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97)
요리하는 소드마스터-97화(9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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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시아 웰라이드 백작의 호위기사 타이무. 그는 한때 7대 미덕들의 뒤를 이을 거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촉망받는 인재였다.
백작에게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호위기사가 된 일화는 지금도 미담으로 전해져 내려올 정도였다.
타이무가 은근히 케인첼과 아벨을 무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케인첼은 검보다 식칼을 더 좋아하는 얼치기 소드나이트였으며. 아벨은 얼굴이 조금 아름다울 뿐인 풋내기일 뿐이었다.
최근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 외모가 뛰어난 호위 기사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아벨 또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그저 걸림돌이나 되지 않기를.
그것이 케인첼과 아벨을 바라보는 타이무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랬던 타이무의 얼굴에 선명한 경악이 떠올랐다.
검을 든 인간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리폰을 공격하는 것은 힘들다.
그렇기에 보통은 석궁을 쏘며 견제를 하다가, 땅으로 내려올 때를 노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일곱 개의 칼날!”
아벨은 마차 천장을 발판으로 이용해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아벨의 손끝에서 에나토스 크시포스가 펼쳐졌다.
일곱 개로 갈라진 칼날이 그리폰의 부리와 발톱, 그리고 앞발을 튕겨낸다.
그리폰의 날개를 공격하는 데는 남은 두 개의 칼날로도 충분했다.
하프 엘프 특유의 가벼운 몸과 날렵함을 살린 공격.
“끼기기기기기기긱!”
날개에 상처를 입은 그리폰은 하늘을 선회할 뿐, 별다른 공격을 하지 못한다.
타이무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상처를 입은 놈을 우선해서 노려라! 장전이 끝난 사수부터 쏴라!”
그런 그리폰에게 용병들의 석궁이 날아갔다.
결국 푸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리폰은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다.
마무리를 지은 것은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케인첼이었다.
“플람베!”
그러자 케인첼의 검을 감싸고 있던 오러 소드가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커다란 그리폰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화기를 머금은 오러 소드라면 순식간에 상대의 털을 전부 태워 버릴 수 있다.
“끼아아아아아악!”
상대를 무력화시킨 케인첼은 그대로 몸을 날려 다른 그리폰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혈기 왕성한 청년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한 모습.
“으, 으아악! 그, 그리폰이!”
후열에서 석궁을 재장전하고 있던 용병을 노리고 그리폰 한 마리가 발톱을 세웠다.
케인첼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폰이 노리고 있는 용병을 향해 머랭이 날아갔다.
커다란 말이라도 놓치지 않고 낚아채는 그리폰의 발톱.
그렇지만 매끈한 머랭으로 감싸인 용병을 잡아채는 것은 힘들다.
그리폰의 가장 무섭고 위협적인 공격이 케인첼의 손에 완벽하게 무력화 되었다.
타이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케인첼이 없었으면 적어도 반 수 이상의 용병이 그리폰의 날카로운 발톱에 목숨을 잃었으리라.
“어째서 저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자유 기사가······.”
대열의 후미에서는 더욱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호위 병력이 선두에서 싸우는 사이.
후열에 있는 말을 노리고 몇 마리의 그리폰이 뒤로 돌아갔다. 그들을 상대한 것은 마차에서 튀어나온 니뮤에였다.
동시에 세 마리의 그리폰이 니뮤에를 노리고 발톱을 세웠다.
본능적으로 이 자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니뮤에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니뮤에는 두 자루의 검을 쌍수로 쥐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검은 장미다발――.”
그러자 검 끝으로 마치 장미의 줄기 같은 검붉은 기운이 맺혔다.
타앗! 하는 소리와 함께 니뮤에는 땅을 박찼다. 그리고 수십 미터나 떨어져 있는 그리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니뮤에의 검이 늘어났다.
정확히는 검에 맺혀 있던 장미의 줄기가 길어졌다.
니뮤에는 그것을 채찍처럼 이용했다.
끼기기기기긱!
마치 공간 그 자체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피로 물든 그리폰이 땅에 떨어졌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
찰나라고 해도 좋을 시간.
수십, 수백 번의 공격이 그리폰의 몸을 난자한 것이다.
자연의 수호자 엘프는 평화와 나무를 사랑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길가에 피어있는 꽃도 자신을 지킬 수단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숲에는 거인조차 쓰러트릴 수 있는 독초가 자라고 있으며. 아름다운 장미에도 가시가 있다.
