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8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81화(81/318)
————– 81/203 ————–
그곳에는 요리사치고는 제법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잿빛이 섞인 검은 머리에 묘하게 그늘이 느껴지는 눈매. 그럼에도 잘생긴 얼굴은 캐롤라인의 눈을 커지게 했다.
그런데 손을 움직일 때마다 손바닥 사이에서 새하얀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와아아······.”
마치 손짓 한 번에 구름을 몰고 다닌다는 대마법사를 보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구름의 정체는 솜사탕이었다.
설탕을 듬뿍 써야 만들 수 있어 좀처럼 먹기 힘든 과자다. 저거 하나 만들 양이면 홍차를 서른 잔은 마실 수 있으리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솜사탕을 아무런 도구 없이 만드는 거죠?”
놀라움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커다란 솜사탕을 완성한 남자는 그것을 옆에 놓아두곤 커다란 나무통을 꺼냈다.
거기에는 얼음으로 감싸인 작은 성이 들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요리를 하려는 것일까.
“으으, 안보여······. 주방으로 가서 보여 달라고 할까······.”
고개를 내밀고 주방을 구경하는 캐롤라인을 보며 호위기사가 헛기침을 했다.
“대주교님. 체통을 지켜주십시오. 항상 데우스교를 대표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렇지만 도대체 어떤 디저트가 나올지 궁금하잖아요!”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남자가 캐롤라인에게 다가왔다.
“기대감은 먹는 순간의 즐거움을 늘려 줍니다. 서비스입니다. 천천히 드시면서 기다려 주십시오.”
“와아! 홍차랑 케이크네요? 잘 먹을게요!”
남자는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절도 있는 모습이 마치 신성 기사를 보는 것 같은 남자였다.
접시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홍차와 한입 크기로 만든 치즈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옆에 있는 작은 단지를 열어보니 설탕이 가득 담겨 있다.
캐롤라인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탕을 마음껏 넣어 먹어도 되나 봐요! 추기경님은 한 스푼 이상 넣지 말라고 매일같이 잔소리를 하는데!”
“비싸니까요.”
평소보다 설탕을 잔뜩 넣고 마셔보니 그윽한 단맛과 함께 떫으면서도 은은한 향이 느껴진다.
분명 좋은 등급의 홍차를 다도에 능숙한 전문가가 끓였으리라.
진한 크림치즈가 듬뿍 들어간 케이크 또한 최고였다.
“으음! 촉촉하게 혀를 적시는 이 부드러움······. 이런 케이크가 한 조각에 10쿠퍼밖에 안 한대요! 이런 멋진 가게를 찾은 것만으로 열심히 일한 보람이 느껴지네요!”
그녀의 호위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달지 않은 점이 좋군요. 돌아갈 때 하나 사가야겠습니다.”
“저도요!”
이런 모습만 보면 캐롤라인은 평범한 10대 소녀였다. 호위기사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저런 작은 소녀가 하나의 교구를 담당한 대주교라니.
아무리 엄청난 신성력을 타고났다고는 해도 너무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서비스로 나온 케이크랑 홍차도 이렇게 맛있는데, 프리미엄 메뉴라는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일까요?”
얼마나 기다렸을까. 손에서 구름을 만들어내던 남자가 기다리던 것을 가지고 왔다.
“주문하신 보석 아이스크림입니다. 취향에 맞춰서 시럽을 뿌려 드시면 됩니다.”
접시에 담긴 디저트를 본 캐롤라인의 입에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우와아······.”
그것은 음식이라기 보단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동그랗게 쌓아 올린 눈산 위에 새하얀 구름이 피어올라 있다. 연한 분홍빛이 도는 눈산은 스푼을 가져다 대기 아까울 정도의 완성도였다.
먼저 구름을 조금 뜯어 입으로 가져가자 그대로 사르륵 녹아 사라진다.
“······으음! 달콤해!”
지금까지 먹은 것만으로도 1골드의 가치는 충분하리라. 그렇지만 아직 보석처럼 아름다운 부분이 남아 있었다.
캐롤라인은 과감하게 눈산의 윗부분을 퍼 올렸다. 그러자 숟가락을 타고 서늘한 냉기가 전해졌다.
“달콤한 생크림을 얼린 디저트군요. 마법을 쓴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합니다.”
