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01)
우주천마 3077-100화(101/349)
16. 용살흑마 Demon the White Dragon Slayer (7)
16. 용살흑마 Demon the White Dragon Slayer (7) – 역천의 신공
“으음······.”
명치에서 올라오는 아릿한 통증에 제갈무준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직격으로 맞붙은 대원들은 무사한가. 직접적인 주공이 아니라 강선으로 보조만 했는데도 가해지는 반동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경미한 수준의 내상이니 지휘를 이어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그는 곧바로 전술 전뇌망을 통해 업데이트되는 백룡대의 피해상황을 읽고는 작게 한숨을 흘렸다.
‘직접 승부하는 건 역시 버겁군.’
진법의 힘을 빌어 백룡대 전체로 충격을 분산시켰는데도 스물일곱 중 절반 가까이가 심한 내상을 입었고, 전투를 속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상을 입은 이들도 있다. 진법의 힘을 그대로 실은 절호의 일격이었음에도 목진이 전개한 강환에 담긴 힘을 전부 감당하지 못한 탓이었다.
반면 적의 상태는 어떠한가. 제갈무준은 화염이 걷힌 뒤 보이는 목진의 모습을 살폈다.
옷 여기저기가 타들어가 있긴 하지만 이렇다 할 상처는 보이지 않고, 광룡과 같은 기세가 조금도 꺾이지 않은 걸 보니 내상을 입은 것도 아니다. 제갈무준이 이를 악물었다.
충돌의 여파만으로 온갖 신소재와 기술을 때려박아 만든, 현존하는 비무선 중 최고의 강도를 자랑하는 비무선인 슈프림 스테이지 쉽의 바닥이 움푹 구겨졌다. 그런데 피륙으로 만들어진 사람 한 명이 그 충격을 온전히 견뎌낸 것이다.
‘손해가 크다.’
화국 삼합진은 효율 따윈 고려하지 않고 무한정에 가까운 내공을 태워 극한의 화기를 빚어내는 진식인 만큼, 육합공명대진에서도 최대의 순간화력을 뽑아낼 수 있는 진식이다. 헌데 그조차도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없을 줄이야.
회심의 승부수를 던졌는데도 이만한 교환비라면 정면 대결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제갈무준은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 부상자는 교대한다. ]목진이 날뛰는 기를 갈무리하는 동안 부상을 입은 대원들이 후방의 대원들과 자리를 교대한다.
팔이 잘리고 뱃가죽이 찢긴 심각한 부상을 입은 대원이라 해도 내공 드라이브는 멀쩡하니 응급처치만 하고 나노봇으로 회복을 하면 진법을 유지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오히려 문제는 내상을 입은 쪽으로, 내공 드라이브가 완전히 파괴된 것은 아니니 진법을 유지할 순 있을지언정 출력의 저하가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게 문제다.
다만 육합공명대진을 이루는 백룡대의 인원이 백이 넘는 만큼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진법의 출력이 확 떨어지는 정도는 아니란 게 다행일까. 적어도 지금까지와 같이 목진을 압박하며 버틸 역량은 충분했다.
다시 승부를 거는 것은 확실한 악수. 결국 처음의 계획을 따라 장기전으로 진을 빼는 수 외엔 방법이 없었다. 제갈무준은 재차 마음을 다잡으며 다음의 수를 계산했다.
“후우. 제법 화끈하긴 하구나.”
피부로 느껴지는 잔열에 목진이 뜨겁게 데워진 숨을 내뱉었다.
직접 맞붙어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백룡대가 펼친 극양기공의 화력만큼은 분명 과거의 태양신군이 펼쳤던 것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보다 더 강했다. 옷가지는 조금 타 버렸지만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으니까. 목진은 검을 쥐지 않은 손을 쥐었다 펴며 한결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했다.
“흐. 이제 조금 감이 잡히는 군.”
목진은 당장이라도 미친 말처럼 날뛰려는 내공의 고삐를 틀어잡으며 히죽 웃었다.
이번 격돌로 인해 과거의 앙금을 지워버린 것도 물론 흡족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를 웃음짓게 만든 진정한 이유는 바로 이 골치 아픈 진법을 깨트릴 실마리를 잡았다는 점이었다.
