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93)
요리하는 소드마스터-93화(9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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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을 하고 싶습니다.”
에피큐어의 오너이자 수석 셰프인 브루노는 눈을 크게 떴다. 케인첼의 갑작스런 제안에 깜짝 놀란 것처럼 보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므슈.”
케인첼은 브루노가 가진 프렌치 요리의 지식을 배우고 싶었다. 그렇지만 대뜸 찾아가서 노하우를 알려 달라고 하면 웃으며 반겨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머리를 쓴 것이 협업이었다.
“베루스의 오너로서 에피큐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뜻입니다. 겨울 축제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일손이 많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힘들 때 서로 돕자는 뜻이죠.”
“그것까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에피큐어입니까? 베루스의 아이스크림은 미식가로 유명한 괴테 선생님마저 극찬한 디저트 아닙니까. 에피큐어가 아니라 훨씬 대단한 레스토랑과도 협업을······.”
“그건 브루노 셰프가 만들어준 코코뱅이 너무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것뿐입니까?”
“저는 이곳이 마음에 듭니다. 청결한 바닥과 통일된 조명과 인테리어. 게다가 레스토랑 전체에서 아주 맛있을 것 같은 냄새가 풍기고 있죠. 이런 멋진 곳은 쉽게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브루노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자신의 실력보다 에피큐어 자체가 칭찬 받는 것이 훨씬 기쁜 것 같았다.
“브루노 셰프는 에피큐어를 겨울이 되기 전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고 했죠. 그런데 이곳에는 여전히 불빛이 켜져 있습니다. 이 정도로 화려한 레스토랑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것을 벌기 위해 시청 주방에서 일하고 계셨던 것 아닙니까?”
“······므슈의 말이 맞습니다. 이런 망해가는 가게를 끌어안고 있는 것은 저에게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죠.”
브루노는 묘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레스토랑 내부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저기 있는 조각상은 제 아내가 직접 만든 겁니다. 그리고 저쪽 대리석 바닥에 난 흠집 보이십니까?”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깔끔한 이곳과 어울리지 않아 눈에 띄더군요.”
“제가 한눈을 팔며 그릇을 나르다 저렇게 되었지요. 저는 버리자고 했지만, 아내는 좋은 추억이 될 거라면서 남겨 두자고 하더군요.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십년이 지나자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그 말을 이해하게 되더군요.”
케인첼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브루노는 칠죄종 전쟁에서 아내를 잃었다고 했다. 이곳은 그녀와의 추억이 남아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어째서 브루노가 빈센트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는지 알 것 같았다.
빈센트가 어머니가 만들어 준 코코뱅의 맛을 찾아 다녔듯. 브루노 또한 이곳에서 일하며 아내를 추억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이런 멋진 레스토랑이 아슬란 황제의 말 한 마디에 사라져야 한다니.
이제는 끔찍할 정도였다.
“그럼 협업의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죠. 베루스 앞으로 노점상 허가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말입니다. 하나 정도는 에피큐어의 이름으로 음식을 팔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다 괜히 노점상 연맹의 눈 밖에 나면 괜한 다툼이······.”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들은 칠죄신교와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티즌에서 추방되었거든요.”
“허허······.”
“물론 노점에서 풀코스 요리를 팔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적당히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크로크 마담이나 키쉬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브루노는 붉어진 눈으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에피큐어의 재건도 꿈이 아니게 되겠군요. 마치 데우스께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 같은 기분입니다.”
“혼자서 모든 준비를 하는 것은 힘들겠죠. 그래서 막 견습티를 벗은 셰프 한명을 지원해 드릴까 하는데, 어떠신지요.”
“견습 셰프 말입니까?”
“프렌치 요리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릅니다만, 식재료 손질만은 아주 끝내주게 잘합니다.”
“베루스에 그런 셰프가 있었습니까? 분명 오너와 수석 셰프 둘 뿐이라고······.”
케인첼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의 예를 갖춰 인사를 했다.
“······설마.”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브루노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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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이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브루노는 한동안 배를 잡고 웃었다.
