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8화(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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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끝내주는 스테이크를 굽는 방법
케인첼 반 지스타드의 하루는 양성소의 누구보다도 길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수백 명이 먹을 식재료를 손질했고. 한밤중에는 남몰래 요리를 연습했다.
단 한줌의 재능조차 갖지 못했던 케인첼.
언제부턴가 그는 같이 훈련받는 기사후보생들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저렇게 능숙하게 검을 휘두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강한 체력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보잘 것 없는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텐데.
그러나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다른 훈련생들은 잠시만 시선을 떼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일같이 성장하고 있었다.
– 좋았어! 이번 스테이터스 갱신에서 체력이 3이나 올랐다고!
– 멋진데? 열심히 체력 훈련을 받더니 그 성과가 나오고 있잖아.
– 그러는 경이야말로 어떻게 한 달 사이 검술 레벨을 두개나 올린 거야! 요령 좀 알려 주라!
그 차이는 점점 벌어졌고. 어느새 옆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이들이 바뀌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 섞인 조롱뿐이었다.
그렇기에 이 정도 시선은 아주 익숙했다.
케인첼은 새벽과 한밤중에는 주방에서 일했지만 낮에는 다른 기사 후보생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다.
레벨과 스테이터스를 올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요리였다. 아무리 검을 휘둘러 봐야 한줌의 경험치조차 얻지 못한다.
그렇지만 기사 후보생으로 남기 위해선 훈련에는 참석해야 했다.
어차피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일과에는 익숙했다.
그렇지만 요 며칠 사이 달라진 것이 있었다.
율리우스 콘라드에게 결투신청을 받은 이후 케인첼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몇 배로 늘어난 것이다.
“저 사람이 그 열등생으로 유명한 케인첼이야?”
“겉보기에도 비리비리 해 보이네. 어릴 때 오트밀 죽도 제대로 못 먹은 거 아닐까?”
“몰락 귀족이라는데 지스타드라는 성 들어 본 사람 있어?”
“모르겠는데. 제국이 좀 넓어야지. 어디 구석에 쳐 박혀 있지 않을까.”
“인사 계원한테 들었는데, 부모 병수발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영지도 다 팔아먹고 쥐뿔도 없다던데?”
“덤으로 재능까지 팔아먹은 거 아닐까. 소문을 듣자 하니 입단한지 3년이 넘도록 고블린 한 마리 죽여보지 못했다더라.”
“킥킥킥. 그게 뭐야.”
“으하하!”
그렇지만 식칼을 쥔 이후 케인첼은 달라졌다.
휘두르는 검에 흔들림이 사라졌고, 호흡은 안정적이었다.
흐리멍덩했던 눈동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의욕으로 불타고 있었다.
그것을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스타니스 기사양성소의 루키들을 담당한 이안 교관이었다.
그는 한동안 케인첼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지켜보곤 입을 열었다.
“케인첼.”
“옙! 50번 훈련기사 케인첼!”
“······많이 좋아졌구나. 그래. 중요한 것은 시선과 호흡이다. 항상 표적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유지하거라.”
“알겠습니다.”
순간 이안 교관의 얼굴을 바라본 케인첼은 깜짝 놀랐다.
이안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는 악랄하게 훈련 기사들을 굴리기로 유명해서 속칭 ‘악마교관’으로 불리는 남자였다.
“······케인첼. 잠시 나를 따라 오거라.”
“예.”
다른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은 장소에 도착하자 이안이 입을 열었다.
“방금 전 보여준 검술은 적어도 초급 4성 수준이었다.”
케인첼은 시치미를 뚝 떼고 놀란 눈을 해 보였다.
“놀랐느냐? 드디어 네 노력이 빛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말을 하며 이안 교관은 케인첼을 와락 껴안았다.
“이놈아! 교관은 말이다. 네가 소문과는 달리 어느 누구보다 진지하게 훈련을 받고 있는걸 알고 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일과시간이 끝나도 새벽까지 홀로 검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도 그런데······. 그런데······.”
이안 교관의 얼굴이 맞닿아 있는 어깨가 축축했다.
비라도 오고 있는 것일까?
케인첼은 이안 교관의 누구보다 뜨거운 체온을 온몸으로 느꼈다.
비록 악마의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이안은 어느 누구보다 정이 많고 여린 성격이었다.
