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9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96화(9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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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칠랜드로 떠날 준비는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었다.
매월 정기적으로 떠나는 상행에 케인첼 일행이 더해진 모양새였다.
그런데 그 규모가 역대급이었다.
이번 상행의 총책임자인 알프레도 행수는 짐을 싣는 모습을 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각종 귀금속에 최고급 향신료에 고미술품까지······. 이번 상행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무사히 성공 시켜야 한다는 소리군······.”
평소 주로 거래하던 동물 가죽이나 밀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이번 상행이 성공한다면 막대한 이익을 거두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신뢰와 안정성을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상단주 웰라이드 백작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웰라이드 백작의 노림수였다.
싣고 있는 것이 금이라면 짐꾼의 눈빛부터가 달라지는 법이다.
호위 병력의 규모 또한 엄청났다. 에델바이스 상회가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병력이 이번 상회에 투입되었다.
“서른 셋······. 서른 넷······. 후우! 모든 짐마차에 짐을 다 실었군.”
저 마차에 실린 물건의 값어치를 듣는다면 웬만한 상인은 그대로 뒤로 넘어지리라.
말 그대로 성을 싣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알프레도 행수는 가장 뒤에 있는 숙식용 짐마차를 바라보았다.
저기에는 소드나이트 아벨과 검은 망토로 몸을 감싸고 있는 엘프가 타고 있다.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그 목소리만 들어도 반할 정도였다.
“상단주께서는 모든 짐을 포기하더라도 저들을 지키라고 했어.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일국의 왕녀라 해도 이런 대접을 받을 수는 없으리라.
이번 상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저들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데리고 가는 것이다.
어렴풋이 그것을 깨달은 알프레도 행수가 마른침을 삼켰다.
상인들이 짐을 싣고 있는 사이, 케인첼 또한 시티즌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선 프렐리아가 먹을 보석 아이스크림 넉넉히 만들어야 했다.
냉기만 유지해 준다면 맛이 다소 떨어지긴 해도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으리라.
‘조금이라도 녹으면 바로 등급이 떨어지니까 최대한 그것에 주의해 달라고 해야겠군.’
축제에서 팔 아이스크림은 조프리가 맡아 주었다.
그는 디저트를 만드는 달인답게 안정적으로 4성급 이상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기왕이면 그것도 직접 만들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다음으로는 이차원 주머니 안에 요리 도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둔 식칼만 해도 열 자루가 넘었다.
‘보통 식칼로는 오러를 버티지 못하고 금방 깨져버린단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미스랄로 식칼을 만들 수도 없지 않겠는가.
아쉽지만 식칼을 잔뜩 챙겨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상행 중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브릴리언트 로드의 남아 있는 슬롯을 채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엘프인 니뮤에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들은 동물성 식품을 아예 입에 대지 못한다. 고기는 말 그대로 미지의 음식인 것이다.
케인첼이 노린 것은 그것이었다.
‘아예 고기 그 자체를 재현해 보는 거야.’
오스만의 예니체리들은 종교상의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콩을 사용한 요리였다.
흰 콩을 갈아 각종 견과류와 빵가루, 그리고 옥수수 가루를 넣고 반죽하면 고기와 비슷한 식감이 난다.
그렇지만 아직 맛이 부족했다. 콩으로는 고기 특유의 감칠맛을 낼 수 없었다.
‘그것만 해결하면 고기를 사용하지 않은 고기 요리를 할 수 있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요리.
콩고기 스테이크를 높은 완성도로 만들 수 있으면 브릴리언트 로드의 마지막 조각을 채울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케인첼이 합류하자 도이칠랜드로 떠나는 상행이 시작되었다.
숙박용 짐마차에 오르는 케인첼에게 알프레도 행수가 말을 걸었다.
“한 달 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알프레도 행수님이 이번 상행의 총책임자 아닙니까.”
알프레도는 길게 자라 있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호위 병력이 워낙 많아 브리타니아는 별다른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국경선을 넘는 순간부터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슨 위험한 몬스터라도 나오는 겁니까?”
“도이칠랜드는 비병으로 이루어진 기사단이 있을 정도로 많은 수의 그리폰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종종 말을 한 마리씩 낚아 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지요.”
“그리폰······.”
사자의 몸통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와 앞발을 가지고 있는 아주 위험한 몬스터였다.
