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8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88화(8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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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귀족들까지 주변으로 몰려왔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던 율리우스와 떨거지 취급을 받는 자유기사 케인첼.
그들의 대립을 흥미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세에서 밀릴 수 없다고 생각한 율리우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사, 상인 따위가 뭘 안다고 끼어들어!”
그러자 무도회에 참석해 있던 상인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애초에 이번 무도회는 상인들을 위한 모임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기에 끼어든 귀족들이 불청객인 셈이다.
이야기를 꺼낸 상인의 입에서 한결 무뚝뚝해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적어도 일 년 내내 남부에만 계시는 분들보다는 지방의 정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러자 다른 상인 몇 명이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로렌초 대행수님의 말이 맞습니다. 아참 저희는 마정석 매입을 위해 얼마 전까지 북부에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케인첼 경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소문은 많이 들을 수 있었지요.”
대행수라는 말에 율리우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상단의 주축이 되는 행수들의 우두머리로, 귀족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상단의 이익을 결정하는 것이 대행수가 얼마나 유능하냐에 달려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3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그런 젊은 나이에 대행수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유능하다는 뜻이다.
구경하고 있던 귀족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상인만큼 소문에 민감한 직업도 없지. 게다가 상단을 대표하는 대행수가 헛소문을 말하고 다닐 것 같지 않으니 저 정도면 신뢰해도 좋지 않겠소?”
“먼저 제 소개부터 하는 것이 먼저 같군요. 큰사슴 상회의 대행수 로렌초 데 메디치라고 합니다.”
큰사슴이라면 케인첼도 몇 번인가 이름을 들어본 상회였다.
마정석을 팔아달라며 접근해 온 적이 있었다.
‘계약금을 제법 높게 부르기에 마정석을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면 혹할만한 조건이었지.’
로렌초는 메디치 자작가의 삼남이었다.
가문을 잇지 못하는 이들이 기사나 상인이 되는 것은 흔한 일.
“허허. 피에로 자작의 아들이었구려. 도대체 북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소?”
로렌초 대행수는 가볍게 목례를 해 보인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들 칠죄신교에 대해서 잘 아시리라고 봅니다.”
“그 추악한 배신자들의 이름을 어떻게 잊겠소!”
“그들 중에 늑대의 왕을 자처하는 웨어 울프가 있습니다. 십년 전에 죽은 줄 알았던 그는 새로 생긴 던전에 몸을 숨긴 채 힘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허······.”
“······나도 비슷한 말을 들어 본 것 같군. 칠죄신교가 부활한 것 같으니 주의하라고.”
로렌초의 말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귀족들까지 귀를 기울이며 경청할 정도였다.
“만약 그것이 성공했다면 분명 북부에는 엄청난 피바람이 몰아쳤을 겁니다. 여기 계신 케인첼 경의 활약이 있었기에 그를 쓰러트릴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가 계속되어 봐야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은 나오지 않으리라.
율리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케인첼의 가슴에 달려 있는 반쪽짜리 날개를 보십시오! 만약 그만한 공을 세웠으면 제대로 된 훈장을 받아야지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저 열등생 자식이 자유 기사가 된 것 부터가······.”
로렌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율리우스에게 다가갔다.
“케인첼 경은 필립스 변경백님에게 자유 기사의 날개를 하사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그저 기사도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하더군요.”
“피, 필립스 변경백의 훈장이라고?!”
기사로서 변경백의 훈장을 받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었다. 그것을 그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했다며 거절했다니.
구경하고 있던 귀족들의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자유기사 케인첼이라. 기억해 둬야겠군.”
로렌초는 율리우스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그런데 묻고 싶군요. 아까부터 작위니 공이니 하시던데, 그러시는 율리우스 경은 지금까지 얼마나 대단한 위업을 쌓으신 겁니까?”
율리우스의 얼굴이 굴욕으로 일그러졌다.
