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99)
요리하는 소드마스터-99화(9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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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히들리는 자신의 옆에서 말을 달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부하라기 보단 피를 나눈 형제를 바라보는 것 같은 눈빛.
그만큼 에리히 폰 구스타프는 프히들리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였다.
에리히가 없었으면 후궁의 자식인 프히들리가 왕위를 노릴 생각을 하지는 못했으리라.
“에리히.”
“예, 전하.”
“상인들이 그리폰들의 행방을 알 거라고 생각하나.”
“이곳은 대평원입니다. 며칠 동안 쫓기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그리폰들의 눈에 짐마차를 끄는 말은 아주 좋은 먹잇감으로 보이겠지요.”
“갑자기 사라졌다 했더니 식사를 하러 간 거군.”
프히들리는 며칠째 한 무리의 그리폰을 쫓고 있었다.
맹수인 그리폰을 길들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부화시킬 때부터 얼굴을 익히게 하여 타고 다닐 기사를 부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둥지에서 그리폰의 알을 훔쳐야 했다.
산란기의 그리폰을 자극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
자칫 잘못하다간 엄청난 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리폰의 알을 얻은 이후엔 그 부모를 죽이는 것이 원칙이었다.
“아카드 제국의 왕이 될 자가 그런 사소한 원칙을 어겨서는 안 되지. 그럼 계속해서 그리폰의 흔적을 찾도록 해라.”
에리히는 믿음직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도이칠랜드에는 왕위 계승권을 가진 이는 일곱 명이 있다.
그 중에 네 명은 왕녀였기에 사실상 왕좌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세 명의 왕자였다.
삼왕자인 프히들리의 순위는 최하위였고. 어느 누구도 프히들리가 왕위를 이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프히들리의 친 여동생 카트린느 왕녀가 에리히 폰 구스타프와 약혼을 하게 된 것이다.
에리히는 도이칠랜드에 다섯 명 밖에 없는 소드마스터였다. 그것도 30대의 젊은 나이로 그 경지에 도달했다.
그를 지지하는 젊은 기사들은 프히들리의 행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결국 위기의식을 느낀 누군가가 카트린느 왕녀에게 독을 사용한 것이다.
그것도 피부를 통해 다량의 수은을 흡수하게 하여 서서히 말라 죽게 만들었다.
만약 어떤 기사가 만든 요리가 없었으면 두 남자가 목숨보다 아끼는 카트린느는 이 세상에 없었으리라.
“에리히.”
“예, 전하.”
“카트린느는 잘 있느냐.”
“걱정해 주신 덕분에 잘 있습니다.”
프히들리는 분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어머니가 병에 걸려서 돌아가신 줄 알았다. 그리고 카트린느마저 같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하늘을 원망했지. 그런데 그것은 전부 사람의 짓이었다.”
“······.”
“그토록 심하게 수은 중독에 빠지게 하려면 일, 이년으로는 힘들다고 하더구나. 만약 카트린느가 마탑에서 케인첼이라는 기사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또 소중한 사람을 잃을 뻔 했다.”
“카트린느는 전하에게만 소중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에게도 소중한 사람입니다.”
“······미안하군.”
프히들리의 인생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후궁의 아들이자 왕위 계승 서열 6위. 그의 형들은 프히들리를 눈에 박힌 가시처럼 생각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한 행동들이 프히들리를 야망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여동생이 수은 중독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 프히들리는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렇지만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두 형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힘이, 그리고 권력이 없으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없다.
프히들리는 오랜 친우이자 자신의 오른팔. 그리고 여동생의 반려를 바라보았다.
“기다려라 내가 너를 그랜드 소드마스터로 만들어 주마.”
“예,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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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 상회의 알프레도가 아카드 제국의 삼왕자 프히들리 전하를 뵙습니다.”
상단을 대표해서 프히들리를 맞이한 것은 알프레도 행수였다.
타국의 왕족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바로 옆에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소드마스터가 있다면 더욱 힘들다.
프히들리의 손짓 하나에 자신의 목이 땅에 떨어질 수도 있었다.
마치 맹수를 상대로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십년 넘게 도이칠랜드를 상대로 무역을 하고 있던 알프레도 행수는 아주 적절하게 대응했다.
프히들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카드 제국? 분명 브리타니아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 않은가.”
“도이칠랜드라 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여기는 아카드 제국의 땅 아닙니까. 타국에서는 그 나라의 법을 따라야지요.”
알프레도 행수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프히들리는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대들을 만나고자 한 것은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다. 혹시 상행 중에 그리폰을 보지 못했느냐.”
마차 안에서 프히들리 왕자와 알프레도 행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케인첼은 눈을 가늘게 떴다.
갑자기 열 마리가 넘는 그리폰이 나타나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 원인이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알프레도 행수는 니뮤에의 존재만을 숨긴 채 프히들리의 물음에 대답했다.
“상단의 말을 습격하려 하기에 고용한 용병들과 함께 쓰러트렸습니다.”
“전부 말인가? 일개 상단치고는 대단하군.”
“이번 상행의 규모가 크다보니 그리폰을 상대하는데 능숙한 용병들을 고용했습니다. 덕분에 별다른 피해 없이 막아 낼 수 있었습니다.”
“자국 내의 몬스터를 퇴치하는 것은 왕족에게 주어진 의무지. 그것을 타국의 용병의 손에 맡기게 되어 미안하군. 흐음.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 주었으니 보답을 해야겠군.”
그러자 따로 모여 있던 용병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왕족의 입에서 보답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프히들리는 시종에게 양피지 한 장을 받아 거기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것을 밀랍으로 봉인한 후, 왕족의 낙인을 찍어 내밀었다.
