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9)
요리하는 소드마스터-9화(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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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이익!
“뒤로 지나갈게요!”
“아직 번은 멀었소? 배식 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았잖수!”
“케인첼 경! 설거지통에서 대형팟pot좀 꺼내 주세요!”
“바로 갑니다!”
주방의 열기는 뜨겁다.
사람이 부족하고, 만들어야 할 음식이 많았다.
그래도 정해진 시간에 모든 음식은 완성되어야 했다.
케인첼은 가슴에 차고 있는 조마경을 만지작거렸다. 모든 마력을 소모해 충전해 두었다. 앞으로 삼사일 정도는 쓸 수 있으리라.
그의 눈앞에는 사용한 요리 도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지금부터 이걸 전부 닦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케인첼의 눈은 두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쫓고 있었다.
마치 모든 움직임을 머릿속에 새겨 넣기라도 하듯.
‘냄비를 쥘 때는 저런 식으로 해야 하는구나. 아, 셰프복의 소매가 긴 이유가 뜨거운 열기에서 손을 보호하려고 하는 거였네. 소금과 후추는······.’
그렇게 하나씩 주방에 대한 지식이 케인첼의 머릿속에 쌓여갔다.
부쩍 높아진 요리 레벨과 다른 수련 기사들의 훈련 모습을 훔쳐보며 기른 안목이 더해진 결과였다.
원래 세웠던 계획대로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했으리라.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며 나아갈 생각이었는데······. 지금 당장 요리를 해야 할 이유가 생겼거든.’
셰프들을 관리하는 것은 치프인 고든 램볼튼이었다.
주방의 누구라도 그의 허락이 있어야만 요리를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잠깐. 분명 아인켈이 고든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고 했었잖아. 결투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네. 어쩌면 무언가 힌트가 될 수도 있어. 우선 그걸 들어보자.’
모든 요리가 완성되어 배식대에 놓이자 주방 인원들은 겨우 한 숨 돌릴 여유를 찾았다.
“수고 하셨어요!”
“아직 배식이 남긴 했지만 잠시 쉬도록 합시다. 케인첼 경도 거기 계시지 말고 앉아서 쉬쇼. 음? 그건 뭐요?”
케인첼은 김이 올라오는 머그컵을 두 셰프의 앞에 내밀었다.
향기로운 허브차였다.
“피로 회복에 좋다고 해서 한잔 끓여 봤습니다.”
“오, 자스만 차 아니유? 향이 참 좋구만.”
“아직 주방 일에도 익숙하지 않으실 텐데······. 정말 감사히 먹을게요.”
케인첼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독 저항력을 올리려고 만든 건데. 의외로 평이 좋잖아? 어디 보자. 며칠 동안 한 20잔쯤 끓인 것 같은데 슬슬 저항력이 오르지 않으려나.’
엄청난 무력을 지닌 소드 마스터가 독에 당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은 흔한 이야기였다.
그 때를 대비해서 이렇게 조금씩이나마 대비를 해 두는 것이다.
“잘 우려내셨네요. 라임도 넣으셨군요. 상큼한 향과 맛이 정말 좋은데요? 케인첼 경은 다도에도 소양이 있으신가 봐요.”
“하하, 그냥 취미로 조금.”
사실 취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케인첼은 집안은 쫄딱 망해 가진 거라곤 오직 몸뚱이뿐.
결국 숲을 누비며 약초와 허브를 캐다 파는 것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다.
[향초를 사용한 요리를 완성했습니다!] [맹독 저항력이 소폭 상승합니다(+0.1%)]‘아자! 이거로 0.2%!’
그런데 대체 셰프들의 후각은 무어란 말인가.
케인첼은 자스민에 라임을 아주 조금 넣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걸 알아차릴 줄이야.
케인첼은 아인켈 셰프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은근히 말을 걸었다.
“그런데 아인켈 셰프.”
“예?”
“저번에 고든 치프에 대해 이야기 해 주기로 하시지 않았습니까. 문득 궁금해서 말입니다.”
“아하하! 그랬던가요? 일이 바빠서 깜빡 하고 있었네요. 마침 5분 정도 시간도 남으니 간단히 이야기 해 드릴게요. 보통 이런 이야기 까지는 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케인첼 경은 남 같지가 않아요. 주방에 온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참 신기하죠?”
아인켈은 귀족답지 않게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한 케인첼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게다가 일을 마치면 향기 좋은 허브티까지 끓여다 주지 않은가.
앞으로도 계속 주방에 남아주었으면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였음에도 거침이 없었다.
“고든 치프는 황실 셰프까지 한 대단한 분이에요. 아슬란 황제를 위해 요리를 만들었죠.”
