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21)
우주천마 3077-120화(121/349)
19. 진염성녀 Devine Napalm Witch (6)
19. 진염성녀 Devine Napalm Witch (6) – 이제와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경지를 가늠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고수가 그녀에게 살의를 품었음을 느낀 천향의 행동은 더없이 신속했다.
“읏!”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흩뿌리는 원통형의 쇳덩이들. 목진은 문득 과거 참호노병 돌이 사용하던 황개독무 연막탄이 저것과 흡사하게 생겼다는 것을 떠올렸다.
‘쯧. 고작 연기 따위로 도망치려 하다니.’
속으로 가볍게 혀를 찬 목진이 뒤로 물러나는 천향을 향해 가볍게 뛰어들었다.
‘이걸 들어오네?’
하지만 그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벽력문의 이름에 어째서 벽력이라는 글자가 붙었는지를.
벽력(霹靂)이란 곧 벼락. 벽력자 한천향은 의도치 않게 스스로의 별호에 걸맞은 방법으로 목진의 허를 찌르게 되었다.
그녀가 던진 쇳덩이들로부터 순간적으로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과 함께 천지를 울리는 폭음이 연달아 터져나온 것이다.
“-?!”
눈앞에 벼락이 떨어진 듯 수천만 칸델라의 빛이 눈을 파고들자, 목진은 그 즉시 호신강기를 끌어올리며 기로 귀와 내장을 보호했다. 번개라는 개념을 인식함과 동시에 취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한 대응이었다. 공기를 타고 파고드는 소리와 폭압은 뒤늦게 그의 몸에 닿았으니까.
다만 시각의 일시적 상실만큼은 피할 수 없으니, 그 순간의 틈을 놓칠 정도로 벽력자는 어리숙하지 않았다. 그녀의 오른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채찍의 끄트머리에서 만들어지는 파괴력만큼은 냉병기 중에서도 감히 견줄 무기가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를 모르지 않는 목진은 채찍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느끼자마자 곧바로 앞으로 발을 내딛으며 손을 뻗었다.
“흥!”
눈도 보이지 않는데 음속보다 빠르게 날아오는 채찍을 정확히 잡아채는 기예. 그러나 그 정도의 기예는 천향의 예상범위 내였다.
이 드넓은 우주무림에 오감 외의 감각기관을 추가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가 어디 한둘이던가. 천향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채찍에 연결된 뇌관을 당겼다.
‘뭐.’
목진은 느꼈다. 자신이 감아쥔 채찍을 타고 다가오는 무시무시하게 빠른 화기(火氣)를.
무기를 통해 화기를 침투시키는 무공도 있던가? 그러나 그 이상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에, 목진의 손은 다가오는 화기보다도 빨리 움직여 채찍의 중간을 잘랐다.
꽈릉 하고 번개 치는 소리와 폭음이 한 박자 늦게 사방에 울려퍼졌다. 천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흔들리는 눈으로 자욱한 연기에 가려진 목진을 바라봤다.
“······막았어? 도폭선을?”
B급 이상의 고수라면 초음속의 총알마저 막거나 피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인 우주무림이지만, 그보다 수십 배는 빠른 도폭선에까지 반응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 반응도 모자라 아예 채찍을 잘라서 폭발을 끊다니.
어떻게든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이유는 둘이다. 반응속도가 유달리 빠른 무공을 익힌 고수던가, 아니면 정말 차원이 다른 고수던가. 천향이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확실히 벽력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짓을 하긴 하는구나. 목진이 잘린 채찍 쪼가리를 저 멀리 집어던지며 인상을 썼다.
“무공인지 아닌지는 조금 애매하긴 하다만, 이만한 위력을 펼칠 수 있는 자가 광인임에도 가만히 내버려두다니. 예나 지금이나 관복 입은 자들이 하는 생각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아니나다를까, 조금의 타격도 보이지 않는 목진의 모습에 천향이 이를 악물었다. 섬광탄에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그리 대단한 고수는 아니겠어니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녀의 오판인 모양이었다.
어중간한 공격으로 깔짝대기보다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 공격을 쏟아붓는 쪽이 승산을 걸어볼 만 하다.
“하앗!”
천향은 곧바로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 자락을 크게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옷자락 안쪽에서 튀어나오는 수십의 수류탄들. 벽력문이 보유한 상승무공인 폭염연파(爆炎燕破)의 제 이초식이었다.
목진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화탄이면 통하리라 싶더냐? 수류탄이 무엇을 하는 암기인지는 나도 강호넷에서 보았느니라.’
그라고 해서 현대 무림에 대해 언제까지나 무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목진은 주저없이 날아오는 수류탄들 사이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공중의 수류탄들이 굉음과 함께 일제히 폭발했다.
