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9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90화(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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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장 폭주하는 마법 각인
무도회에 참가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참가자는 몇 시간 동안이나 무거운 예복을 입고 춤을 춰야 한다. 그것은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몇몇 영애들은 몸매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옷을 입기 위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잘 익은 고기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를 맡자 자신도 모르게 입에 침이 고이고 있었다.
꼬르륵-
“꺅! 죄, 죄송해요! 잠시 샴페인 한 잔만 가져 올게요.”
결국 참지 못한 귀족 영애 한 명이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로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러자 벌써 발 빠른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먹고 있었다.
“고기가 정말 잘 구워졌어. 게다가 작은 스푼 위에 허브와 같이 한입 크기로 올려둔 점이 좋군. 아주 우아해.”
“아스파라거스 구이도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군요. 이런 음식이 있었으면 일찍 좀 내놓을 것이지.”
“그러게 말이야.”
마치 무도회라기보다는 시식회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자 귀족 영애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 그녀에게 구세주가 찾아왔다.
“이것 좀 드셔보시겠어요. 정말 맛있답니다.”
“아앗! 프렐리아 영애 아니에요? 저는 로제타라고 해요. 편하게 로제라고 불러주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친 로제타는 접시 위에 담겨 있는 요리를 바라보았다.
아까 전부터 이게 얼마나 먹고 싶던지.
먼저 포크를 들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아스파라거스를 찍었다. 그걸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자 부드럽고 아삭한 식감과 함께 봄의 향기가 느껴졌다.
“맛있다······.”
그저 한입밖에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로제타는 눈을 빛냈다.
그렇지만 아직 한 가지의 요리가 더 남아 있었다.
아스파라거스 구이도 괜찮았지만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팽이버섯을 채워 말은 소고기 구이였다.
잘 구워진 버섯과 소고기에서 풍기는 냄새는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였다.
“······.”
이번에는 맛있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무슨 특별한 소스를 뿌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가 있을까.
적당하게 익힌 소고기는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보통 얇게 자른 고기를 구우면 육즙이 전부 빠져나와 퍽퍽해지곤 한다.
그런데 속에 넣은 버섯이 육즙을 전부 흡수해 특유의 풍미를 유지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전부 끌어낸 요리였다.
“저기 봐. 프렐리아 영애와 로제타가 같이 음식을 먹고 있어.”
“정말이네? 그럼 우리도 가 볼까?”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영애들도 합세했다.
그녀들은 한결 편안해진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프렐리아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을 케인첼을 떠올리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덕분에 친구를 잔뜩 사귈 수 있을 것 같아요.’
케인첼이 만들어준 요리가 있었기에 이렇게 무도회에 참석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도회에 와서까지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을 줄이야.
프렐리아는 맛있게 요리를 먹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5성급 요리는 콧대 높은 귀족들마저 순식간에 포로로 만들 정도였다.
“고작해야 무도회에서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먹게 되다니······.”
“중요한 자리다보니 유명한 셰프라도 초청한 것이 아닐까요?”
“누가 만들었는지 꼭 물어봐야겠군. 이 정도면 웬만한 레스토랑에서 헤드 셰프로 일해도 될 실력이야.”
요리를 먹은 귀족들은 이것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만약 사람들의 시선이 없었다면 당장 주방으로 달려갈 기세였다.
프렐리아는 아벨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만든 요리는 확실히 맛있었어요. 그런데 재료의 한계를 넘지 못한 느낌이에요. 케인첼 식으로 말하자면 5성급 요리정도 일까요?”
그러자 아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케인첼이 만든 요리를 먹으며 어느새 미식가로서의 안목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동의한다. 보석 소금을 사용해 구운 스테이크 정말 대단했지. 재료가 가진 맛의 한계마저 뛰어 넘었다는 느낌이었다.”
“만약 오늘 그 요리가 등장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벨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딱히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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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그 시원하고 달콤한 맛에 괴테마저 극찬하는 글을 적었다고 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너무나 비싼 가격과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하고 있어, 귀족들조차 쉽게 먹을 수 없는 디저트였다.
“아이스크림 알지?”
“그 무지하게 비싼 디저트 말이지. 자꾸 말하지 마라. 먹고 싶으니까.”
“그걸 이번 겨울 축제에서 판다더군.”
“그래봐야 비싸서 먹을 수 없을 걸.”
“아니야. 이번 축제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다른 것이라고 하던데. 세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오십 쿠퍼에 판다고 하더군.”
“······오, 오십 쿠퍼? 그 가격이면 조금 무리하면 충분히 먹을 수 있겠는데?”
하루치 여관비에 가까운 돈이지만, 보석 아이스크림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었다.
아이스크림에 대한 소문은 순식간에 시티즌은 물론 제도에까지 퍼져 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무도회마저 끝나고, 겨울 축제는 보름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케인첼은 지크가 보낸 보고서를 읽으며 미간을 모았다.
거기에는 노점상 연맹 때문에 망한 가게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벨이 물었다.
“무슨 실마리라도 찾았나.”
아벨은 프렐리아의 호위 기사였다. 항상 그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곁에 머물러야 한다.