“정말 제 요리가 마음에 들었나 보군요. 죄송하지만 보수는 거의 드릴 수 없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협업이니까요. 나중에 브루노 셰프가 아이스크림 만드는 것을 도와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무리 다 망해가는 가게라곤 해도 정식으로 입사 시험을 볼 겁니다. 거기에서 통과한다면 이곳에서 일해도 좋습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이곳에서 일할 수 없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케인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브루노는 식재료 저장소에서 손질되지 않은 닭고기와 몇 가지 야채를 꺼내왔다.
그것을 조리대 위에 올리며 말했다.
“에피큐어에서는 이것들로 부용Bouillon을 만듭니다. 지금부터 이 재료를 사용해 부용을 10리터 정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부용은 프렌치 요리에서 국물의 기초로 이용하는 육수였다. 그 외에도 소스나 볶음 요리에도 사용하며, 키쉬의 필링을 만드는 데에도 들어간다.
미르푸아, 부케가르니와 함께 프렌치 요리에서는 빠질 수 없는 재료.
브루노가 물었다.
“므슈. 부용을 만들어 보신 적은 있습니까?”
“치킨 스톡이라면 몇 번 만들어 봤습니다.”
“그렇다면 믿고 맡겨도 되겠군요. 기본적인 요령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치킨 스톡과 부용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케인첼은 그에 대한 내용을 고든의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고기와 야채를 넣고 뭉근히 끓여내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재료와 맛에 차이가 난다.
그것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부용은 스톡과는 달리 고기 그 자체로 만들어 풍미가 더 좋죠. 그래서 그대로 먹기도 합니다.”
“아주 아슬아슬하게 정답입니다. 프렌치 요리에는 국물이 필요한 요리를 만들 때는 물 대신 부용을 사용합니다. 그만큼 맛의 기본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케인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본격적으로 부용을 만들기 시작했다.
‘닭고기까지 전부 사용해야 하니 고기의 손질에 심혈을 기울여야겠군.’
손질되지 않은 닭의 껍질에는 피와 불순물이 잔뜩 묻어 있다. 케인첼은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물에 넣고 한번 삶아 주었다.
그 모습을 본 브루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부용을 만들 때는 피 맛을 제거하기 위해 먼저 한 번 끓여야 합니다. 므슈는 좋은 스승에게 배우셨군요.”
케인첼은 꼬장꼬장한 얼굴로 고함을 지르는 고든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를 과연 스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이렇게 프렌치 요리를 배우는 것도 그와의 대결을 위해서였다.
닭고기가 삶아지는 사이. 같이 넣고 끓일 대파와 양파, 그리고 당근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양파 검술!’
들고 있던 검이 세 개로 늘어나자 브루노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다, 다시 봐도 놀랍군요······. 요리에 중급 검술을 사용하다니······.”
순식간에 야채들을 손질한 케인첼은 그것들을 냄비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미리 피 빼기를 해서인지 거품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양성소에서 치킨 스톡을 만들 때는 최대한 빨리 만들기 위해 강한 불을 사용했다. 그렇지만 부용은 그래서는 제대로 맛이 나지 않는다.
천천히.
재료가 가진 맛이 모두 우러날 정도로 아주 천천히 끓이는 것이 중요하다.
케인첼은 폴른 스타를 사용해 가며 냄비의 온도를 조절했다.
그러자 브루노가 묘한 신음을 토해냈다.
“끄응! 마치 온도 조절만 수십 년은 한 것처럼 능숙하군요. 저도 그 정도로 세심한 조절은 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거품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해도 기름은 계속 걷어내 주어야 합니다. 부용은 아주 정직합니다. 들어간 노력만큼 깔끔한 맛을 내 주죠.”
부용이 끓고 있는 사이.
브루노는 최근 유행하는 프렌치 요리의 경향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오트 퀴진은 갈리아를 대표하는 고급 코스 요리를 말합니다. 버터와 생크림. 그리고 향신료를 아주 듬뿍 사용하여 진한 풍미와 강한 맛이 특징입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사치스럽고 육중한 맛 덕분에 서서히 대중들에게 외면 받게 됩니다. 거기서 발전한 것이 프렌치 요리의 새로운 경향인 누벨 퀴진입니다.”
육류 중심이었던 오트 퀴진과는 달리 야채와 어류를 적극 사용한 것이 누벨 퀴진이었다.
