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19)
우주천마 3077-118화(119/349)
19. 진염성녀 Divine Napalm Witch (4)
19. 진염성녀 Divine Napalm Witch (4) – 거 죽기 딱 좋은 날이네
“악?!”
무릎과 팔꿈치에게 전완이 찍힌 디마의 입에서 당혹과 고통이 뒤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세령은 그 순간의 틈을 놓칠 정도로 무르지 않았다.
검을 쥔 오른손에 손을 빼고 가볍게 밀어 올려 술병의 곡면을 타고 공중으로 떠오르게 한 뒤, 몸을 비틀며 비어있는 손으로 디마의 목덜미를 감아쥔다.
제아무리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공격들을 피해내는 노국취권이라 할지라도, 목덜미를 단단하게 붙들려진 상황에서까지 피할 수는 없다. 세령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띄우며 그대로 디마의 가슴께에 오른 무릎을 쑤셔 박았다.
“끄윽!”
뒤늦게 발악하듯 다리를 휘두르지만, 본능적으로 나온 공격조차 피하지 못할 정도로 세령의 공부가 낮지는 않다. 세령은 디마의 발길질을 가볍게 피한 뒤 그녀의 무릎을 밟고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물러났다. 그 와중에 공중에 빙글빙글 떠오른 검을 낚아채는 기예는 덤이었다.
“하. 속이 뻥 뚫리네.”
처음으로 적중한 유효타다. 세령이 유쾌, 상쾌, 통쾌한 표정으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반면 디마의 경우는 정 반대. 고통 가득한 얼굴의 디마가 무릎차기를 맞은 부위를 움켜쥐고 신음을 흘렸다.
‘뼈 나갔네.’
고작 한 번의 반격 때문에 입은 손해가 너무나 컸다.
확실히 내공이 빵빵하긴 한지, 알코올을 분해시킨 유사내공인 주취공력(酒臭功力)으로 급히 몸을 보호했음에도 방금 전의 한 방으로 인해 갈비뼈가 나갔다. 그나마 다행힌 점이라면 팔꿈치와 무릎 사이에 찍힌 전완 쪽의 뼈는 무사하다는 점일까.
“······도대체 어떻게 막은 거냐요.”
디마가 중얼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넘을 수 없는 실력 차이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던 상대였건만, 이번의 공격은 마치 사람이 바뀐 듯 정확하게 그녀의 공격을 막고 역습을 가한 것이다.
‘설마 그 순간에 성장했다는 건······아니, 그럴 리 없지.’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디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협물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오래 공부를 쌓은 뒤 한 순간의 깨달음을 얻어 전투 중에 급격히 성장하는 게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절대고수 쯤 되는 깜냥이라면 모를까, 어정쩡한 낭인 나부랭이가 그런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루어낸다는 건 판타지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운이 좋았던 거겠지. 디마는 상식적인 선에서 결론을 내렸다.
‘빠르게 끝내야겠어.’
노국취권의 특징인 취기 덕에 갈비뼈의 고통은 그럭저럭 참을 만하기에 전투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격하게 움직이면 아무리 기로 보호하고 있다고 해도 몸이 축날 수밖에 없으니만큼 조금 무리하더라도 빨리 이 싸움을 끝내는 편이 나았다.
“햣!”
아무런 전조도 없이 디마의 몸이 화살처럼 세령을 향해 쏘아진다.
쓰러질 듯 앞으로 기울어진 무게중심에 중구난방으로 밟는 보법. 하지만 그 속도만큼은 조금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쾌속했다.
하지만 그건 명백한 실수였다.
이 광대한 우주무림에서 상식이 박살나는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이던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어중간한 하수가 한순간에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 하수가 명백히 천재 과에 속하는 세령이고, 또한 삼 개월간 그녀를 지도한 것이 절대고수인 목진이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불가능의 영역이던 가정이, 충분히 가능할 법한 이야기로 변하는 것이다.
“흡!”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세령의 손발이 돌개바람처럼 끊임없이 몰아닥치는 디마의 공격을 방어하기 시작한다.
아니, 그것은 이미 방어가 아니라 공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격한 손발이 되려 튕겨나갈 정도로 강한 일격으로 쳐내는 것을 어떻게 방어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금시천소무를 오랫동안 익혀왔기 때문일까. 세령은 오법간합 중 가장 익히기 어렵다 평하는 벽(劈)의 개념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게······되네?’
자신과 디마의 권역을 읽고 서로의 간합을 이해하니 예측할 수 없던 노국취권의 공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령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간 그녀가 읽어오던 무공의 리듬은 결국 이 간합을 재는 것에서 파생된 부산물에 불과했다는 것을.