“도대체 왜 레벨이 오르지 않았느냔 말이다! 나는 네가 다, 단 한줌의 재능조차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항상 불안했다. 나는 말이다 훈련 기사를 키우는 교관이다. 노력이 쌓이면 그것은 반드시 보답으로 돌아온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이놈아! 누구보다도 노력하는 네가 어째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냔 말이다!”
“······.”
케인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아냥거림과 조롱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안 교관은 이런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지만 요 며칠 네 검술은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드디어 멈춰 있던 네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거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
“우리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놈 자식아!”
“교, 교관님······.”
한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어느 때보다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안은 평평한 바위 위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옆자리를 두들겼다.
옆에 앉으라는 뜻이었다.
케인첼이 앉자 이안이 입을 열었다.
“케인첼.”
“네, 50번 훈련기사 케인첼.”
“그런 거추장스런 예식은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교관님.”
“아니, 교관이라는 말도 빼고. 그저 같이 3년 동안 살아온 형으로 말하도록 하마. 정말 괜찮은 거냐?”
케인첼은 이안 교관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4주 후에 있을 율리우스 콘라드와의 결투.
그만큼 슈발리에 클래스 2번 훈련기사와 루키 클래스 50번 훈련기사 사이에 놓인 벽은 컸다.
“꼭 싸워야 할 필요는 없다. 결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저 조금 비웃음의 대상이 되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네게 익숙하지 않더냐. 그리고······.”
이안 교관은 잠시 케인첼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어느새 그곳에는 단단한 근육이 생겨나 있었다.
“이번 스테이터스 갱신에서 파란이 일어날 거다. 3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네 레벨이 올랐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케인첼이 짠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었다.
이번 스테이터스 갱신에서 달라졌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후 진급 심사에 도전한다.
그리고 일 년 안에 기사가 된다.
물론 그것으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연을 잘 이용하면 머지않아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까지 도달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거기에 하나의 변수가 끼어들었다.
율리우스 콘라드.
자신을 마치 장난감처럼 여기며 어느 누구보다 심하게 괴롭혔던 남자.
율리우스가 없었다면 케인첼이 이렇게 모든 이들의 조롱거리가 되지는 않았으리라.
여기는 다른 사람을 놀릴 시간이 있으면 검을 한 번 더 휘둘러야 하는 기사 양성소였으니까.
케인첼은 생각했다.
내가 이러는 것은 단순한 복수심 때문인가?
아니,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다.
케인첼은 지금껏 앞으로 달려가는 이들의 뒤를 바라보기만 해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소드 마스터가 된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양성소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앞서 나가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넘버 2와의 결투를 피하라고?
―――그렇게는 못하지.
케인첼은 씨익 웃었다.
“교관님······. 아니, 이안 형.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형님이 없었으면 여기에서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번 결투의 입회인은 형님이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케인첼의 눈동자에 떠올라 있는 너무나 강한 의지를 읽은 이안은.
결국 그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케인첼은 책상 위에 올려둔 양피지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앞으로 한 달 동안 해야 할 일들이 시간 단위로 적혀 있었다.
이대로만 해도 케인첼은 루키 클래스의 누구보다도 강해 질 수 있으리라.
“미안하지만 나를 믿어 준 이안 형을 위해서라도 이번 결투 이겨야겠어.”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훈련 계획서를 찢었다.
율리우스에게 이긴다.
그러기 위해선 이 정도론 부족했다.
힌트가 된 것은 ‘무장 해제’를 얻게 된 일이었다.
아인켈 셰프에게 연어를 손질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자 적의 무기와 방어구를 파괴하는 기술인 무장 해제를 사용 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것이 다른 요리 기술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확신은 없었지만 도전 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게다가 면 요리와 오븐을 다루는 것이 특기인 아인켈.
제도에서 콧대 높은 귀족들이 줄을 서서 사 먹을 정도였다는 디저트를 만들어내는 조프리.
요리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린 것 같지만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 고든 램볼튼.
이렇게 가까운 곳에 요리의 달인들이 세 명이나 있을 줄이야.
만약 그들의 기술을 전부 배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케인첼은 그저 검술 레벨을 올리기 위해 식재료 다듬기를 할 뿐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이상하게도 조프리와 아인켈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그 호감을 이용하면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론 얻을 수 없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해서든 하나라도 많은 요리를 배워, 스킬을 늘린다.
