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32)
우주천마 3077-131화(132/349)
21. 화산본검 Blossom Sword The Origin (3)
21. 화산본검 Blossom Sword The Origin (3) – 따라하기! 효과는 훌륭했다!
곽가장이 소유한 협곡에는 꽤 커다란 대형 연무장이 있다.
열 명이 한 팀으로 삼파전을 벌여도 될 법한 거대한 연무장. 그 연무장은 인연을 따라 곽가장에 방문하는 각계의 고수들이 친선과 교류를 위한 비무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물론, 원래는 하나뿐인 딸이 화산파에 들어가 무림인이 될 거라는 말에 곽가장주가 호들갑을 떨며 설치한 물건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그 연무장에, 여러 가지 의미로 전설적인 비무가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겨우 그런 거 때문에 저 난리를 치는 거야?”
연무장 중앙에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관전대에 양반다리로 앉아있던 세령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게······절대고수······?”
차라리 아수라 붓다를 중재자로 두고 점잖게 토의를 하던가, 아니면 당사자인 화린에게 물어보던가. 수틀리면 일단 한판 붙어서 이긴 놈 말대로 하자는 단순무식한 의사결정방식이라니.
워낙 괴팍한 목진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설마 그 만화검존 용적산까지 같은 레벨일 줄이야. 그녀는 실시간으로 강호의 명숙이라 할 수 있는 절대고수에 대한 환상이 깨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모로 가도 쎄지기만 하면 그만 아닌가?”
“뭐······무공을 배우는 목적이야 사람마다 다른 거 아니겠소.”
이르비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당장 그만 해도 단순히 음악을 좋아해서 음공에 입문한 경우였으니까.
물론 생존을 위해 무공을 익힌 세령에게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뭐, 우리야 좋은 기연 얻으니까 좋은 거 아니겠냐요.”
보드카 병에 빨대를 꼽고 쪽쪽 빨아먹으며 디마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절대고수끼리 한판 붙는다는 소리에 이르비스를 끌고 은근슬쩍 구경하러 온 그녀는 아예 작정한 듯 눈을 부릅뜬 채 목진과 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유가 어쨌건 절대고수 둘이, 그것도 심오한 깨달음을 담은 초식만으로 비무하는 광경은 돈 주고도 못 구할 귀한 기연(奇緣)이다. 특히 깨달음이 중요한 S~A급 정도의 무인에게는 더더욱.
까놓고 말해서, 그녀는 아무리 비싸게 입장료를 받는다고 해도 이 비무를 관전할 수만 있다면 천금을 내놓을 무림인은 우주천지에 넘쳐날 것이라는 데 전재산을 걸 수도 있었다.
이거 구경해도 괜찮은 거겠지? 디마는 제가 내뱉은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 힐끔힐끔 다른 이들을 살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그녀와 이르비스는 일행이라 하기에도 좀 애매한 입장인데다 사파이지 않은가.
하지만 당사자인 두 사람은 물론, 아수라 붓다나 다른 일행들도 그녀와 이르비스가 비무를 관전하는 데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이래도 되나 싶긴 하지만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디마는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연무장 위의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뭐, 디마 씨 말대로 우리한테는 기연이긴 한데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면 그냥 화린이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 세령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화린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녀의 말에 디마의 보드카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아수라 붓다가 웃었다.
“껄껄! 사실 이미 결론은 나 있는 이야기올시다.”
“엥?”
“결국은 곽 시주에게 적합한 수련방식을 택해야 하는 것이지 않소이까. 나무아미타불. 내 한번 여쭈어보지. 곽 시주는 무공을 왜 배우시오?”
“네? 저요?”
별안간 자신에게 물어볼 줄 몰랐던 화린이 두 눈을 깜박였다. 아수라 붓다가 바이저에 의기양양해 보이는 이모티콘을 띄웠다.
“소승이 한번 짐작해 보건대, 곽 시주는 딱히 강해지고 싶어서 무공을 배우신 것은 아닌 듯 싶소마는. 아니 그렇소?”
평생 돈이 부족할 일이라곤 없을 곽가장의 무남독녀인 그녀다. 그런 화린이 굳이 무공을 배우려 했다면 단순히 강해지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아수라 붓다의 추론은 정확했다. 과거에 화산파에서도 말한 적이 있듯, 그녀는 검으로 매화를 피우고 싶었기에 화산의 제자가 된 것이었으니까.