주먹으로, 발로, 팔꿈치로, 그리고 무릎으로. 몸에 익은 금시천소무를 따라 세령은 강력한 내공 드라이브의 출력을 바탕으로 디마의 공격들을 모조리 쳐내고 있었다.
물론, 현재진행형으로 세령과 싸우는 중인 디마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미, 친!”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본능에 따라 노국취권을 펼치면서도 디마는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감추고 있던 힘을 드러낸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던 상대방이 갑자기 대오각성해서 자신을 압도하고 있다? 그것도 동네 삼류무공이 아니라 무림맹에서 인증받은 엄연한 상승무공인 노국취권을 공격당하는 족족 파훼하며?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디마는 직감했다. 등골을 스치는 불길한 감각에 보드카 때문에 한껏 오른 취기가 싹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것은 노국취권을 익힌 무인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실수였다.
‘아.’
동급의 경지라면 상대를 가볍게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함을 뽐내는 상승무공인 노국취권이지만, 그만한 강함을 얻은 대가로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근본적으로 만취한 상태에서 그 정수가 드러나는 만큼, 취기가 가라앉으면 급격히 포텐셜이 하락한다는 것.
그렇기에 항상 긴장을 풀고 마음을 편히 가지는 심공(心功)의 성취가 중요한 무공인데, 일의 양상이 워낙 충격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탓에 그 부동심이 풀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노국취권 특유의 불규칙함과 매서움이 한풀 꺾인 이상, 각성상태에 들어간 세령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할 까닭은 없었다.
“빈틈!”
디마의 오른팔이 부숴버릴 듯 후려치는 세령의 일격에 돌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크게 튕겨나간다. 세령은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가슴이 열려 완전히 무방비가 된 디마의 품, 권역의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큿?!”
얼굴을 노리고 눈앞으로 불쑥 솟구쳐 오르는 세령의 왼 무릎. 아무리 실력의 차이가 난다고 해도 저것에 맞으면 십중팔구는 기절이다. 디마는 기혈이 꼬이는 것을 감수하고 억지로 술병을 든 왼팔을 틀어 세령의 무릎을 막아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세령이 던진 승부수의 초식명은 기룡쌍천(欺龍雙天). 속인다는 글자가 들어가는 이름에 걸맞게, 첫 번째 무릎차기는 상대의 가드를 굳히기 위한 페이크였다는 것을.
‘속았······?!’
그때, 디마는 보았다. 자신의 무리한 움직임으로 왼쪽의 방어가 뚫린 순간 관자놀이를 향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오는 세령의 반대쪽 무릎을.
하필 나보다 약한 놈한테.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디마는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후우······. 후······. 후······.”
세령은 거칠게 숨을 고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싸움이 끝난 뒤에야 겨우 깨달은 거지만, 이미 그녀의 온 몸은 만신창이였다.
반쯤 홀린 상태로 계속해서 제 기량을 넘어선 무공을 펼친 탓에 온 몸의 혈도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디마에게 두들겨 맞은 곳들도 뒤늦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헷······.”
하지만 세령은 웃었다.
그 고생을 하면서도 결국 이겼으니까. 그것도 그녀보다 한참은 강한 고수를 상대로 말이다. 온 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성취감에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실실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맛에 무림인을 하지.’
사람들이 이 위험천만한 무림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 별 게 있겠는가.
강자를 이겼다는 쾌감. 그리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달성감. 이 중독성 넘치는 감각들을 한번 맛보고 난 뒤에 헤어나올 수 없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저쪽도 대충 정리된 것 같고.’
고개를 돌려 한쪽을 바라보니 건물 밖에 대자로 쓰러진 적웅문주 마리아와 간신히 몸을 가누고 서 있는 유스가 보였다. 보아하니 저쪽도 싸우던 와중에 메인 홀 밖으로 튕겨나온 듯 했다.
어떻게든 사랑의 유람선은 피한 모양이지? 세령이 피식 웃었다.
이렇게 되면 이 문파전은 청령문의 승리가 되는 걸까. 명목상으로는 지낼 곳을 내준 은혜를 갚는답시고 도운 거긴 하지만, 이 정도면 한 사람 몫이 아니라 대충 백 사람 목은 한 셈이니 뭔가 더 떨어질 지도 모른다. 세령은 일이 마무리되고 청령문에서 챙길 떡고물에 대해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때, 우연찮게도 그녀의 귓가에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응?”
