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29)
우주천마 3077-128화(129/349)
21. 화산본검 Blossom Sword The Origin (1)
21. 화산본검 Blossom Sword The Origin (1) – 쌍따봉이 왜 나빠?
자꾸만 한잔 꺾자고 질척대는 아수라 붓다를 저 멀리 집어던진 목진은 별채에 짐을 풀자마자 용적산과 곽화린을 불렀다. 간만에 본 참이니, 그간 수련의 성과를 확인해 보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화린의 몸상태를 살핀 목진이 보인 반응이란 것은.
“허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쪽 눈가를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하는 것이었다.
“······왜 그러세요?”
그동안 열심히 잘 수련했구나. 라는 칭찬 정도를 기대했던 화린이 기대와는 다른 목진의 반응에 괜히 주눅이 들어 조심스레 물었다. 그동안 자신이 수련한 게 잘못된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목진이 의아하게 여긴 것은 그녀가 수련을 잘못했다거나, 혹은 그녀가 안고 태어난 절맥증인 칠종절맥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하는 좋지 않은 일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를 놀라게 만든 건 내가기공을 고작 몇 개월 수련했음이 전부일 그녀의 내공이, 목진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늘어나 있기 때문이었으니까.
“혹, 그간 어디서 영약이라도 얻었느냐?”
“영약은 함부로 먹지 말라고 사부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꽤 모아두긴 했지만 먹은 적은 없어요.”
화린이 고개를 가로젓자 목진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익힌 자하신공은 분명 화산파에서도 장문인의 직계에게만 이어질 만큼 뛰어난 신공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화린이 쌓은 내공의 양은 이상하리만치 많았다. 목진이 옆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용적산을 돌아보며 물었다.
“적산, 혹시 짚이는 구석이 있는가?”
“으음. 글쎄요······. 이 애가 재활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자하신공을 수련한 지 이제 석 달 정도가 되었습니다만. 딱히 내공이 확 늘어날 만한 일은······아.”
혹시 이거 아닌가? 문득 손바닥을 내리친 용적산이 목진을 향해 물었다.
“혹시, 선배님께서 활동하시던 때는 기운포집장치가 없었습니까?”
“기운······뭐?”
“기운포집장치 말입니다. 주변에 흩어진 대자연의 기를 모아 한 곳으로 모아주는 장지요. 선배의 시대에는 다른 이름이었을지도 모르겠······.”
“아니, 세상 천지에 그런 말도 안 되는 기물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아. 없었나 보군요. 빼액 소리를 지른 목진의 말에 용적산이 두 눈을 깜박이며 태평하게 대답했다.
애초에 용적산과 같은 현대 무림인의 입장에선 내가기공을 익힐 때 기운포집장치를 쓰는 것은 그리 특별하달 것도 없는 일이었다. 핵심기술 자체는 나온 지 천 년 가까이 됐을 정도로 오래된 기술이었으니까.
반면 목진은 용적산의 말에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도인들이 정순한 기가 모이는 터를 찾아 이름 높은 산에 모여든 것이 곧 구파일방의 시초가 아니던가. 내가기공의 빠른 성장을 위해 기가 풍부한 곳을 찾아 심산유곡에 틀어박히는 것이 일반적이던 시대를 살던 목진으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정녕 그 말이 사실이신가? 기를 모을 수 있다고?”
“그래야 내가기공을 쉽게 익힐 수 있을 거 아닙니까. 시설 설치비용이 좀 나가서 그렇지, 제대로 내가기공을 익히려면 아무래도 있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화산에서 화린이를 가르칠 때는 그런 말 한 적 없었지 않은가?”
“그야 굳이 화산에 기운포집장치가 필요할 일이 없으니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던 것이니 그랬지요.”
목진의 말에 용적산이 태연히 대답했다.
현대에 기운포집장치를 사용하는 곳은 건강을 위해 내가기공을 익히는 양생원 중에서 럭셔리 컨셉을 지향하는 곳이나 여성 고수들의 미모를 관리하는 프리미엄 미용원 뿐이다. 세상에 어느 무림인이 무공수련을 한다고 기운포집장치를 찾는다는 말인가.