짝. 짝. 짝. 검을 검집에 납검한 목진이 가볍게 박수를 쳤다.
“대단하다. 내 진법이라는 것을 얕보고 있었음을 인정하마. 무공을 완성한 뒤로 본존을 상대로 이만큼이나 선전한 진법은 없었느니.”
“우리도 육합공명대진을 상대로 이만큼이나 선전한 상대는 처음이외다.”
목진이 갑자기 검을 거두고 말을 걸었음에도 제갈무준은 침착하게 대꾸했다. 딱히 부상을 입은 기색도 보이지 않았기에 목진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육합공명대진의 운영을 위해 재정비가 필요한 백룡대의 입장에선 시간끌기이든 뭐든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물론, 목진의 의도는 순수하게 백룡대를 칭찬하기 위해서였지만 말이다. 현대 무림과 달리 그가 살던 시대에서는 아무리 적이라 할지라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아닌 이상 무공을 나누다 상대를 칭찬하는 일 정도는 일상다반사였다.
“혹 더 보여줄 것이 남아있더냐? 그렇지 않다면 이제 슬슬 승패를 가리고 싶다마는.”
“허. 정말이지 광오하시구려. 그대의 무공이 높다는 것은 분명 반박의 여지가 없으나, 그렇다고 우리 백룡대를 쓰러트릴 수는 없소이다. 그대가 방금 펼친 극강한 절기조차 결국 이 육합공명대진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지 않소?”
허허. 목진이 작게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굉천유성군(轟天流星群)을 말함이더냐? 확실히 그것이 본존이 펼치는 무공 중에서는 손꼽히는 절기이긴 하지.”
수많은 강환들을 전개하는 묵뢰천라신공의 오의, 굉천유성군은 생사경의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천하에 당할 자가 없던 무공이었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 수십, 수백에 이르는 강환들을 막아낼 수 있겠는가. 그 압도적인 힘 앞에 감히 대적할 수 있는 이는 무림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 드넓은 우주무림에서는 굉천유성군이라 해도 단순히 강한 무공일 뿐 더 이상 압도적인 최강이 아니었다. 당장 눈앞의 육합공명대진도 굉천유성군 이상의 힘을 초월하는 거대한 힘을 다루고 있으니까. 이 드넓은 우주무림에 그와 같이 거대한 힘을 다루는 무공이 하나뿐이리란 법은 없었다.
“헌데 무공이라는 것이 꼭 위력으로 고하를 판가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아니, 작금은 그러한 시대요. 그대의 무공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이 드넓은 우주에는 넘지 못할 벽도 있는 법이외다. 그대의 묫자리는 이곳이오.”
“흐음. 그리 생각하는가.”
그야말로 정저지와(井底之蛙)로다. 검은 뽑지 않은 채, 목진이 서서히 내공을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시험해 보거라.”
쿠웅. 목진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대기를 울리는 기파가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그렇게 강환을 전개했음에도 건재함을 자랑하는 내공에 전열을 가다듬은 제갈무준과 백룡대가 검을 고쳐쥐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이상했다.
“헙······.”
전투 중에는 느껴본 적 없는 기이한 감각에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킨다.
그것은 기묘한 이질감이었다. 방금까지 대화하고 있던 이가 한순간에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 같은, 그러한 이질감.
하지만 어째선지 낯설지는 않다. 제갈무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적으로서 마주하고 있던 것은 위대한 경지에 오른 무인이었고, 그의 무공은 순수한 무(武)의 정수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었다.
흡사 분노한 용을 연상시킬 정도로 패도적이고 광폭하기 그지없던 기세가 아닌,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게 만드는 오싹함.
무언가 거대하고 두려운 것이 끝도 없는 어둠 속에서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은 섬뜩함이 그를 엄습했다.
그는 바싹 마른 목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굶주린 포식자와 마주한 초식동물의 기분이 이러할까. 이성이 아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가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저것이 과연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던 화염용사 이목진이 맞기는 한 건가. 음영이 짙게 드리운 사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제갈무준은은 문득, 어느새 심연과 같은 새까만 기운이 그의 몸을 타고 아지렁이처럼 일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런 광경을 어디서 봤었지? 분명 어디선가 저와 같은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위험하다.’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짙은 살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의 착각일까. 이전엔 경이로운 무공을 보고 같은 인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눈앞에 있는 존재의 본질 자체가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 쓴 괴물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감상은 곧 확신으로 변했다.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커먼 음영 속에서 피보다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언제부터인가 지독한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있었고, 내뱉는 숨은 하얗게 얼어붙고 있었다.