하늘 저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낮은 휘파람 소리. 고개를 든 세령의 눈에 어디 소속인지 모를 비행형 드론 하나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저건 또 뭐라냐.’
사파끼리 거하게 한 따까리 했다고 네오 아티카 행성의 행정부처에서 사태 파악이라도 하러 나온 걸까. 세령은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이쪽으로 날아오는 드론을 바라봤다.
그 드론의 아래에서, 무언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원통형의 물체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체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세령이기에 누구보다 빨리 직감할 수 있었다.
저것은 끔찍하게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을.
“폭-격-이-다-!”
비명과도 같은 세령의 외침에 각 문파의 문도들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펑 하는 소성과 함께 수백 미터 상공에서 사방으로 비산하는 조그마한 탄두들을 말이다. 그것의 정체가 수백이 넘는 집속탄이라는 것을 알아챈 이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도대체 누가?
왜?
그러한 의문을 가질 틈도 없었다. 긴 궤적을 그리며 무수히 많은 불벼락이 그들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으니까.
“피해-!”
집속탄이 땅에 떨어지기까지 고작 수 초 남짓. 누구인지 모를 외침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지금은 적이고 나발이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청령문과 적웅문의 문도들은 각자 주변의 부상당한 이들을 챙기며 혼비백산 집속탄을 피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 씨발!”
그것은 세령의 경우도 마찬가지. 세령은 급하게 디마에게 달려가 정신을 잃은 그녀를 집어들었다.
방금까지 죽어라 싸웠던 상대였지만, 각자의 입장 때문에 싸우게 된 것이지 진짜 죽일 작정으로 생사결을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곧 죽어도 같은 업계 사람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차별적인 폭격이 청령문 전역을 뒤덮었다.
사람들의 비명조차 잡아먹으며, 귓가를 먹먹하게 울리는 폭음의 오케스트라. 폭음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세령은 끝까지 하늘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제발 이쪽은 오지마라······!’
하지만 디마와의 싸움에서 오늘치 운을 다 써버렸던 걸까, 운 나쁘게도 1.5리터 페트병만한 탄두 하나가 불붙은 채 빙글빙글 불꽃을 휘날리며 두 사람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염병, 늦었어!’
피할 수는 없으니 흘려내야만 한다. 그것도 폭발의 피해가 닿지 않을 만큼 멀리.
코앞까지 날아온 탄두를 본 세령의 의식이 순간적으로 가속했다.
‘이정제동(以靜制動). 고요함은 움직임을 다스린다고 했었지.’
“핫-!”
지난날 목진이 넌지시 알려준 태극의 묘리를 따라 세령의 손이 교묘하게 움직이며 그 궤적을 비튼다.
무공에 대해서는 그리 꼬장꼬장하던 목진마저 대단히 빠른 성취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던 바로 그 수법. 완전히 깨우치지 못한 겉핥기에 불과하기에 실전에선 쓸 수 없지만 저런 물체를 상대로는 써먹지 못할 것도 없다.
세령의 수법을 따라 공터 쪽으로 흘려진 탄두는 반경 수 미터는 한 번에 집어삼킬 법한 커다란 화염을 만들어냈다. 그것을 본 세령이 기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소이탄?”
세령은 그제야 주변이 화염과 비명으로 가득한 생지옥으로 변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미친놈인지 몰라도, 청령문에다가 집속소이탄 폭격을 때려 박은 것이다.
‘잠깐, 이거······?!’
그것뿐만이 아니다. 코를 찌르는 휘발유 냄새와 함께 장갑에 붙은 불이 꺼지지 않고 들러붙는 것을 본 세령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 미친, 이거 네이팜이잖아?!”
이 행성에서 네이팜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하나뿐이다. 세령은 더 이상 추가 폭격이 떨어지지 않는 걸 확인하고 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디마를 집어던진 뒤 한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곳엔, 청령문주 유스와 적웅문주 마리아가 있었다.
“너, 너너너! 너 지금, 지금 도대체 뭘······!”
세령과 똑같은 추론에 도달했는지, 이미 유스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마리아의 멱살을 틀어쥔 채 흔들어대고 있었다. 설마 빙백련 소속 식구들 사이에 이런 학살극이 벌어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녀는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34호 벽력자, 네이팜의 마녀를 영입한 것은 적웅문.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를 습격한 것은 당연히 그녀의 작품이 아니겠는가. 번개같이 검을 뽑은 세령이 유스가 있는 것도 아랑곳 않고 마리아의 목젖에 검 끝을 가져다 댔다.