수류탄의 폭압은 그리 강하지 않아 호신강기로도 무난하게 막을 수 있으나, 미리 주입해둔 기를 머금은 채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지는 수류탄 파편들의 위력은 그 하나하나가 고수가 던지는 암기에 필적한다.
물론 목진은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들어간 것이었다.
“카앗!”
푸른 수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련마기으로부터 비롯된 푸르스름한 냉기가 수련의 잎맥처럼 촘촘하게 뻗어나가며 파편들을 집어삼켰다. 제아무리 강맹한 기세로 쏘아지던 파편들조차 감히 청련지옥의 한기를 뚫지 못하고 얼어붙는 모습에, 세령과 마리아를 부축한 채 뒤로 물러서서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유스가 나직이 탄성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천향의 밑천이 전부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폭염연파의 두 번째 초식은 단지 그 뒤에 이어질 세 번째 초식을 위한 사전준비에 불과했으니까.
첫 번째 초식인 진염연파(津炎燕破)를 대신해 네이팜 폭격이 사방에 네이팜의 불길을 만들어냈고, 두 번째 초식인 철풍연파(鐵風燕破)로 목진의 발밑에 수많은 파편을 흩뿌렸으니 준비는 충분했다.
“스-.”
바람이 새는 듯한 기합성과 함께 활짝 펼친 천향의 손에 주변의 불길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단순히 열기만 느껴지거나 어렴풋이 불을 만들어내는 보통의 열양기공과는 달리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움직이는 네이팜의 화염. 네이팜 특유의 끈적거리는 질감 덕분인지 긴 장갑을 낀 그녀의 팔을 따라 꿈틀거리는 화염의 모습은 마치 용이 움직이는 듯 보였다.
양손에 불꽃의 용을 거머쥔 모습이 이러할까. 서서히 돌아오는 시야 속에서 천향의 모습을 본 목진이 제법이라는 듯 오 하고 탄성을 흘렸다.
“이제 제법 무공답긴 하구나.”
“핫!”
양 손에 네이팜의 용을 거머쥔 채 천향이 겁도 없이 목진을 향해 달려든다. 목진의 양 손으로도 푸른 청련마기의 한기가 그물같은 모양을 풍기며 피어올랐다.
“흠?”
그러던 중, 목진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천향을 보며 무언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천향의 보법 중간중간에 무언가 불필요한 것처럼 보이는 발놀림이 들어가 있던 것이다.
무릇 발을 움직이는 보법이란 최속, 혹은 최적의 족적을 밟으며 적에게 다가가는 것이 정석. 헌데 그런 보법에 일견 쓸데없어 보이는 군더더기가 붙는다면, 그것은 군더더기가 아니라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뜻이었다.
일정한 박자로 보법 중간중간에 땅을 밟는 진각(震脚)은 환검 등의 눈속임과는 거리가 멀다. 문득 목진은 주변에 흩뿌려져 있던 수류탄의 파편들이 천향의 보법에 맞춰 공중으로 연신 튀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쇳조각들이 노림수인가.’
지난날 제갈세가에서 펼쳤던 강모어선술과 비슷한 과일까. 무기로 쓰기에 충분할 정도로 날카로운 파편들을 본 목진이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그래봐야 잔재주일 뿐이거늘.”
강기를 쏘아내는 강모어선술이라 해도 천선군주 수준이 아니면 의미가 없을진대 고작 저런 조잡한 파편 따위로 방해나 할 수 있을 성 싶던가. 그와 같은 고수를 상대로는 어줍잖은 잔재주를 부리기보다는 차라리 저 열양기공에 집중해서 화력을 늘리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그것은 목진의 착각이었다.
공중에 떠오르는 수류탄의 파편들은 무기가 아닌, 용의 먹이였으니까.
목진의 목전에 도착한 천향이 허공의 파편을 하나씩 낚아채며 목진에게 휘두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팔을 휘감은 네이팜의 화룡이 섬광탄을 연상시킬정도로 새햐앟게 타올랐다.
산화제와 특수 금속 분말을 통해 순간적으로 수천 도의 고온을 발생시키는, 통칭 테르밋 반응을 사용한 압도적인 순간 화력.
폭염연파의 마지막 초식, 염룡쌍연파(炎龍雙燕破)였다.
지난날 백룡대가 펼친 바 있던 화국 삼합진에 비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순간적인 기세만큼은 감히 그에 필적할 수 있을 정도다.
허나 그렇다고 맞붙기를 피해야 하는가를 묻는다면, 목진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겨우 그 정도에 꼬리를 말 것이라면 애초에 청련마기를 꺼내들지도 않았다.
목진은 망설임 없이 날아오는 천향의 양 손을 향해 청련마기로 푸르게 물든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댔다.
청련이 극에 이르면 적의 온몸이 붉게 터져나갈 정도로 극한의 냉기로 변하니, 그 경지를 이르길 대홍련(大紅蓮)이라.