니뮤에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기는 소드마스터에 필적할 정도였다.
“저, 저것이 엘프의 첫 번째 검······.”
엘프는 나무가 있는 곳에서 더욱 강해진다.
평원에서조차 이 정도인데 숲에선 얼마나 무시무시하단 말인가.
어느새 니뮤에의 검에 반수 가까운 그리폰이 목숨을 잃었다.
남은 그리폰도 결국 케인첼과 용병들의 활약 덕에 반쯤 익은 독수리 구이로 변했다.
원래라면 절망적일 정도로 큰 피해를 입고서야 겨우 쫓아 낼 수 있었을 그리폰의 습격.
그런데 거의 아무런 피해 없이 그것을 막아낸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이, 이겼다!”
용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상행 중에 이런 강한 몬스터와 만나게 되면 일이 끝나고 받는 보수의 양이 배로 늘어난다. 게다가 인명 피해조차 거의 없었으니 용병들이 느끼는 기쁨은 엄청났다.
유일하게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엘프인 니뮤에 뿐이었다.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몸을 계속 움직이고 오러 까지 마구 날려 댔으니 오죽하랴.
케인첼이 구워준 채식 쿠키라도 먹지 않았으면 그대로 쓰러졌으리라.
“그, 쿠키 참 맛있었지······.”
니뮤에는 어느새 입가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은 고고한 숲의 수호자 엘프.
인간이 준 과자 따위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배에서 울리는 꼬르륵 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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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오늘 저녁은 배불리 먹고 푹 쉬도록 하지요.”
알프레도 행수는 힘든 전투를 끝낸 용병들을 위해 아껴두었던 고기와 술을 풀었다.
모닥불에서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익어갔으며 냄비에는 고소한 크림 스튜가 끓기 시작했다.
취하면 안 되기에 술은 입을 겨우 축일 정도만이 주어졌다.
그렇지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데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알프레도 행수는 마차 옆에 모여 있는 케인첼 일행에게 다가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만약 여러분들이 없었으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폰 고기도 얻을 수 있었고요.”
“정말 그리폰으로 요리를 하실 생각입니까?”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그런데 그리폰 사냥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니뮤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묻자 케인첼이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고기 냄새조차 싫은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급히 떠나다보니 엘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케인첼은 일부러 마차 안에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에 역시 주인공이 빠지면 섭섭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엘프라도 먹을 수 있는 고기 요리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니뮤에님도 같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그런데 엘프라도 먹을 수 있는 고기라니······. 도대체 무슨 고깁니까?”
마차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문이 조금 열리고 니뮤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건 저도 궁금하네요. 엘프는 짐승의 젖조차 입에 대지 못해요. 그런데 고기라니요.”
“사실 이름만 고기지 콩으로 만들었으니 콩고기가 되겠군요.”
“흐응······. 콩고기라······. 그거라면 저도 먹을 수 있겠네요.”
“지금부터 요리 할 테니 드셔보시겠습니까?”
“······.”
마차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침을 삼키는 소리 소리만이 미약하게 들릴 뿐이었다.
“그럼 일단 만들 테니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버리셔도 좋습니다.”
“······기껏 만든 음식을 왜 버리세요.”
역시 니뮤에도 콩고기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마차 뒤에 간이 주방을 만들었다.
그러자 분위기에 취한 용병들 몇 명이 관심을 보였다.
“뭐야?”
“지금부터 엘프도 먹을 수 있는 고기 요리를 만들겠다는데?”
“에이, 그게 말이 돼? 겉보기에만 고기지 그냥 콩 맛이 나지 않을까.”
“마침 잘 오셨습니다. 요리가 끝나면 정말 고기 맛이 나는지 시식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거 재미있겠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케인첼은 구경꾼들의 시선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콩고기 스테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물에 불린 콩을 아주 잘게 갈았다.
이제부터 이것을 이용해 고기를 연성해 낼 생각이었다.
고기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서는 몇 종류의 말린 버섯을 이용한다.
거기에 호두, 아몬드, 땅콩, 해바라기씨 등의 견과를 골고루 섞었다.
이것으로 콩고기에 부족 할 수 있는 지방질을 보충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고기의 촉촉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무와 감자를 갈아 넣는 것으로 콩고기가 완성되었다.
여러 가지 맛을 조합해서 고기의 맛을 내는 것은 이미 연금술의 영역으로 보일 정도였다.