“이 미친년아. 청령문을 가질 수 없다고 차라리 잿더미로 만들 작정이냐? 니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마리아의 행동에서 과거 폐기장 행성에서의 일이 떠오른 세령의 목소리에 살기가 담겼다. 철시귀옹 그 미친 늙은이의 비서가 다 같이 죽자고 드로이드 강시들을 폭주시켜서 그 사단이 나지 않았던가.
하지만 서슬퍼런 세령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부정의 말을 입에 담았다.
“아니······아니야······. 나는 이런 일은 지시한 적 없어······.”
“뭐? 무슨 소리야? 네가 적웅문주잖아! 너 말고 이딴 짓을 시킬 사람이 어디 있다고?!”
유스가 비명처럼 소리치자 마리아가 고개를 거칠게 내저었다.
“아니야······! 천향이 그 애는 단지 졌을 때를 대비해서 협상용 보험으로 와 있으라고 했을 뿐이라고! 내가 미쳤다고 사파끼리의 내부 문파전에 그 애를 참전시킬 리가 없잖아!”
“이 정신나간 년아, 그럼 이 상황은 뭔데? 한천향 그 마녀가 충동적으로 저지른 거라고? 그럴 리가······. 그럴······리······가······.”
······설마?
마리아를 윽박지르던 세령이 말끝을 흐렸다. 유스도, 마리아도 그런 그녀를 따라 입을 다물었다.
성격파탄을 기본적으로 달고 다니는 벽력자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싸이코패스인 34호 벽력자라면? 세 사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때였다.
문도들이 지르는 비명 사이로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 것은.
세 사람은 홀린 듯 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더없이 아름답게 웃으며, 불타는 무간지옥을 헤치며 다가오는 화염의 마녀를.
“후후······. 좋은 냄새가 나네요.”
아비규환이 강림한 듯한 주변과 괴리된 듯, 홀로 옅은 미소를 입가에 건 천향이 그들을 보며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어때요, 불 지르기 좋은 날이죠?”
작가의 말
.<아래 정보)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스토리 진행에 지장이 없는 잡다한 설정놀음입니다. 흐름이 끊기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정보) 세령이 디마의 목덜미를 잡아챈 것은 본능적인 판단이었지만, 사실 금시천소무의 실전된 부분에 있는 초식이다. 고대인들은 그 초식을 빰 클린치라고 불렀다.
정보) 노국취권은 만취했을 때 동급의 무림인을 가볍게 압살할 수 있지만, 취기가 풀리면 동급 이하의 퍼포먼스로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이를 위해서 노국취권의 전승자들은 꽐라 상태의 멘탈을 유지하기 위해 특수한 심공을 익힌다.
정보) 세령이 디마를 이긴 것은 순간적인 깨달음 덕에 순간적으로 폼이 올라갔기 때문이기도 하고, 디마가 유스와의 싸움에서 공력을 꽤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며, 싸움 전부터 디마의 술병 하나를 깨먹은 상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령은 아직 디마보다 한 수 아래이다.
정보) 유스는 트래쉬 토크를 포함해서 정말 처절하고 더럽고 치졸하게 싸워 간신히 승리하여 정조를 지킬 수 있었다. 다행히도 그녀의 필사적인 모습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보) 네이팜 집속탄은 34호 벽력자 한천향이 직접 상부에 강하게 요청해서 허가받은 무기로, 무림병기조약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벽력문 특수를 받아서 다대일 상황에서만 한정적으로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광역 최종병기다. 굳이 집속탄으로 만든 이유는 살상범위를 더 크게 넓히기 위함이며, B급 정도 되는 무림인이라면 집속탄의 자탄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무림병기조약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보) 세령은 디마가 무지 얄밉긴 하지만, 어쨌든 같은 업계 사람이기도 한데다 사적인 원한은 없으니 살렸다. 청령문과 적웅문도들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서로를 챙겼다.
정보) 목진은 과거 지저혈곡에서 태극의 묘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뒤, 그중 비교적 쉬운 일부를 세령에게 과제로 던져준 적이 있다. 별다른 기대 없이 남는 시간에 심심하지 않게 연구해 보라고 던져준 깨달음이지만, 세령은 어찌저찌 흉내를 내는 데에 성공했다. 당시 목진도 상당히 놀라워 했는데, 이 사건 이후로 목진은 세령의 재능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눈여겨보게 되었다.
정보) 마리아는 천향이 적웅문을 괴멸시켰다는 사실을 모른다. 적웅문의 부문주가 비상 콜을 치긴 했지만, 마리아는 유스와 전투를 하느라 수신거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