“······!”
“놀라셨죠? 왜 그런 대단한 사람이 이런 곳에서 감자나 튀기고 있을까 하고요.”
케인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너무나 놀라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뻔 했다.
설마 고든이 황실 셰프일 줄이야.
제도에서 유명한 케이크 가게를 운영했다는 조프리의 경력만 해도 놀라웠다.
그런데 역시 고든은 한 수 위였다.
‘한 마디로 요리계의 소드 마스터잖아!’
아인켈은 쓸쓸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서 그래요.”
“······보통은 그 반대 아닙니까?”
“후, 어디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할까요? 우리 아슬란 황제 폐하가 대륙을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저도 일단은 귀족입니다. 브리타니아 신성 제국의 제 16대 황제 아슬란 팬드래건. 그 분이야 말로 칠죄종 전쟁에서 인간 측에 승리를 안겨 준 당사자 아니겠습니까.”
칠죄종 Seven Deadly Sins.
속칭 7대 죄악으로 불리는 악마와의 전쟁은 10년 가까이 대륙을 전란으로 몰고 갔다.
그것을 승리로 이끈 것이 아슬란 황제가 이끄는 7명의 소드 마스터였다.
전쟁이 끝난 이후 그들은 성왕과 7대 미덕이라 불리며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었다.
“10년이나 되는 전쟁은 길었어요. 게다가 교만의 왕 루시퍼가 일으킨 대흉년 덕에 극심한 식량부족까지 일어났죠. 그리고 마지막까지 폐하를 괴롭혔던 탐식의 왕 바알제붑의 존재가 아슬란 폐하로 하여금 맛있는 음식은 죄악이라는 생각을 심어 주었지요.”
“그렇다는 것은······.”
“네. 다른 셰프들은 황제에게 최대한 맛없는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다 바쳤어요. 아무런 간도 되어 있지 않은 허여멀건 한 오트밀 죽. 설익은 생선 파이. 반쯤 태워먹은 빵. 오히려 그것 때문에 폐하의 인기는 더욱 올라갔죠. 신민들은 굶주리고 있는 자신들을 불쌍히 여겨 폐하가 저런 음식을 먹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건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게 설마 탐식의 왕에 대한 적의였을 뿐이라니······.”
아인켈은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시면 안 돼요. 잘못하면 반역죄로 단죄를 받을 수도 있거든요.”
“당연하죠. 그런데 어째서 고든 치프가 황실에서 쫓겨난 겁니까?”
“치프는 마지막까지 일부러 맛없는 음식을 만들라는 황제의 명에 따르지 않았어요. 당연하게도 다른 셰프들은 고든 치프가 만든 요리가 황제의 식탁에 오르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죠. 결국 치프가 만든 요리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쳐 박혔어요.”
“······.”
“그러다 결국 사건이 터진 거예요. 셰프들이 단체로 식중독에 걸렸지 뭐에요. 아마 점심에 먹은 음식재료가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이딴 음식을 입에 쳐 넣느니 차라리 염소 똥을 먹겠다던 고든 치프만이 무사했죠. 그리고 결국 고든 치프는 몇년 만에 황제 폐하가 드실 음식을 만들게 되었어요. 모두가 이번만은 고든 치프가 한 수 접어 줄 거라 생각했죠. 그러나 아니었어요.”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나 보군요.”
“예. 너무나 완벽한 ‘에스토파도 데 테르네라’를 만들어 황제 폐하의 식탁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후우······.”
케인첼은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고든이 느꼈을 좌절감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몇 년 동안이나 아무도 먹어주지 않는 음식을 만들었다는 거잖아. 그거······. 완전······.’
고든은 케인첼이었다.
그리고 케인첼이 고든이었다.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두 사람.
그렇지만 고든의 마음을 침식한 절망을 케인첼은 알고 있었다.
바로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그랬으니까.
‘······겨우 찾아냈다. 이 방법이라면 내가 요리를 할 있도록 고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
케인첼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든이 있는 휴게실로 걸어갔다.
그러자 깜짝 놀란 아인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 케인첼 경! 어디 가십니까! 지금 들으신 이야기는 치프에겐 비밀이에요!”
“아, 별 일 아닙니다. 그저 갑자기 저도 요리가 하고 싶어져서 말입니다. 고든 치프에게 허락 맡으러 갑니다.”
“그, 그게······. 무, 무슨!”
벌컥!
방 안에 있는 쇼파 위에 고든 램볼튼이 누워 있었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냐, 꼬마.”
이른 시간임에도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진한 럼주 냄새가 풍겼다.
