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8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86화(8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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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루스를 빠져나온 그림자는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 시티즌의 뒷골목을 달렸다.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으니 아지트로 돌아가 태세를 정비하리라.
그렇게 생각한 케인첼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림자의 뒤를 밟았다.
그런데 그림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여기는 방금 지나갔던 장소인데.’
시티즌의 뒷골목은 구역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말 그대로 미로 같은 형태.
그곳을 빙글빙글 도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미행정도는 떨쳐 낼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그림자에게는 케인첼의 오러가 붙어 있다.
‘정말 신중하네. 머랭을 붙여두지 않았으면 벌써 몇 번이나 놓쳤을 거야.’
“······?!”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변했다.
아무것도 없는 뒷골목에 도착한 그림자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자신의 미행이 들키기라도 한 것일까.
슬슬 머랭의 유지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지금 놓친다면 끝장이다.
결국 케인첼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으며 숨어있던 건물에서 뛰어 내렸다.
그러자 그림자가 경악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아무래도 추적을 알아차리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갑자기 방향과 속도를 바꿔 달리는 것 또한 평상시의 귀환 루트라는 건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일까.
케인첼은 태연하게 말했다.
“손님. 음식을 드셨으면 돈을 내고 가셔야지요. 이렇게 도망치시면 어떻게 합니까.”
“무슨 개소리야?”
“주방에서 음식을 훔쳐 드시지 않았습니까. 먹을 거라곤 밀가루 밖에 없었을 텐데요. 다음부터는 제대로 된 음식점을 털기 바랍니다.”
온통 새까맣게 보인다 했더니, 상대는 검은 복면을 쓰고 있었다.
복면인은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검신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 있는 시미터였다.
“으하하! 누군가 했더니 베루스의 오너잖아? 며칠 동안 허탕 쳐서 슬슬 누구 한명 납치라도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이거 먹잇감이 제 발로 걸어왔네.”
“일단 그 복면이나 벗고 마저 이야기를 해 볼까요.”
“요즘 돈 좀 번다고 비싼 칼을 산 것 같은데. 식칼이나 휘두르던 사람이 그런다고 누가 쫄 것 같아? 뭐, 팔 한 짝 없다고 해도 입만 달려 있으면 말은 할 수 있겠지.”
복면인은 시미터를 쥐고 케인첼을 향해 돌진했다. 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상대가 칼을 뽑은 이상 봐줄 필요는 없다. 케인첼은 호흡을 멈추고, 자세를 최대한 낮췄다.
양발과 허벅지에 오러를 집중 시키자 순식간에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부스터!’
그대로 땅을 박차자 마치 활대를 떠난 화살처럼 복면인을 향해 케인첼의 몸이 발사되었다.
“컥!”
승부는 한 순간으로 끝이었다.
제법 실력에 자신이 있어 보였던 복면인은 케인첼의 일격을 막지 못했다.
“다시 한 번 같은 말을 하게 하면. 이번엔 검이 아니라 팔을 노릴 겁니다.”
“무, 무슨 요리사가 이렇게 강해!”
“요즘 제대로 요리하려면 오러 정도는 기본이라는 것도 모르십니까?”
복면인은 분하다는 듯 침을 뱉으며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다. 그러자 손바닥 전체를 감싸는 문신이 보였다.
“이것까지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케인첼은 저것과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신체에 마법 각인을 새겨 넣고, 그것을 파괴하는 것으로 강력한 마법을 발동시키는 기술.
안타레스가 사용하던 것과 같은 종류였다.
그렇지만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파괴 하는 것은 보통 미치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다.
복면인은 손가락을 꺾기 직전, 아주 잠시 손을 멈췄다.
그것이 기습을 할 틈을 만들어 주었다.
케인첼은 땅을 박차고 복면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대로 복면인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마치 샌드백을 때린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며 복면인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쳇, 만약 거리가 조금만 더 떨어져 있었어도 마법 각인이 발동 했을 거야.”
