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8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84화(84/318)
————– 84/203 ————–
@
미식 레벨이 오르자 요리를 먹는 것으로 경험치 뿐 아니라 오러의 총량 또한 늘릴 수 있게 되었다.
무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마나 연공법이나 값비싼 마정석이 없으면 불가능한 기적.
한동안 열심히 먹어댄 결과 이제는 오러 소드를 3분 가까이 사용 할 수 있었다.
오러를 다룰 수 있게 된지 3개월째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성과.
미식 스킬이 오르며 얻은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요리의 완성도를 볼 수 있게 되었지.’
결과적으로 자신이 만든 요리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완성도가 높은 요리는 대부분의 손님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완성도만으로 요리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케인첼은 로즈마리 부인이 만든 코코뱅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평생 음식이라고는 몇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만든 요리. 그 완성도는 결코 뛰어나지 않으리라.
‘그럼에도 빈센트는 십년이 넘도록 그 맛을 잊지 못했어.’
아벨을 위해 만들었던 플람베소스 랍스타 스테이크는 어떤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만든 소스는 엉망이었다. 불 조절에 실패해서 약간의 탄 맛이 섞였다.
지금 다시 만든다면 훨씬 그럴듯한 요리가 완성되리라.
‘그렇지만 그때 만들었던 코스 요리는 분명 전부 5성이었어.’
도대체 어째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도대체 무엇이 요리의 가치를 정하는 것일까.
케인첼은 조용히 식칼을 쥐었다.
완성된 요리가 조금이라도 더 맛있어지기를 바란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어라.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보석 아이스크림만으로는 힘들어. 두 가지 맛을 조합해서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해.’
케인첼은 요리 스킬로 최고의 신선도를 유지 시킨 식재료들을 도마 위에 올렸다.
먼저 다크 초콜릿을 식칼을 이용해 잘게 썰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먹으면 쓴맛밖에 느껴지지 않는 물건이었다.
그렇지만 그 쌉쌀한 맛이 아이스크림에 정말 잘 어울린다.
냄비 안에 우유와 생크림을 넣은 후, 보석 소금을 아주 약간 집어넣었다.
‘지금 들어간 보석 소금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맛을 하나로 묶어 줄 거야.’
그리고 기포가 살짝 올라올 정도로 끓여 준다. 거기에 잘게 다진 다크 초콜릿을 넣었다. 그러자 새하얀 크림이 진한 초콜릿색으로 변하며 달콤 쌉쌀한 향기가 풍겨왔다.
이 정도면 이제 반쯤 요리가 끝난 셈이다.
‘이제 달걀 6개분의 노른자에 설탕 100g을 넣고 휘핑을 해 줄 차례지.’
요령은 머랭을 만드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케인첼은 거품기를 들고 양파 검술을 시전 했다.
세 개로 늘어난 거품기가 휘젓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거기에 미리 만들어 둔 초콜릿 크림을 전부 넣은 후, 채에 여러 번 걸렀다.
그리고 한 번 더 끓여 주면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공기를 듬뿍 머금게 된다.
진한 초콜릿 특유의 걸쭉함과,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아이스크림이 완성되었다.
괴테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케인첼이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것을 얼음을 이용해서 얼리는 거지? 초콜릿은 그 특유의 쌉쌀함과 진한 갈색 덕분에 악마의 음식이라 불린다고 해. 그렇지만 나는 초콜릿이 좋아. 그 달콤 쌉쌀한 맛이 악마의 유혹이라면······. 그것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곧 완성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즐거움은 접시를 받아들 순간을 위해 남겨두라는 건가. 알았어. 사실 나도 멋대로 결말부터 읽어버리는 사람을 싫어하거든.”
케인첼은 빙긋 웃었다.
조금 방정맞기는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괴테를 위한 아이스크림을 완성 할 수 있었다.
부드럽게 얼어붙은 아이스크림에선 새하얀 냉기가 올라왔다.
표면에는 마치 고급 비단처럼 매끄러운 윤기가 흐른다.
“여기 있습니다. 곁들여 나온 딸기 시럽을 뿌려 드시면 됩니다.”
괴테는 완성된 아이스크림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이게 그 유명한 디저트구나. 그럼, 딸기 시럽을 듬뿍 뿌려 볼까.”
초콜릿 아이스크림 위에 딸기 시럽을 뿌리자 검은 대지 위에 붉은 강이 만들어졌다.
괴테는 스푼을 든 채로 잠시 동안 그것을 바라보았다.
“뭐야, 수많은 영웅들이 피를 흘렸음에도 검게 물들어 버린 세상을 표현하고 있는 건가.”
케인첼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취향 따라 곁들여 먹으라고 딸기 시럽을 같이 주었을 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식으로 해석이 되는 것일까.
괴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감탄한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분명 달콤하지만 너무 달콤하지는 않고, 쌉쌀한 향이 코끝을 맴도는 것이 정말 악마의 유혹 같네. 게다가 입에 넣는 순간, 혀끝에서 사르륵 녹아 사라지고 있어. 그 허무함은 인생 그 자체를 표현한 건가.”
괴테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지만 무언가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허나 절망만으로 인간은 움직일 수 없어. 분명 놀라운 맛이지만 그것으로 끝낸다면······.”
그렇지만 케인첼이 만든 아이스크림에는 작은 트릭이 숨겨져 있었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어느 정도 먹자, 그 안에 파묻혀 있던 보석 아이스크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괴테의 손이 흥분으로 떨렸다.
“······거, 검은 대지가 무너지자 새하얀 희망이 모습을······. 이, 이건 도대체······.”
케인첼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애초에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부터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두었다. 먼저 보석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초콜릿 아이스크림으로 그것을 덮은 것이다.