그렇지만 칠죄신교와 관련된 일만큼은 케인첼에게 전적으로 협력하기로 이야기가 끝나 있었다.
“노점상 연맹은 철저하게 실력 있는 셰프들이 있는 가게들만을 노리고 있어. 겉으로만 보면 돈을 벌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보이지.”
“그런데 거기에 칠죄신교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대입해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소리군.”
케인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칠죄신교는 무언가를 노리고 저주를 퍼트릴 준비를 하고 있어. 그럼 저주를 약화시킬 수 있는 요리사들이 거슬리지 않을까?”
아벨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아슬란 황제는 미식을 죄악으로 규정했다. 그 이후 브리타니아에 있는 수많은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다.
셰프들이 일할 곳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그것은 브리타니아 전체가 저주를 퍼트리기에 이상적인 상태가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아슬란 황제는 영웅이······.”
아벨은 거기서 말을 멈췄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아벨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아슬란 황제는 영웅이 아닐지도 모른다.’
만약 입 밖으로 꺼낸다면 반역자로 몰려도 할 말 없는 내용이었다.
케인첼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아벨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모든 셰프들이 식칼을 놓은 것은 아니야. 아무리 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라 해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잖아? 브루노 셰프처럼 묵묵히 자신의 가게를 지켜나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들을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괴롭히는 이들이 있었다.
노점상 연맹.
그들의 횡포에 결국 장사를 접은 음식점만 열 군데가 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군. 만약 칠죄신교의 목적이 실력 있는 셰프들의 제거라면 조금 더 쉬운 방법이 있지 않은가.”
아벨은 때론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한다. 그런 점이 너무나 엘프답게 느껴졌다.
“맞아. 죽여 버리는 것이 제일 확실해. 하지만 수많은 셰프가 갑자기 살해당하기 시작하면 그것에 의문을 느낀 사람들이 나올 거야. 그러면 잘 만든 요리가 저주를 푸는 열쇠라는 것도 밝혀지겠지.”
“광신도들 치곤 머리를 잘 썼군.”
케인첼은 한숨을 쉬었다.
칠죄신교는 노점상 연맹을 끌어들임으로 이것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다툼으로 만들었다.
적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매우 머리가 좋고 교활한 놈이다.
“만약 일이 급해지면 놈들은 무차별적으로 셰프들을 죽이고 다닐지도 몰라.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해.”
“최대한 들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소리군.”
“그렇지만 적의 목적이 확실해진 이상, 앞서가서 붙잡을 수 있게 되었어.”
케인첼은 아이스크림 하나로 엄청난 유명세를 얻었다.
실력 있는 셰프를 눈에 박힌 가시처럼 여기는 이들이라면 분명 무언가 반응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확실하게 파악하는 거야. 그 전까지는 미덕들이라 해도 믿을 수 없어.”
아슬란 황제에 대한 의심이 커지자.
구울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헥토르는 물론, 다른 미덕들조차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아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우선은 노점상 연맹부터 처리하는 것이 먼저겠군. 냉빙고에 설치해 둔 덫은 어떻게 되었나.”
“음,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되었는데.”
케인첼은 노점상 연맹에게 엉터리 레시피를 선물했다.
분명 그것을 시험해 보기 위해 냉빙고 쪽에 무언가 움직임이 있으리라.
똑똑.
“케인첼 경. 시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냉빙고의 대여를 신청한 사람이 있다더군요.”
케인첼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주일 만에 드디어 상대가 미끼를 물었다. 이제 그것을 낚아 올릴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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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야? 어째냐고! 왜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지지 않지!”
분노한 길버트는 노점상 주인들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항상 침착하고 신중한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길버트는 레시피를 구해온 복면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길버트보다 몸집이 훨씬 큰 복면인의 몸이 서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엄청난 괴력이었다.
“확실하게 훔쳐 온 것 맞아?”
“마, 맞습니다. 그 레시피대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을 두 눈으로······.”
“한번만 더 해서 안 되면 그 눈깔을 파버리도록 하마. 축제 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레시피를 손에 넣어야 한다고! 젠장!”
그것이 실패한다면 안타레스의 분노를 사게 된다. 길버트는 자신의 몸에 새겨져 있는 마법 각인을 어루만졌다.
이것이 존재하는 한, 자신은 안타레스의 충실한 종복이었다.
냉빙고 천장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케인첼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예상대로 믿을만한 사람들만 데리고 직접 왔군.’
냉빙고는 여러 상회와 시청에서 관리한다. 그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절차가 필요하다.
노점상 연맹은 실력 있는 셰프들을 괴롭히기 위해 용병까지 고용했다.
그것은 상당한 배후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케인첼은 거짓 정보를 이용해 상대의 뒤에 있는 그림자를 끄집어 낸 것이다.
‘설마 칠죄신교의 협력자 중에 귀족이 있었다니······.’
케인첼은 입술을 깨물었다. 혼자 고민하느니, 저 놈들을 잡아 직접 물어보는 것이 빠르지 않겠는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고 진각을 밟았다.
폭주하는 마법각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