가지가 넘수다. 그걸 전부 만들려면······.”
케인첼은 가게에 저장되어 있는 식재료들을 보여 주었다.
조프리의 머릿속에 담겨 있는 레시피의 절반 정도는 만들 수 있을 양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죠?”
“크, 크흠. 알겠수다. 미안하지만 반죽을 좀 부탁 할 수 있겠수?”
‘계획대로군.’
조프리는 이제부터 수많은 디저트들을 만들기 시작하리라. 그것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요리 강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게다가 잡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부담 없이 시켜 달라고 했다.
조프리는 그런 것을 사양하는 성격이 아니다.
‘이제부터 디저트에 대해 배우면서 요리 레벨까지 올릴 수 있겠지.’
덤으로 그가 만든 요리는 전부 자신의 경험치와 오러가 되어 주리라.
이 정도면 이곳의 수익을 전부 조프리에게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상황.
물론 케인첼은 크게 선심 쓴다는 표정으로 전체 수입의 3할을 약속했다.
조프리로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워낙 저렴한 가격으로 원재료를 공급받기 때문에 조금만 장사가 잘되어도 막대한 이익이 남으리라.
조프리가 가장 처음 만들기로 한 메뉴는 딸기가 들어간 쇼트 케이크였다.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메뉴라고 한다.
“그럼 보울에 계란을 풀어준 후, 자국이 남을 때까지 거품을 내 주슈.”
다른 빵을 만들 때와는 전혀 다른 방법이었다.
발효시키는 과정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케인첼은 휩 자국이 남을 정도로 거품을 낸 후에는 설탕과 바닐라 에센스를 넣었다.
그것을 천천히 저어가며 밀가루와 버터, 그리고 우유를 섞어 주면 완성이다.
“너무 오래 휘저으면 케이크가 전체적으로 무거워 지니 조심하슈.”
케인첼이 케이크 반죽을 만드는 사이, 조프리는 타르트를 구웠다.
밀가루와 버터를 섞어서 그릇을 만들고, 그 위에 과일이나 크림 등을 넣고 채운 디저트.
“배 크럼블 타르트요. 타르트 안에 살짝 씹히는 배와 부드러운 아몬드 크림 위에 바삭거리는 크럼블이 아주 맛있수다.”
“갈리아식 파이 아닙니까? 그런 것도 만드실 수 있는 겁니까?”
“그곳은 디저트의 천국이외다. 디저트 만드는 법을 배운답시고 몇 년 동안 갈리아에 머물렀던 적이 있수. 마카롱, 에클레어, 몽블랑, 밀푀유, 다쿠아즈, 수플레······. 여전히 눈을 감으면 그때 먹었던 디저트들이 떠오르외다.”
그리고 그때의 추억이 조프리의 손에서 재현되기 시작했다.
조프리는 완성된 디저트를 케인첼의 앞에 내려놓았다.
“먼저 크림 브륄레요. 들어간 재료로는······.”
케인첼은 손을 들어 조프리의 말을 제지했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미식 스킬을 사용해 보겠는가.
옆에 놓여있는 작은 스푼으로 크림을 떠서 입에 넣고 음미한다.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 위에 달콤한 캬라멜 소스를 얹었군요. 달걀노른자와 크림치즈가 어우러져 정말 부드러운 맛이 나네요. 거기에 카랴멜 소스의 달콤한······. 정말 입속이 그대로 녹을 것 같은 맛입니다.”
그러자 조프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케인첼 경······. 아니, 이제 고용주지. 하여간 언제부터 그렇게 미식에 능통하셨수?”
“지금부터요.”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조프리가 만든 디저트들을 먹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최상의 맛이었다.
[4성급 요리 ‘살구크림 밀푀유’를 시식 했습니다.] [미식 레벨의 영향으로 요리에 담긴 경험치와 오러를 일부 흡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케인첼은 터질 것 같은 배를 움켜쥐며 환호성을 질렀다.
조프리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많은 디저트를 정말 전부 다 먹을 줄은 몰랐수. 거의 한 2골드 어치는 드신 것 같수다.”
레벨이 이렇게 잔뜩 올랐는데, 그깟 돈이 대수랴.
조프리가 만든 수십 종류의 디저트를 전부 먹자 레벨이 무려 3이나 올랐다.
요리에 담겨 있는 경험치와 오러를 흡수하는 미식 스킬 덕분이었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 – Lv50]– 체력(52), 민첩성(50), 근력(50), 손재주(50), 지력(54), 마력(49), 신성력(49)
– 오러(120/130)
‘분명 만들 수 있는 디저트가 수백 종류가 넘는다고 했지? 이참에 레벨이나 잔뜩 올려 보자!’
케인첼의 눈이 반짝거렸다. 조프리가 만드는 디저트를 전부 먹어 본 후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메뉴를 만들 생각이었다.
보석 소금을 사용한 디저트.
기왕 얻은 물건인데 잘 써줘야지 않겠는가.
더욱 달콤하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