거기까진 케인첼의 노림수였다.
그런데 괴테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악으로 물든 대지에 피어난 희망······.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이 결국 해답을 손에 넣은 건가······.”
결국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괴테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래, 바로 이거야!”
괴테는 흥분한 표정으로 종이 위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 년 동안 채 한 줄도 적지 못했던 신작의 원고였다.
케인첼은 괴테와 조마경을 번갈아가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6성급 디저트 ‘악마의 유혹처럼 달콤한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완성되었습니다.]괴테의 입에서는 단 한 번도 맛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괴테는 자신이 만든 디저트를 먹고 새로운 영감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이보다 더한 찬사가 어디 있을까.
케인첼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괴테의 상태가 저래서야 음식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
며칠이 지나고 베루스에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다.
거기에는 백 골드의 가치를 지닌 어음과 함께 ‘악마의 디저트’라는 짤막한 글이 적혀 있었다.
한 접시의 디저트를 먹고 새로운 작품의 영감을 얻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일종의 근황 보고로, 다음 주에 발매될 젠틀맨스 매거진에 실린다고 한다.
괴테의 신작을 기다리던 팬들이라면 누구나 흥분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할 소식이었다.
악마의 디저트에는 몇 번이나 악마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어렵지 않게 괴테가 집필하고 있는 신작이 악마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독자들을 흥분시킨 것은 괴테에게 이 정도로 강렬한 영감을 준 디저트의 정체였다.
“혹시 젠틀맨스 매거진 보셨소?”
“당연히 봤지요. 괴테 선생님이 드디어 신작을 쓰기 시작했다면서요. 무슨 디저트를 먹고 영감을 얻으셨다고······.”
“악마의 유혹처럼 느껴질 정도로 쌉쌀하면서도 달콤하게 입안에서 녹아 내렸다지. 그 문장을 읽으면서 어찌나 입에 침이 고이는지, 미치는 줄 알았소.”
“괴테 선생님도 정말 성격이 나쁩니다. 도대체 무슨 디저트인지 적어 주셨으면 이렇게 찾아 헤매고 다닐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게 그분의 매력 아니겠소.”
한동안 브리타니아 상류층에선 저 녹아내렸다는 표현이 사실인지, 과장인지 논란이 되었다.
“보통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까. 분명 그런 뜻 아니겠습니까.”
“괴테 선생님이 직접 여행을 다니면서 적은 글인 마르파시노 여행기를 보면 몇 번이나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저건 말 그대로 입 안에서 녹아내린 겁니다.”
“그런 음식이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괴테의 팬들은 무도회장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격렬하게 토론을 벌였다.
결국 그것은 주먹다짐으로까지 번졌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귀족 영애가 그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끼어들었다.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디저트라면 있어요!”
그러자 격렬하게 싸우던 남자들이 정색하며 외쳤다.
“무, 무엇이오!”
“레이디! 그 입 안에서 달콤하게 녹는다는 디저트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귀족 영애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대답했다.
“얼마 전에 시티즌에 있는 친구에게 방문했다가 그런 디저트가 있다는 것을 들었어요. 분명 이름이······.”
“이름이?”
“······아이스크림이라고 했어요.”
그렇게 아이스크림이라는 이름은 브리타니아의 수도인 브리튼에까지 퍼져 나갔다.
@
윌슨 시장은 심장이 터질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시티즌에서는 10년 째 여름과 겨울마다 축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매년 참가자가 줄어들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단숨에 뒤엎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으하하, 그래? 엉덩이 무거운 귀족 분들께서 이번 겨울 축제에 참석 하겠다고 서신을 보냈다고?”
“다들 괴테 선생님이 극찬했다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합니다.”
“당장 베루스에 가서 이 소식을 전해라! 예상보다 훨씬 잘 팔릴 것 같으니 넉넉하게 만들라고!”
“알겠습니다.”
시티즌에 방문하겠다는 대귀족만 수십 명이었다.
한 번만 와 달라고 사정 할 때는 답장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던 사람들이 먼저 오겠다고 하고 있었다.
“내 이렇게 대박이 날 줄 알았다니까. 게다가 그 거지같은 노점상 놈들이랑은 달리 세금도 꼬박꼬박 내 주고 말이지. 분명 아이스크림은 얼음으로 만든다고 했지? 냉빙고를 더 크게 확장해야겠군.”
윌슨 시장에게는 하나의 숙원이 있었다. 시티즌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상업 도시. 당연히 도시를 대표할 특산품이 없었다.
아이스크림의 인기가 계속된다면 분명 그 소원이 이루어지리라.
그렇게 세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공개될 겨울 축제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가 아이스크림의 인기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노점상들의 대표인 길버트는 잔뜩 구겨진 얼굴로 책상을 내리쳤다.
“도대체 아이스크림의 레시피를 훔치는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거기 오너의 눈치가 상당합니다. 염탐이라도 하려고 숨어들면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어떻게 해서든 겨울 축제 전까지는 아이스크림의 레시피를 얻어야 합니다. 안 되겠군요. 알게디님에게 부탁해 봅시다.”
“치, 칠죄신교이신 그분 말입니까?”
길버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었다. 노점상 연맹이 시티즌에서 이렇게 설치고 다닐 수 있는 것은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예. 그분들의 도움은 가능하면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지금 물러난다면 앞으로 시티즌에서 활동하기 힘들 겁니다.”
길버트는 조용히 새장을 열어 까마귀를 날려 보냈다. 저것은 어둠을 통해 알게디에게 자신들의 소식을 전할 것이다.
지금까지 망하게 만든 수많은 음식점처럼.
베루스 또한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리라.
한겨울의 아이스크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