자랑스럽게 가슴에 달고 있던 훈장이 마치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드나이트가 되었다는 증표일 뿐이다.
결코 공을 세워서 받은 것이 아니다.
양성소를 떠난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저 열등생 자식이 어느새 자유 기사가 되었으며, 필립스 변경백에게 훈장까지 받을 정도로 큰 공을 세웠다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다, 다들 저 열등생 자식한테 속고 있는 겁니다! 제가 저놈이랑 같은 양성소를 나와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저 놈은 3년 동안이나 검을 휘둘렀음에도 레벨이 하나도 오르지 않은 쓰레기 같은 자식입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율리우스는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로렌초는 율리우스와 케인첼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더욱 대단한 일 아닙니까? 아무런 재능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결국 자유 기사가 되었고. 누구보다도 훌륭히 기사도를 수행했습니다. 이쯤 되니 존경스런 마음마저 드는군요.”
“흐끄으으으윽······.”
도저히 변론한 구석이 없을 정도로 깔끔한 의견이었다.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존경의 시선을 보내고 있던 수련 기사조차 율리우스를 외면했다.
“율리우스 경이 저런 성격이었을 줄이야······.”
“······아무래도 케인첼 경에게 대신 사과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상대는 무려 스타니스 기사양성소 최악의 열등생이라 불리었던 케인첼이다.
앞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율리우스의 입장에서는 걷어차면 멀리 날아갈 돌멩이 같은 존재여야 했다.
율리우스는 끼고 있던 장갑을 만지작거렸다.
운 좋게 공을 세웠을지는 몰라도, 검술 실력이라면 여전히 자신이 우위에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이, 이렇게 된 이상 결투를······.”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케인첼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율리우스. 한때는 너를 넘어야 할 큰 벽으로 생각했어.’
손바닥이 터지도록 검을 휘둘러도 변하지 않는 레벨과 스테이터스.
그런 케인첼에게 하루가 다르게 강해져가는 율리우스는 하늘에 떠 있는 별과 같은 존재였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그를 뛰어 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그럼에도 케인첼은 육체를 단련했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인연이 없는 줄 알았던 기연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케인첼은 굴욕으로 일그러진 율리우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이렇게 별 것 아닌 남자였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모여 있는 귀족들을 향해 말했다.
“사소한 다툼으로 즐거워야 할 무도회를 엉망으로 만든 점 사과드립니다. 아, 음식들이 벌써 다 식었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다시 따뜻하게 만들어 놓겠습니까.”
케인첼이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음을 깨달은 율리우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평상심을 잃자 몸을 채우고 있던 오러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이, 이, 열등생 자식이 감히 이 율리우스님을······!”
케인첼은 분노한 율리우스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음식이 담겨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은으로 만든 식기 위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담겨 있었다.
케인첼은 부스터를 이용해 왼손에 오러를 집중 시켰다.
그러자 케인첼의 주먹에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오러 소드가 맺혔다.
구경하고 있던 수련 기사들이 경악했다.
“오, 오러 소드!? 게다가 아무런 무기도 없이 오러 소드를 구현해 냈다니!”
케인첼은 너무나 간단하게 자신이 소드나이트임을 증명했다. 율리우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어떻게 케인첼이 오러 소드를 쓰는 거야? 누, 누가 거짓말이라고 말해 줘······.”
이변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케인첼은 음식이 담겨 있는 식기를 손 위에 올렸다.
그리고 플람베를 발동 시켰다.
오러에 화기를 담을 수 있는 기술 염제Fire Lord.
율리우스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기술이 케인첼의 손끝에서 재현되었다.
차갑게 식었던 음식이 순식간에 데워지며 먹음직스러운 김을 뿜어냈다.
“여, 염제다! 게다가 율리우스 경보다 불길을 다루는 데 훨씬 능숙해 보여!”