“화린이가 본격적으로 내가기공을 익히기로 하였으니, 곽가장에 기운포집장치를 들여놓았습니다.”
물론 대금은 화산파가 부담했습니다. 용적산이 덧붙였다.
그 험한 일을 겪고도 화린이 화산의 검을 놓지 않은 것처럼, 화산파 또한 문파 차원에서 그녀에게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지원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냉정하게 보았을 때, 화산파에게 있어 제자 곽화린은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생강시 시술을 강제당해 신경접속망을 들어낸 탓에 내공 드라이브를 이식받을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효용가치가 없다하여 제자를 내친다면 그것이 사파나 마도의 무리와 무엇이 다르랴.
화산파는 정파(正派)였다.
백 년의 세월동안 화산을 지켜온 위대한 붉은 용도 사문의 제자를 위해 장문인의 자리를 내려놓았거늘, 그 의지를 따르지 못하는 이를 어찌 정파라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용적산의 의지를 이어, 오히려 사문이 제자를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사과와 함께 그녀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고 합의를 내렸더랬다.
때마침 화린으로부터 실전된 내가기공을 익히면서까지 화산파의 제자로 살아가겠다는 각오까지 전해진 바. 제아무리 뻣뻣한 장로들이라 할지라도 사문의 원로로서 그녀가 보여준 화산제자로서의 절개에 보답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화린이 화산의 제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비록 권한은 제한될지언정 용적산의 제자 항렬로 정식 계보에 올렸다. 그뿐 아니라 용적산에게 직접 화산의 매화검법을 전수받는 것을 허락하였으며, 내가기공의 빠른 성취를 위해 주기적으로 질 좋은 영약을 구해 보내주기까지 하고 있었다.
이번에 값비싼 기운포집장치 시설의 설치를 지원해준 것 또한 그러한 지원의 일환. 물론 그녀의 사부로서 붙은 용적산의 영향도 적지 않았겠으나, 화산파가 그녀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허어. 그런 기물이 있음에도 내공 드라이브의 시대를 감당하지 못하였는가······.”
요즘 들어 나날이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세령을 가르치며 부쩍 내가기공이 내공 드라이브에 밀릴 수밖에 없었음을 실감하는 목진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이 꼰꼰한 양반도 이젠 마냥 내가기공이 좋다고만은 하지 않는구나. 용적산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그간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는 몰라도 그가 보기엔 썩 괜찮은 변화 같아 보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화린이 시무룩해진 목진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그······사부님. 그러면 전 괜찮은 거죠?”
“응? 어어 그래. 내가 좀 놀라서 그런 게다. 그간 열심히 수련을 했구나. 잘 하였느니라.”
그녀의 물음에 시무룩함에서 빠져나온 목진이 양 엄지를 치켜들며 칭찬의 말을 건넸다. 어찌 되었건 내가기공의 수련이 더욱 빨라지는 것이니 좋은 일이었으니까. 그의 칭찬에 화린의 표정이 활짝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헤헤.”
반면 용적산의 표정은 뭔가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와락 일그러졌다.
“선배님. 그 제스쳐는 또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무엇이 말인가?”
“그거 말입니다. 양쪽 엄지를 치켜드는 제스쳐.”
“이거? 그 맹구 오토 뭐시기라는 개방도 놈이 방송에서 자주 하더군. 대략 아주 좋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 거 좀 따라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그런 거 따라하면 주책이라는 소리 듣습니다. 어설프게 애들 유행 따라하는 늙은이 같다고요.”
아무리 우리의 외견이 젊어보인다 해도 강호의 웃어른으로서 체통을 지키셔야지요. 명치를 냅다 가격하는 듯한 용적산의 직언에 목진의 눈이 흔들렸다.
저 말이 정말이냐는 듯, 목진의 시선이 화린에게 향했다. 화린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목진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크흠. 크흐흠!”
“그나마 다른 사람 있는 곳이 아니라 다행인 줄 아시지요. 그리고 방송에서 나오는 제스쳐나 유행어같은 건 함부로 따라하는 거 아닙니다.”