“들어가는 소스 또한 버터와 밀가루를 사용하는 루 대신 야채와 과일로 만드는 퓨레를 주로 사용합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신선한 재료가 필요하지요. 조리 시간이 다소 짧은 것도 누벨 퀴진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프렌치 요리는 긴 왕정 시대를 거치며 더욱 화려하게 발전해 왔다.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셰프의 손 위에서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었다.
‘역시 브루노를 선택한 것이 정답이었어. 보석 소금에만 의지하고 있었다간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 뻔 했지.’
보석 소금을 이용하면 가진 실력 이상으로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결코 더 높은 수준에는 올라가지 못한다.
그것은 오롯이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아야만 도달 할 수 있는 경지니까.
케인첼은 국자로 부용을 떠서 맛을 보았다.
[닭고기 부용]* 잘 손질된 닭고기와 여러 야채를 넣고 푹 끓여 우려냈다. 진한 맛 덕분에 다양한 요리에 사용 할 수 있다.
* 완성도 : ★★★★
미식 스킬이 부용의 완성도를 알려 주었다. 처음 만드는 것임에도 상당히 높은 완성도였다.
온갖 정성을 들여 끓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 완성입니다.”
“음······. 수고하셨습니다, 므슈. 그럼 맛을 보도록 하지요.”
브루노는 반투명할 정도로 맑게 우려낸 국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만 봐도 케인첼이 얼마나 진지하게 요리에 대해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후루룩-
목을 타고 진한 닭고기 국물이 넘어간다.
브루노는 잠시 그 맛을 음미하더니 큰 목소리로 외쳤다.
“브라보! 아주 멋진 부용이군요!”
케인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런 부용을 먹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케인첼 셰프의 환영을 위해서도 맛있는 요리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순간, 케인첼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수많은 요리를 만들었지만 셰프라는 이름으로 불린 적은 없었다.
자신이 에피큐어의 주방에 서기에 합당한 자격을 지녔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케인첼은 자유 기사가 되었을 때 이상으로 흥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요리가 나올지 기대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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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가 만든 것은 해산물을 넣고 매콤하게 끓여낸 스튜인 브야베스였다.
커다란 숭어 한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고, 그 옆에 작은 새우와 홍합, 모시조개가 잔뜩 들어 있다.
브루노는 이빨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원래 부야베스는 어부들이 팔다 남은 찌꺼기들을 한데 모아 끓여 먹던 데서 유래된 요리입니다. 그래서 향이 강한 토마토, 고추, 마늘, 양파 등이 들어가지요.”
“그걸 닭고기 육수로 끓인 겁니까?”
보통 생선 스튜는 생선 스톡을 베이스로 만든다. 생선 맛을 더욱 맛있게 해주는 데는 생선이 최고기 때문이다.
생선과 닭고기라.
과연 어울릴까?
“일단 드셔 보시지요.”
브루노는 케인첼의 접시에 생선과 해산물을 아주 듬뿍 퍼 담았다. 팔다 남은 생선이라 신선도는 조금 떨어졌지만 국물은 아주 잘 우러난 것 같았다.
케인첼은 그것을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해산물이 잔뜩 들어갔음에도 조금도 비리지 않았다. 닭고기 육수를 중심으로 생선과 조개의 맛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지 않습니까?”
“진짜 맛있는데요? 그런데 조금 새콤한 맛이 나는군요. 끓이기 전에 레몬과 소금을 넣은 물에 잠깐 담가둔 거죠?”
“허허, 정답입니다. 케인첼 셰프는 의외로 미식에도 조예가 깊으시군요.”
통통한 조갯살과 함께 생선살을 입에 넣자 진한 토마토의 향기가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게 빵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정석이 아닌 방법으로 만든 요리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케인첼은 다시 한 번 브루노의 요리 실력에 감탄했다.
조마경을 확인해 보자 레벨이 하나 올라 있었다.
‘레벨이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역시 레벨을 올리는 데는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구나.’
케인첼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브루노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10일 동안 이 남자가 가진 요리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부야베스 정말 맛있는걸.’
그렇게 순식간에 냄비 가득 끓여둔 부야베스를 전부 먹어치운 케인첼이었다.
프렌치를 배워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