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20)
우주천마 3077-119화(120/349)
19. 진염성녀 Divine Napalm Witch (5)
19. 진염성녀 Divine Napalm Witch (5) – 섹시코만도
34호 벽력자 한천향. 통칭 네이팜의 마녀.
벽력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동네 무림인도 한 번쯤은 그 악명을 들어봤다는 우주무림의 인간재앙.
그 실체를 마주하니 악과 깡으로는 흑도 못지않은 천하의 세령조차도 할 말을 잃어버릴 정도였다.
‘······진짜 개싸이코네.’
온 천지를 불바다로 만들어놓고 좋은 냄새라느니, 불지르기 좋은 날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훈훈한 미소와 함께 건넨다니. 그동안 들은 한천향의 도시전설이 한두 개가 아니긴 했지만, 직접 보니 그 광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무림맹은 도대체 무림세 쳐먹으면서 뭘 하는 거냐. 저런 또라이 무림공적으로 지정 안 하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시답잖은 생각을 떠올린 세령이 아직도 유스의 손에 멱살이 잡혀있는 마리아를 흘긋 쳐다봤다.
사파문파 문주의 필수덕목에 연기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저건 딱 봐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이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저 또라이의 독단이라는 뜻이고 말이다.
벽력자면 최소 A급, 잘하면 S급까지 넘보는 고수. 적웅문주가 이쪽으로 붙는다 치고 셋이 힘을 합치면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문제는 셋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거기에 한빙기공을 익힌 유스를 제외하면 상성도 그리 좋지 않으니 수가 유리하다고 무작정 싸우는 건 자살행위였다.
세령이 초조하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저씨가 시간에 맞게 와야 하는데.’
내공 드라이브를 교체한 뒤로 허파에 바람이 좀 들어간 세령이긴 하지만, 제 살 구멍 하나도 준비하지 않을 정도로 대책이 없지는 않다. 그녀는 이미 한참 전, 그러니까 선복취걸 디마 세메노바가 술을 까마실 때부터 자기가 질 것을 대비해 순자와 목진에게 비상신호를 보내 둔 상태였으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참룡검제라는 거창한 별호까지 단 양반이 동네 사파 나부랭이들한테 발목 잡힐 일은 없으니만큼 비상신호가 간 이상 곧바로 정리하고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으리라.
어떻게 어떻게 운과 재능이 폭발해서 디마를 쓰러트리긴 했지만,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비상신호를 보낸 건 미래를 내다본 신의 한 수였다.
문제는 목진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것.
그나마 다행히도 눈앞의 싸이코 방화광은 당장 드잡이질을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대뜸 공격부터 하는 대신 입을 열었다.
“마리아. 이렇게 보게 되어서 유감이에요.”
“천향······너······도대체?”
“죄송하지만, 그 말은 이미 부문주에게 들어서요.”
부문주라는 말에 마리아가 눈을 부릅떴다. 단지 그 한 마디만으로도 그녀는 눈앞의 악마가 한 짓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설마 본문에······.”
“네. 적웅문은 이제 이 세상에 없어요.”
“······컥!”
조금의 가감도 없는 천향의 말에 마리아가 왈칵 선홍색 피를 토했다. 안 그래도 깊게 내상을 입은 상태에 심마까지 들어버린 것이다. 당장 운기조식으로 주화입마를 다스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피가래를 토하며 천향을 노려봤다.
“끄윽, 왜······!”
고통과 분노에 몸서리치는 친구의 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일까, 천향은 조금 슬픈 눈으로 마리아를 바라보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적웅문에 민간인 납치와 인체실험 혐의로 범죄지정코드가 발부됐거든요. 물론 청령문도요.”
“뭐?!”
날벼락같은 소리에 유스가 기겁하자 천향이 싱긋 웃었다.
“억울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인걸요. 뒷사정이 어쨌건 태워도 된다고 허가만 나왔으면 저는 만족해요.”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을 불태우는 거야? 사람 죽일 구실이 생겼다고?”
천향이 누굴 살인마로 보냐는 듯 유스를 흘겨보며 항변했다.
“저라고 죄 없는 이들이 목숨을 잃는 게 좋겠어요? 당연히 슬프고 안타깝죠.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라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저도 고민을 했는걸요. 여러분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제 행복이 먼저이니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인의 시각에 유스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널 친구라고 생각, 했는데······.”