“하하! 그렇게 걱정 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번 상행에 동행한 용병들은 그리폰을 상대하는데 아주 능숙합니다. 아무리 무서운 몬스터라 해도 석궁을 이용해서 쫓아내 버리면 그만입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용병들의 허리춤에는 하나같이 석궁이 매달려 있었다.
수십 명의 용병이 일제히 석궁을 쏜다면 그리폰 한두 마리 정도는 쉽게 상대 할 수 있으리라.
“믿음직스럽군요.”
케인첼은 그런 말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리폰이 독수리와 사자, 어느 쪽에 더 가까운 맛이 날지 궁금했을 뿐이다.
‘만약 잡게 되면 꼭 요리해 봐야지.’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알프레도 행수가 신호를 보내자 수십 대의 짐마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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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도 행수의 말대로 상행은 아주 안정적이었다.
간혹 몬스터들이 마차를 덮치곤 했지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일행을 호위하는 금급 용병만 해도 10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몬스터를 상대하는 전문가였고, 그것을 위해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한다.
유일하게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엘프인 니뮤에 뿐이었다.
장거리 상행에서는 영양분의 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을 많이 쓰는 용병들은 물론, 마차를 끌어야 하는 상인들 또한 체력의 소모가 엄청나다.
그래서 매 식사마다 고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스튜는 돼지비계를 듬뿍 넣어 끓였으며 신선한 야채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니뮤에는 매 끼니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퍽퍽한 건빵만 먹어야 했다.
결국 참지 못한 니뮤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인간. 오늘 밤 야영지도 평원인가요?”
숲에서 야영을 한다면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을 모을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차는 한결같이 넓은 평원만을 달렸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이렇게 가는 편이 안전하다고 하더군요. 숲을 가로질러 가면 일정을 반나절 정도 단축 할 수는 있겠지만, 트윈 헤드 오우거나 드레이크 같은 위험한 몬스터와 만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숲이 아니라 많이 힘드십니까?”
니뮤에는 인간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다는 듯이 힘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엘프는 숲이 없다고 약해질 정도로 나약하지 않아요.”
항상 배를 움켜잡고 있는 것이 배고픔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보다 못한 케인첼이 말했다.
“혹시 배가 고프신 거라면 얼마 전에 먹었던 콩 요리라도 해 드릴까요?”
추욱 늘어져 있던 엘프귀가 힘차게 움직인다.
“필요 없어요. 저는 이것으로도 충분해요.”
니뮤에는 주머니에 넣어둔 건빵을 꺼내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한지 배에서 연신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억지로 배고픔을 참는 모습이 묘하게 귀엽게 느껴졌다.
‘······말은 험하게 해도, 위장은 솔직하군. 이럴 줄 알고 미리 쿠키를 좀 구워놨지.’
케인첼은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이건 뭔가요?”
“버터를 넣지 않고 견과류와 꿀로 만든 쿠키입니다. 이거라도 좀 드시겠습니까.”
“······.”
니뮤에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은 단순히 마차 안이 덥기 때문일까?
“확실히 버터는 들어가지 않은 것 같네요. 뭐, 기껏 저를 위해 구웠다니까 맛 정도는 봐 드릴게요.”
니뮤에는 채식 쿠키를 집어 입에 넣었다. 버터를 넣지 않았음에도 고소하고 달콤하다.
조금 퍽퍽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맛있었다.
한동안 딱딱한 건빵만 먹어서 그런지 달콤한 쿠키에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제법 많았던 쿠키가 어느새 바닥을 드러냈다. 니뮤에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맛은 어떻습니까.”
“인간이 만든 것 치고는 나쁘지 않네요.”
니뮤에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케인첼은 짖궂게 웃으며 말했다.
“더 필요하지는 않으신가요?”
“······.”
아무래도 하루라도 빨리 콩고기 스테이크를 완성해야 할 것 같았다. 그거라면 니뮤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리라.
케인첼과 아벨의 임무는 이그드라실과 종족의 운명을 쥐고 있는 니뮤에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식사를 책임지는 것 또한 거기에 포함되지 않을까.
한동안 열심히 연구한 결과 콩고기는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몇 종류의 버섯을 잘게 갈아 감자, 무와 잘 섞어 주면 고기 특유의 감칠맛이 느껴진다.
‘그럼 오늘 저녁은 콩고기 스테이크로 해야겠군. 슬슬 국경인가.’
도이칠랜드.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드마스터의 수는 브리타니아에 비해 적다.