용병들의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오, 슬슬 색이 그럴듯하게 변하는데? 냄새도 좋아.”
“그런데 고기는 맛보다는 쫄깃한 식감이잖아? 그것은 어떻게 낼 생각인 걸까.”
케인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미 그 해답을 준비해 둔 상태였다.
‘잘 반죽한 밀가루에는 찰기가 있지. 그것을 이용하면 고기의 식감을 재현해 낼 수 있어.’
조리대 위에 밀가루를 산처럼 쌓은 후, 그 위에 찬물을 뿌렸다.
그것을 최대한 찰 지게 반죽한 다음 천으로 감싼다.
‘이걸 찬물에 계속 행구면서 반죽하면 미끈거리는 감촉만 남게 되지. 그걸 잘 섞어주면······.’
케인첼은 콩고기에 슬라임처럼 변한 밀가루 반죽을 섞고 주물렀다.
그러자 누르면 원래대로 돌아올 정도로 강한 탄력을 가지게 되었다.
“고, 고기다! 정말 콩으로 고기를 만들었어!”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
그렇지만 식재료가 준비되었을 뿐. 요리는 이제 시작이었다.
케인첼은 달군 팬에 양파를 넣고 갈색 빛이 돌 정도로 익혔다.
거기에 마늘과 로즈마리를 넣어 향이 배어들게 만들었다.
그 위에 콩고기를 올리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콩고기가 적당히 익자 케인첼은 한입 크기로 썰어 용병들에게 내밀었다.
“한번 시식을 해 보시죠.”
“아, 예.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콩고기를 받아든 용병들은 그것을 집어 입에 넣었다.
정말 여기서 고기 맛이 날지 궁금했다.
“으음······.”
이빨을 밀어낼 정도의 탄력.
그것은 눈을 감고 먹었다면 누구라도 고기를 떠올릴 정도로 감쪽같았다.
놀라움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입 안 가득 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이 퍼져나갔다.
“고, 고기다······.”
이제는 육즙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기름진 견과류를 듬뿍 넣어 콩고기에 부족한 지방질을 보충해 준 덕분이었다.
콩고기를 시식한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조금만 걸어가면 진짜 고기로 만든 바비큐를 먹을 수 있다.
그럼에도 콩고기로 만든 요리를 먹고 싶었다.
정확히는 케인첼이 만든 요리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리라.
콩으로 고기를 만들어내는 남자가 만드는 요리는 과연 얼마나 맛있을까.
지금부터 그것을 먹을 니뮤에가 부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처음에는 콩으로 고기를 만든다기에 무슨 농담이라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먹어보니······. 이건 그냥 고기더군요. 다른 설명은 하나도 필요 없을 정돕니다.”
용병은 조용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느새 구경꾼은 배로 늘어나 있었다. 시식자로 선정되지 못한 용병이 외쳤다.
“혹시 콩고기가 남으면 불러 주십시오. 제가 전부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과연 남을까요?”
어느새 콩고기 스테이크는 완성 단계만을 앞두고 있었다.
케인첼은 진한 맛을 가진 콩고기에 산뜻한 맛을 가진 레드와인 소스가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접시 위에 콩고기 스테이크를 올리고 그 위에 레드와인 소스를 뿌린다.
곁들일 가니쉬로는 송이버섯을 얇게 잘라 구워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그럴듯한 요리로 느껴질 정도로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구경하고 있던 용병들이 조용히 침을 삼켰다.
케인첼은 완성된 콩고기 스테이크를 바라보았다. 조마경으로 확인해 볼 필요도 없었다.
‘이건 5성급 요리야.’
그리고 이것을 니뮤에가 맛있게 먹는다면. 그토록 애를 태웠던 브릴리언트 로드 스킬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그런 확신이 들었다.
케인첼은 그것을 들고 니뮤에가 기다리고 있는 마차의 문을 두들겼다.
“콩고기 스테이크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문이 열리며 가느다란 손이 튀어 나왔다.
“그걸 먹으면 되는 거죠?”
그녀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고기 요리. 비록 콩으로 만들었기는 하지만 그 맛은 용병들의 입을 통해 이미 증명이 끝나 있었다.
도대체 고기는 무슨 맛일까.
니뮤에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케인첼에게 요리를 달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접시를 받아든 니뮤에는 작은 나이프로 콩고기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주륵, 하고 육즙과 닮은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
이것이 인간이 먹는 고기라는 것일까.
니뮤에는 조용히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찬란한 영광의 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