“저도 그래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당신은 제 가장 소중한 친구에요.”
분노, 불신, 배신감, 슬픔, 그리고 우정이라 생각했던 감정의 잔향. 콜록거리며 피를 토하면서도 온갖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마리아의 말에 천향이 슬픈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그래서 마리아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해요. 어쨌든 소중한 친구보다 제 욕심을 우선한 거니까요. 이해해달라고 해도 안 되겠죠.”
그러니 이만 괴로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게요. 천향이 허리에 찬 도폭선 채찍을 손에 쥐었다.
“쉽게 당해주진 않아.”
그 모습을 본 유스가 긴장하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승산은 희박하다지만 그래도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봐야 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때, 잠자코 손목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세령이 천향을 향해 뜬금없이 희한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그냥 불이 좋은 거야, 아니면 사람이 불타는 게 좋은 거야?”
“네?”
“아니 왜, 보통 그러잖아. 뭔가 사람을 불태우는 거에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거나, 아니면 보통 사람과는 좀 다른 미학이 있다거나. 아니야?”
이게 무슨 소리인 걸까. 천향이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치켜 올렸다. 대충 어디서 주워들은 예술가병 걸린 범죄자에 끼워 맞추려는 듯싶은데, 도무지 그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천향 스스로도 자신의 성향이 남들에게 이해받을 만한 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데, 뭘 다 이해하는마냥 아는 척이라는 말인가. 묘한 불쾌감에 천향이 퉁명스레 내뱉었다.
“타는 모습이 아름다우니까요.”
“그래? 하지만 좀 더 좋은 게 있지 않을까? 좀 더 밝고 희망찬 미래라던가. 꼭 파괴에서만 아름다움을 찾으려 드는 건 이 정의로운 강호무림에서 지향하기에는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해.”
“······지금 뭐 하자는 건가요?”
안 그래도 친구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라 착잡하기 그지없는 상황인데 왜 저리도 헛소리를 내뱉는 건지. 아무런 맥락도 없는 세령의 개소리에 천향이 처음으로 짜증스런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세령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뭐긴, 시간 끌고 있었지 이 정신 나간 또라이년아.”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부터 한 대의 호버 바이크가 홀연히 불길을 뚫고 청령문 안으로 난입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결사의 등장이다. 세령이 천향을 보고 엄지를 아래로 치켜 내리며 말했다.
“넌 끝났어.”
“피 볼 일은 없다더니, 이게 무슨 꼴인지······.”
세령의 비상신호를 확인하자마자 호버 바이크를 타고 온 목진은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아비규환에 혀를 찼다.
분명 듣기로는 빙백련 소속끼리의 내전이라 적당히 제압하는 선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 들었거늘, 정작 와서 보니 아예 문파를 멸문이라도 할 기세로 불바다로 만들고 앉아있다.
목진의 시야에 저 아래 세령과 유스가 누군가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단아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채 채찍을 손에 든 여인의 모습은 분명 이전에 본 적이 있었다.
일이 어떻게 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벽력자가 나서긴 한 모양이지. 목진은 그대로 십수 미터 상공에 있는 호버 바이크 위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네 사람의 앞에 내려앉았다.
“결판은 아직이더냐?”
“쟤요. 쟤가 나쁜 년인데 쟤만 처리하면 돼요.”
목진의 물음에 불쑥 세령의 손가락이 천향을 가리켰다. 세령은 이미 다 이긴 판인 마냥 득의만만한 표정이었다.
뭘 그리 잘했다고 저런 얼굴인지. 목진은 못마땅한 듯 세령을 째릿 노려보고는 천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청령문이 초청한 고수가 당신인가보네요.”
실눈처럼 얇던 천향의 눈이 한층 더 가늘어졌다. 명백한 경계의 기색이었다.
다른 곳에서 전투를 하다 왔을 텐데, 상처는커녕 그리 지쳐보이지도 않는다. 타이밍을 계산해서 문파전이 소강상태일 때 난입했는데도 아직 체력을 온존한 고수가 남아있던 것이다.
세령이 목진의 등 뒤에 딱 붙어서 얄밉게 조잘거렸다.
“아저······아니 진 대협, 저거 완전 미친년이에요. 사람 태우는 게 좋다고 친구 뒤통수 치고, 적웅문 싹 다 불살라버리고 청령문까지 습격했다고요. 그러고는 다 죽이겠다고 미쳐 날뛰고 있던 중이었어요.”
