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
우주천마 3077-0화(1/349)
오랜 세월이 흘러 태산에 봉인된 천마가 눈을 떴을 때, 이미 인류는 방사능에 절여진 지구를 떠나 은하를 누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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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본존이 바로 천마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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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최고의 업적을 세 가지 꼽으라면 첫째는 내공 드라이브(Q-Drive)의 출현일 것이요, 둘째는 내공통합운영시스템(QIOS)의 발명일 것이며, 셋째는 초식다운로드인터페이스(ADI) 개념의 확립일 것이다.”
– B-548n 성계 무림맹 중앙도서관 ‘무림기초역사’에서 발췌.
“와 씨발.”
세령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지금껏 나이 스물셋에 현상금헌터로 전 우주를 쏘다니며 별의 별 골때리는 광경을 봐 온 그녀였다.
전신의 피부를 전함용 아다만타이트 합금으로 도배한 금수저 외공의 고수가 군용 빔 병기를 받아내던 일.
단전에 폴로늄을 넣고 우주제일의 독공이라며 설치던 사파의 미친놈이 단전이 깨지자 내부피폭으로 녹아내리던 일.
만보신권이니 뭐니 하면서 잘린 팔에다 이온캐논을 박아 넣었던 소림사 땡중이 무림병기조약 위반으로 개 잡듯이 쳐 맞고 끌려가던 일.
이쯤 되면 사실 무림맹주가 전뇌공간에 여자 아바타로 접속해서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도 그리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로서도 지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만큼은, 직접 두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통탄할 일이로구나. 무학(武學)에 대한 이해도 없는 삼류 천치들이 해괴한 기물에 기대 무공을 논하다니.”
그도 그럴 것이.
“무(武)의 기초조차 되지 않은 시러배들 주제에 어딜 감히 본존의 몸에 손을 대려 한다는 말이냐.”
무림인도 아닌 내츄럴이 일류무인 수십을 때려눕히고 무공에 대해 설교하고 있는 광경이었으니 말이다.
“으득······내츄럴이 천마신교 소속 무림인에게 손을 대?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소협께서는 오늘 큰 실수하는 거요.”
피 흘리는 어깨를 부여잡은 채 한 천마신교의 무인이 이를 갈며 경고했다.
어지간한 무림인이라도 잠시 멈칫하게 만들 만큼 살기 가득한 경고였다. 하지만 남자의 반응은 그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천마신교라.”
지금 천마신교라 했느냐? 남자가 물었다.
별안간 세상이 반전한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
“히익!”
난생 처음 느껴보는 어마어마한 살기에 새하얗게 질린 세령이 남자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아무런 기백도 보이지 않던 평범한 남자였는데, 갑자기 무림인들조차 기겁할 만큼 폭발적인 기세를 뿜어낸 것이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공중으로 떠오르며 너울거리는 머리카락과 푸른 귀화가 피어오르는 섬뜩한 눈동자. 그리고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유형화된 사나운 기파. 오버 S급 이상의 절대고수에게서나 볼 수 있는 현상에 세령의 눈이 혼란에 휩싸였다.
‘내공 드라이브도 없는 순수 내츄럴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지만 당장 남자의 정체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가 여지껏 본적 없을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남자가 말했다.
“어차피 외인이었던 본존이니만큼 신교에 그리 애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신교의 무인이라는 치들이 구차하게 신교의 이름을 빌려 목숨을 부지하고자 하는 꼴은 도저히 못 봐주겠구나.”
옆에서 본 그녀가 느끼기에도 이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는 생각부터 드는 마당에 그 당사자인 무인은 어떨까. 남자의 살기를 그대로 받은 무인은 당장이라도 기절할 듯 덜덜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 고인께서는 누구십니까?”
힘의 논리에 그 누구보다 익숙한 천마신교의 무인일 탓일까, 어느새 무인의 남자에 대한 말투도 존칭으로 바뀌어 있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남자는, 뭐 말하면 믿겠냐는 듯 놀리듯이 가벼운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말해 무엇하겠느냐, 본존은 천마(天魔)이니라.”
그건 무인은 물론, 옆에서 보고 있던 세령조차 얼이 빠지게 만들 만큼 어처구니없는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