의외로 복면인의 뒤에 거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케인첼은 기절한 복면인을 들쳐 엎고 베루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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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을 벗겨내자 눈에 익은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람······.”
“어? 형님이 아는 사람이었어요?”
숫돌에 칼을 갈고 있던 지크가 물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복면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캐낼 시간이었다.
“지난여름에 한번 본 적이 있는 얼굴입니다. 분명 길거리에서 꼬치구이를 팔고 있었죠.”
유난히 맛이 없어서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 노점상 쪽 사람이네요. 역시 아이스크림의 레시피를 노리고 있던 것은 그 놈들이었어요.”
거기까지는 케인첼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내용.
그렇지만 상대의 몸에서 마법각인이 발견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케인첼은 기절한 복면인의 손을 가리켰다.
“지크 씨. 저기에 있는 문신 보이십니까.”
“흐음. 조금 독특하게 생겼네요?”
“예전에 저것과 비슷한 형태의 문신을 본 적이 있습니다. 칠죄신교의 안타레스라는 자가 저것을 이용해 고위 마법을 발동시키더군요.”
“치, 칠죄신교의 기술을 쓰고 있다고요? 고작해야 노점상 주인이잖아요?”
“칠죄신교는 중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라고 했습니다. 아직까지 뒷 세계에선 그들의 영향력이 크다고 봐야겠죠.”
케인첼은 조금 더 자세히 복면인의 손에 새겨져 있는 마법 각인을 살폈다.
분노 그 자체를 형상화 한 것 같은 안타레스의 마법각인에 비하면 너무나 조잡해 보인다.
“한동안 시티즌에 머물 생각이니 가능하다면 마법 각인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주시겠습니까.”
“알겠어요, 형님! 저만 꽉 믿고 계세요! 그런데 저놈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저에게 맡겨 주시면 첫사랑 이름까지 불게 만들어 둘게요.”
상대가 단순히 노점상 연맹뿐이라면 그래도 괜찮다.
그렇지만 마법 각인을 확인한 이상 조금 더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어쩌면 브리타니아에 퍼지고 있는 전염병과 무언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케인첼은 복면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곳에서 칠죄신교의 흔적을 발견하다니.’
“최대한 외상은 남기지 않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형님! 말밥이죠!”
지크는 마치 원하던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처럼 웃었다.
그리고 복면인과 함께 창고로 들어갔다.
한동안 돼지라도 잡는 것 같은 비명이 울려 퍼지나 싶더니 만족한 표정의 지크가 걸어 나왔다.
“뭐, 쓸 만한 정보라도 나왔습니까?”
“에휴! 쥐뿔도 모르던데요? 손에 새긴 문신도 대빵이 새기라고 시켜서 새겼답니다.”
“대빵?”
“노점상 연맹의 대표 말이에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으려면 그 놈을 잡아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형님 말대로라면 그 자는 굉장히 신중한 사람이에요.”
복면인이 사라졌다는 것을 안다면 지금보다 더욱 경계 태세를 올릴 것이다.
아예 시티즌에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그 자를 잡을 수 있을까.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케인첼은 손가락을 튕겼다.
“지크 씨. 올 여름에 저를 습격했던 동급 용병에 대해 알고 계시죠?”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제가 그놈들을 고용한 놈들이 노점상 연맹이라는 사실까지 밝혀냈잖아요.”
“그렇게 보면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때는 용병을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자신의 손발이라고 할 수 있는 노점상 연맹을 움직였을까요. 이번에도 용병을 사용했다면 더욱 안전 했을 텐데요.”
“훨씬 중요한 사안이라서가 아닐까요?”
케인첼은 지크를 바라보면 씨익 웃었다.
“분명 대빵이란 사람은 일의 중요도에 따라 사용할 말을 고르는 타입일 겁니다. 아주 중요한 일. 그리고 절대로 안전한 상황일 때만 직접 움직이겠죠.”
지크는 감동한 것처럼 온몸을 떨었다.