그렇지만 길들인 그리폰을 타고 다니는 비병의 존재는 그들을 결코 무시 할 수 없는 군사 대국으로 만들었다.
알프레도 행수가 주의를 주었다.
“이제부터 적국입니다. 소드나이트라는 것이 들키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일개 상행의 호위 치고는 일행에 소드나이트가 너무 많았다. 자칫 잘못하다간 스파이나 자객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알겠습니다. 입국 심사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국경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병사가 아니라 기사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검문 또한 평소 이상으로 엄중했다.
“구텐 탁. 알프레도 행수, 어째 평소보다 호위가 엄중한 것 같소.”
“에델바이스 상회에서는 이번 상행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여기 실고 있는 목록입니다.”
“호오, 이 정도 양이면 확실히 사활을 걸 만하군. 흐음, 목이 좀 타는데.”
“하하! 마침 좋은 포도주가 들어와서 조금 챙겨 왔습니다.”
물론 상자 안에는 술과 함께 약간의 뇌물이 들어 있다. 그것을 받아든 검문관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국경을 통과하면 최대한 조심히 이동하시오. 마침 근처에 아주 귀한 분이 와 있소.”
“누굽니까?”
“그것까지는 말해 줄 수 없고. 알아서 조심하시오. 그럼 통과!”
국경을 넘자 공기부터가 달라졌다.
이제부터 적국의 땅이다.
니뮤에는 문을 열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말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이그드라실이 있는 알자스 지역에 도착 할 수 있을 거예요.”
케인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는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을 달리고 있었다.
상행은 도이칠랜드의 수도인 바이마르에서 끝난다. 그 이후는 마차에서 내려 알자스 지역까지 가야 했다.
계산해보면 대략 5일 정도 여유가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날개짓 소리 들리지 않으세요?”
“무슨 소리 말입니까?”
“커다란 새가 날개 짓 하는 소리······. 수가 제법 되는 것 같아요.”
“그거 그리폰 아닙니까!”
엘프의 감각은 예민하다. 특히나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소리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케인첼은 마차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며 외쳤다.
“그리폰입니다!”
그러자 선두에서 말을 몰고 있던 타이무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케인첼 경. 매일 틀어박혀서 요리만 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닙니까? 어디에 그리폰이······. 으, 으아아아악!”
저 멀리 검은 점들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리폰이다! 전 병력은 석궁을 준비해라!”
“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침착하게 한 마리씩 상대하면 돼! 젠장! 번식기도 아니고 그리폰 떼라니!”
그리폰의 수는 어림잡아 열 마리 이상이었다.
무리생활을 하지 않는 그리폰이 저렇게 몰려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뭐가 저렇게 많아!”
순식간에 일행의 머리 위로 그리폰이 만든 그림자가 떠올랐다.
타이무가 외쳤다.
“몸통이 아니라 날개를 맞춰라! 땅에 떨어트리기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전원 발사!”
석궁을 뽑아든 용병들이 그리폰을 노리고 쇠뇌를 쏘기 시작했다. 그리폰 몇 마리가 날개를 맞아 푸드득거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노련한 용병다운 침착한 대응이었다.
그렇지만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한두 마리의 그리폰이라면 석궁으로 얼마든지 상대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수가 많아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석궁은 위력이 강한 대신 장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틈을 노리고 그리폰들이 용병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독수리의 발톱이 스치고 지나가다 두꺼운 갑옷이 종이조각처럼 찢어졌다.
“조심해! 그리폰이 목을 노린다!”
용병 한 명이 자신을 노리는 그리폰의 그림자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터엉!
머리를 곤봉으로 때리는 것 같은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것은 몸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막 같은 것에 막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거품······?”
그것은 케인첼이 만들어낸 머랭이었다.
한동안 열심히 먹어댄 결과, 동시에 사용 할 수 있는 머랭의 수가 다섯 개로 늘어나 있었다.
그렇지만 그리폰의 수는 여전히 많았다. 케인첼은 뒤따라온 아벨에게 말했다.
“공격할 때는 그리폰도 땅으로 내려와야 해. 에나토스 크시포스라면 방어와 동시에 공격까지 할 수 있을 거야.”
아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마차에서 나온 니뮤에가 벌써부터 세 마리의 그리폰과 싸우고 있었다.
“······온다!”
케인첼은 오러 소드를 발동시켰다.
하늘을 나는 적과 싸우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질 것 같지 않았다.
엘프의 첫 번째 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