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87)
요리하는 소드마스터-87화(8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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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굴욕의 율리우스
빵집 연맹의 결성을 축하하는 무도회는 시청의 중앙 홀에서 열렸다.
그만큼 시티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상인들에게 의미 깊은 자리라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무도회에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근처에 살고 있는 귀족들.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프렐리아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드레스로 몸을 감싼 귀족 부인들이 부채를 휘두르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우면 잠들어 있는 모습만으로 매일 밤 수많은 신사 분들을 잠들지 못하게 한 걸까요?”
“듣기로는 요정족인 엘프보다 더 아름답다고 하던데요.”
“아무렴 그 정도일까요.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 아니겠어요? 실제로 보면 그저 조금 예쁜 정도겠죠.”
“그러기엔 다들······.”
“어차피 식순이 되면 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보다 시청에서 진행하는 무도회라 그런지 역시 볼 게 없네요. 아무리 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라지만 저 평민들이나 먹는 음식은 뭐죠?”
“그러게요. 이 샴페인은 쓰기만 하고 아무런 향도 느껴지지 않네요.”
귀족 부인들의 이야기는 프렐리아에서 어느새 무도회에 나온 음식으로 이어졌다.
프렐리아도, 음식에도 관심이 없는 남자들은 어느 한 사람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율리우스 경. 소드나이트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허허허! 이토록 젊은 나이에 소드나이트라니! 제국의 미래는 율리우스 경 같은 젊은이들의 어깨에 달려 있소. 분명 콘라드 백작 또한 경의 성과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오.”
“하하하!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계속되는 칭찬에 율리우스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폈다. 그러자 소드나이트임을 증명하는 훈장이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와의 결투에서 패배한 이후. 율리우스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가문으로 돌아가 세상과 단절한 채 수련에 매진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것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수련 기사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율리우스에게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율리우스 경은 오러 소드에 화기를 담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열심히 검을 수련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염제 말이군요. 물론입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율리우스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심호흡을 해야 했다.
뭐? 염제를 쓰고 싶다고?
그것은 콘라드 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특별한 마나 연공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염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오러가 소모된다.
그동안 먹어치운 마정석을 얼마였던가.
지금이라면 기사양성소 최강이라 불리던 빈센트와 싸우더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문득 자신을 쓰러트리고 웃던 케인첼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시 만난다면 이제는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된 염제로 뭉개 주리라.
그때, 무도회장의 구석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남자가 눈에 띄었다.
묘하게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귀족들이 수군거렸다.
“자유 기사라. 역시 소드 나이트도 되지 못한 떨거지답군요.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구석에 숨어 음식이나 주워 먹고 있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율리우스 경만 아니었어도 이런 급이 떨어지는 무도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율리우스 경은 역시 프렐리아 영애의 기사를 노리고 계신 겁니까?”
“기사가 된 이상, 충정을 바칠 레이디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누구보다도 기사다우신 율리우스 경과 만난다면 프렐리아 영애도 첫눈에 반할 겁니까.”
율리우스는 사실 프렐리아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번 무도회에는 수많은 젊은 기사들이 참석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프렐리아의 기사가 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들을 제치고 자신이 프렐리아의 기사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기사가 된 남자는 레이디에게 검을 바침으로서 충정을 맹세 할 수 있다.
그때 염제가 담긴 오러 소드를 뽑아낸다면 자신의 실력을 모두에게 공개할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이 이 자리의 주인공이 되리라.
마침 타이밍 좋게 등장한 시종이 나팔을 불며 누군가의 입장을 알렸다.
“그렉시아 웰라이드 백작님과 그 영애 프렐리아 양이 입장하십니다!”
그와 동시에 무도회장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커다란 문이 열리고 웰라이드 백작과 함께 프렐리아가 걸어왔다.
그녀를 바라본 사람들은 눈을 의심해야 했다.
“세상에······. 저게 인간의 외모라니······.”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이 샹들리에의 불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그 아래에 있는 얼굴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
입고 있는 것은 아무런 장식도 달려있지 않은 검은색의 이브닝드레스.
그렇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녀의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프렐리아는 천천히 무도회장을 가로질러 상석으로 걸어갔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꿀꺽······.
율리우스는 침을 삼키며 속으로 욕을 했다.
프렐리아의 외모를 묘사하는 소문이라면 수없이 많이 들어 보았다.
그렇지만 그 어떤 미사여구도 그녀의 외모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프렐리아는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렇게 빵집 연맹의 결성을 축하하기 위한 무도회에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빵집 연맹이 만들어지게 된 경위와 앞으로의 행동 방침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사교 무대에 처음 섰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한 모습.
몇 달 동안 죽어라 연습한 보람이 느껴졌다.
“그럼 여러분들을 위해 술과 음식을 준비해 두었으니 마음껏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저곳에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켜보고 있던 웰라이드 백작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으로 프렐리아는 백치라는 오명을 완전히 씻을 수 있게 되었다.
프렐리아가 단상에서 내려오자 모여 있던 남자들이 춤을 청하기 위해 다가왔다.
율리우스는 그들을 밀쳐내고 프렐리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레이디 프렐리아. 저는 콘라드 백작의 장남이자 소드나이트인 율리우스라고 합니다. 춤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아, 율리우스 경. 경의 용맹함은 소문으로 많이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자 모여 있던 귀족들이 수근 거렸다.