“그······네.”
부끄럽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화린을 보며 아수라 붓다가 그럴 줄 알았다며 껄껄 웃었다.
“하면 아무래도 용 대협보다는 이 대협의 지도법이 좀 더 낫지 않겠소. 소승이 장담하건대, 물론 용 대협의 지도법을 따른다 해도 가는 길이 다를 뿐 결과적으로는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을 것이외다.”
흐응. 세령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며 난간에 턱을 괴었다. 화린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살기 위해 죽기살기로 무공을 배운 그녀의 입장에선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 밑바닥 생활에 한이 맺혀서 그런가, 아니면 그녀를 질리도록 괴롭히던 제갈희를 떠오르게 만들어서 그런가. 안락한 환경에서 여유롭게 무공을 배웠다는 소리만 들으면 속이 꼬인다.
이런 삐딱한 태도가 딱히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라는 건 세령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의식해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걸 어쩌라는 말인가. 최상급 내공드라이브를 얻고, 절대고수인 목진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어도 어릴 적부터 그녀를 괴롭혀온 열등감은 여전히 사라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다 그 새끼들 때문이야.’
오대세가 놈들을 족치고 나면, 나아가 사천당가를 재건하고 나면 이 지긋지긋한 열등감도 사라져 있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미래에 희망을 걸며 세령은 애써 우중충한 표정을 지우고 아수라 붓다를 향해 물었다.
“근데 그러면 저 양반들은 왜 싸우는 거에요?”
이미 결론을 낸 상황인데 왜 저러고 있지. 다른 일행들도 세령의 의문에 동감하는 듯 아수라 붓다를 보았다. 아수라 붓다의 바이저에 손가락이 좌우로 까딱이는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어허. 소승이 좋게 말한다 한들 쌈박질밖에 머리에 없는 저 고집탱이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소?”
“하긴······.”
“아마 저 시주들도 하루 동안 머리를 식히면서 대충 비슷한 결론을 냈을 거요. 다만 그놈의 자존심도 있고, 기왕 대련을 할 핑계도 생겼으니 겸사겸사 저러고 있는 것이지.”
‘설득력이······있네?’
목진이면 모를까 나름 구파일방의 장문인이었던 용적산까지도 그럴까 싶지만, 어제 그 사단을 낸 걸 생각하면 용적산에 대한 신뢰도 목진과 비슷한 급으로 떨어진다. 묘한 설득력에 모두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신나게 푸닥거리를 해야 꿀잼이라는 이유도 있긴 하외다. 세상에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제일이라 하거늘, 부처님께서 보기에도 썩 좋아하시지 않으시겠소? 고수 두명의 비무······이런 꿀잼 컨텐츠를 부처님께 공양하는 나란 승려, 참으로 덕이 높은 승려가 아니오!”
“······그럼 그렇지.”
사심이 듬뿍듬뿍 들어간 아수라 붓다의 헛소리에 세령이 비로소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구파일방이라고 별로 멀쩡한 거 같지도 아니었잖아.’
온 몸으로 구파일방의 점잖음을 부정하는 듯한 아수라 붓다를 보며 세령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게 소림사의 고승이라니. 어쩌면 소림의 이미지를 깎아먹기 위한 사파나 마교의 첩자가 아닐까.
“시주? 무언가 생각하셨소? 내 소림관심법(少林觀心法)으로 무언가 불경한 느낌을 받았소만.”
“착각이겠죠.”
오 슬슬 시작하려나본데. 세령이 미심쩍은 눈매의 이모티콘을 띄우는 아수라 붓다의 바이저를 애써 외면하며 연무장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모두의 기대대로, 목진과 적산이 동시에 검을 뽑아드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 호언하신 만큼 그 검이 빼어난지 한번 견식해 보세.”
“어허, 이래 뵈도 백 년이 넘게 검을 잡은 몸입니다 선배님. 선배님은 몇 년 쥐셨습니까?”
“······지금 나이 좀 많이 먹었다고 재는 겐가? 적산이 자네 몇 년생인가?”
“콜드슬립 기간은 나이로 안치는 게 관례인 거 모르십니까? 에이, 이래서 옛날 사람이란.”