검을 겨루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율리우스는 케인첼에게 달려가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염제를 쓸 수 있게 되었지! 말해!”
율리우스는 올해 여름부터 가문의 비전을 맡아 두고 있었다. 만약 그것이 유출되었다면 모든 책임은 율리우스가 져야 한다.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까 전에 열심히 하면 염제를 쓸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하다 보니 되던데요.”
케인첼은 기절 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율리우스를 무시한 채 말했다.
“아무래도 불길 조절이 미숙하여 데우려다가 음식을 다 태워 버렸군요. 바로 주방에 가서 새로운 음식을 내오라고 말하고 오겠습니다.”
“끄으으으윽!”
결국 율리우스는 침몰했다. 그토록 자랑스러워 가슴의 훈장도, 염제도 이제는 너무나 보잘 것 없어 보였다.
말 그대로 굴욕의 율리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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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에서 셰프복을 꺼내 갈아입은 후, 주방으로 향했다.
무도회에 나온 음식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엉망이었다. 도대체 주방의 상황이 어떻기에 저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궁금했다.
그곳의 상황은 처참했다.
마치 태풍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바닥에는 새까맣게 탄 소스가 들어 있는 냄비가 굴러다녔고, 조리대 위에는 정체불명의 찌꺼기가 늘러 붙어 있다.
셰프로 보이는 것은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고 있는 남자 한명 뿐.
그런데 그 모습이 묘하게 눈에 익었다.
“브루노 셰프?”
코코뱅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던 갈리아 출신 셰프 브루노. 그를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브루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케인첼에게 달려왔다.
“호, 혹시 지원을 오신 겁니까?”
아무래도 지금까지 수백 명이 먹을 파티 음식을 혼자 만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케인첼은 조용히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장에 음식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요. 남아 있는 재료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시면 제가 만들어 보겠습니다.”
“후······. 기껏 나와 주신 분께 이런 말씀을 하는 것이 죄송하지만, 그냥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이런 일인 줄 알았으면 아무리 보수를 많이 준다고 해도 맡지 않았을 겁니다······.”
확실히 주방의 상황은 정상이 아니었다.
머리를 움켜쥐며 괴로워하던 브루노가 상황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오늘 무도회에 귀족들이 많이 참석하나 봅니다. 그래서 시장님이 그들의 눈치를 본 것 같습니다. 여기 남아 있는 식재료를 보십시오.”
상자를 열자 다 썩어가는 식재료들이 들어 있었다. 그나마 쓸 만한 것들은 다 사용했고,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들만이 남아 있었다.
“몇 번이나 너무 맛있게 만들지 말라고 강조 하더군요. 그 정도는 간을 약하게 한다거나. 향신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셰프가 제멋대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까봐 이런 식으로 최하급 식재료들만 준비한 것이다.
이런 것으로 그나마 먹을 만한 요리를 만들어낸 브루노 셰프의 실력이 놀라웠다.
“······남은 식재료는 이런 것 밖에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이거로는 도저히 사람이 먹을 음식을 만들 수 없습니다. 고든 선배님이 와도 무리일 겁니다.”
“고든 셰프가 와도 불가능하다고요?”
그 말을 들은 케인첼의 눈이 불타기 시작했다. 주방에 남은 것은 다 썩어버린 식재료들 뿐.
만약 이것으로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어 낸다면 분명 엄청난 경험치를 얻어내리라.
‘역시 내게 어울리는 장소는 이런 곳이야.’
화려한 무도회의 불빛보다 어두컴컴한 주방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잠시 기다려 보시겠습니까. 우선 재료부터 어떻게 해 보겠습니다.”
“어, 그런데 혹시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습니까?”
“손님으로 몇 번 에피큐어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브루노 셰프가 만든 코코뱅은 정말 최고였어요.”
“서, 설마 그때의!?”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식칼을 뽑았다.
엉망이 된 주방에서 새로운 기적이 만들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굴욕의 율리우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