“관문에 이것을 보이면 아카드 제국에서 구입한 물건에 한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프히들리 전하.”
알프레도 행수는 땅에 닿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사치품일수록 많은 관세를 물게 된다. 그것을 면제받는다는 것은 이번 상행의 수익이 엄청나게 상승한다는 뜻이었다.
기뻐하는 알프레도와는 달리 마차 안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프히들리 왕자의 곁에 있는 기사가 계속해서 마차를 노려보고 있었다.
니뮤에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인간······. 뭐죠? 엄청나게 강해요. 숲이 아닌 장소에서 싸우면 제가 질 거예요.”
“아마 프히들리 왕자의 오른팔 에리히 폰 구스타프일 겁니다. 그런데 숲이 아닌 장소라는 말씀은 숲이라면 결과가 달라질 거란 말입니까?”
“숲에서 싸우는 엘프는 혼자가 아니에요. 나무가, 바람이, 정령이 힘을 빌려주죠.”
케인첼은 아벨이 나무를 통해 마나를 흡수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순수한 엘프라면 그 이상으로 나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리라.
새삼 눈앞에 있는 엘프가 대단해 보였다.
소드마스터 에리히 폰 구스타프. 만약 그를 상대로 검을 휘두른다면 어떻게 될까.
브릴리언트 로드가 어떤 검로를 보여줄까.
케인첼의 눈에 떠오른 전의를 읽어낸 니뮤에가 말했다.
“혹시 자기보다 강한 상대와 싸우고 싶으신 거라면 어울려 드릴까요?”
“······대련을 해주신다는 말입니까?”
“더러운 인간과는 검을 겨루고 싶지 않지만, 당신이라면 괜찮아요.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은 보답도 하고 싶고요.”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엘프의 첫 번째 검과 검을 겨룰 수 있다니······.”
갑자기 살갑게 구는 니뮤에를 바라보며 아벨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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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타니아인과 도이칠랜드인이 전쟁터 이상으로 격렬하게 싸우는 장소가 바로 식탁이었다.
프히들리를 상대로 완벽한 대응을 보여주었던 알프레도는 딱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프히들리를 저녁 식사에 초대 한 것이다.
“혹시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으면 고기를 구워봤는데 드시겠습니까?”
상행을 하는 상인들에게 고기는 귀하다.
그것을 대접하는 것은 상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였다.
“고기? 설마 핏물도 빼지 않은 날고기를 불에 구운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순간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달은 알프레도의 등이 축축해졌다.
도이칠랜드인이 고기에 보이는 열정은 엄청나다. 그만큼 그들의 입맛은 까다롭다.
“제대로 요리 한 고기입니다. 마침 일행 중에 요리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하하! 브리타니아 인이 요리라고? 참 재미있는 농담을 다 하는군. 피쉬 앤드 칩스 같은 거나 먹는 사람들이 만든 요리를 먹느니, 차라리 신고 있던 구두를 튀겨 먹는 것이 낫겠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에리히가 이마에 손을 올렸다.
프히들리는 사절단으로 몇 번 브리튼에 방문 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지독하게 맛없는 음식 덕분에 엄청나게 고통을 받았다.
그때 먹었던 음식 맛을 떠올리면 아무거나 잘 먹는 에리히도 인상을 찌푸릴 정도였다.
그런데 혀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히들리는 오죽하랴.
“내가 진짜 고기 맛을 보여주도록 하지.”
프히들리는 시종을 불러 이차원 주머니 안에 챙겨온 식재료들을 꺼냈다.
껍질이 붙어 있는 돼지고기 다리를 소금에 절여둔 것이었다. 그것을 달콤하게 졸인 소스를 묻혀가며 구워낸 슈바인학세는 프히들리가 가장 즐기는 요리였다.
그 외에도 통후추가 그대로 비쳐 보이는 부어스트 소시지와 리프헨을 만들기 위한 돼지 갈비가 등장했다.
야전에서조차 제대로 된 요리를 먹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때,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이가 프히들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은 먹어보지도 않은 요리를 평가 할 수 있나요.”
프히들리가 케인첼이 만든 요리를 깎아내리자 참지 못하고 마차문을 열고 뛰쳐나온 니뮤에였다.
알프레도는 기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니뮤에를 바라보았고.
프히들리는 갑자기 나타난 엘프의 등장에 눈을 빛냈다.
“이런 자리에서 세계수의 아이를 보게 될 줄은 몰랐군.”
“말을 돌리지 마세요. 다시 한 번 묻겠어요. 당신은 먹어보지도 않은 요리를 평가 할 수 있나요.”
“이거, 내가 실언을 했군. 맞다. 먹어보지 못한 요리를 평가 할 수는 없지.”
프히들리는 알프레도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알프레도는 최대한 말을 고르며 말했다.
“도이칠랜드에 있는 세계수에 용무가 있다 하여 잠시 동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브리타니아의 세계수가 위험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치부였으니까.
“괜히 외교 문제로 커질 수 있으니 상인의 틈에 섞여 움직이고 있었던 건가. 이건 내 실수도 있었으니 함구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전하.”
“그런데 엘프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분명 아주 실력 있는 요리사와 함께 다니는 모양이군. 말을 번복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방금 전에 거절했던 초대를 받아들이도록 하마.”
“저, 전하!”
“나는 괜찮다 에리히. 그저 식사를 한 끼 얻어먹을 뿐 아닌가. 독이 걱정된다면 먼저 먹어보면 되지 않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프히들리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상인들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진 요리사이기에 엘프의 입맛마저 사로잡았단 말인가.
엘프의 말이 맞았다.
그것은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찬란한 영광의 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