‘어째서 마인(魔人)이 여기에?’
그는 그제야 낯익은 이질감의 근원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는 분명, 저와 같은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불을 담은 듯한 붉은 안광을 줄기줄기 흩뿌리는 사내의 등 뒤로, 사람의 형상을 띈 무언가의 거대한 환영이 투영되었다.
몸뚱이에 아득한 심연의 별들을 담은 그것은 태양과 같이 이글거리는 붉은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제갈무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하나의 단어였다.
“······천마(天魔)!”
살을 저미는 듯한 한기 속에서, 그는 두려움에 떨며 가쁜 목소리로 불길한 그것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과거 무림을 일통하기 직전, 천마 이목진은 최후의 깨달음을 얻고 묵뢰천라신공을 완성하여 탈마지경(脫魔之境)에 올랐다.
정도(正道)이든, 사도(邪道)이든, 마도(魔道)이든 흐르고 흐르면 종국에는 같은 곳에 도달하게 되니 그를 이르길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
마인의 굴레에서 벗어나 무공의 본질에 한 걸음 다가선 이후 그의 무공에서는 지독한 마기(魔氣)가 사라졌고, 끊임없이 그의 폭력성을 부추기던 마성(魔性) 또한 심상의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마(魔)를 버리고 얻은 것은 무(武).
그렇게 얻은 무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순간, 천마 이목진은 비로소 그 자신이 만인지상(萬人之上)임을 깨달았다.
더 이상 마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잠들어있던 마성을 더 이상 깨울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마를 벗어던지기 전의 경지를 일컫는 말은 극마지경(極魔之境).
마도의 본질에 한없이 가까워진 경지를 말한다.
마도라 함은 곧 하늘을 거스르는 것이며, 세상의 순리(順理)를 거부하는 것.
때문에 목진은 육합공명대진을 깨트리기 위해 잠들어있던 마성을 깨웠다.
육합공명대진을 구성하는 팔괘(八卦), 육합(六合), 구궁(九宮), 오행(五行)은 세상의 원리를 꿰뚫는 이치인 즉.
결국 순리를 거스르는 일은 탈마(脫魔)가 아니라 극마(極魔)의 전유였으니까.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보다 아득히 높은 곳, 마천(魔天)의 마기를 한껏 품은 미완의 신공.
완성되지 못했음에도 한때 천하는 두려움과 경외를 담아 그 앞에 고개를 조아렸다.
그것의 이름은 천마신공(天魔神功).
역천(逆天)의 신공이다.
알기 쉽게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마기를 지우지 못한 미완성 묵뢰천라신공(클래식 천마신공)은 현경 이후 마기를 지운 묵뢰천라신공(네오 천마신공)에 비해 데미지는 약하지만, 상성이 좋아서 육합공명대진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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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정보)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스토리 진행에 지장이 없는 잡다한 설정놀음입니다. 흐름이 끊기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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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백룡대는 부상을 당했다고 해도, 심각한 중상이 아닌 이상 후방으로 물러나 육합공명대진을 유지한다. 팔다리가 없어도 진을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 목진이 스스로를 봉인하기 전 최고의 위력을 가진 무공의 이름은 굉천유성군으로, 특유의 강기로 빚은 수많은 강환들을 전개하여 무차별로 폭격하거나 일점에 집중시키는 무공이다.
정보) 목진이 천마가 되었을 때 그는 천하제일을 논할 만한 고수였음에도 묵뢰천라신공은 미완성이었다. 당시의 목진은 극마지경이었다. 강호는 마기를 폴폴 풍기는 미완의 묵뢰천라신공을 천마신공이라고 불렀다.
정보) 목진이 탈마의 경지에 올라 묵뢰천라신공을 완성하고 난 뒤에 마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 목진은 강호 최고의 고수들이 연합한 최후의 합격을 깨부수고 무림을 통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