“······어째 사방이 불바다가 되어있다 했더니, 천지분간도 못하는 광인이었군.”
목진이 한층 서늘해진 눈으로 천향을 바라봤다.
광인을 마주하는 건 익숙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마도의 종주 천마신교를 이끌며 그 누구보다 많은 미친놈년들을 겪어온 그였으니까.
“말이 험하시네요. 광인이라니.”
초면에 자신을 광인으로 칭하는 것에 대해 천향이 불평했지만 목진은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저런 류의 광인은 대화를 이어가 봐야 하등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아는 까닭이었다.
쓸데없는 대답을 하는 대신 목진은 천향이 들고 있는 채찍과 불바다가 된 청령문을 돌아보았다.
‘열양기공(熱陽氣功)과 채찍을 쓰는가······. 쉬운 길은 막힌 듯 싶고.’
본 실력을 드러내기에는 주변에 보는 눈이 너무 많다. 살아남은 문도들이 불길을 피해 소속을 불문하고 삼삼오오 모여있었으니까.
지금의 자신은 참룡검제 이목진이 아니라 적당한 A급 고수인 진 대협이다. 여기까지 와서 본래의 힘을 드러낸다면 요 며칠 동안 진 대협이랍시고 연기를 한 꼴이 우습게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굳이 본신전력을 드러낼 만한 상대인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검이 아닌 권각술을 써야만 하는데, 거기에 강기조차 제대로 쓸 수가 없는 제약이 걸린 상태. 문제는 다른 무공이면 모를까 열양기공처럼 오행의 속성이 극대화된 무공을 상대하기엔 최악의 조건이라는 점이었다.
가장 깔끔하고 확실한 방법인 강기를 쓸 수 없는 입장이니만큼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목진은 기억을 더듬어 먼 과거의 무공을 떠올렸다.
‘청련마기(靑蓮魔氣).’
팔한지옥 중 여섯 번째 지옥인 청련지옥의 이름을 본따 창안된 빙마공(氷魔功)으로, 과거 그를 패퇴시켰던 백양신공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하며 익힌 무공이었다.
강기 없이 열양기공을 상대하고자 한다면 반대의 속성인 한빙기공을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정석중의 정석이 아니겠는가. 목진의 손에 푸르스름한 빛을 띤 서리가 맺히기 시작하자 유스와 천향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빙공을 익히셨어요?”
“발 정도는 담가본 적이 있지.”
그러나 그 정도로도 눈앞의 광인을 상대하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터. 목진은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으로 천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쓸데없는 겉치레는 하지 않으마.”
어차피 여기서 끊어질 명줄이니.
그 말이 머금은 섬뜩한 살기에, 천향은 저도 모르게 도폭선 채찍을 쥔 손이 축축이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작가의 말
.<아래 정보)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스토리 진행에 지장이 없는 잡다한 설정놀음입니다. 흐름이 끊기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정보) 세령은 내공 드라이브를 교체한 뒤 어깨에 과한 뽕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자기가 빠져나갈 구석은 어떻게든 확보했다. 괜히 쥐뿔도 없는 주제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아니다.
정보) 세령이 비상신호를 보낸 건 목진과 이르비스의 싸움이 막 막바지에 다다를 때였다. 목진은 싸움이 끝난 후 순자에게 따로 연락을 받은 뒤에야 비상신호를 확인하고 청령문으로 달려왔다.
정보) 적웅문주 마리아 볼리베어는 내상에다 천향의 배신으로 인한 심마가 겹쳐 심한 주화입마에 들었다. 현재 간신히 주화입마를 다스리는 중이다.
정보) 천향은 지금도 마리아를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를 태우고 싶어하고 있다.
정보) 세령은 목진이 거의 도착했다는 신호를 받고 아무말 대잔치로 시간을 끌었다. 만약 시간을 더 끌어야 했다면 춤을 추며 천향에게 댄스배틀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정보) 세령은 목진이 도착한 순간부터 낙관론에 휩싸였다.
정보) 경험에서 우러나온 처세로, 목진은 광인과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
정보) 청련마기는 목진이 태양신군에게 패배한 뒤 그의 극양신공을 이기기 위해 연구하던 중에 익힌 마공으로, 한빙기공의 일종이긴 하지만 마공에 걸쳐있기에 조금은 그 결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