“크흑······. 이런 것이 제자의 성장을 바라보는 스승의 심정이란건가요. 조금만 더 배우시면 탐정으로 일하셔도 되겠어요!”
상대의 성향을 안다면 그를 붙잡을 함정을 팔 수 있다.
창고에 가자 복면인이 눈을 뜬 채로 기절해 있었다. 엄청나게 무서운 것을 본 얼굴이었다.
“분명 메모리얼 커터라는 마도구를 가지고 있었죠?”
“호우! 언제라도 사용 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메모리얼 커터는 지크가 애용하는 마도구였다. 그것으로 털을 밀면 자라는데 걸린 시간만큼의 기억을 없앨 수 있다.
복면인의 얼굴을 확인하자 오늘 아침에 면도를 한 것인지 턱 전체가 새파랬다.
돋아나기 시작한 수염 몇 개가 눈에 띄었다.
“지크 씨. 메모리얼 커터를 잠시 빌려주시겠습니까.”
“예! 형님!”
케인첼은 면도칼을 들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을 사용하면 오늘 벌인 추격전은 물론, 지크가 한 고문까지 전부 복면인의 기억에서 지울 수 있으리라.
“원하는 것을 줘야지. 그럼 나오지 않고는 못 참을걸.”
사악! 싸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복면인의 얼굴이 더욱 말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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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인은 깨질 것처럼 아픈 머리를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 여기는······.”
그가 누워 있던 장소는 인적이 드문 뒷골목의 쓰레기더미 위였다.
한 손에는 비어 있는 술병. 그리고 몸에서는 코가 썩을 정도로 독한 술 냄새가 났다.
“······아뿔사.”
그제야 복면인은 상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길버트의 명령을 받고 아이스크림의 레시피를 훔치기 위해 베루스를 염탐하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몹시 곤란한 상황이었다.
며칠 동안 한 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
아무래도 잠을 청하기 위해 술을 마셨는데, 그것이 조금 과했던 모양이다.
복면인은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이런 모습을 길버트에게 들킨다면 엄청난 문책을 받게 되리라.
어떻게 해서든 오늘 안에 아이스크림의 레시피를 훔쳐내고야 말리라.
그렇게 다짐한 복면인은 조용히 베루스의 주방으로 숨어들었다.
베루스는 여전히 수많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복면인은 이를 갈았다.
“젠장, 아이스크림의 레시피만 있으면······.”
그런데 베루스의 주방이 평소보다 시끄러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올백 머리의 남자가 일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신참 요리사인 것 같았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뭐야! 분명 아침까지 오늘 팔 아이스크림을 냉빙고에서 가져다 두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가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아이스크림은 냉빙고에서 밖에 만들 수 없어! 간 김에 내일 팔 것까지 잔뜩 만들어 놓으라고!”
냉빙고라는 말에 복면인의 눈이 번쩍 떠졌다. 설마 그런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었을 줄이야.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복면인은 올백머리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드디어 원하던 레시피를 손에 넣을 때가 된 것이다.
“갔군.”
주방 안에서 악덕 오너 연기를 하고 있던 케인첼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다행히 복면인은 예상대로 움직여 주었다.
이제 냉빙고로 간 지크는 아주 엉터리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시작하리라.
그것을 본 복면인은 아이스크림의 레시피를 알아냈다며 보고를 하겠지.
냉빙고는 얼음을 보관하기 위해 지하 깊숙한 곳에 만든 창고의 일종이었다.
그것이 만들어지고 귀족들은 한여름에도 얼음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얼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장소.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감쪽같이 속으리라.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노점상 연맹 측에서 어떠한 움직임을 보여주겠지.’
한 번도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프렐리아의 외모는 유명했다.
그녀가 처음으로 참석하는 무도회. 벌써부터 거기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귀족들이 시티즌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처음으로 세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이다.
과연 그것을 보고도 참을 수 있을까?
굴욕의 율리우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