“허어,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자네 몇 대 장문인인가? 내가 현역일 때 나랑 비슷한 배분의 화산파의 장문인이 37대 장문인이었네만?”
“아니 선배님, 여기서 배분 이야기는 반칙 아닙니까? 치사하게 그러깁니까?”
“허어 이 사람. 먼저 나이 이야기를 꺼낸 게 누구였는지는 잊었나? 자네 자꾸 꼰대같이 그럴 게야?”
“꼰······?!”
멀리서 보기엔 어땠을지 모르지만, 두 절대고수 사이에 오간 대화는 그야말로 유치함과 주책맞음의 정수였다. 오죽하면 그들의 대화를 슬쩍 엿들은 아수라 붓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겠는가.
일종의 치트키라 할 수 있는 단어로 비무 전의 트래쉬 토크를 가볍게 승리한 목진이 검을 뽑았다. 반대편에 선 용적산 또한 눈을 부라리며 검을 뽑았다.
그리고, 한없이 가볍기만 하던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검을 뽑는 순간 일변한다.
내공을 끌어올리지 않았음에도 시간이 정지한 듯 움직이지 않는 공간. 보통의 무인들은 느끼지 못하는, 절대고수의 영역에 들어선 이들만이 볼 수 있는 간극의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나의 공간을 지키고, 상대의 공간을 겨눈다. 과감히 나의 공간을 내어주며 상대의 것을 취하는 것은 예사요, 때로는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의 침범을 부드럽게 막아내기도 한다.
본래라면 발걸음과 검을 쥔 자세를 바꾸며 영역을 장악하는 것이 기본이나, 의기상인(意氣傷人)의 경지에 도달한 두 사람에게는 그러한 움직임은 필요치 않다. 눈 한 번 깜짝이지 않고, 내공 한 줌 움직이지 않으며, 오로지 기세만으로 간극의 싸움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치열한 간극의 싸움이 벌어지고 각자의 영역을 장악하는 데까지 필요한 시간은 고작 찰나(刹那).
단순히 검을 뽑은 것에 불과한데도 이미 두 사람은 수십 합을 겨룬 것과 마찬가지였다.
간극의 싸움이 끝나고 먼저 움직인 것은 용적산이었다.
상대를 겨눈 검을 중상단까지 끌어올리고, 만개 직전의 매화꽃봉오리와 같이 살짝 허공을 거머쥔 손을 중하단에 두며, 두 발을 자연스럽게 벌린다.
살짝 쥔 손을 제외하면 얼핏 평범한 중단세와 같지만, 검의 끝이 꽃잎의 형태를 따라 미세하게 다섯 방향으로 흔들리는 기수식. 화산파의 상징과 같은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의 기수식이다.
상단과 상중상(上中上)의 좌우, 하중하(下中下)의 좌우까지. 언제든지 매화나무의 가지와 같은 모양을 그리며 뻗어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기수식을 본 목진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짙은 매화내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익숙한 기수식. 언제 봐도 명품중의 명품이다.
그러면 한번 후배님을 놀래켜 볼까. 목진의 입꼬리에 걸린 미소가 조금 더 휘어졌다. 지난 하룻밤을 지새는 동안, 그는 용적산을 놀래키기 위해 오직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배님, 내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네.’
목진의 검 끝이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나의 선으로 별을 그리는 것과 같이, 하지만 꽃잎처럼 둥글게.
그리고 그 모습은 분명, 적산의 이십사수매화검법과 기묘하게 닮아있었다.
“······매화?”
두 눈을 크게 뜬 용적산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일평생 화산의 검을 수련한 그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목진의 검 끝이 그리는 것은 분명 매화였다. 그 기수식은 분명 그가 아는 어떤 화산의 검법과도 일치하지 않는 생소한 것이었지만,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한 화산의 검이라는 것을.
······어떻게? 용적산의 말에 목진이 빙긋 웃었다. 어렴풋한 장난기가 서린 웃음이었다.
그가 말했다.
“화산의 검수가 이르길, 화산의 검은 매화를 담고 그것을 꽃피우는 검이라 들었네.”
화산의 검을 창안한 천마가 물었다.
“하면, 그 뜻을 담아 만든 검은 화산의 검이라 부를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화산의 장문인은 차마 그렇지 않노라 단언할 수 없었다.