“그러게요. 그럼 맛을 보도록 할게요.”
이 신기한 디저트가 과연 어떤 맛이 날지 궁금했다. 캐롤라인은 결심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입안으로 가져갔다.
“······하아아.”
달콤한 솜사탕을 먹어 더욱 달콤한 맛을 기대했다. 그렇지만 아이스크림에서 느껴지는 것은 묘하게 산뜻한 짠맛이었다.
그것이 입속에 남아 있던 단맛과 어우러져 말도 못할 정도로 황홀한 느낌을 선사했다.
캐롤라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행복하다 못해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저 달콤하기만 해서는 이런 맛을 낼 수 없다. 아이스크림에 들어 있는 짭쪼롬한 무언가가 단맛을 극한까지 끌어 올려주고 있었다.
“아, 아아······.”
캐롤라인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보석 아이스크림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것은 순식간에 녹아 사라졌지만, 마치 행복한 꿈을 꾼 것 같은 여운을 남겼다.
보석 아이스크림을 먹는 캐롤라인의 모습을 보고 있던 호위 기사가 마른 침을 삼켰다.
그저 한 접시의 디저트가 이토록 행복한 얼굴을 만들 수 있다니.
어느새 보석 아이스크림을 전부 먹은 캐롤라인이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많은 디저트를 먹어 봤지만 이런 맛은 처음이에요.”
“그, 그렇게 맛있습니까?”
“말 그대로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요.”
참을성 좋은 호위 기사의 입가가 꿈틀댔다. 주머니가 넉넉했다면 분명 보석 아이스크림을 주문했으리라.
그것을 깨달은 캐롤라인이 짓궂게 웃었다.
“저 때문에 매일 고생하시는데, 하나 사 드릴게요. 대신 다음 미사 때도 여기에 또 와요.”
결국 귀여운 뇌물에 호위 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보석 아이스크림을 먹자 캐롤라인의 반응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세상에 이토록 맛있는 음식이 있을 줄이야.
보석 아이스크림은 엄격, 근엄, 진지로 표현 할 수 있는 신성 기사조차 한눈에 반할 정도의 맛이었다.
@
장사를 끝낸 조프리가 한숨을 쉬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디저트가 잘 팔리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떨 때는 동네 꼬마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까지 했다.
“정작 잘 팔려야 할 아이스크림은 겨우 두 접시 팔렸수다. 역시 다른 디저트들의 가격을 더 올리는 편이 좋지 않겠수?”
케인첼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낮에 찾아온 손님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가 이곳 교구를 담당하고 있는 대주교 캐롤라인입니다. 사교계에서는 디저트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소녀로 유명하죠.”
“설마 그녀를 초대한 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데우스교의 미사는 매주 정해진 시간에 끝납니다. 그때를 맞춰서 일부러 디저트를 무료로 제공한 겁니다. 몇 시간이나 떠들다 보면 배가 고파지죠. 그런데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발길이 가지 않을까요.”
게다가 캐롤라인을 끌어들이는 것에 실패하더라도 적어도 입소문은 낼 수 있다.
베루스에 가면 달콤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과연 그녀가 생각대로 움직여줄지 걱정이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곧 반응이 올 겁니다.”
그렇지만 좀처럼 아이스크림은 팔리지 않았다. 첫날 두 접시가 팔린 이후, 좀처럼 프리미엄 메뉴를 주문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케인첼의 말대로 반응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시티즌에 머물고 있는 귀족 영애들은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런 만큼 그녀들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삼일이 멀다하고 같은 장소에 모여 책을 읽고 차를 마신다.
이번 주에 화제가 된 것은 캐롤라인 대주교가 먹었다는 신기한 디저트였다.
“들어 보셨나요? 새로 생긴 디저트 가게에서 아주 신기한 음식을 판다고 하네요.”
“저도 들었어요. 대주교님이 엄청나게 극찬 하던데요? 입안에서 사르륵 녹는 것이 정말 천상의 맛이라고요.”
“분명 셔벗이나 스노우 밀크 같은 것이겠죠. 몇 번 먹어 본 적 있는데, 확실히 시원하긴 하지만 그렇게 맛있다고는······.”
“그런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던데요? 입안에 넣는 순간 눈처럼 녹아 사라지면서 진한 여운을 남기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디저트보다 달콤하다고 해요.”