케인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셰프. 저도 요리가 하고 싶습니다.”
깜짝 놀라 뒤따라 들어오던 조프리와 아인켈은 입을 벌리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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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개소리지. 케인첼, 당신은 고작해야 취사지원일 뿐이야. 식재료 손질, 다 쓴 요리도구의 세척. 그리고 배식 정도만 하면 그 뿐이다. 그런데 요리? 하!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당연한 반응이었다. 케인첼은 주방에서 일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신입 중의 신입이었다.
그런데 요리를 한다고? 10년은 이르다.
“물론 아무런 조건 없이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내일 저녁까지 제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만들어 오겠습니다. 그것을 드신 후 제가 요리를 만들 자격이 있는지 심사해 주십시오.”
그러자 겨우 정신을 차린 두 셰프가 한 마디씩 말을 남겼다.
“하하하! 케인첼 경도 차암! 죄, 죄송합니다, 치프······. 아무래도 경이 조금 피곤했나 봅니다. 자자 나오세요. 내일 쓸 감자나 깎으러 가시죠.”
“크, 크흠! 거참. 배짱 하나는 두둑한 친구요. 고든 치프. 어디 한번 시켜나 보는 것이 어떻수?”
재미있게도 조프리와 아인켈의 반응이 정 반대였다.
고든은 두 셰프에게 끼어들지 말라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흠. 요즘 식재료 준비는 전부 꼬마가 한다고 했지?”
“예, 치프.”
“칼 솜씨는 그럭저럭 봐 줄만 했다. 그런데 요리를 만든다고?”
“조금이라도 맛이 없으면 바로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재료는 오늘 사용 하고 남은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고든은 단호했다.
“안 된다. 네가 요리를 하면 저기 있는 두 셰프는 뭐가 되겠나.”
주방은 철저하게 서열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셰프에겐 셰프가 할 일.
취사 지원에겐 취사 지원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럼 두 세프에게 허락을 맡으면 됩니까?”
고든은 우묵한 눈으로 케인첼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음. 두 셰프의 허락을 맡을 정도라면 한 번쯤은 허락을 해 주도록 하마.”
그러자 조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상관 없수다. 만약 엄청 맛없게 만들어지면 한번 비웃어 주고 끝내면 되지 않겠수.”
오히려 케인첼에게 호의적이었던 아인켈이 반대를 했다.
“저도 치프의 의견에 동의해요. 주방에는 서로 해야 할 일이 나누어져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그러자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아인켈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아인켈 셰프. 저번에 일을 도와준 답례를 해 주기로 하지 않았던가요. 따님이 엄청 기뻐하셨다고 했죠?”
“으, 윽······.”
결국 두 셰프에게 허락을 받은 케인첼은 단 하나의 요리를 만들 자격을 얻어냈다.
그것을 먹은 고든의 허락이 떨어지면 케인첼은 앞으로 주방에서 요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인켈은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제로겠지요.”
고든은 그 황제의 명령조차 거역한 맛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까다로운 셰프다.
그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은 조프리와 아인켈도 열 번에 한 번 정도였다.
그렇지만 케인첼에겐 단 한번만 쓸 수 있는 비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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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에게 던진 도전장이 받아들여졌다.
케인첼은 요리를 만들고. 고든은 그것을 먹는다.
고든의 입에서 맛있다는 말이 나오면 케인첼의 승리.
승산은 낮았다. 싸워 이겨야 할 상대가 승부의 판정을 하는 것이다.
그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으면 무조건 케인첼의 패배다.
모든 수련 기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율리우스와의 대결이 시작되기 3주 전.
케인첼은 취사실에서 전직 황실 셰프 고든의 입을 만족시키기 위한 결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선 필요한 식재료들을 하나하나 공들여 손질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도마 위에 올렸다.
테이블 위에는 양지머리와 올리브유. 잘게 다진 양파와 소금, 후추, 밀가루.
당근과 레드 와인 한 병. 그리고 와인으로 만든 식초.
거기에 월계수잎과 정향, 왕국에서만 난다는 작은 고추까지 필요한 식재료 들이 하나씩 놓여기 시작했다.
주방에 들어온 지 일주일 된 신참과 고든 치프의 요리 대결.
그것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던 아인켈은 재료들을 보더니 비명을 질렀다.
“케, 케인첼 경······. 서, 설마······. 그 요리를 만들 생각이에요!?”
케인첼은 대답하는 대신 씨익 웃었다.
식칼을 잡은 지 고작 일주일.
신참 중에 신참인 자신이 고든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이 요리밖에 없었다.
끝내주는 스테이크를 굽는 방법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