용적산이 다 안다는 듯 목진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뼈아픈 충고를 해 주었다.
물론 그것이 다 경험에서 나온 충고라는 것을, 용적산은 차마 스스로의 입으로 말할 자신이 없었다.
“흠흠. 더 이야기해 봐야 민망할 뿐이니 다른 이야기나 하세. 내가기공이야 몇 가지 지식만 가르쳐주면 이대로만 해도 당분간은 봐줄 부분이 없어 보이는데, 검은 어떠한가?”
“ADI로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을 다운받긴 했으나, 결국 내공을 움직이는 QIOS와 연동할 수 없는 탓에 제가 직접 가르치고 있습니다.”
“흐음. 적산 그대라면 걱정할 것 없겠지.”
용적산의 말에 목진이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ADI, 그러니까 초식 다운로드 인터페이스의 이끎에 따라 무공을 펼치는 현대의 무림에서는 원시적으로 무공을 수련하는 화린을 지도할 수 있는 이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었다.
최소한 초식에 대한 이해가 트이기 시작하는 흑표채주 김성범 정도 수준이 되어야 가르치는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것이고, 제대로 된 가르침을 내리려면 초식 하나하나에 담긴 사상을 깨달은 화경의 경지에는 올라야 할 것이다. 적어도 목진이 판단하기에는 그랬다. 오죽하면 그가 따로 데리고 다니며 방향을 잡아주려는 생각까지 했었겠는가.
“무공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끝없는 반복으로 초식에 담긴 뜻을 몸과 마음에 새기는 것이야말로 정도(正道)일세. 그리하는 이유는 자네도 알겠지.”
“그렇겠지요. 다만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더라도, 그것이 하루아침에 쉽게 고쳐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니 지도하는 방법에 변화를 주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제자를 지도한 것이 처음인지라.”
“읏······.”
용적산의 말에 괜히 마음이 찔린 화린이 푹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사부인 용적산이 스스로 탓한다 여긴 것이다. 용적산은 그런 그녀를 달래듯 살며시 등을 쓸어주었다.
“낙심하지 말거라. 지적받은 것을 바로 고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 내가 한번이라도 너를 탓한 적이 있느냐?”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천 년이 넘게 끊어져 있던 길이다. 그동안 그 길을 닦는 이가 없었으니 발걸음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는 것이지. 조급해 할 필요 없다.”
목진이라는 존재가 나침반이 되어 방향을 가리켜줄 수는 있지만, 화린이 익히는 것은 결국 화산파의 무공. 결국 제대로 된 선례 없이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처음부터 쉽게 갈 수 있으리란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기에, 용적산은 화린이 주눅 들지 않도록 그녀를 다독였다.
“······.”
하지만 목진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그는 되려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용적산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이보게 적산.”
“예, 선배님.”
“내 궁금한 것이 있네만. 혹 화린이를 가르칠 적에 그대가 직접 초식을 시연하고,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그때 교정을 하시는가?”
“그렇습니다. 초식을 제대로 습득시키려면 그리 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 않겠습니까.”
이미 완성되었다 할 수 있는 ADI의 초식을 직접 펼칠 수 없다면, 그것을 반복적으로 보고 따라하여 익히는 수밖에 없다. 당연히 어긋나는 부분은 그때그때 교정해줘야 한다.
그것이 잘못된 것입니까? 목진의 심각한 표정을 본 용적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잘못된 것이냐고?”
목진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가 인정한 몇 안 되는 고수인 용적산마저 그러한 소리를 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높은 경지에 올라서면 결국 같은 것을 깨달으리라 여겼거늘, 어째서 그들이 보는 시선은 이리도 다르다는 말인가.
후우. 목진이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아닌 것 같다 생각하면 일단 역정부터 내던 전과는 많이 달라진 행동이었다. 적지 않은 사건들을 겪으며 과거의 무인과 현재의 무인이 걷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목진은 용적산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히 잘못되었지.”
적산, 자네가 틀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