양 손을 마주댄 두 사람의 몸이 우뚝 굳었다.
양극을 이루는 두 기공의 대결이자, 내공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 대결의 승패는 굳이 확인할 것도 없었다.
“······!”
양 손에 휘감긴 염룡의 뒤로 테르밋 반응을 일으킬 수류탄 파편들이 끝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음에도 천향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반면 그녀의 손을 마주잡고 있는 목진의 얼굴은 평온마저 느껴지는 무표정. 명백한 내공의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천향은 느꼈다. 내공 대결을 시작하자마자 끝도 없는 무저갱 속에 제 내공을 쏟아붓고 있는 듯한 감각을. 청령문 전역을 불태우는 네이팜의 불길을 전부 끌어모아 테르밋 반응을 일으켜가며 증폭시킨 화기는, 팔한지옥에서 끝없이 기어 올라오는 냉기 앞에서는 단지 작은 횃불에 불과했던 것이다.
눈앞에 서 있는 정체불명의 청년고수는 그냥 고수가 아니다.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애초에 자신과는 그 급을 논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 말했지 않느냐. 네 명줄은 여기서 끊어질 것이라고.
뒤늦게 그녀의 귓가를 파고드는 차분한 전음이 그녀의 생각에 확신이 되었다. 무슨 무공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공 대결 와중에 이리도 평온하게 다른 무공을 펼칠 수 있다는 것부터가 그녀와는 차원이 다른 고수라는 방증이었다.
수준의 차이를 알았으니 결정은 신속했다.
‘팔을 버린다.’
어차피 수류탄 파편도, 네이팜의 불길도 거의 바닥나고 있던 와중이다. 그녀는 그대로 손을 통해 흘러가는 내공의 제어를 풀어버리며 목진의 손을 떨쳐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참혹했다.
특수한 장갑인 화완갑(火浣鉀)으로 외부의 열기를 막고 있던 양 팔이 순식간에 검게 타버리고, 그 즉시 목진의 청련마기가 불타버린 팔을 파고들며 골수까지 얼려버린 것이다.
“아아악-!”
“어리석은 판단을.”
팔이 얼어붙었음에도 느껴지는, 혼백까지 태워버리는 듯한 끔찍한 작열통에 비명을 지르는 천향의 모습에 목진이 눈을 찡그렸다.
하기사 내공대결을 하다 내공 부족으로 죽는 것보다야 팔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마는, 어차피 여기서 죽을 목숨인데 뭘 발악을 하는지.
고통에 몸부림치는 천향을 보며 목진이 끝을 내고자 무정하게 손을 든 순간이었다.
“멈춰-!”
별안간 하늘 위로부터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작가의 말
.<아래 정보)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스토리 진행에 지장이 없는 잡다한 설정놀음입니다. 흐름이 끊기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정보) 일반적으로 B급 이상의 무림인이라면 총알 정도는 보고 막거나 피할 수 있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들고다니는 소화기 종류는 고수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물론 광학병기쯤 되면 어지간한 무림인도 피할 수 없지만, 광학병기는 대체적으로 호신강기에 취약한 편이다.
정보) 천향이 사용하는 도폭선 채찍의 폭발속도는 화약 탄환의 수십 배에 이르기에 어지간한 고수들도 반응하지 못한다. 이걸 보고 반응하려면 S급 이상은 되어야 한다.
정보) 폭염연파는 벽력문에서 보유한 상승무공 중 하나로, 첫 번째 초식은 광역기, 두 번째는 다수를 상대하는 기술, 세 번째는 고수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기술이다. 주변을 불바다로 만드는 첫 번째 초식은 네이팜 폭격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정보) 수류탄, 도폭선, 섬광탄 등의 화기에 걸친 애매한 무기들은 원래 무림병기조약에 의거해 무림에서 사용이 제한된다. 단 벽력문과 같은 소수의 경우는 특례로 등록된 무기를 사용이 가능하며, 과거에는 사천당가도 특례대상이었다.
정보) 목진은 간혹 심심하면 강호넷에 들어가 현대 지식을 익힌다. 물론 강호넷을 활용하는 수준은 대단히 초보적인 수준인지라 자기 검색실력으로 못 찾는 게 생기면 순자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물어보는 게 일상이다.
정보) 한천향의 커다란 겉옷은 화기에서 몸을 보호해줌과 동시에 내부에 다양한 무기들을 수납하는 일종의 무기창고이다. 그녀가 낀 팔꿈치 위까지 오는 긴 장갑인 화완갑은 폭염연파의 강력한 화기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그녀가 입은 차이나드레스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다.
정보) 아테나는 네오 아티카에 도착하자마자 청령문의 상황을 보고 기겁하며 우주선에서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