‘······그러기 위해선 조마경이 필요해.’
스킬을 얻어도 그것의 존재를 몰라서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물론 스테이터스 갱신을 한다면 알 수 있겠지만. 그래선 너무 늦다.
그렇기에 마력이 떨어져 평범한 회중시계로 변한 조마경을 부활시키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마도구에 마력을 주입하는 것은 신입 소서러들의 주요 밥벌이 수단이다.
하지만 항상 소서러를 통해 마력을 주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소서러 길드에선 따로 ‘마력 주입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마력 능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행히 케인첼은 한줌뿐이긴 해도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진 모든 마력을 쏟아 부으면 조마경 하나 정도는 작동 시킬 수 있을 거야.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런데 몰래 알아본 결과 마력 주입기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했다.
‘······미친! 내 일 년 치 생활비보다 많잖아.’
결국 정상적인 방법으론 마력 주입기를 구할 수 없다는 뜻.
하지만 케인첼은 3년이나 스타니스 기사 양성소의 밑바닥에서 지낸 몸이다.
“존 아저씨. 잘 지내시죠?”
“오, 케인첼 도령 아닙니까.”
존은 기사 양성소를 담당한 청소부였다. 새벽에 일어나 훈련을 하는 케인첼과는 종종 만나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다.
“혹시 소각장 좀 볼 수 있을까요.”
“에고······. 거기는 관계자 외에는 출입 금지인데······.”
“아하하. 이거 저번에 외박 나갔다가 아저씨 생각이 나서 사온 겁니다.”
케인첼은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싸구려 입담배였다.
“오오, 항상 감사합니다. 음······. 그럼 정말 소문내시면 안 됩니다.”
“당연하죠.”
부유한 귀족들은 종종 ‘이런 걸 왜 버려!’ 싶을 물건을 갖다 버린다.
가진 거라곤 몸뚱이 뿐이었던 케인첼은 종종 그런 것을 주워다 쓰곤 했는데.
예전에 소각장에서 반쯤 부서진 ‘마력 충전기’를 본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전속 소서러를 데리고 있는 수련 기사들이 잔뜩 있어. 돈이 얼마나 넘치면 멀쩡해 보이는 마력 주입기도 갖다 버리던데. 그 중에 분명 쓸 만 한 놈이 있을 거야.’
케인첼은 존을 따라 쓰레기 소각장으로 향했다.
거기엔 가슴까지 올 정도로 수많은 물건들이 버려져 있었다.
‘물건을 태우는 것은 1년에 한 번. 자, 그럼 보물찾기를 해 볼까.’
케인첼은 몸이 더러워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빈민 중 하나인 스케빈져나 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귀족이라는 자존심은 10년도 더 전에 갖다 버렸으니까.
그렇게 보물 더미를 뒤져 ‘마력 충전기’를 3개나 찾아냈다.
“이놈은 코어가 깨져 있고. 이놈은······. 윽, 생명력이 빨려 들어가잖아!”
그나마 남은 하나가 그럭저럭 멀쩡해 보였다.
케인첼은 존에게 구석에서 담배나 피고 오라고 말한 후 마력 충전기를 사용해 보았다.
처음 다루는 물건이었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다른 소서러들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마력 충전기의 코어가 내 신체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오, 된다!”
케인첼이 지닌 마력에 반응한 마력 충전기가 검붉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제 그것을 쥔 채 마력 충전용 케이블을 조마경의 뒤에 뚫려 있는 구멍에 꽂아 주면 된다.
“윽······. 끄으으으윽······. 끄어어어어억······.”
마치 피가 뽑히는 것처럼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얼마 되지 않는 케인첼의 마력을 충전기가 억지로 뽑아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컥, 크헥, 우웁······.”
마력 충전을 끝낸 케인첼을 결국 참지 못하고 아침에 먹었던 음식을 전부 토해내야 했다.
억지로 마력이 뽑히는 감각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살아난 조마경이 자신의 레벨과 스테이터스를 표시하고 있었다.
“흐, 흐흐흐흐. 흐하하하하하!”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케인첼은 웃었다.
공짜로 쓸 수 있는 배터리가 생긴 것이다.
물론 조금 힘들긴 했지만 이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끝내주는 스테이크를 굽는 방법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