“젠장, 선수를 빼앗겼군. 프렐리아 영애에게 가장 처음 춤을 청하고 싶었는데······.”
“콘라드 가라고. 괜히 거슬려서 좋을 거 없어.”
“쳇.”
프렐리아는 생긋 웃으며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죄송해요. 이미 선약이 있어서요. 두 번째라도 괜찮으시면 춤을 추시겠어요?”
“두, 두 번째 말씀이십니까.”
율리우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감히 누가 자신보다 먼저 프렐리아와 춤을 춘단 말인가.
프렐리아는 마치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예, 저에게 너무나 큰 선물을 준 친구예요. 아참, 깜빡 할 뻔했네요. 제 친구인 케인첼이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해요.”
“케, 케인첼?!”
너무나 익숙한 그 이름에 율리우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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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접시 가득히 엠파나다를 담으며 한숨을 내 쉬었다.
전체적으로 요리의 수준이 너무 낮았다.
‘3성급조차 거의 찾아보기 힘드네.’
귀족들이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엠파나다는 고기나 생선, 야채 등으로 속을 채운 파이의 일종이었다.
안에는 소금으로 절인 대구와 건포도가 듬뿍 들어 있다.
‘도대체 어떻게 구운 것인지 비리기만 하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은데.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아무리 브리타니아에서 미식이 천대받고 있다 해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케인첼은 차려져 있는 음식을 꾸역꾸역 입에 집어넣었다.
이런 음식이라도 먹어두면 다 경험치가 되어 돌아온다.
그나마 조갯살을 올린 핀초는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 한 입 크기로 자른 바게트 빵에 마늘 소스와 조개를 올려 구운 것이다.
까맣게 태우지 않는 이상 맛없기 힘든 요리였다.
정신없이 요리를 먹고 있는 사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제 친구인 케인첼이 이 자리를 축하해 주기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해요.”
고개를 돌리자 프렐리아가 자신을 바라보며 생긋 웃고 있었다.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는 누군가가 눈에 띄었다.
‘뭐야, 율리우스잖아? 양성소를 나가서 뭘 하고 있나 했더니, 이런 곳에서 놀고 있었군.’
케인첼은 눈을 부릅뜨고 있는 율리우스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인 후, 단상으로 걸어갔다.
모여 있던 젊은 기사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아까 구석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자유기사잖아? 그런데 프렐리아 영애의 친구라고?”
“잠깐만. 케인첼이라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설마, 아이스크림?”
율리우스는 자신이 받아야 할 관심을 빼앗아간 케인첼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몸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젠장, 저 자식이 어떻게······.”
단상에 선 케인첼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제 친구 프렐리아가 사교계에 데뷔하는 아주 기쁜 날입니다. 그 자리를 축하해 주기 위해 작은 선물을 마련했으니 모두 함께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아름답게 장식된 아이스크림이 담긴 접시 수백 개가 들어왔다.
그제야 사람들은 단상에 서 있는 사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 사람이 베루스의 오너······.”
아이스크림을 받아든 귀족들은 스푼을 타고 전해지는 냉기에 깜짝 놀랐다.
비슷한 디저트라면 많이 먹어 보았지만, 이런 식으로 얼어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딸기와 바닐라, 그리고 초콜렛 맛이 준비되어 있으니 취향에 맞춰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케인첼은 기사의 예를 갖춰 인사를 하며 상석에서 내려왔다.
접시를 받아든 귀족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마치 눈으로 된 작은 성이 솟아나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나는 바닐라로 하겠소.”
“저는 딸기요.”
“초콜릿이 좋겠군.”
앞 다투어 원하는 맛을 받아든 귀족들은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입안에 집어넣자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서늘함과 함께 부드럽게 녹아드는 단맛이 느껴졌다.
“허허······. 이런 디저트가 있다니······.”
“한 가지 맛 밖에 먹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플 정도군요.”
접시에 묻은 아이스크림까지 싹싹 핥아 먹은 귀족이 물었다.
“베루스의 오너······. 아니, 자유 기사이니 케인첼 경이라고 부르는 편이 좋겠군요. 베루스에 가면 이것을 먹을 수 있는 겁니까?”
“베루스에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보석 아이스크림만을 취급할 예정입니다. 세 종류 맛의 아이스크림은 곧 열릴 축제에서 팔게 될 겁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환호성 섞인 감탄이 터져 나왔다.
“꼭 겨울 축제에 참가해야겠군요.”
이제 이 사실은 소문을 타고 브리타니아 전역으로 퍼져 나가리라.
모두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유일하게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율리우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케인첼을 노려보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이 받아야 할 관심을 케인첼에게 전부 빼앗기고야 만다.
자신은 정식으로 작위를 받은 소드나이트였고, 상대는 떨거지인 자유기사였다.
그 위치를 이용한다면 상대를 밑바닥으로 끌어 내릴 수 있으리라.
“케인첼······. 어떻게 자유 기사가 된 것인지는 몰라도, 기사라면 기사다운 일을 해야지 않은가. 그런데 뭐? 아이스크림? 역시 기사양성소에서 취사 지원이나 하던 사람답구나. 가슴에 달고 있는 자유의 날개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제 화난 상대가 결투를 신청한다면 오러 소드를 이용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주면 된다.
그때 케인첼의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던 상인 한 명이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혹시 북부에서 늑대의 왕을 쓰러트렸다는 케인첼 경 아니십니까?”
굴욕의 율리우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