“그래요? 이름이 뭐였죠?”
“보석 아이스크림이요.”
그렇게 몇 번의 사교 모임이 진행되자 귀족 영애들의 뇌리에 보석 아이스크림이란 이름이 각인되었다.
그리고 하나 둘씩 베루스를 찾기 시작했다.
“혹시 아이스크림 드셔보셨나요?”
“아뇨. 대주교님은 달콤한 음식이라면 전부 좋아하잖아요. 맛있다고 해도 스노우 밀크 정도 아닐까요. 찾아가서 먹을 정도는 아니에요.”
“사실 제가 어제 가서 먹어 보았답니다. 그런데 그 맛이 정말······.”
“그렇게 달콤한가요?”
“예! 정말 꼭 드셔 보세요. 지금이야 여유롭게 먹을 수 있지만, 곧 난리가 날 거에요. 하루에 서른 접시밖에 팔지 않는다고 해요.”
캐롤라인이 퍼트린 소문을 들은 아가씨들이 한두 명씩 베루스를 찾기 시작했다.
사교모임을 해도 될 정도로 화려한 내부 장식과 맛있는 디저트.
게다가 가게 안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보석 아이스크림은 그녀들을 첫눈에 반하게 만들었다.
“이번 주말에 할 독서 모임 말인데요.”
“아, 저도 그 말을 하려고 했어요. 베루스에서 하는 게 어때요?”
“저도 찬성이에요.”
어느새 베루스 앞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 몇 대가 늘어서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도 상관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우와아······.”
“하아.”
“······후아아.”
입에 넣는 순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먼저 고급스런 예술품을 보는 것 같은 외형에 감탄하고 그 맛에 경악한다.
설탕이 들어간 온갖 디저트들을 먹어왔지만 이런 디저트는 처음이었다.
깔끔한 짠맛 뒤에 숨겨져 있는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달콤함이라니.
영애들은 단숨에 보석 아이스크림의 포로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디저트들 또한 날개 돋친 것처럼 팔려 나갔다.
“보석 아이스크림 네 개 주시겠어요?”
“죄송하지만 오늘 준비된 양이 전부 팔렸습니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 먹기 전부터 줄을 서는 건데······. 어쩔 수 없네요. 밀푀유랑 홍차 주세요.”
도저히 조프리 혼자서는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다.
그렇게 하루에 30개밖에 팔지 않는다는 보석 아이스크림은 마치 유행처럼 영애들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
“오늘도 오전 9시가 되기 전에 보석 아이스크림이 다 팔렸수다.”
“그럼 다른 디저트가 잘 팔리겠군요.”
“생산량을 조금만 늘릴 수 없겠수? 지금의 두 배 정도 만들어도 반나절이면 다 팔릴 거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남아도는 재고에 걱정스런 표정을 짓던 조프리였다.
그런데 이젠 없어서 못 팔고 있었다.
조금씩 얼려 만드는 보석 아이스크림은 매일 만들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고급화 전략으로 나선 것이다.
그것이 먹혔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베루스는 모임의 중심이 되었다.
조프리는 할 말을 잃고 보석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는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렇게 될 줄 알고 베루스를 귀족들이 좋아할만한 품위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케인첼은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는 영애들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백작님 저택에 남는 가구를 가져다 놨을 뿐인데. 의외로 다들 좋아하네.’
도저히 귀족들의 취향을 이해 할 수 없는 케인첼이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장사를 크게 키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홍차 정말 맛있네요.”
“그러게요. 물 온도가 아주 적절해서 딱 먹기 좋아요.”
[손님들이 당신이 끓인 차에 감탄합니다.] [물을 끓이는 숙련도가 매우 높습니다.] [다도 레벨이 올랐습니다.]1성이었던 다도 레벨이 어느새 3까지 올랐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얼음을 사용한 요리를 만들자 그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냉기 저항력이 생성되었다.
‘역시 다양한 요리를 만들면 그것에 관련된 저항력이 생기고 있어.’
분명 앞으로 북부에서 활동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리라.
쑥쑥 오르는 레벨에 신나서 요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가게가 번창해 있었다.
그런데 케인첼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100골드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무시한 채, 출장을 와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더욱 달콤하게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